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8. 7. 08:18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5.06.20. ~ 2015.10.11.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대본,작사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음악감독 : 양주인

연출 : 박소영

출연 : 김종구, 최호중, 이준혁, 조형균 (한영범)

        려욱, 박정원, 고은성, 신재범 (류순호)

        최대훈, 심재현 (이창섭) / 이규형, 송유택 (신석구)

        이지호, 유제윤 (변주화) / 윤석현, 윤동 (조동현)

        손미영, 최주리 (여신) 

제작 : is ENT, 연우무대 

 

이번 시즌은 지나칠까 했는데 최호중 한영범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예매했다.

그리고 다른 캐스팅들도 다행히 내가 원했던 딱 그 배우들이었다.

 

이 작품은... 다시 봐도 역시나 좋다.

개인적으로는 초연, 재연, 삼연, 그리고 이번 시즌을 통틀어 이날 공연이 최고였다.

(충무 블랙의 초연보다 좋을거라라는 기대 정말 안했는데...)

이날 캐스팅이 워낙 다 좋기도 했지만

사제일 궁금한 배우는 <스팸어랏>에서 인상 깊었던 고은성 배우였다.

그동안 고은성 배우가 출연하는 다른 작품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작품에 출연한대서 혼자 무지 반갑더라.

시작부터 "악몽에게 빌어" 까지는 뭔가 싶어서 전성우 류순호가 많이 그리웠는데

고은성 배우가 중반 이후에 연기도, 노래도, 느낌도, 디테일도 확연히 좋아졌다.

전성우는 여리고 순수한 소년의 느낌이었다면

고은성은 형의 죽음으로 인한 공포와 트라우마를 훨씬 더 깊이있고 설득력있게 표현했다.

믿는 척 이라도 해서 피하고 싶은 전쟁의 현실.

현실이 환상을 만들고, 환상이 믿음을 만들고, 그 믿음이 희망없는 삶을 가까스로 버티게 만든다.

포기하려는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한 환상을 두고

도대체 누가 감히 거짓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럴 용기... 나는 없다.

 

특히 이 날은 공연에서는

초연부터 이 작품을 지켜온 최호중, 최대훈 배우가 시종일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두 배우의 뒷모습을 보는데

마음 한켠이 짠해지면서 작품과 상관없이 많이 뭉클했다

(이 더위에, 저 뜨거운 조명 아래에서... 참 배우들 대단하다...)

무대 역시도 지금껏 중에서 이번 시즌이 가장 훌륭했고

음악, 조명, 배우들의 등퇴장 동선의 변화도 아주 좋았다. 

아쉬움을 찾자면 여신 역할의 최주리 배우가 살짝....

노래는 나쁘지 않았는데 전체적인 연기와 춤이 아직까지는 좀 어색하더라.

이지숙 배우가 좀... 그리웠다. ^^

그래도 이 작품은 누구에게라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정말 잘 만든 그리고 정말 괜찮은 창작뮤지컬이다.

 

이 작품을 보고나면

정말 어디선가 여신님이 보고 계신것만 같다.

여신님이 나를 훈훈하게 보고 계시면 참 좋겠는데...

.....

여신님!

나 보여요?

 

 

그리고 전성우란 배우는,

아직 어리지만 참 단단하고 야무진 배우라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전성우 순호로 인해 객석의 몰입도와 깊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냥 하나의 완전체를 보는 느낌!

전성우 순호가 있는 <여보셔>와 없는 <여보셔>는 확실히 다르다.

그가 풀어내는 순호의 감정은... 글쎄...

"홀림"이었다고 해두자!

개인적으론 이 녀석이 빨리 군대를 다녀왔으면 좋겠다.

군대를 마친 이후 배우로서 거칠것 없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어떤 모습일까?

이 녀석이 되어질 모습은?

그 과정도 결과도 다 궁금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26. 07:54

<삼천 - 의자왕의 여인>

일시 : 2012.10.26. ~ 2013.01.20.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작,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 김창환

안무감독 : 안영준

무대 디자인 : 김종석

의상 디자인 : 김혜진

조명 디자인 : 구윤영

출연 : 정상윤(의자왕), 전성우(진장군), 박해수(예식장군)

        최주리, 홍지희 (연화) / 구민진, 태국희(화야)

제작 : PMC 프러덕션 

 

뮤지컬 <삼천> 세번째 관람.

11월까지 예정된 공연을 마치고 며칠동안 close하더니 12월부터는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새롭게 올린단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바뀐건지 또 궁금해서 조카와 관람을 했다.

한 시즌 안에서 내용을 대폭 갈아엎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했으니 어떻게 새로워졌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서윤미의 전작 <블랙메리포핀스>에 비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오랫만에 감성적인 작품이 만들어진 것 같아 좋았었다.  

포스터도 확 바뀌었고,

부제도 "망국의 꽃"에서 "의자왕의 여자"로 바뀌었다.

좀 짐작은 된다.

예전보다는 로맨스(?)쪽이 더 부각되겠구나 하고... 

 

사치와 향락, 미색에 빠져 결국 백제를 패망의 길로 이끌었다는 의자왕!

그런데 당시 백제의 도읍 부여는 삼천 명의 궁녀를 둘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단다.

역사는 어디까지나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고 전해지는 법!

의자왕과 관련된 역사 역시 당나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의 <삼국사기>의 기록에 철저하게 비롯됐다.

실제로 의자왕은 성군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위민정치를 펼쳤던 인물이었단다.

어쩌면... 정말로...

의자왕은 전쟁때문에 백성들의 삶이 궁핍하고 피폐화되는 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스스로 당나라에 항복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누군들 제대로 알겠는가!

그 시대의 정확한 현실과 시대 상황을...

 

예상대로 의자왕-연화, 진장군-연화의 애뜻한(?) 장면이 조금 더 부각이 됐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의자왕이 좀 찌찔한 캐릭터로 표현된 부분이 생겼다.

개인적으론 이전이 훨씬 더 설득력있어 보인다.

'정치 - 여자 - 정치'의 흐름이라서

마지막 장면쯤에 의자왕이 예식에게 "왜 이길 수 없다고만 생각하느냐!" 고 울부짖는 장면이 좀 생뚱맞아졌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연화 생각만 하겠다는 분이 갑자기 절규하시니...

(예전 장면에서 군왕의 비애와 절망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는데.)

두 장군에 대한 무게중심은 수정된 공연에선 어느 정도 수평을 이룬 것 같아 보기에 좋았다.

예전에 진장군을 실질적인 주인공처럼 느껴졌는데

이번엔 예식장군에게도 무게가 어느 정도 분산됐다.

확실히 예식의 본심과 충심은 예전보다 훨씬 잘 드러난다.

사실 진장군보다 예식 장군의 비애가 더 크고 무거운편 아닌가!

예식장국의 충심이 그래서 나는 더 슬프고 아팠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훨씬 더 풍성해지고 조금 더 격해졌다.

(아마도 북소리가 메인으로 치고 나오는 부분이 많아서이리라)

소극장 규모에서는 살짝 오버되는 장중한 느낌의 편곡도 몇 곡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는 이전보다 좋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연화가 하얀 소복(?)을 입고 절벽을 오르면 장면 연출은 잘 바뀐 것 같다. 

바닥엔 드라이아이스가 깔리고 하늘엔 하얀 꽃가루가 흩뿌려져서 사뭇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마치 생과 사, 그 모호한 경계를 보는 것 같다.

그와 반대로,

백강암자 장면과 궁남제 장면은 이전 표현이 더 마음에 든다.

백강암자에서는 마치 연화가 진장군에게 작업을 거는 느낌이라 좀 거부감이 들었고

(이 부분에서 최주리의 연기가 어색해서 더 그랬는지도...)

궁남제 장면은 또 반대로 의자왕이 작업남처럼 느껴진다.

궁녀에게 작업거는 왕이라니... 찌찔해도 너무 찌찔해~~

(그래도 왕인데! 작업씩이나 거시다니!)

 

작품 자체가 대폭 바뀐 건 아니지만

프리뷰 기간도 아니고 한창 공연 중인 작품을 잠시 중단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수정을 했다는 건 참 이례적인 일인 것 같다.

감춰져있어서이해도가 떨어졌던 부분은 살려내고

불필요한 장면들은 과감하게 잘라낸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데...서윤미, 좀 아팠겠다!)

그러다 보니 감성적인 부분들이 좀 줄어든 것 같아 그건 좀 아쉽긴하다.

그래도 안 좋게 수정된 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예전에 최주리 연화를 봤을 때

춤과 노래가 기대보다 못해서 좀 실망했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배역 소화를 잘했다.

춤도 어색하지 않았고 노래가 정말 좋아졌다.

특히나 초반부 의자왕과 연화가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대와 조명, 의상과 헤어는 뭐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관람이었다.

 

사담이긴한데,

정상윤은 이렇게 변한 의자왕 캐릭터에 혹시 불만은 없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좀 불만인데...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21. 08:20

<삼천 - 망국의 꽃>

일시 : 2012.10.26. ~ 2013.01.20.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작,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 김창환

안무감독 : 안영준

무대 디자인 : 김종석

출연 : 정상윤(의자왕), 전성우(진장군), 박해수(예식장군)

        최주리, 홍지희 (연화) / 구민진, 태국희(화야)

제작 : PMC 프러덕션 

 

프리뷰 이후 두번째 관람.

태국희의 화야와 최주리의 연화는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했고,

프리뷰 이후 어떤 모습으로 작품이 깊어졌는지도 궁금했다.

백제 의자왕과 삼천 궁녀.

그 몰락하는 왕가의 마지막이 서윤미라는 작가를 통해 뜻밖의 상상력와 감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뮤지컬 <삼천>

 

누구에 의해서도, 무엇에 의해서도 결코 위로받을 수 없고, 정복되어 질 수 없는 의자왕의 황폐함.

역사 속의 의자왕과 작품 속의 의자왕은 그렇게 내겐 다른 의미로 담겨졌다.

서윤미는 역사의 숨겨진 틈을 비화(悲話)로 멋지게 비화(飛化)시켰다.

(훔치고 싶을만큼 탐나는 재능이다.) 

 

어리석어 그런 것이오.

지키기위해 무너뜨렸으나 지키지 못했고

지키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다시 세우고자 했으나...

이 모든 게 다 어리석음 때문이오.

그렇게 어리석고 무모한 것이오.

한낱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 진장군의 대사가 뚜렷하게 각인되는 건,

아마도 이해와 공유에서 비롯된 일체감이리라.

무모하고 어리석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옳다! 옳다! 너무나 옳다!

 

기대했던 태국희 화야와 최주리 연화는

먼저 본 구민진, 홍지희 캐스팅보다 오히려 몰입이 덜 된다.

두 사람 모두 춤이 너무 어설펐고 노래도 좀 불안했다.

최주리는 <빨래>에서는 못느꼈는데 사투리 톤이 자주 느껴졌고

태국희는 특히 천신제 장면에서 춤이 너무 어설펐다.

(꼭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 거리는 느낌이라서 좀 당황스러웠다) 

박해수는 첫번째 관람때보다는 확실히 더 좋아졌고

정상윤, 전성우는 역시나 멋진 페어의 모습을 보여줬다.

정상윤은 노래는 조금 흔들렸지만 감정과 표정이 너무나 좋았고

(이 사람의 섬세함의 끝은 어디일까?)

전성우는 늘 그렇듯 기량의 기복없이 최선을 다해준다.

(이 배우 점점 믿음이 짙어진다.)

배우들의 의상과 머리도 역시나 눈길이 많이 갔고

(의자왕이 머리를 제대로 하고 나오니 훨씬 보기 좋더라)

단순한듯이 보이지만 시간과 공간이 적절히 분리되는 무대도 참 좋았다.

이번 관람에서는 특히 퓨전국악 밴드의 음악이 더 깊어진 것 같아 극에 훨씬 더 몰입이 됐다.

가야금과 북소리가 어찌나 가슴을 치고 울리던지...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찬바람 속에서도 외롭지가 않았다.

잠깐이었지만 내 마음 문 앞에도 누군가 서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위로받을 곳이 있다는 건 참 다행한 일이다.

비록 가파른 절벽 끝에서 끝을 눈 앞에 두고 있더라도

누군가에게 위로받은 기억이 있다면

아찔한 추락의 순간에도 아주 잠깐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뮤지컬 <삼천>은 내겐 위로이자 흔적이었고,

속깊은 다독임이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4. 13. 06:26

뮤지컬 <빨래>

 

일시 : 2012.04.07 ~ 2012.09.30

장소 : 학전그린 소극장

출연 : 최주리, 김혜진 (서나영) / 이진규 (솔롱고)

        이정은, 강정임, 김국희 (주인할매) / 김송이 (희정엄마) 

        최정훈 (구씨) / 김태웅 (빵)

        김태경 (마이클) / 송은별 (여직원)

대본 : 추민주

작곡 : 민창홍

연출 : 추민주

주최 : 명랑씨어터 수박

 

뮤지컬 <빨래>가 벌써 11차팀 공연을 시작했다.

2005년 초연된 이후로 꿋꿋하게 대학로 소극장을 지키고 있는 착실하고 성실한 뮤지컬이다.

물론 중간에 임창정과 홍광호가 솔롱고로 투입되면서 연강홀에서 잠시 공연되기도 했지만 역시 <빨래>는 소극장에서 공연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빨래>는 추민주 연출이 대학시절에 만든 작품이란다.

그야말로 잘 낳아서 정성을 들여 무럭무럭 잘 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작품들이 몇 개 있다.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 <인당수 사랑가>, <김종욱 찾기>, <빨래>

앞의 두 작품은 마지막 공연을 한지 꽤 오래 됐지만

(개인적으로 다시 공연됐으면 좋겠다. 괜찮은 작품들인데...)

뒤의 두 작품은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대학로를 지키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할매역의 김국희, 희정엄마 김송이의 열연은 참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사진을 보니 실제 나이는 많아 보이지 않던데...

역시 배우는 배우다!

나영과 솔롱고를 제외하면 다른 출연자들은 전부 멀티맨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참 영리하게 잘 구분해서 연기한다.

이 작품을 하고 나면 출연 배우들 모두 껑충 키가 자라있을 것 같다.

정말 오랫만이다.

소극장 공연에서 이런 느낌을 느낀 게.

너무 성실해서 <빨래>는 신비롭다.

그래서 아깝다.

<빨래>가 소극장 작품이라는 게.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그래도 <빨래>는 내내 소극장에서만 공연됐으면 좋겠다.

커진다고 발전하는 건 아닐테니까.

작아도 꾸준히 진화할 수 있다는 걸 <빨래>라는 작품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서울살이"도 그리 구질구질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서울살이.

나도 역시 참 힘들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