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예매한 건 아니었는데
이 날이 작곡가 이영훈의 기일이란다.
그래서 혼자 더 애뜻해졌던가?
세종문화회관 초연 때 노래에 억지로 짜맞춘 스토리가 많이 어색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느낌이 꽤 좋았었다.
아련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뭔가 그리워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LG아트센터에서 <광화문 연가>가 재공연된다고 했을때 내심 기대했었다.
심지어 하얀 그랜드 피아노와 스크린에 비친 "광화문 연가" 악보를 보면서 오랫만에 가슴이 살짝 설래기도 했다.
(나도 어느새 옛 기억들을 추억하는 나이가 됐구나 싶어 조금 처연해진 것도 사실이다)
윤도현, 송창의, 박정환, 리사 등 초연 멤버들의 재공연도 궁금했지만 이번에 새롭게 캐스팅된 조성모와 최재웅에 대한 기대감도 사뭇 컸었다.
비운(?)의 다리 부상으로 "모차르트"를 김준수에게 내줘야했던 조성모가 드디어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선다!
미안한 말이지만 현재 그는 발라드 황제라는 가수로서의 입지도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작품이 조성모에게 어쩌면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지 않을까?
그래서 조성모 자신도 최선을 다해 정말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어 기대감이 컸었다.
얼마전에 절친 조승우, 조정은과 <조로>를 마친 최재웅도 쉴 짬 없이 바로 <광화문 연가>의 "상훈"을 선택했다.
그래서 최소한 나쁘지는 않을 거라 확신했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결론은 너무 안타까웠다.
초연보다 더 약해지고 어수선한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더 가볍고 코믹하게 만들어버렸다.
노래도 몇 개 추가되고 빠진 것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연이 훨씬 더 좋았다.
왜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부분들을 끼워넣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까?
지용도, 상훈도, 현우도 다 코믹해졌다.
심지어 이미 코믹했던 조진국과 안정숙의 코믹의 수준은 거의 정신질환에 가깝다.
공연을 보면서 조진국의 목에 감긴 머플러를 몇 번씩이나 힘껏 잡아당기고 싶던지...
데모 장면은 현실성이 전혀 없어 민망했고
(방패만 나오던 그 황량한 무대는 또 어쩔 것인지...)
청바지에 흰 티를 애써 맞춰입고 나온 대학생 데모대들은 마치 대학 응원 동아리 신입생 발표회처럼 엉성했다.
리사는 계속되는 작품들 때문인지 목소리에 피로감이 가득하다.
1막 마지막 노래에서는 고음이 많이 불편하고 조마조마했다.
현재의 상훈 최재웅은,
마치 자신이 어디까지 저음을 낼 수 있는지 도전이라도 하는지
시종일관 톤의 변화없이 저음으로만 굳건하게 파더라.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가 무대 속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아픈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한 설정이었나?
그랬다면 실패다.
덕분에 최재웅의 연기를 보면서 처음으로 크게 실망하는 개인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훈보다 더 문제는 과거의 상훈 조성모다.
솔직히 이 사람이 발라드의 황제 맞나 싶었다.
모든 노래를 어쩜 그렇게 뽕기 흐르게 부르던지...
본인은 강약을 조절해서 부른다고 했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마치 태진아, 송대관 디너쇼에 온 느낌이었다.
발성과 노래, 연기적인 기교와 액션이 너무 심하게 형편없다.
특히 노래 할 때 가사 전달 엉망이다.
("깨끗이"를 "개긋이"이 라고 발음하는데 정말이지 기절하는 줄 알았다)
공연을 보면서 미안한 말이지만 조성모가 모차르트를 못하게된 게 여러모로 참 다행스런 일이지 싶었다.
정말 반성해야한다.
간절함만 가지고 준비안 된 상태에서 무대에 선 배우와,
형편없는 배우를 버젓히 무대에 세운 연출가와 제작자 모두!
이지나 연출이 그랬다.
세종에 비해 스케일은 작아졌지만 디테일에 충실해졌다고...
미안하지만 스케일도, 디테일도 아무것도 건진 게 없다.
현재의 상훈과 과거의 상훈의 잦은 만남도 너무 거슬렸고
시도 때도 없이 현재의 인물이 과거의 인물에 개입하는 걸 보는 건
일종의 강요된 고문이었다.
늬네 동네에서나 잘 하세요~~~
진심으로 그러고 싶었다.
무대 뒤 스크린에 비치는 허접한 신문기사들의 나열도 한심했다.
왜 이렇게 만들어버렸을까?
누가 이렇게 바꿔버렸을까?
이날 공연해서 현우 역의 이율과 지용 역의 정원영만 아니었다면
그냥 박차고 나와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오랫만에 공연 보면서 정말 과하게 피곤해져버렸다.
처음엔 분명 신선했었는데
이제 재미가 붙었는지 1막과 2막 시작 전에 나오는 LG 아트 센터의 자체 안내 방송은
과한 수준을 넘어 생뚱맞은 정체불명의 퍼포먼스가 됐다.
그러다 조만간 개그작가로 스카웃 되시겠다.
하려면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멘트를 하던가.
(뭐 작품도 그닥 분위기를 갖출 형편은 못되지만)
모든 게 과유불급이다.
박정환, 윤도현의 초연 멤버를 다시 보고싶긴 한데 올 핸 그냥 넘어가련다.
이번 <광화문 연가>를 보면서 한 가지 다짐한 건,
괜찮은 초연 공연들은 놓치지 말고 잘 챙겨서 보자는 거다.
재공연이 될 때 이렇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도 하니까...
어찌됐든 전체적으로 모든 공연들이 초연 때보다 코믹해지고 가벼워지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는 걸 충분히 경험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굳이 <광화문 연가>가 그랬어야 했나고!
정체불명으로 변한 작품을 보면서 참 정체불명으로 씁쓸했다.
제발, 그러지 말자!
조승우, 최재웅, 조정은, 김선영 캐스팅으로 초반에 한 번 봐서
이번에는 조승우를 제외한 다른 캐스팅으로 다시 한 번 <Zorro>를 봤다.
먼저 뮤지컬 전용 극장이라는 블루스퀘어의 열악한 환경에 경의로운 감탄을 보낸다.
결국 뼈마디가 노곤하고 허리가 아파 3시간이 넘은 이 공연을 다시는 못 보겠다 결정했다.
사실 예매한 날짜가 두 개 더 있는데 취소했다.
이번 관람도 수요일 낮공연 20% 할인이라는 떡밥만 아니었으면 눈도 주지 않았을거다.
초반에 1층 VIP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을 봤었다.
그래서 이번엔 일부러 전체적인 조망을 보려고 2층에서 관람했다.
S석에서 봤는데 이 자리가 <엘리자벳>에서는 R석으로 둔갑해서 나왔다.
(조만간에 전석의 VIP화 내지는 전석의 R석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 씁쓸하다)
인터미션 시간에 어르신 한 분이 고함을 치셨다.
"사람은 다니게 만들어야 할 것 아니야!"
공감 백배다.
한 사람이 이동하려면 그 줄의 모든 사람이 자동으로 일어나야 한다.
오랜 시간 관람해야 하는 관객들에게 허리 한 번 펴주게 하려는 세심한 배려라 눈물겹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아주 화기애매한 신체접촉이 발생한다.
1층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2층은 왠만한 친밀도를 넘어서는 빽빽한 간격이다.
낯선 사람도 없던 정도 절로 생기겠다.
마른 체격인 나도 여러모로 불편하고 민망한데 체격 있는 사람들은 3시간 동안 고역이겠다 싶다.
내 돈주고 뭐하나 싶기도 하고...
일단 초반에 봤을때보다 배우 조승우의 힘이 너무 많이 딸린다.
노래와 대사는 그런데로 괜찮은데
액션은 솔직히 좀 심각한 수준.
재빠르고 영리한 여우(zorro)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겠다.
솔직히 보는 내가 다 숨이 찬다.
그러다보니 대역과의 몸놀림 차이가 너무 눈에 띄게 많이 난다.
결투 장면도 너무 느슨하고 약해졌다.
헉헉대는 조로를 친절하게도 기다려주는 병사들의 웃지 못할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무지 힘들거라는 거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띠가 나니까 좀 ㅠㅠ;;)
박건형이나 김준헌 조로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조승우 조로의 현재 모습은 그렇다.
그래도 노래는 초반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감정이 실려 있다.
깨알같은 깨방정도 너무 과하지 않게 잘 조정하는 것 같고
대사의 감정전달은 정말 탁월한 것 같다.
구원영 루이자는 배꼽친구같아 보이지 않고 좀 연상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코믹한 조연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성장한 루이자의 모습이 어쩐지 어색하다.
(어릴적 모습도 순수함보다는 반푼이에 가깝다)
워낙에 이 역에 잘 어울리는 조정은의 루이지를 먼저 봐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대사, 노래, 감정 등이 왠지 다 조금씩 어긋난다.
그녀의 강한 "ㅅ" 발음도 귀에 거슬리고...
문종원 라몬은 많지도 않는 노래가 가사 전달이 안타깝게도 전혀 안 된다.
<아이다> 이후의 모든 작품에서 <아이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재웅의 라몬도 이해가 어려웠는데 문종원의 라몬은 이해 불가다.
이렇게 눈과 목소리에 힘을 주다가는 딕션을 깡그리 잃어버릴 수 있겠다 싶다.
딕션이 불확실한 배우라... 그건, 좀...
이영미 루이자.
어쩔 것인가!
김선영의 루이자를 먼저 봐버린게 문제지!
한때 이영미가 김선영보다 무대에서 더 여우같았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역전이 된 상태!
심지어 춤까지도...
목소리에 힘을 조금 빼고 템포도 반 박자 좀 느리게 하면 더 좋지 않으까 오지랍넓은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자주 그녀에게 텔렌트 전원주 아줌마가 오버랩된다. ^^;;)
이제 점점 이런 류의 조연 캐릭터로 자리를 잡아가는 배우 박성환.
감기가 심한 것 같은데 자기 몫을 정말 충실히 잘 해내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 배우 박성환이 감당하는 몫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원캐스팅이라 참 힘들텐데... (솔직히 안스럽다)
개인적으로 1층보다는 2층에서 보는 걸 권해주고 싶다.
춤을 보기에도 조명의 변화를 보기에도 2층이 훨씬 좋다.
말많은 3층에서도 한 번 볼까 싶었는데
어쨌든 <Zorro>는 이걸로 끝이다.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다.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