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3. 9. 08:17

자메츠카 정원에서 나와

말 그대로 발길 닿는데로 여기 저기 걸어다녔다.

구시가지의 관문인 부데요비츠카 문은 보수중이라

겉모습도, 2층 햬시계도, 내부 프레스코화도 볼 순 없었다.

체스키 크롬로프 성곽 10개의 문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부데요비츠카 문을

가림막 사이로 엿보고 주변 가게들을 기웃거렸다.

현지인도 있지만 중국인이 운영하는 잡화점이 많아 좀 놀랐다.

made in china 의 위력이라니...

하긴 유럽에서 사는 기념품의 대부분이 made in china 더라.

베니스에서도, 오스트리아에서도, 여기 체코에서도.

 

 

블타바 강을 끼고 잘 정돈된 모네스트스케 공원이 보였다.

아래까지 내려가 둘러봤는데 원뿔 모양의 독특한 건물이 보였다.

팬션이란다.

여기 묵으면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된 것 같겠다.

조카녀석의 말이다.

뭐 살짝 그런 느낌이긴한데 실제로 숙박하라면 고민이 될 것 같다.

특히 1층은 사람들이 뭔가 싶어 기웃거릴것 같다.

뭣모르고 창문을 열았다가 생면부지의 사람과 민망한 대면을 하게 될지도...

초록 풀들을 보니 저기 어디 자리잡고 꾸벅꾸벅 졸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

 

체스키 Town Theatre 광장.

이곳에서 오후 5시에 프라하로 출발하는 CK셔틀을 기다렸다.

여러 명이 탑승하는 미니 버스였는데 

눈치작전에 실패해 좋은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반대편에 앉아야 저 이쁜 노을을 담을 수 있는거였는데...

인사불성으로 자는 사람을 깨울 수도 없어서

의자와 탑승객 머리 사이를 바쁘게 오가면 겨우 몇 장 찍었다.

마음같아서는 잠깐이라도 차에서 내리고 싶었지만

share shuttle이라 그럴 수 없었다.

정말 정말 장관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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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3. 8. 08:34

체스키성을 나와 오르막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목적지는 자메츠카 정원(Zámecká Zahrada).

올라가는 길도 멋졌고

왼쪽 옆꾸리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도 멋졌다.

앞을 보다 옆으로 눈길을 돌리고

다시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과 눈맞추고, 나뭇가지를 따라 하늘까지 따라가고...

정말이지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체코에서 프라하성 다음으로 크다는 체스키 크롬로프성.

13세기에 처음 짓기 시작해서 17세기까지 증축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지금과 같은 여러 양식이 혼재하는 독특한 성이 됐다.

성 내부는 가이드 투어가 가능하다는데

우리는 그냥 발길 닫는 데로 밖을 돌아다니는 쪽을 선택했다.

이곳은 타워를 비롯한 벽들에 그림이 그려져있다.

 

 

그런데 여기...

정말이지 너무 예쁘다.

들어서자마자 시작되는 초록색 벽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도 떠오르고...

성만 보고 이곳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는게 안타까웠다.

이 넓은 정원을 마치 주인처럼 뛰어다녔다.

그러다 뒤뚱거리며 걸음마하는 아기와 그런 동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누나를 봤는데

그 모습이 동화의 한 장면 같았다.

까꿍놀이하는 오누이들과 체면불구하고 같이 놀았다.

신나게, 재미있고, 행복하게!

 

 

꽤 오랜 시간 지켜봤는데

이곳은 관광객보다는 동네 주민들의 휴식공간 같다.

산책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이 가족 단위의 사람들.

워낙 넓은 정원이라 잠깐씩 보였다 사라지는 사람들이

게임 속 케릭터 같았다.

"너무 늦었어, 지각이야!" 하면서 금방이라도 토끼가 나타날 것만 같은 정원.

내 눈엔 이곳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실사판 같았다.

 

 

체스키 크롬로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자메츠카 정원은 잊지 말고 꼭 다녀오라고.

이걸 놓친다는건,

암만 생각해도 너무 아까우니까...

 

길 위를 걷던 기억도.

서걱서걱 낙엽 밟던 소리도

아직까지 내내 선명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3. 7. 08:35

체코에서 프라하성 다음으로 크다는 체스키 크롬로프성.

13세기에 처음 짓기 시작해서 17세기까지 증축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지금과 같은 여러 양식이 혼재하는 독특한 성이 됐다.

성 내부는 가이드 투어가 가능하다는데

우리는 그냥 발길 닫는 데로 밖을 돌아다니는 쪽을 선택했다.

이곳은 타워를 비롯한 벽들에 그림이 그려져있다.

멀리서 봤을 땐 벽돌로 모양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이라 신기했다.

그러니까 저 벽돌 모양도 다 그림이라는 사실.

웨딩촬영하는 커플 역시도 그림 ^^

 

 

체스키 타워에서 본 모습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성의 난간에서 바라본 풍경이 더 좋았다.

좀 더 가까워서 실체적으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난간에 앉아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이곳이 소위 말하는 인증샷 장소.

조카 녀석을 찍어주긴 했지만 

조카를 찍은건지 다른 사람을 찍은건지 내가 봐도 모르겠더라.

멋쩍어 하는 나를 부조물이 내려다보는 느낌적인 느낌.

손짓을 하며 저길 보란다.

순간 풍경이 소름되어 온 몸에 퍼진다.

크고 작은 모든 색들이...

하나하나 다 선명했다.

 

 

망토다리를 지나 정원으로 향하는 길.

이곳까지 올라오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또 다시 한적한 길이 시작되려는 순간.

 

아무래도 이번 여행의 주인공은,

단풍이구나 싶다.

그 외 다른 것들은 조연처럼 한발짝 뒤로 물러서있다.

그 고요하고 조용한 조화가

나는 좋고 또 좋았다.

못견디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3. 6. 08:43

체스키 크롬로프의 꽃은 체스키성 타워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말이 아니더라도

높은 곳은 무조건 올라가고 보자는 주의라서 이곳 역시 지나칠 순 없었다.

그런데!

티켓을 구입하는 입구를 찾는게 쉽지 않더라.

이곳인가 싶어 가면 아니고 반대쪽인가 싶어 돌아가면 막혀있고...

우리처럼 입구를 못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서로 here? 하고 묻고 서로 no!라고 답하고...

우여곡절 끝에 매표소를 찾아 티켓을 구입한 후 타워로 향했다.

매표소에 작은 박물관도 함께 있으니

체스키성의 전체적인 모습을 눈에 담아두는 것도 좋을듯하다.

 

 

생각보다 높지 않아 금방 타워 꼭대기에 도착했다.

폭도 생각보다 좁진 않아 여유롭게 올라갈 수 있었다.

사실 폭이 좀은 타워나 전망대는 공간 자체보다 냅새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들숨 날숨들이 위 아래로 섞이고

다양한 인종들의 냄사가 마구 뒤섞이는 공간.

그래서 성수기에 좁은 타워를 올라간다는건...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하다.

(특히 나처럼 후각이 극도로 민감한 사람은 더욱 더!)

체스키 타워는 그럴 걱정이 적은 높이와 폭과 공간이다.

게다가 중간중간 설치된 창문을 통해 바깥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여름에 저 문을 얼어두면 시원하겠구나 생각도 하면서.

 

 

저 멀리 보이는 하늘과 숲이 그려낸 스카이 라인.

오래된 중세도시가 금방이라도 품에 안길듯 다가왔다.

길과 길, 선과 선이 만나는 곳에 시선이 함께 흐른다.

 

타워를 오르는건...

언제나 옳다.

늘 옳다.

항상 옳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3. 5. 08:48

8시 45분 오버트라운을 출발한 CK셔틀이 체스키 크롬로프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3분.

예정대로 세 시간이 걸렸다.

오후 5시에 다시 CK셔틀을 타고 프라하로 이동해야하니

체스키 크롬로프에 5시간 30분 머무를 수 있다.

캐리어는 CK셔틀 측에서 보관했다 프라하행 셔틀로 바로 인계한대서

홀가분한 몸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고마워요, CK셔틀 ^^)

 

 

셔틀에서 내려 중앙광장으로 향했다.

13세기에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마을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는 곳.

CK셔틀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있는 인포메이션까지 캐리어를 끌고 와야만 한다.

울퉁불퉁한 돌길의 난코스를 뚫고...

중앙광장에서 체스키 크롬로프의 모든 길은 시작된다.

여기저기 사방으로 뻗어있는 골목길같은 방사형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욕심없이 천천히 걸어다니기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딱 좋은 곳.

중앙광장 한가운데에는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페스트 퇴치 기념 분수가 있다.

유럽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앗아간 페스트의 종식은

확실히 기념비적인 일이긴 했겠다.

혹의 신의 축복 ^^ 

 

 

라트란 거리를 지나 이발사의 다리로 들어섰다.

예전에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이 다리에 얽힌 에피소드를 봤었다.

이발사의 딸을 사랑하게 된 성주는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 결혼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아내가 누군가의 손에 살해당하고 만다.

성주는 범인을 찾을때까지 마을 사람을 한 명씩 죽이겠노라 공언하고

실제로 하루에 한 명씩 사람을 죽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한 사람이 자신이 범인이라며 성주를 찾아온다.

다름아닌 딸의 아버지인 이발사.

분노한 성주는 장인을 가차없이 처형해버린다.

그런데 알고보니 부인을 죽인 진짜 범인은 성주 본인이었다.

몽유병을 앓고 있던 성주는 자기가 한 일을 전혀 알지 못했고

신하들은 그런 성주에게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딸을 잃은 이발사가 마을 사람까지 죽이는걸 보다 못해 거짓 자백을 했던거다.

다리가 먼저인지 이발사의 희생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발사의 다리에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리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과 네포무크 성인상이 서있다.

프라하 카를교보다 이곳에서 먼저 네포무크상을 만난 셈이다.

이곳도 사진 찍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역광의 역습을 뚫고 간신히 얻은 사진.

 

체스키성 올라가는 길.

초입 철책에 안내문이 있어 살펴봤더니

"do not feed the bears please!"라고 써있다.

세상에! bear라니!

심지어 단수도 아닌 복수 bears다.

혹시나 싶어 오가면서 몇 번을 들여다봤지만 결국 Bear를 보진 못했다.

저렇게 성 밑에 곰도 아닌 곰들이 있다면

천혜의 요새 못지 않게 든든했겠다.

물론 그 옛날에나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