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1. 22. 08:14

<Murder Ballad>

일시 : 2013.11.05. ~ 2014.01.26.

장소 : 롯데카드 아트센터

작사 : 줄리아 조단(Juila Jordan)

작곡 : 줄리아나 내쉬 (Juliana Nash)

한국어 가사 : 이정미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원미솔

안무 : 정헌재

출연 : 최재웅, 강태을, 한지상, 성두섭(Tom) 

        임정희, 장은아, 린아, 박은미 (Sara)

        홍경수, 김신의 (Michael) / 홍륜희, 문진아 (Narrator)

프로듀서 : 김수로

협력 프로듀서 : 최진, 임동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쇼플레이

 

<Murder Balla> 세번째 관람!

11월 29일 최재웅 Tom에 임정희 Sara로 stage석 예매를 하긴 했는데

최재웅 Tom이 너무나 궁금해서 충동적인 예매를 감행해버렸다.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하면,

정말 좋았다.

최재웅 Tom은 아주 사이코패틱하면서 강렬하다.

뭔가에 완벽하게 중독되버려 극단적으로 몰입하는 위험한 모습.

특히 후반부에 Sara에 집착하는 장면에서는 눈빛부터가 확 달라진다.

배역과 장면에 충실하면서도 그 속에서 충분히 최재웅만의 Tom을 표현하는 모습은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메인 조명이 최재웅을 비켜가 있을 때도

Tom의 감정을 어두운 실루엣 속에 그대로 끌고 가는 모습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장은아 Sara와 음색적인 면도, 연기적인 표현도 아주 잘 어울렸다.

린아와 박은미 Sara를 아직 안봐서 모르겠지만

임정희와 장은아 중에서는 확실히 장은아가 목소리도, 표현도, 연기적인 면도 훨씬 잘 어울린다.

장은아는 김신의 micheal과의 합도 아주 좋다.

(모든 캐스팅을 다 보지 않았는데도 취향이 어느정도 정해진 것 같다.) 

 

"The Crying Scene"은 연출도, 조명도, 배우들의 연기도, 넘버도 아주 감각적이고 강렬하다.

Narrator 문진아의 보이스 리드도 너무나 멋지고!

'You Belong to me"는 네 명이 각자 자기 입장에서 서로를 향해 발톱을 들이대는 꼴이다.

본능적이면서도 아주 단순명료한 야만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느낌.

긱기 다른 개성을 가진 네 명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줄은 정말 몰랐는데...

(네 명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이 캐스팅이 진리일 것 같다!)

이래저래 끝장을 보는 느낌! 

 

이날 김수로와 친분있는 "진짜 사나이'팀과 "런닝맨" 팀, 배우 조인성이 관람해서

객석이 잠깐 술렁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이들이 전혀 눈에 들어오진 않더라.

거짓말같겠지만 그 순간 내 눈엔 장혁과 조인성보다 최재웅 Tom이 훨씬 더 연예인 같았다.

중독됐다고?

시인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

"Mouth Tatto"

그게 내 몸에 새겨져 버렸음을 깨끗이 인정한다.

<Murder Ballad>

이 작품이,

<쓰릴미>의 기록을 갈아치우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12. 08:33

<Murder Ballad>

일시 : 2013.11.05. ~ 2014.01.26.

장소 : 롯데카드 아트센터

작사 : 줄리아 조단(Juila Jordan)

작곡 : 줄리아나 내쉬 (Juliana Nash)

한국어 가사 : 이정미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원미솔

안무 : 정헌재

출연 : 최재웅, 강태을, 한지상, 성두섭(Tom) 

        임정희, 장은아, 린아, 박은미 (Sara)

        홍경수, 김신의 (Michael) / 홍륜희, 문진아 (Narrator)

프로듀서 : 김수로

협력 프로듀서 : 최진, 임동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쇼플레이

 

김수로 프로젝트가 선택한 일곱번째 작품 <Murder Ballad>

김수로가 뉴욕에서 이 작품을 보고 10분만에 라이선스를 사야 되겠다고 생각했단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김수로풍의 허풍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김수로의 안목이 탁월했다는거다.

막장의 줄거리는 워낙에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익숙한 코드라 이젠 낯설지도 않고 오히려 식상한 쪽이지만

이 작품은 확실히 눈과 귀를 확 잡아끄는 묘하고 강한 매력이 있다.

넘버도 너무나 좋거 가사 번역도 훌륭하다.

라이선스 쏭스루 뮤지컬 경우 특히나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가사가 많이 어색해지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았서 놀랐다.

심지어 누가 한국어 가사를 손봤는지 찾아보기까지 했다.

(이정미란다. 뉘신지는 잘 모르지만 진심어린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주 은밀하고, 자극적이고, 위험하고, 파괴적인 작품.

<Muder Ballad>의 첫느낌은 그랬다.

 

사랑 그건 몸의 흔적이 삶의 낙인이 되네

사랑 그건 살을 도려낸 삶의 흉터가 되네

 

극중 Sara와 Tom이 부르는 넘버가 내내 귓가에 남아있다.

비밀을 간직하기로 작정한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위험한 은밀함.

같은 사람과의 다시 사랑하기로 결정했다면 

결말은 오직 파멸 하나뿐일까?

그게 답의 전부일까?

어쩌면 나는 이 막장의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비춰보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작품에 이렇게까지 미치게 휘말리고 있는 중인지도...

나처럼 위험한 이 작품을.

나는 앞으로 몇 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탐과 마이클, 사라 중에 누구에게 점점 더 동의하게 될까?

이 작품에 빠지게 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강태을의 Tom.

<그날들>에서 본 배우 강태을의 모습이

내게 <Murder Ballad>을 첫공 선택을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의 노래와 연기가 아주 탁월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Tom이라는 배역에 너무나 잘 어울렸다.

배우와 작품 속 인물이 잘 어울린다는 건 확실히 양쪽 모두에게 행운이다.

이로써 강태을과는 <그날들>과 <Murder Ballad>두 작품으로 완벽하게 그리고 극적으로 화해를 한 셈이다.

장은아의 sara와 강태을 Tom의 케미 아주 좋았고

둘은 은근히 퇴폐적인 느낌이라서 작품과도 잘 어울렸다.

장은아 Sara가 성두섭, 한지상 Tom과는  어떨지 좀 걱정되긴 하지만

두번째 뮤지컬 작품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느낌이 좋았다.

똑똑하고 현명하게 자신의 보이스와 잘 맞는 역할을 아주 잘 선택했다.

미친 가창력 몽니 김신의.

처음에 그가 Tom이 아니라는 게 너무 이상했는데 후반부에서 그 이유를 완벽히 이해했다.

감정적으로 가장 극과 극을 오가야만 하는 Micheal.

초반부의 연기는 사실 좀 오글거리긴했다.

그래도 후반부의 폭발적인 모습은 확실히 김신의스러웠다.

(그게 좀 문제이긴 했다. 마이클이 아니라 몽니 김신의가 더 많이 보여서...)

마지막으로 나레이터 문진아.

문진아가 이런 작품, 이런 역할에도 잘 어울린다는게 개인적으론 놀라운 반전이었다.

나레이터가 이 작품의 key이고 제목과도 제일 관계있는 인물일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막상 예상한 그대로의 결말을 보니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바로 이어지는 커튼콜때문에

결말의 임펙트가 충분히 살지 못한 건 역시나 너무 아쉽다.

마치 지금까지가 인트로고 커튼콜이 본공연같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론 극이 시작되기 전에 배우들이 객석까지 나와 관객과 너무 가까이 있는 것도 좀 불만이다.

Tom과 Sara, Micheal로 있었던 게 아니라

단지 강태을과 장은아, 김신의, 문진아의 접객을 받는 것 같아서...

심지어 배우들을 어셔로 알고 티켓을 보여주면서 좌석을 찾아달라는 아저씨도 있더라.

노파심일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다 극이 시작되면 집중이 될까 실기도하고...

(너무 속좁은 개인적인 생각인가!)

stage석은 괜찮은데 bar 석은 앞자리 관객의 시야방해를 만드는 건 좀 문제다.

1열에 앉아서 bar 석의 관객을 몸과 머리를 피해가면서 관람하느라 좀 피곤했다.

그리고 배우들이 눈을 마주칠때마다 어찌할줄 몰르는 관객의 모습을 보는 것도

커튼콜에 배우들과 달리 멀뚱하게 서있는 관객을 보는 것도 좀 그렇더라.

적당한 거리라는 건 확실히 필요한 것 같다.

bar석을 예매하는 관객에게 부탁 하나 하자!

좋아하는 배우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밀참감에만 현혹되지 말고

무대 위에서 확실히 미칠 자신이 없다면 bar석은 과감히 피해주는 용기를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꼭 bar석에서 봐야겠다면,

그냥 모든걸 던져버리고 과감히 미쳐라!

그래야만 작품도 살고,배우도 살고, 관객도 산다.

격하게 공감되지 않나???

 

그런데 Sara와 Micheal,

두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 다음 관람은 기대하고 기대하고 있는 최재웅 Tom과 임정희 Sara.

  게다가 stage석이다.

  최재웅만으로도 난 기꺼이 미칠 준비가 됐다! ^^

  (bar석만큼 과감히 미칠 자신은 없어서 stage석에서 최선을 다해 미쳐볼란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5. 08:33

<그날들>

일시 : 2013.04.04. ~ 2013.06.30.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 : 정도영

출연 : 유준상, 오만석, 강태을 (차정학)

        최재웅, 지창욱, 오종혁 (박무영)

        방진의, 김정화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 김대현 (대식) / 박정표, 정순원(상구)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주)이다엔터테인먼트

 

나는 강태을의 차정학을 볼 마음이 전혀 없었다.

참 미안한 말이지만 강태을은 무슨 작품이 됐든 캐스팅이 올라올 때마다 내겐 피해 가야 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돈주앙>, <어쌔신>, <렌트>에서 연타로 실망을 해서 그런지

좀처럼 믿고 볼 수 없는 그런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인터파크 씨크릿 티켓 담첨 날짜의 차정학이 강태을이라는 걸 알았을땐 맨붕모드였다.

솔직히 그냥 날려버릴까도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강태을과 최재웅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됐다.

"1년 내내 <그날들>만 했으면 좋겠다"

강태을의 말이 마음을 당겼다.

그래서 관람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이 인터뷰 기사를 안 봤다면? 아마도 관람을 안 했을거다!)

만약 이 작품에서까지 강태을에게 실망하게 된다면?

앞으로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결단코 보지 않겠노라 비장한 작정까지 했다.

 

그렇게 만난 강태을의 차정학은!

지금껏 내가 본 강태을 작품 중 단연코 최고였다.

1년 내내 이 작품만 하고 싶다는 강태을의 말은 정말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충격이었고 뜻밖의 반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부터 강태을을 배우로 보기로 작정했다.

그날 무대 위에는 강태을이 아닌 경호부장 차정학이 서있었다.

결코 쉽지 않은 배역이었을텐데

과거의 정학도, 현재의 정학도 너무나 정확히, 그리고 명료히 잘 표현했다.

천진하면서도 순수한 과거의 정학,

20년 전 "그날"의 일들로 냉철한 원칙주의자로 변한 현재의 정학.

강태을은 목소리와 얼굴 표정, 액팅까지 완전히 다르게 표현했다.

마치 둘이면서 동시에 한 명인 사람을 보는 것 같다.

다르면서도 일관된 모습.

강태을은 차정학이라는 인물이 갖는 이 모든 혼란과 미묘한 차이를 아주 멋지게 자기 것으로 표현했다.

심지어 보여지는 비쥬얼도 완벽한 경호원의 그것이었다.

배우 강태을은,

이 작품과 깊은 사랑에 빠졌나보다!

무대 위 강태을의 표정 속에 이 모든 진실이 전부 담겨있다.

그리고 나는 그걸 목격했다.

배우로서 그는 진심으로 멋졌다.

덕분에 나는 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었다.

그가 부르는 "그날들"과 "이등병의 편지", "꽃"은 정말이지 너무나 좋았다.

첫번째 관람에서는 "이등병의 편지"가 좀 생뚱맞는 선곡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이 곡이 왜 들어갔는지 이해됐다.

1막 도입부도 느낌이 너무 좋았고!

 

4월 6일 첫날 저녁 공연을 보면서는 어딘지 정돈되지 못하고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중반 이후를 넘어서니 확실히 작품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수발같은 무대는 여전히 가벼워보이긴 하지만 무대 영상은 보완이 된 것 같다.

최재웅의 박무영은 역시나 좋았고

방진이는 목소리에 피로감이 묻어난다.

다행히 이런 피로감이 어떤 장면에서는 프러스 효과를 발휘했다.

운영관은 예상한대로 서현철이 이정열보다 훨씬 좋았지만

이정열이 부르는 "서른 즈음에는" 꽤 뭉클했다.

과거와 현재를 둘 다 깊게 생각케 만드는 노래였고 음색이었다.

그리고 2막 마지막 곡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도

이정열이 더 웅장하게 감동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처음에 봤을 때는 경호원들의 군무에서 힘이 안 느껴졌는데

다시 보니 꽤 잘 만들어진 절도있는 군무였다.

확실히 2층은 1층보다 무대와 조명, 배우들의 움직임을 이해하기가 훨씬 더 좋다.

 

고김광석의 노래로 대형창작뮤지컬이 만들어진다고 했을때

늙깍이로 한창 "김광석앓이"를 하고 있던 나는 정말 많이 궁금해하고 기대했더랬다.

그런데 첫날 공연을 보고는 사실 조금 실망했었다.

그런데 참 다행이다!

재관람하길 정말 잘했다.

예정에 전혀 없던 강태을 차정학을 만난 건 더 다행이다.

커튼콜에서 본 강태을의 표정은 정말이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깊고 깊은 사랑에 한창 빠져있는 사람의 표정.

그의 모습이 그랬다.

너무나 흠뻑 빠져 있어서 솔직히 질투가 날 정도였다.

배우 강태을은 참 좋겠다!

이렇게 마음을 아낌없이 온통 다 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그리고 나도 참 다행이다.

이제부터 그의 다음 작품을 기꺼이 기다릴 수 있게 돼서!

아무래도 뮤지컬 <그날들>이

나와 그에게 잊지못할 "그날"이 된 모양이다.

참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4. 10. 08:17

<그날들>

일시 : 2013.04.04. ~ 2013.06.30.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 : 정도영

출연 : 유준상, 오만석, 강태을 (차정학)

        최재웅, 지창욱, 오종혁 (박무영)

        방진의, 김정화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 김대현 (대식) / 박정표, 정순원(상구)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주)이다엔터테인먼트

 

故김광석의 노래로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든다는 소식은 꽤 오래전부터 들렸다.

그닥 진전이 없어서 엎어진건가 생각했는데 그야말로 화려한 캐스팅이 공개돼 깜짝 놀랐다.

게다가 제작발표회와 연습실 영상까지 인상적이어서 기대치가 점점 상승됐다.

편곡된 몇 곡의 노래들은 드라마틱할 정도로 웅장했다.

통키타와 하모니카 반주가 거의 전부였던 김광석의 노래가 웅장할 수 있다니...

혼자 신기해하기까기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일까?

공연 날짜는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건물주와 건설시공사와의 다툼으로 개막이 불투명하다는 기사를 봤다.

공연제작사는 4월 4일 개막일을 사흘 앞둔 1일 건설사를 상대로 공연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배우들은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부 연습실에 있는 상황이고

장유정 연출과 공연장에 남아 있던 스텝만이 배우없는 테그니컬 리허설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어쨌든 관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다행히 예정대로 공연이 올려졌다.

 

아직 정돈되지 않은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은 입구와 로비 모두 흉흉했다.

티켓박스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캐스팅 보드도 간신이 설치된 정도다.

어째 점점 불안해진다.

공연장 앉아서 제일 먼저 본 건 국수발 같은 무대.

사실 좀 난감했다.

내가 혼자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다.

어쩌면 내가 김광석의 노래에 너무 집중하고 있던 건 아닐까?

(요 몇 년 사이에 뒤늦게 김광석앓이를 심하게 하는 중이라서...)

그래도 내가 선택한 캐스팅은 역시나 믿음이 갔다.

오만석, 최재웅, 방진의, 서현철.

이들이라면 기본 이상은 분명히 해줄테니까!

 

故김광석이 부른 이 모든 곡들은 역시나 엄청나다.

속직히 고백하면,

이런 류의 신파를 기대했던 건 아닌데

원곡의 힘이 워낙 짱짱해서인지 스토리의 취약함이 어느 정도 감춰진다.

특히 1막 "변해가네'에서 "나무"로 이어지는 도입 부분은 정말 좋다.

편곡도 좋았고,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연출도 돋보였다.

차정학의 안경은 그런 의미에서 작지만 꽤 괜찮은 설정이다.

일부러 코믹한 요소를 많이 넣은 것 같은데

그래선지  전체적으로 가볍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워낙에 진지하게 연기하는 오만석, 최재웅인지라 그 가벼움이 살짝 상쇄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른 배우 조합은 좀 위험스럽지 않나 싶다.

차정학과 박무영으로 캐스팅된 배우들의 연령대 간극이 일단 너무 크다.

(정학을 맡은 배우들이 워낙에 하늘 같은 선배들이라 아무래도 동료의 느낌을 갖기가 좀...)

홍보때문이긴 하지만  TV에서 코믹 요소를 앞세우는 유준상 배우도 갑정이입이 살짝 걱정스럽다.

(배우 입장에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관객입장에서!)

 

과거의 남자 최재웅과 현재의 남자 오만석의 듀엣은 첫 곡부터 발란스가 참 좋다.

마지막 장면에서 정학이 무혁에게 "내가 너무 늦게 왔지?"라고 말하는 장면은

<번지점프를 하다>가 떠오르는 작은 참사가 발생했다.

단지 이 대사 한 마디 때문에 둘의 관계에 동성애적인 뉘앙스가 강력하게 풍기고 말았다.

(도대체 왜 그런 무모한 연출을???) 

2막 첫곡 "부치지않은 편지"에서 서현철의 목소리톤은 환상적이었다.

그런 배우가 있다.

노래실력이 좋은건 아니지만 장면이나 넘버의 분위기에 아주 딱 맞게 노래하는 그런 배우.

배우 서현철은 확실히 그런 쪽이다.

코믹할 때는 코믹하게, 진중할 때는 또 진중하게 설정과 표현을 잘한다.

아마도 운영관 역은 이정열보다 서현철이 훨씬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그녀 역의 방진의는 표정이 인공적인 걸 빼면 전체적으로 배역에 잘 어울린다.

(그런데 왜 이 배우의 표정은 점점 더 인공적으로 변할까?)

 

제일 큰 아쉬움은,

배우들이나 넘버에 비하면 스토리와 무대가 너무 엉성하다.

음향이나 마이크 사고는 공연장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넘길 수는 있겠는데

스토리는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나 1막은 너무 산만하고 가볍다.

1막과 2막의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기우뚱하고

노래에 억지로 끼워맞춘듯한 장면들도 눈에 보인다.

대형 국수공장을 연상케하는 전체 무대와

"천국의 계단"에서 들락날락하며 내게 트라우마를 안긴 "문짝"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 셋팅도 좀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무대에 띄우는 영상은 그야말로 폭격의 수준이다.

뭐랄까, 성의없이 툭툭 내뱉는 말투같다고나 할까?

게다가 늘어진 국수발때문에 그 영상들조차도 뚝뚝 끊겨보여 마치 초보 칼잡이의 성긴 칼질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선지 일부러 눈을 감고 노래만 듣기도 했었다.

몇몇 장면에서는 확실히 이 감상법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안무도 전체적으로 아쉽다.

사건과 인물의 중심이 청와대 경호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훨씬 더 남성적이고 강렬했으면 좋았겠다.

(가령 얼마전에 공연된 <프라미스>의 전쟁장면 군무처럼)

 

이렇게 주절주절 쓰는 걸 보니

내가 확실히 이 작품에 애정과 기대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아쉬움만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전체적으로 대사도 너무 좋았고 편곡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노래 한 곡으로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넘나드는 연출도,

같은 곡을 같은 배우가 불러도 장면의 느낌에 따라 표현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도 특별했다.

"꽃'과 "내 사랑이여"를 연결시킨 건 정말 기가 막혔고

"먼지가 되어"는 앞부분은 과거의 무혁이, 뒷부분은 현재의 정학이 부르는데

시간과 공간, 거리와 깊이가 순간적으로 완전히 옮겨져 들으면서도 많이 놀랐었다.

출연하는 배우들은 우여곡절을 겪어서 그런지

주조연, 앙상블을 막론하고 호흡도 좋고 집중력도 엄청나다.

(이 작품은 정말 배우 잘 만났다!)

 

아직 시작이라 후한 점수를 주긴 솔직히 힘들지만

희망적인 작품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6월말까지 공연기간동안 배우와 스텝들이 잘 다듬어 가리라 믿는다.

원곡과 배우가 갖는 근원적인 힘!

그걸 믿게 하는 작품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22. 08:28

<살짜기 옵서예>

일시 : 2013.02.16. ~ 2013.03.31.

장소 :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각색 : 이희준

연출 : 구스타보 자작, 김민정

음악감독 : 권혁준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 E&M

출연 : 김선영(애랑) / 최재웅, 홍광호 (배비장)

        송영창, 박철호 (신임목사) / 김성기, 임기홍 (방자)

        김재만, 원종환 (정비장), 박범정, 진상현 외

 

2월 프리뷰 관람이 너무 좋았었다.

김선영은 단연코 갑(甲)이었고, 최재웅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고, 김성기는 기는 노련미로 한바탕 신명났고, 원종환은 다재다능했다.

오랫만에 프리뷰를 보면서 재관람 의욕이 불끈불끈 솟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홍광호 배비장에 임기홍 방자, 박철호 신임목사로 캐스팅을 바꿔서 관람했다.

"미친 가창력"이라는 홍광호가 보여 줄 배비장이 살짝 궁금하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면 홍광호는 나랑 참 안 맞는 배우다.

그런 배우군이 몇몇 있다.

최정원, 남경주, 차지연, 임혜영, 강태을, 문종원...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성향이나 오해는 마시길!)

어쨌든, 작품 자체가 워낙에 좋기도 했고

<맨 오브 라만차> 이후 홍광호의 변화도 좀 살펴보고 싶었다.

그동안 배우 홍광호의 이력을 보면서 너무 앞서가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대작의 주인공을 주로 하다보니 "미친 가창력"은 어쨌든 인정은 하겠는데

섬세한 연기나 강약 조절을 못하는 게 늘 불만이었다.

그런 홍광호가 어디까지 와있는지가 궁금했다.

(내 선입견을 깨부숴줬으면...) 

 

김선영 애랑은 정말 원숙미와 노련미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 했다.

그녀 스스로도 이 작품이 앞으로 자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거라고 말했다는데

정말 원없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녀, 진정으로 만개했다.

"양반의 상투'를 부를 땐 표정과 시선이 너무 좋았고

수포동 폭포에서의 춤은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그 김선영이 맞나 싶을 정도다.

배비장과의 2인무에서는 살짝 모던발레스러운 것이 고급스러운 은근함도 느껴진다.

개구멍으로 들어온 배비장과 정을 나누려는 찰나,

배비장의 진심을 알고 난 후 애랑의 감정이 반전되는 장면 표현도 정말 압권이었다.

그녀만큼 이 역할을 이렇게까지 잘 표현할 배우가 과연 있을까 싶다.

매 장면마다 작품과 배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그래서 그녀의 애랑을 보고 있으면 배비장도 아니면서 주책없이 마구 설렌다.

배우 김선영!

확실히 현명했고 탁월한 선택을 했다.

 

홍광호 배비장.

사람들이 늘 말하는 것처럼 정말 노래 잘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성량으로 승부수를 띄워 "미친 가창력"이라는 기존의 찬사를 고수하는 것보단

감정적인 측면에서 더 세밀하게 접근했어야 할 것 같다.

때론 그에게 붙는 이 수식어가 그의 한계처럼 느껴진다.

너무 가창에 신경을 써서 은근한 맛이 제대로 살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껏 홍광호가 해왔던 배역보다는 편안해보이긴 했지만

확실히 최재웅 배비장보다 전체적으로 느낌이 덜했다.

개인적으로 그가 대작보다는 중극장이나 소극장 규모의 작품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연기적인 부분이 일취월장할텐데...

임창정과의 <빨래> 이후 전무하지 않았나?

배우가 자기 나이대의 배역을 한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그도 분명 알고 있을텐데...

그럴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행운이기까지 한가!

항상 선배들과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라 어딘지 애늙은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뭔가 한 시기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도...

(이해될까?)

 

임기홍 방자는 나쁘진 않았지만

(나쁠리가 있겠는가! 멀티맨 조연계의 최고봉 임기홍인데!) 

개인적으론 김성기 방자가 훨씬 좋았다.

임기홍은 개인기 위주로 좀 깨방정스런 연기를 보여줬고

김성기는 더 능청스럽고 맛깔나는 방자를 보여줬다.

방년 19세 방자를 연기하는 48세 김성기라!

이 설정 자체가 이미 해학이고 골계미(?)다.

연륜과 경험은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스킬이다.

원종환은 정비장도, 춘홍이도 너무 맛깔스럽게 잘했고

(성별을 넘나들며 두 배역 전부를 그야말로 떡주무르듯 주무른다.)

앙상블은 프리뷰때보다 훨씬 단정해지고 안정적이다.

의상과 무대, 조명의 색감은 역시나 활홀했고...

정성껏 잘 만든 작품이라는 게 너무 여실하게 보인다.

두고두고 꼽아봐도 짧은 공연기간이 영 아쉬운 작품이다.

이쁘고 몹시 사랑스럽다.

"살짜기"가 아니라 대놓고 자주 와줬으면 좋겠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27. 08:07

<Trace U>

일시 : 201.02.05. ~ 2013.04.28.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대본, 가사 : 윤혜선

작곡 : 박정아

연출 : 김달중

음악감독 : 신경미

출연 : 최재웅, 이창용, 김대현 (이우빈) 

        이율, 윤소호, 손승원 (구본하)

 

작년 말 3주라는 긴 기간 동안 프리뷰 공연을 한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그 프리뷰 공연을 정말 무시무시하게 성공리에 마친 뮤지컬 <Trace U>

이 멋지고 괴물같은 2인극이 본공연으로 돌아왔다.

스탠딩의 압박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작품 <Trace U>

본경연을 앞두고 김달중 연출이 그랬다.

"프리뷰 공연때보다 더 친절해졌다고"

이게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직접 관람하니 이해됐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프리뷰의 불친절한 전개가 훨씬 마음에 든다.

전체적으로 더 싸이코틱해서...

캐스팅 선택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다.

최재웅 이우빈과 윤소호 구본하!

띠동갑인 이 두 배우의 호흡은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을만큼 환상적이다.

프레스콜에서 윤소호가 그랬단다.

"최재웅 연기학원에 다니는 것 같았다고...."

확실히 윤소호 구본하는 프리뷰때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지고 대담해지고 명확해졌다.

그리고 넘버 소화력도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최재웅 이우빈!

심리극의 대가답게 장면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터치하면서 드러나지 않게 주도해간다.

매번 감탄을 거듭하게 되지만 딕션은 정말 소름까칠만큼 좋다.

최재웅이 연기하는 걸 보고 있으면

대사톤이나 감정표현, 표정, 성량의 조절과 액팅 타이밍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걸 열심히 쫒아가다보면 어느틈에 "황홀"에 빠진다.

2인 심리극에서 최재웅만큼 명확하고 섬세한 느낌을 주는 배우는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누가 뭐래도 최재웅이 단연코 top이다!

 

해리성 인격 장애를 가진 이우빈과 구본하.

프리뷰때부터 누가 주인격인지 고민이 되긴 했는데

주인격이 구본하고 부인격이 이우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본공연을 보고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혼자 이 엄청난 반전에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극중 이우빈의 대사처럼 불feel요한 feel에 혼자 빠져있었던거다.)

김달중 연출의 "더 친절해졌다"는 표현이 이걸 뜻하는 거였나보다.

그런데 구본하가 주인격이라고 생각하는 관객 꽤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이해를 돕기 위해 더 친절해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혼란과 혼동을 주는 게 훨씬 <Trace U> 스러우니까!

무대나 영상은 개인적으로 필링때가 훨씬 좋았던 것 같다.

가령 시작부분은 사족같은 느낌이 들었고

무대위 두 배우를 되비추던 영상도 색감이 너무 화려해졌다.

반면에 우빈의 회상장면에서 빈객석에 홀로 앉아있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 건 이번 공연이 더 좋았다.

그리고 밴드가 전면으로 나와준 것도 훨씬 좋았다.

구본하의 의상은 프리뷰 공연때보다 좋아졌다.

공연장 앞에 프리뷰 의상이 전시돼 있기도하지만

구본하의 의상은 너무 화려해서 살짝 밤무대 트롯가수스러웠다.

이우빈 의상은 프리뷰때가 조금 더 좋았던 것 같고...

 

<Trace U>의 넘버들!

이 징글징글하게 멋진 넘버들을 진정 어찌할까!

데스크에 OST 제작 계획을 물었더니 없단다.

(너무 명랑하게 "아직 없다"고 말해서 진짜 참담했다.)

특히 최재웅 이우빈의 넘버들은 압권이다.

곡마다 느낌이 전부 다르고,

그 변화되는 느낌을 따라가면 극의 흐름이 명확히 파악된다.

주인격이 이우빈이라는 것도..

이우빈의 미세한 표정과 그에게 향하는 조명의 명암을 유심히 보는 것도 극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꽤 도움이 된다.

어느 소년 이야기 -> 태양에 눈이 멀어서 ->그 여잔 널 버렸어 -> Trace U reprise

특히 이 네 곡은 이우빈의 표정과 눈빛을 놓치지 말고 봐야만 한다.

그리고 최재웅 이우빈이 표정과 얼굴빛을 싹 바꾸고 구본하를 향해

"나는 너야. 내가 너야, 바로 너!~~"라고 찌르듯 노래하는 장면,

정말 섬득함이 느껴질 정도다.

우빈이 약이름을 되뇌이며 하나씩 세차게 내던지는 모습는

정신착란적인 불안감과 떨림이 그대로 전달된다.

우빈이란 인물을 최재웅이 안 했다면?

글쎄... 아마도 나는 지금같은 강력함을 느끼지 못했을거다.

그만큼 최재웅의 존재감은 이 작품에선 가히 절대적이다!

처음 등장부터 마지막 커튼콜의 깨알같은 재미까지...

커튼콜에서는 까마득한 후배 윤소호를 향해 아빠미소를 지으며 얼마나 흐뭇해하던지.

(윤소호처럼 발전이 눈에 보이는 후배를 앞에 두면 선배로써 기쁘고 뿌듯하긴 하겠다.)

두 배우의 커튼콜 호흡은 본공연과는 또 다른 모습과 느낌으로 환상적이다.

신선하고 재미있고, 에너지 넘친다.

 

이 작품,

확실히 사람을 "또라이"로 만들어 버리는 강력함이 있다.

그것도 아주 과감히, 그리고 확실하게!

10여분 동안 이어지는 커튼콜 스탠딩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작품이다.

특히 최재웅 이우빈 때문에 더욱 더!

다음 시즌에도 최고령(?) 최재웅 우빈을 볼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면 한번쯤은 더 봐야 할 것도 같고.

물론 구본하는 윤소호!

최재웅과 윤소호 페어!

이 둘은 정말 최고라는 표현이 턱없이 부족할만큼 최고다!

이 작품도, 이 두 사람의 호흡도 정말 할 말을 잃게 한다.

정말 최고다!

 

* 나, 이 작품 정말이지 너무너무 사랑한다!

  진정으로 사람을 crazy하게 만드는 본좌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30. 08:56

<Trace U>

일시 : 2.12.11.03. ~ 2012.11.25.

장소 :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

대본, 가사 : 윤혜선

작곡 : 박정아

연출 : 김달중

음악감독 : 신경미

출연 : 최재웅, 이창용 (이우빈) / 이율, 윤소호 (구본하)

 

창작 뮤지컬 <Trace U> 두번째 관람.

최재웅, 윤소호 페어에 이은 이창용, 이율 페어.

같은 작품이라도 출연하는 배우에 따라서 전체적인 색깔과 분위기, 느낌 등이 정말 확연히 달라진다.

이 작품은 특히나 더 그랬다.

예상대로 동감내기 이창용, 이율의 <트레이스 유>는 최재웅 윤소호보다 팽팽했다.

이율 구본하는 아예 처음부터 정신이상자의 징후를 대놓고 보여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창용 이우빈이 이성적이고 노멀한 인물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의 목소리의 대비는 이 작품에 꽤 잘 어울린다.

The dark side of moon.

나는 극단적이다 못해 일방적으로 파괴적일 수 있는 다중인격을 인정한다.

다중인격은 인간의 속성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통제"가 문제일 뿐.

때론 나도 고삐를 풀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나를 부정하고, 내 기억을 부정하고, 그래서 새로운 나를 창조하고 싶다!

거짓으로라도...

 

생각해보니,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이우빈' 이라는 이름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도 제작진의 의도였으리라.

독립된 두 사람으로 보여져야 했을테니까.

(꽤 영리하네! ^^)

하긴 처음부터 드러내놓고 시작했으면 당연히 지금같은 흡인력이 생기진 않았을테다.

확실이 두 번째 관람은 첫번째 관람보다 덜 충격적이긴 하다.

그리고 최재웅이라는 배우의 강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관람이었다.

(이창용-이율 페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니, 좀 모순이간 하다.)

 

이율 구본하는 만화 캐릭터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같다.

설정을 일부러 그렇게 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가볍고 코믹해보여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윤소호보다는 또라이 느낌은 확실히 더 많이 든다.

(써놓고 보니 좀 이상하다 ㅠㅠ)

이창용 이우빈은 섬세하고 다정하다.

간혹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브의 앨빈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배우 이창용의 또 다른 모습은 본 것 같다.

특히 구본하가 좋아했던 여자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의 이창용 해석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호불호는 결정하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쩐지 뭔가 좀 애매해서...

최재웅이 좀 음산하고 비밀스러웠다면

이창용는 직접적이고 도전적이었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최재웅의 해석이 훨씬 좋다.)

이창용은 끝까지 노멀해 보이고 동반자 같다면

최재웅은 사이코틱한 완벽한 조종자 같다.

무대 장악력도 확실히 차이가 많이 나고...

참 다르다.

 

스크린 활용은 여전히 멋있다.

때로는 실루엣 느낌으로, 때로는 실제 모습 그대로

극의 분위기에 따라 스크린 영상도 달라지는데

그게 또 특별한 볼거리 제공한다.

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정말 홍대 클럽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현장감이다.

(ㅋㅋ 근데 나 클럽 한 번도 가본 적 없다.

 확인을 위해 직접 찾아가볼 마음, 당연히 없다! 생각만으로도 너무 고되다.)

앵콜 무대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광란의 도가니!

감당하기 힘들지만 도저히 안 일어설 수 없다.

스탠딩을 하면서 생각했따.

이 작품이 몇 년만 일찍 공연됐다면...

아! 고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23. 08:03

<Trace U>

일시 : 2.12.11.03. ~ 2012.11.25.

장소 :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

대본, 가사 : 윤혜선

작곡 : 박정아

연출 : 김달중

음악감독 : 신경미

출연 : 최재웅, 이창용 (이우빈) / 이율, 윤소호 (구본하)

 

창작 뮤지컬 <Trace U>

이 녀석 정말 멋지고 대단하다.

그야말로 작은 거인이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가!

이렇게 폐부를 찌르고 심장을 강한 비트로 뒤흔드게 하는 작품을 만난 게!

사실은 좀 망설였었다.

락뮤지컬을 본다는 게 이제는 점점 버거워져서.(아! 스탠딩의 압박이라니~~)

그런데 이 작품은. 정말 정말 잘 컸음 좋겠다.

그래준다면 난 기꺼이 초로의 모습으로도 기꺼이 스탠딩의 압박을 감당하겠다.

 

작품을 보고 제일 먼저 한 일은,

"trace"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를 송두리째 찾아본거였다.

* Trace   -    1. (동물이 남긴 잇단) 발자국

                  2. (남겨진) 자취, 흔적, 형적

                  3. (경험, 경우 따위의) 영향, 결과, 지색, 증표

                  4. 아주 조금, 미량, 소량, 미미한 조짐, 기미

                  5. 선, 도형

                  6. (지진계, 카이모그래프 따위) 자동 기록 장치가 그리는 선

                  7. (기억의) 흔적

제목 참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홍대 락클럽 "드바이"의 구본하(윤소호)와 이우빈(최재웅).

둘은 서로의 흔적이고, 서로의 자취고, 서로의 결과이고, 서로의 조짐이고, 서로의 발자국이다.

그리고 서로를 연결하는 선이다.

둘이면서 하나인 존재,

이런 관계는 너무 강력하고 위험해서 서로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엄청난 트라우마!

 

흔히 다중인격이라고 알고있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자신의 고통스런 경험(trauma)을 잊기 위해 둘 또는 그 이상의 누군가를 만들어내

그 고통을 피하고 숨는 극단적인 정신의 이분화 도피방법.

그들은 완전히 다른 인격과 다른 성격을 보인다.

심지어는 목소리조차도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끊임없이 서로를 부정하며 충돌한다.

비록 평화로운 순간에조차도...

(나는 너야! 내가 너야! 바로 너!)

 

그저 신나고 즐거운 락뮤지컬일거라고 생각했다.

공개된 짧은 시놉시스상으로는 조금 뻔한 스토리겠구나 속단도 했다.

물론 이 작품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탁월하게 크리에이티브하다는 뜻은 아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도 든다.

그건 아마도 <Thrill me>, <Stoy of the my life>, <Hedwig>, <Next to normal>의 영향이리라.

(작품을 만든 사람도 이 작품들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못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너무나 엄청난 뮤지컬 넘버와

모든 걸 그야말로 쏟아붓고 들이붓는 배우들의 투혼때문이기도 하다.

두 배우는 가히 전투적인인 열정을 보여준다.

치열하고 무차별적이었으며,

엄청나게 파괴적이었다.

배우 최재웅은 이런 류의 자기파괴적이고 사이코틱하고 편집증적인 작품에서는

가히 독보적이고 탁월한 존재감인 것 같다.

자신보다 12살이나 어린 윤소호와 함께 끝까지 너무나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21살과 동급의 패기였고, 열정이었고, 끈질김이었고, 화려함이었다.

중반 이후부터 수시로 변하는 그의 눈빛을 대면하는 건 일종의 공포였다.

모든 게 일종의 예고된 충격이었다고나 할까?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의 넘버 "Trace U"는

처음은 구본하가, 마지막은 이우빈이 부르는데 가사가 조금 다르다.

내용을 이해하고 들으니 이 노래가, 이런 구성이 문득 섬득하게 다가왔다.

뮤지컬 넘버들의 연결도 상당의 의미심장하고

노래가 시작되고 끝날때마다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두 사람의 실체가 드러나는 모습도 상당히 감각적이고 흥미롭다.

모든 게 사라져도 난 너를 포기못해!

난 너를 찾을거야!

time to trace you!

 

 

어지러운 세상, 깊은 곳에 갇혀있는 나를 꺼내줘!

여기 내가 있어!

내가 원하는 건 자유!

띠동갑 최재웅과 윤소호 페어는

최재웅 이우빈의 완벽한 지배와 윤소호 구본하의 혼란, 분열이 부각된다.

뭐랄까, 종의 숨겨진 힘의 주종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동갑내기 이창용, 이율 페어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좀 더 강하고, 좀 더 대립적이고 좀 더 불꽃 튀게 팽팽하지 않을까?

두 페어의 <trace U>도 기대된다.

(그러니 아마도 내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

 

* 11월 3일부터 25일까지 26회차 공연 전체를 프리뷰로 정한 이 작품은

   내년 2월 정규공연을 앞두고 있다.

   감각적인 무대와 조명, 카메라를 이용한 실시간 영상도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이 느낌이 본공연때도 그대로 갔으면 참 좋겠다.

   무대 규모도 컬처스페이스 엔유 정도면 적절할 것 같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의 배우들이 본공연도 그대로 출연해야만 한다.

   (아마도 그럴테지만... 그래도 '설마'도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음반도 나오면 정말 좋겠고. ^^

   노래! 완전 대박이다!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Tradce U> 

   단언컨데, 중독성 마니아들 꽤 많이 양산되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2. 15. 00:07

알고 예매한 건 아니었는데
이 날이 작곡가 이영훈의 기일이란다.
그래서 혼자 더 애뜻해졌던가?
세종문화회관 초연 때 노래에 억지로 짜맞춘 스토리가 많이 어색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느낌이 꽤 좋았었다.
아련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뭔가 그리워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LG아트센터에서 <광화문 연가>가 재공연된다고 했을때 내심 기대했었다.
심지어 하얀 그랜드 피아노와 스크린에 비친 "광화문 연가" 악보를 보면서 오랫만에 가슴이 살짝 설래기도 했다.
(나도 어느새 옛 기억들을 추억하는 나이가 됐구나 싶어 조금 처연해진 것도 사실이다)
윤도현, 송창의, 박정환, 리사 등 초연 멤버들의 재공연도 궁금했지만 이번에 새롭게 캐스팅된 조성모와 최재웅에 대한 기대감도 사뭇 컸었다.
비운(?)의 다리 부상으로 "모차르트"를 김준수에게 내줘야했던 조성모가 드디어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선다!
미안한 말이지만 현재 그는 발라드 황제라는 가수로서의 입지도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작품이 조성모에게 어쩌면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지 않을까?
그래서 조성모 자신도 최선을 다해 정말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어 기대감이 컸었다.
얼마전에 절친 조승우, 조정은과 <조로>를 마친 최재웅도 쉴 짬 없이 바로 <광화문 연가>의 "상훈"을 선택했다.
그래서 최소한 나쁘지는 않을 거라 확신했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결론은 너무 안타까웠다.
초연보다 더 약해지고 어수선한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더 가볍고 코믹하게 만들어버렸다.
노래도 몇 개 추가되고 빠진 것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연이 훨씬 더 좋았다.
왜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부분들을 끼워넣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까?
지용도, 상훈도, 현우도 다 코믹해졌다.
심지어 이미 코믹했던 조진국과 안정숙의 코믹의 수준은 거의 정신질환에 가깝다.
공연을 보면서 조진국의 목에 감긴 머플러를 몇 번씩이나 힘껏 잡아당기고 싶던지...
데모 장면은 현실성이 전혀 없어 민망했고
(방패만 나오던 그 황량한 무대는 또 어쩔 것인지...)
청바지에 흰 티를 애써 맞춰입고 나온 대학생 데모대들은 마치 대학 응원 동아리 신입생 발표회처럼 엉성했다.
리사는 계속되는 작품들 때문인지 목소리에 피로감이 가득하다.
1막 마지막 노래에서는 고음이 많이 불편하고 조마조마했다.
현재의 상훈 최재웅은,
마치 자신이 어디까지 저음을 낼 수 있는지 도전이라도 하는지
시종일관 톤의 변화없이 저음으로만 굳건하게 파더라.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가 무대 속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아픈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한 설정이었나?
그랬다면 실패다.
덕분에 최재웅의 연기를 보면서 처음으로 크게 실망하는 개인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훈보다 더 문제는 과거의 상훈 조성모다.
솔직히 이 사람이 발라드의 황제 맞나 싶었다. 
모든 노래를 어쩜 그렇게 뽕기 흐르게 부르던지...
본인은 강약을 조절해서 부른다고 했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마치 태진아, 송대관 디너쇼에 온 느낌이었다.
발성과 노래, 연기적인 기교와 액션이 너무 심하게 형편없다.
특히 노래 할 때 가사 전달 엉망이다.
("깨끗이"를 "개긋이"이 라고 발음하는데 정말이지 기절하는 줄 알았다)
공연을 보면서 미안한 말이지만 조성모가 모차르트를 못하게된 게 여러모로 참 다행스런 일이지 싶었다.
정말 반성해야한다.
간절함만 가지고 준비안 된 상태에서 무대에 선 배우와,
형편없는 배우를 버젓히 무대에 세운 연출가와 제작자 모두!
이지나 연출이 그랬다.
세종에 비해 스케일은 작아졌지만 디테일에 충실해졌다고...
미안하지만 스케일도, 디테일도 아무것도 건진 게 없다.
현재의 상훈과 과거의 상훈의 잦은 만남도 너무 거슬렸고
시도 때도 없이 현재의 인물이 과거의 인물에 개입하는 걸 보는 건
일종의 강요된 고문이었다.
늬네 동네에서나 잘 하세요~~~
진심으로 그러고 싶었다.




무대 뒤 스크린에 비치는 허접한 신문기사들의 나열도 한심했다.
왜 이렇게 만들어버렸을까?
누가 이렇게 바꿔버렸을까?
이날 공연해서 현우 역의 이율과 지용 역의 정원영만 아니었다면
그냥 박차고 나와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오랫만에 공연 보면서 정말 과하게 피곤해져버렸다.
처음엔 분명 신선했었는데
이제 재미가 붙었는지 1막과 2막 시작 전에 나오는 LG 아트 센터의 자체 안내 방송은
과한 수준을 넘어 생뚱맞은 정체불명의 퍼포먼스가 됐다.
그러다 조만간 개그작가로 스카웃 되시겠다.
하려면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멘트를 하던가.
(뭐 작품도 그닥 분위기를 갖출 형편은 못되지만)
모든 게 과유불급이다.

박정환, 윤도현의 초연 멤버를 다시 보고싶긴 한데 올 핸 그냥 넘어가련다.
이번 <광화문 연가>를 보면서 한 가지 다짐한 건,
괜찮은 초연 공연들은 놓치지 말고 잘 챙겨서 보자는 거다.
재공연이 될 때 이렇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도 하니까...
어찌됐든 전체적으로 모든 공연들이 초연 때보다 코믹해지고 가벼워지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는 걸 충분히 경험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굳이 <광화문 연가>가 그랬어야 했나고!
정체불명으로 변한 작품을 보면서 참 정체불명으로 씁쓸했다.
제발, 그러지 말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2. 5. 05:50
조승우, 최재웅, 조정은, 김선영 캐스팅으로 초반에 한 번 봐서
이번에는 조승우를 제외한 다른 캐스팅으로 다시 한 번 <Zorro>를 봤다.
먼저 뮤지컬 전용 극장이라는 블루스퀘어의 열악한 환경에 경의로운 감탄을 보낸다.
결국 뼈마디가 노곤하고 허리가 아파 3시간이 넘은 이 공연을 다시는 못 보겠다 결정했다.
사실 예매한 날짜가 두 개 더 있는데 취소했다.
이번 관람도 수요일 낮공연 20% 할인이라는 떡밥만 아니었으면 눈도 주지 않았을거다.
초반에 1층 VIP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을 봤었다.
그래서 이번엔 일부러 전체적인 조망을 보려고 2층에서 관람했다.
S석에서 봤는데 이 자리가 <엘리자벳>에서는 R석으로 둔갑해서 나왔다.
(조만간에 전석의 VIP화 내지는 전석의 R석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 씁쓸하다)
인터미션 시간에 어르신 한 분이 고함을 치셨다.
"사람은 다니게 만들어야 할 것 아니야!"
공감 백배다.
한 사람이 이동하려면 그 줄의 모든 사람이 자동으로 일어나야 한다.
오랜 시간 관람해야 하는 관객들에게 허리 한 번 펴주게 하려는 세심한 배려라 눈물겹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아주 화기애매한 신체접촉이 발생한다.
1층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2층은 왠만한 친밀도를 넘어서는 빽빽한 간격이다.
낯선 사람도 없던 정도 절로 생기겠다.
마른 체격인 나도 여러모로 불편하고 민망한데 체격 있는 사람들은 3시간 동안 고역이겠다 싶다.
내 돈주고 뭐하나 싶기도 하고...



일단 초반에 봤을때보다 배우 조승우의 힘이 너무 많이 딸린다.
노래와 대사는 그런데로 괜찮은데
액션은 솔직히 좀 심각한 수준.
재빠르고 영리한 여우(zorro)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겠다.
솔직히 보는 내가 다 숨이 찬다.
그러다보니 대역과의 몸놀림 차이가 너무 눈에 띄게 많이 난다.
결투 장면도 너무 느슨하고 약해졌다.
헉헉대는 조로를 친절하게도 기다려주는 병사들의 웃지 못할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무지 힘들거라는 거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띠가 나니까 좀 ㅠㅠ;;)
박건형이나 김준헌 조로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조승우 조로의 현재 모습은 그렇다.
그래도 노래는 초반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감정이 실려 있다.
깨알같은 깨방정도 너무 과하지 않게 잘 조정하는 것 같고
대사의 감정전달은 정말 탁월한 것 같다.



구원영 루이자는 배꼽친구같아 보이지 않고 좀 연상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코믹한 조연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성장한 루이자의 모습이 어쩐지 어색하다.
(어릴적 모습도 순수함보다는 반푼이에 가깝다)
워낙에 이 역에 잘 어울리는 조정은의 루이지를 먼저 봐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대사, 노래, 감정 등이 왠지 다 조금씩 어긋난다.
그녀의 강한 "ㅅ" 발음도 귀에 거슬리고...
문종원 라몬은 많지도 않는 노래가 가사 전달이 안타깝게도 전혀 안 된다.
<아이다> 이후의 모든 작품에서 <아이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재웅의 라몬도 이해가 어려웠는데 문종원의 라몬은 이해 불가다.
이렇게 눈과 목소리에 힘을 주다가는 딕션을 깡그리 잃어버릴 수 있겠다 싶다.
딕션이 불확실한 배우라... 그건, 좀...
이영미 루이자.
어쩔 것인가!
김선영의 루이자를 먼저 봐버린게 문제지!
한때 이영미가 김선영보다 무대에서 더 여우같았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역전이 된 상태!
심지어 춤까지도...
목소리에 힘을 조금 빼고 템포도 반 박자 좀 느리게 하면 더 좋지 않으까 오지랍넓은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자주 그녀에게 텔렌트 전원주 아줌마가 오버랩된다. ^^;;)



이제 점점 이런 류의 조연 캐릭터로 자리를 잡아가는 배우 박성환.
감기가 심한 것 같은데 자기 몫을 정말 충실히 잘 해내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 배우 박성환이 감당하는 몫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원캐스팅이라 참 힘들텐데... (솔직히 안스럽다)
개인적으로 1층보다는 2층에서 보는 걸 권해주고 싶다.
춤을 보기에도 조명의 변화를 보기에도 2층이 훨씬 좋다.
말많은 3층에서도 한 번 볼까 싶었는데
어쨌든 <Zorro>는 이걸로  끝이다.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다.
휴~~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