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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1 <김남주의 집> - 김남주
  2. 2009.02.23 달동네 책거리 30 : <압구정 다이어리> 1
읽고 끄적 끄적...2011. 1. 21. 06:35
본인이야 조심스럽게 그리고 한자 한자 정성을 다해 써내려갔겠지만
내가 볼 때는 그냥 유명한 연예인의 집이다.
솔직히 부럽다느니, 나중에 이렇게 살아야겠다느니 하는 생각보다는
현실감없고 괴리감 많은 드라마 속 주인공의 삶같다.
일반적으로 나같은 평범한 월급장이들은
침대 하나를 주문해서 이태리 장인이(시크릿 가든도 아니고...) 만들어서 보내올 때까지
8개월 넘게 기다리지도 못하거니와
현관문을 바꾸기 위해 도 몇 달을 기다릴 여력도 없다.
시간도 시간이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혼자 당황했던 부분들이 상당했다.
가령 이런 부분들.
"아이  물건을 사기 좋은 곳은 일본, 다양한 음반을 살 수 잇는 곳은 런던과 파리,
 옷이나 구두는 뉴욕, 빈티지 제품은 런던이다."
이런 자세한 설명을 읽으면서 이 곳을 모두 다녀오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 중에 얼마나 될까 생각했다.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는 표현에는 민망해지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다행이다 싶었다.
사람이 아니라 여자라고 표현해서...
까닥했다간 사람도 아닐 수 있었는데 암튼 지금은 여자만 아니면 되는 거니까...



남편 김승우, 두 아이과 집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일반적인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라희, 찬희에 대한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관심과 걱정은
아마도 그녀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좀 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적이고 스타일리시하기로 유명한 그녀의 개인적인 패션 아이템들은
소위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천지였다.
(이건 내가 그쪽으로 완전히 문외한이라 솔직히 내세울 건 아니다)
일반인이 프라다의 카디건을 그것도 여러벌 가지고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이며
베라왕 웨딩드레스를 입어볼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인가!
외국에 나가 상들리에를 10개 사올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김남주가 즐거 찾는 숍"이라는 마지막 부분은 개인적으론 별천지에 가깝다.
살면서 지금까지 청담동이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조차 없는 나로서는
음... 좀... 낯설어서...
그녀가 저렴하다고 표현할 때는
그 "저렴"이 내가 생각하는 "저렴"과는 천지차이일 것 같아 슬쩍 겁이 나기도 했다.
꼭 물건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 이런 곳들을 다녀보는 게 좋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까지 그런 여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게으른 변명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김남주의 집>은
그래서 내겐 <연예인의 집>일 뿐이다.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꿈꿀까?
역전의 여왕이 되길?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2. 23. 05:51
 <압구정 다이어리> - 정수현


 압구정 다이어리



“한국형 칙릿 소설”이란 광고 타이틀을 한때 달고 있던 소설입니다.

한국형 칙릿이라...

대략 난감한 표현이란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어쩐지 모든 칙릿 소설은 “섹스 앤 더 시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그야말로 몹쓸놈의 선입견이죠.)

뭐 배경이 한국이고, 주인공도 한국인이고, 그리고 주된 등장인물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3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니 한국적이긴 합니다, 게다가 방향치와 길치를 위해 압구정과 청담동 일대의 유흥거리를 첫 장에 상세한 지도까지 그려가면서 아주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아마도 이 책을 읽고 그 곳에 찾아간 사람 있진 않을까 싶습니다....)

설마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까 걱정하는 한국적인 노파심(?)의 노출(?)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먼저, 작가 정수현...

시트콤으로는 유일무이하게 시즌5까지 만들어질 만큼 엄청나게 성공한 “논스톱”의 작가였다네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책 앞면에 있는 작가의 얼굴 보면서 혼자 혼란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네요. 물론 얼굴로 글을 쓰는 게 아님을 알지만 생김이 너무 참하고 그야말로 수줍게 보여 “어라! 정말 이 사람이 쓴 게 맞아?”하는 의문이...

방송작가 경험의 영향이겠지만 일단 대사나 상황은 통통 튑니다.

그런데 이 “튐”이 일상적인 우리네의 방향과는 좀 달라 (사실 저와는 너무 많이 달라)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동네가 정말 이래?”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4차원의 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입니다.

이거, 은근히 SF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제겐 다가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압구정 단어들과 클럽 용어들, 그리고 수많은 명품 브랜드 이름들에 집 한 채의 가격을 호가하는 자동차들...

연예인들이 지나가도 우루루 몰려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촌스러운 짓을 하는 사람들도 없고, 헬스장을 가기 위해 뷰티샾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제이로(제니퍼 로페즈)가 디지인한 30만원짜리 운동복을 걸치고 우아하게 셋팅한 머리를 날리며 런닝머쉰 위를 “S라인”으로 밟아주시는 그녀들이 사는 곳.


그녀들의 이름은,

지현, 유라, 지안...

어쩐지 그녀들의 “넬라판타지아”를 우리가 엿보고 있다는 도발적인 쾌감도 살짝 듭니다.

압구정의 문화(?)라면 이런 “엿보기의 교차와 연속”도 포함되지 않을까요?

오래전에(정말 오래전이네요...) “오렌지족”이니, “야타족”이니 하는 말들이 생겨났을 때 제게 압구정이라는 지명은 넓은 의미의 관음증처럼 느껴졌더랬습니다.

언제부터 압구정동이 신상의 물결에 휩쓸려 부나비처럼 날아드는 된장녀들의 양성소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그 지명의 신세도 좀 안타깝긴 하네요.

그게 다 “들여다보는”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라 좀 뜨끔한 구석도 있습니다.

압구정을 바라보던 시선은 급기야 청담동으로 대표되는 럭셔리 고립지역까지 탄생시키기에 이릅니다.

그릇된 “살롱 문화”는 우리나라에 수많은 부티끄를 탄생시키고 그리고 고부가가치(?) 사업인 력서리 명품 거리를 탄생시키죠.

그 거리의 사람들은 명확히 분류됩니다.

예쁜 여자는 텐프로거나 연예인이고, 괜찮은 남자는 호스트거나 정말 청담동 도련님이거나....

이 분류 안에 평범한 사람을 위한 자리는 없습니다.

어찌 감히 “평범함”이 명함을 내밀 수 있겠습니까?

명품 자켓 안에 받쳐 입은 지오다노 셔츠에 기겁을 하면서 “재, 짝퉁이야!”를 외치며 배신감에 치를 떠는 사람들.

외제차들이 쭉 주차되어 있는 곳에 국산 승용차를 몰고 오는 남자를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전력질주로 도망가는 여자들.

이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귀염성마저 느껴집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간 말종”에 “네가지(?)가 없다 못해 개념도 없는 인간들”이 이 책엔 풍성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읽을수록 점점 불쾌하고 기분이 상할지도 모르죠.

만약 그렇다면 그 부분까지도 다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건,

“시선의 횡포” 였습니다.

소설이라 왜곡된 부분도, 사실과 다른 부분들도 물론 많겠지만 결국 비난이나 불쾌감의 시작도 “시선”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치나 허영으로 대표되는 된장녀를 비난하는 시선 속엔 그녀들의 풍요와 태생에 대한 부러움 담긴 시선이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 몇 명이나 될까요?

혹은 정당한 노력에 대한 보상을 싸잡에 비난하진 않았는지...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했던가요?

그러나 그 세 치 혀를 움직이게 만든 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시작이었을 테니 원죄를 물어도 눈에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 갈수록,

이 세계를 비난만 하고 있는 저를 비난하게 되더군요.

어쩐지 몰래 누군가를 살펴보는 제 모습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된통 들킨 기분입니다.

영 뒷통수가 찜찜하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