찍고 끄적 끄적...2009. 12. 28. 13:28
오랫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됐다.
몇 년만이라고 방송에서 말했는데 정확히는 잘 기억이...
하긴 내 기억 속에도 참 오랫만인 것 같다.
조카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청계천까지 걸아다녔다.
신기한 것은,
이모는 손발이 시려워 눈물까지 나는데
초등학교 2학년, 1학년 조카들은 전혀 춥지 않다고 한다.
어찌나 이러저리 뛰어다니면서 좋아하던지
많은 인파 속에서 행여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눈에 불을 껴고 쫓아다녔다.
조카들이 아니라면,
절대로 크리스마스에 밖에 나오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게 분명한데...
조카라는 위력은 내겐 어마무지하고 강력하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한 점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 크기가 일단 엄청나다.)
의외의 횡재가 아닐 수 없다.
작품명도 <거북선>
줄을 서서 일정 인원씩만 들어가 해설을 들으면서 감상하는 재미도 특별하다.
1920년대 TV 모니터와 전화 등으로 만든 작품은
신비함보다는 모호함을 준다.
(어디까지나 비디오 아트에 문외한인 내 탓이겠지만...)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 20년대의 느림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조금 더 여유있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해설자는 말한다.



DSLR 왕초보의 첫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카메라 작동법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 ^^
왕초보의 카메라 앞에 기꺼이 서 준 이쁜 조카들이 고마울 따름.
이 녀석들 카메라만 보고
이모가 엄청 사진 잘 찍는 줄 안다.
얘들아~~~ 미안!
곧 그렇게 될 날이 오긴 할거야...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4. 27. 22:49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 오주석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지난번에 책 읽어주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오늘은 그림 읽어주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미술사학자 오주석!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분입니다.

2005년 2월 5일 49세 나이로 1년 반의 백혈병 투병 끝에 타계한 우리나라 유일무이한 미술사학자였죠.

강의도 재미있게 하기로 유명했던 분이고, 또 글을 읽고 있으면 박학다식하다는 게, 해박하다는 게 어떤 건지 절감하게 만드는 분입니다.

그림, 그것도 옛 그림에 거의 문외한인 제게 옛 그림에 대한 신비로움과 오묘함을 단지 한권의 책만으로도 가슴 절절하게 전달해줬던 분이기도 하죠.

그가 타계한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3권의 책이 그의 이름으로 출판되기까지 했습니다.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분은 계속 불멸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그리고 저 또한 그 불멸의 삶이라는 게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구요.

이 책은 그가 타계한지 정확히 1년 후인 2006년 2월 5일 출판됐습니다.

미완인 책을 함께 모여 끝내 엮은 사람들의 심정이 어땠을지를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먹먹해집니다.


“옛 그림 한 점은 이를테면 옛 조상과 같다”

그분은 그랬습니다. 한 점 한 점의 그림을 그렇게 경건하게, 소중하게, 그리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윽히 바라봤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전해줬습니다.

“옛 그림 속에서 그린 이의 숨겨진 마음을 찾는 숨바꼭질에도 빛과 그늘이 있다. 보일 듯 말 듯 오래도록 찾아봤어도 도무지 알 수 없어 마음이 어두웠던 적도 있고, 술래잡기 끝의 발견처럼 하찮은 것 같아도 제 맘에 너무 좋아 크게 외치고 싶어 바르르 떤 적도 있다”

그림을 이해하면서 마음이 어둡기도, 바르르 떨기도 했다는 작가.

지극한 것은 서로 닿아있다고 했던가요?

아무래도 그림 스스로 그에게만은 비밀을 풀어줬던 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림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참 좋겠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림과 술래잡기를 하고 마침내는 그린 이의 숨겨진 마음까지 발견해내는 사람이라면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하긴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순간순간,

그림에 대한 그 “앎”이라는 게 단순히 그림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게 아니기에 때론 무섭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한 점의 그림으로 사람을 읽고, 시대를 읽고, 문화를 읽고, 그리고 전후 역사를 읽고.... 

그림이 마치 신내림 된 듯한 느낌이네요.

도통의 경지, 접신의 경지 그 너머까지로 말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림은 모두 6점입니다.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마상청앵도>

정선의 <금강전도>

적양용의 <매화쌍조도>

민영익의 <노근묵란도>

작자 미상의 <이채 초상>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혹은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제 깜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부분임을 고백합니다(부끄럽다고 말하기에도 너무 부족하기에....)

그래도 이 그림들의 선별에는 왠지 의미가 있는 듯 여겨집니다.

서민의 삶 속을 파고 든 풍속화가, 진경산수의 사실주의 화가, 긴 유배의 생활 중 애뜻한 아비의 정을 딸에게 보내는 시대를 앞선 지식인,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불운한 삶을 마친 마지막 선비,  그리고 누군지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그린 최고의 초상화까지...

조선의 중, 후기 역사를 고스란히 그림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을 읽어주면서 그 시대 전체를 전달해주고 있는 셈이죠.

독특하고,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어쩌지 이 글을 엮을 당시 이분의 심사가 좀 복잡했던 건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도화선이 되는 책이나 사람을 이야기 할 때,

전 항상 이 분의 글들을 떠올립니다.

청계천변의 “정조능행반차도”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한 것도, 간송미술관을 찾아가게 한 것도, 그리고 북한유물전을 놓치지 않고 관람하게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이분의 글을 통해서였던 것 같네요.

시선의 확대였다고 할까요?

그림은 그려진 실체뿐만 아니라 여백까지 모두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여백을 읽는 방법,

이 책을 읽고 나면 희미하게나마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난 다음에 박물관에 꼭 가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옛 그림 앞에서 아마 미소가 번지실거예요.

제가 꼭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그 느낌은 말이죠, 책을 읽는 즐거움과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 분,

자신이 정성껏 읽은 그림의 작가들을 이젠 모두 만나보지 않았을까요?

어쩐지 어딘가에서 깊게 깊게 사랑받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 읽어줬던 남자, 오주석......



   <김홍도 - 송하맹호도>

  <김홍도 - 마상청앵도>

 
<정선 - 금강전도>

  <정약용 - 매화쌍조도>

  <민영익 - 노근묵란도>

  <이채 초상>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5. 22:17

정권 교체기의  영원한 아이콘 “정조”

<원행> - 오세영


 


“팩션” 소설의 시작을 알린 작가 오세영.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결합시킨 새로운 장르의 문학형태인 팩션(fact + fiction = faction )

지금이야 완전히 자리 잡은 문학장르가 됐지만 1993년 <베니스의 개성상인>이 출판될 당시만 해도 팩션이라는 용어는 아직 낮선 용어였습니다.

<원행>이란 소설은 2006년도에 출판됐고, 전 작년에 읽었는데 우리 도서관에 2월 신작도서로 올라와 반가운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정권교체기가 되면 항상 “정조”라는 아이콘이 등장을 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조선의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운 그의 강력한 개혁군주 이미지를 닮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요..

2년 전 쯤 인가?

이 “정조”라는 아이콘이  문화 아이콘으로 대대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구요.(드라마 이산의 시청률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

“화성에서 꿈꾸다”라는 창작뮤지컬이 제가 정조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라면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작품에서 정조의 본명이 이산이라는 것도, 사도세자의 본명이 이선이라는 것도 알게 됐으니까요.

현재 수원 화성은 다 아시는 것처럼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되어 있고, 매년 대대적인 정조 수원행차(을묘원행) 시연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작년에 다녀왔는데 한번 권해드리고 싶네요)


정조대왕이 10년만 더 치세를 했다면 우리나라 역사가 달라졌을 거란 말이 있습니다.(정조는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독살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당연히 거센 변혁의 모후엔 기존 보수세력의 거센 반발이 있었을 거구요

시파의 수장 체제공과 개혁 물결의 교두보 적약용, 벽파의 수장 심환지 그리고 세상을 뒤엎을 역성혁명을 꿈꾸는  문인방(옥포선생), 이 4인과 정조와의 8일간의 암투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 다음 장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입니다. 약간 두꺼운 분량의 책이지만 아마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정조는 실제로 목숨을 위협하는 수많은 자객 속에서 어릴 때부터 스스로를 단련(?)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위협에는 까딱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번은 자신을 살해하러 온 자객을 그냥 보낸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신념을 가진 사람을 살해한 폭군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죠.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그는 왕의 자리에 서려있는 피냄새의 의미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어떤 왕이 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뇌했던 군주였습니다.

이 책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한  8일간의 수원 화성 행차를 통해 수구세력(벽파)을 제압하고 왕권을 더욱 확고히 하여 개혁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을묘원행은 표면상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축하한다는 의미였지만, 그 속뜻은 사도세자의 추모였다고 하네요(혜경궁 홍씨와 사도세자는 동갑이었습니다)

정조가 즉위하고 처음으로 한 말은,

“내가 누구더냐?”라는 물음이었습니다.

만조백관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겠죠.

“이 나라를 이끌어갈 상왕이십니다~~~”

이어지는 정조의 섬뜩한 한 마디....

........................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

아비를 죽게 한 이들 앞에서 그가 남긴 한마디의 섬뜩함...

항상 정조를 생각하면 전 이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그러나 강렬하게 떠오릅니다.

벽파들의 서늘해졌을 등줄기와 앞으로 닥칠 복수에 대한 공포도 함께 떠오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에도 있지만 정조는 스스로 달이길 원했다고 합니다.

임금은 달이요, 백성은 흐르는 구름이라 생각하고 구름이 달을 가린다고 해서 어지러워지거나 미혹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고 하네요.

(역시 “달”은 여러 가지로 이미지가 참 좋네요 ^^)


정조의 또 다른 매력은....(지극히 제 개인적인 매력)

후궁이 단 4명밖에 없었다는 사실...(할아버지 영조는 엄청난 후궁과 자식을 거느리고 있었죠. 영조와 정순왕후와의 나이 차이는 40살 정도였다고 하니....  부러워하시는 분들 계시는 것 같은데..... ^^)

그것도 3명은 주위의 강압(?)에 의한 간택후궁이었고 스스로 승은을 입힌 후궁은 의빈성씨 한명이었다고 합니다.

의빈성씨는 할머니, 즉 정순왕후 처소의 궁인에서 소위 일약 신데렐라가 된 셈이죠. 거기다가 정조의 지극한 총애를 입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조강치처 효의왕후에 대한 마음도 극진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정조 11세, 효의왕후 10세 때 서로 혼인) 함께 어려움을 겪은 조강지처이기에 후사가 없었어도 그 지위를 박탈하거나 소위 구박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정말 알면 알수록 멋진 남자 정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정조보다는 주변 인물, 특히 적약용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 정조를 너무 아끼고 좋아하다 보니 정조 중심의 글이 되버리고 말았네요 ^^ ( 죄송~~~)


여기서 보너스 팁 하나~~~

청계천에 다들 한번쯤은 가 보셨죠?

청계천에 가시면 정조의 화성행차 모습을 그린 <정조능행반차도>라는 그림이 청계천변가를 따라 쭉 그려져 있습니다.(종로쪽 방향으로..)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는 행차에서는 비가 와도 절대로 가마를 타지 않고 직접 어머니를 호위하며 갔다고 하니 그 효성 또한 감동이 아닐 수 없죠..

그림을 보시면서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가는 정조의 모습을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나 참고로... 찾기 무지 어렵습니다~~~~

(일단 그림이 너무 길고, 그래서 등장인물등 너무나 많이 나와 주시고,  거기다 아주 결정적으로다 그림속의 인물들이 전부 그놈이 그놈인 것 같아서.... ^^)


보너스 팁 하나 더~~~
이덕일이라는 작가가 쓴 <조선왕 독살사건>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유난히 독살설이 많았던 조선의 왕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정조”도 여기에 속해 있구요.

꼭 한번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하며...

이상 달동네 책거리였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