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8. 16. 07:44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3.08.01. ~ 2013.09.27.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재범, 이경수, 박한근 (한스)

        김성일, 윤소호 (헤르만) / 문진아, 이하나 (안나)

        김도빈, 최성원 (요나스) / 홍륜희, 최정화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그래! 이런 느낌이다.

김재범 한스와 김성일 헤르만이 내의 <블랙메리포핀스>를 제자리로 돌려놨다.

깊고도 오랜 트라우마를 끌어 안고 버티고 있는 한스를 표현한 김재범은.

특히나 매장면 내 눈과 귀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그대로 모두 한스였다.

너무나 안타까운 건,

<풍월주>와 <형제는 용감했다>의 연이은 일본 공연으로

김재범 한스의 회차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단언컨데 서윤미 연출도 나만큼 이 사실에 통탄해하고 있을거다.

확실하다!

김재범은 한스라는 인물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고 충분히 표현해내고 있다.

프리뷰였음에도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내내 이 작품을, 이 역할을 해온 사람같다.

정상윤 한스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중이었는데

김재범이 내게 다른 한스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상황과 감정을 아주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이해시켰다.

지켜주지 목하고 보호해보지 못한 이들을 향한 깊고 깊은 죄책감.

트라우마의 시작은 과거의 어느 한 지점, 그곳에서 시작된다.

 

"최면을 통한 무의식 조종"

작품 속에도 나오는 히틀러의 오른팔 괴벨스는 실제로 이런 말을 했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계속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섬득하지만 충분히 진실이다.

익숙해진다는 건,

그래서 무섭고 거대한 괴물이다. 

과거와 대면하겠다는 건, 이 괴물과 대면하겠다는 의미다.

방법은 없다.

대면하는 수밖에...

 

김재범 한스와 김성일 헤르만은

끄질지게 반목하면서 묘하게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보여지는 것고, 느껴지는 것 사이의 거리를

이 둘은 자유자재로 조정하면서 작품 전체를 컨트롤한다.

특히 김재범이은 신의 한 수를 보여줬다.

죄책감에 사로잡혀 술에 의지한 채 버텨온 한스를 과하지 않게 표현한 것도 탁월했지만

김성일 헤르만의 잠재력까지 끌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놀랐다.

이경수 한스가 과거(악몽)과 싸워서 이겨내겠다는 투사의 느낌이라면

김재범 한스는 뭐가 됐든 진실과 대면하겠다는 존재론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훨씬 더 깊고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면서 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고 그대로 노출시킨다.

유서를 읽는 장면과 안나의 고통과 대면하는 장면,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겁에 휩싸인 장면에서는

나조차도 김재범 한스로 인해 감정동화가 일어났다.

마치 내가 한스인 것 같은 착각.

너무나 괴로웠고, 너무 많이 아팠고, 너무 많이 힘겨웠다.

피하고 싶을만큼...

김재범은 어떻게 이런 한스를 만들어낸걸까?

정상윤과는 또 다른 느낌의 한스였고 둘 다 내겐 최고의 한스다.

 

지난번 관람때는 윤소호 헤르만이 최성원 요나스보다 훨씬 동생같았는데

김성일 헤르만이 드디어 최성원 요나스의 자리를 찾아줬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이후 최성원도 참 매력있다.

이 역할이 과연 최성원에게 어울릴까 싶었는데 볼수록 잘 어울린다.

고음도 참 이쁘고...

(서윤미 연출의 눈은 확실히 예리하다.)

김성일 헤르만과 문진아 안나와의 동작도 윤소호보다는 훨씬 안정감이 있어서 좋았다.

(키 큰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함께 맞춰야 하는 동작이 많은 이런 작품에서는...) 

한스와 헤르만의 대립!

이경수, 윤소호의 부딪침은 고성이 난무하는 싸움의 형태였다면

김재범, 김성일의 부딪침은 해결을 위한 치열함이었다.

그게 가능했던 건 한스와 헤르만 두 사람이 갖는 내면의 깊은 "믿음" 때문이었고

김재범, 김성일 두 배우가 내게 그걸 보여줬다.

 

김재범 한스와 김성일 헤르만.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말하고 싶다..

정말 좋았다고....

첫번째 관람에서 느낀 낮섬을 이들이 완전히 회복시켜줬다고...

그래, 확실하다!

이 작품은 아주 오래동안 나와 "동행"할거다.

작품 속 형제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과 기꺼이 동행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러난 나는 불행을 떠올릴때 이 작품을 생각할거다.

내 옆자리를 내주고 함께 "동행"할거다.

꼭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5. 16. 06:25

리모델링을 했는지 몇 년 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공간 구성이 달라진 건 아니지만
조명이나 전체적인 색감이 예뻐졌다.
약간 비릿했던 냄새도 전혀 없고...
해저터널은 처음 봤을때만큼 신비롭진 않았지만
역시 다른 생명들이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건
여전히 놀라운 신비이고 경이다.
움직임이 주는 아름다움!
생명은 그렇게 진화되고 그렇게 나이를 먹는 모양이다.
어쩌면 그 움직임의 동선을 연결하면 물고기들의 나이테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식인물고기 피라냐가 빛깔이 이렇게 예뼜던가!
그 황금빛 움직임이 오랫동안 눈길을 잡아 끈다.
빵빵하게 부풀어른 작고 노란 복어를 보면서
그 모습을 따라하는 조카들의 웃음이 꼭 하늘처럼 푸르고 맑다.
몽유같은, 혹은 유령같은 눈을 가진 작은 물고기들은
어쩌면 24시간 꿈을 꾸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길조라는 쌍두거북의 모습은 어쩐지 섬득하고 측은하다.
두 개의 생각을 한 몸에 담고 산다는 건
결코 당사자에겐 길조가 아닌 혼돈일텐데...
길게 목을 늘리고 물 속을 헤엄치는 거북을 보면서
길조의 위대함보다 자유의 소박함이 백 배쯤은 더 황홀해보이더라. 
이것도 다 이기적인 내 생각에 불과할 뿐이겠지만...



아이들의 움직임과 물고기들의 움직임은 공통점이 많다.
자유롭고 예측할 수 없다는 거,
그리고 묘하게 질서가 있다는 거,
그런 모습이 천진한 웃음소리처럼 깨끗하고 청량하다는 거.
그렇겠지!
하나하나 계산하면서 동선을 그리진 않을테지.
그 자유로움을 보는 건 한없는 부러움이고 찬사였다.
그게 전부 진실은 아닐지라도...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유연한 움직임이 마냥 부럽기만 한 건 어쩔 수 없다.



거대한 수족관은 보는 사람을 몽유상태로 이끈다.
혹은 아름다운 최면이라고 해두자!
꿈꾸는 자유를 나는 이 작은 생물들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면서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그게 또 진심으로 부러웠다.
그들의 한때는 정말 좋았으리라...
그 기억이 아마도 지금 저들의 물길을 만들고 있는지도.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기다리고 있나.
어떤 기억으로 나는 내 길을 꿈꾸고 있나.
무겁고 거추장스런 물길만 끌고 있는 나는
그래서 늘 고단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