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7. 9. 15:24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8.06.20.~ 2018.08.26.

장소 :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대본, 연출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출연 : 류정한, 전동석, 민우혁 (빅터&자크) / 박은태, 한지상, 카이, 박민성 (앙리&괴물)

        서지영, 박혜나 (엘렌&에바) / 안시하, 이지혜 (줄리아&카뜨린느)

        이희정 (슈테판&페르난도), 김대종, 이정수 (룽게&이고르) 외

제작 : (주)뉴컨텐츠컴퍼니

 

 

한참 어린 카이와도 합도 좋았고

두 사람의 단정하고 짱짱한 성량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더라.

카이 앙리는 모범생 느낌이었고

괴물일때는 엄마를 잃은 강아지 같았다.

누가 나를 버렸을까가 아닌 나는 도대체 왜 버려졌을까...의 느낌이다.

자신에 대한 자학과 고뇌가 느껴져 지금까지의 괴물 중 가장 연민이 느껴졌다.

두 팔로 꽉 보듬어붜야 할 것 같은 간절함.

종잇장같은 몸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외형적으로 너무 가녀리고 연약해보여선지

격투씬이 참 밍밍했다.

아무리봐도 빅터가 말한 살인병기가 되기에는...

살짝만 쳐도 저만큼 나자빠질것 같은 몸이라...

저 가느다란 몸에서 저런 성량이 나온다는게 놀라웠다.

그건 확실히 괴물스럽더라.

 

독일여자 운운한 대사가 없어진건 바람직했고

대신 넘버 가사가 장황해진건 아쉽다.

1막 후반부 빅터의 넘버 "나는 왜"의 마지막 가사 "내가 살인자!"가 바뀐건 결정적이다.

임펙트가 확~~~ 줄어버려서...

2막 후반부의 변화도 역시 아쉽고,

워낙 "강강강강"한 작품이지만 더 "강강강강"해진것 같아

여유와 여백이 없어진 것도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마냥 좋다.

프랑켄슈타인이 돌아와서!

류빅터가 돌아와줘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6. 24. 09:57

 

<레드>

 

일시 : 2016.06.05. ~ 2016.07.10.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극본 : 존 로건 (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강신일, 한명구 (마크 로스코) / 카이, 박정복 (캔)

제작 : (주)신시컴퍼니

 

엄청 간절하게 기다렸는데 정말 돌아왔다.

2011년 이해랑극장에서부터 내게 hell of hell을 선사한 마크 로스코 강신일.

그 후 2013년 자유소극장에서 또 다시 그의 로스코에 납짝 엎드렸었다.

2013년 세번째 공연은 강신일 로스코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혼자 심드렁해버렸다.

(한명구도, 박은석도 내가 무지 좋아하는 배우들임에도 불구하고!)

2011년 <레드> 초연때 오경택 연출이 그랬다.

마크 로스코는 강신일 선생님밖에 생각이 안 났다고...

연출가의 홍보용 멘트 혹은 대선배 추켜세우기의 일환일거라 생각했는데

작품을 보고 난 후 바로 그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는걸 100% 이해했다.

그게 시작이다.

네번째 올라온 <레드>를 다 챙겨보게 된 것도,

강신일이 나오는 연극은 가능하면 다 챙겨보자 작정한 것도.

 

이번 시즌은 강신일 로스코의 복귀도 기대됐지만

지금껏 뮤지컬 무대에만 섰던 카이의 첫 연극 도전이라는 것도 기대됐다.

속으로 생각했다.

'첫 연극인데 너무 쎈 작품을 만나 고생 꽤 하겠네...'

역시나 카이도 백 번 공감한 모양이다.

대자연 앞에 선 느낌이란다.

두려운데, 하고 싶고 그래서 해야 겠다고 결심했단다.

목숨을 걸고 등반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그리고 카이의 도전은 아름다웠다.

물론 발성도 템포도 성급했지만 좋은 작품을 만났고 좋은 선배를 만났다.

지금까지 했던 뮤지컬들은 두꺼운 분장에 가려져 그 뒤에 기꺼이 숨을 수 있지만

<레드>는 온전히 카이의 맨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은 표정 하나까지도 결코 허투루 할 수 없는 작품.

아마도 카이는 이 작품을 아주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게 될 것 같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에 코멘트를 다는 것만큼 면목없는 짓이 있을까?

심지어 이 작품은 BGM까지도 수시로 심장을 덜컹이게 한다.

어떻게 그렇게 매 장면마다 절묘한 음악이 나오는지.

대사들은 왜 그렇게 정확하고 확고한지.

편애가 아니라 광기에 가까운 사랑이다.

할 수만 있다면 텍스트를 오도독 씹어먹고 싶다.

그래서 <레드>가 내 속에서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

아! 레드...레드...레드...

 

* 연극 <레드>에 나오는 음악 리스트 (출처 :신시컴퍼니 블로그)

 

http://blog.naver.com/seenseecom/220357457492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17. 08:22

<마리 앙투아네트>

일시 : 2014.11.01. ~ 2015.02.01.

장소 : 샤롯데씨어터

극작, 작사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곡 : 실베스터 르베이 (Sylve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Robert Ohanson)

음악 슈퍼바이저 : 베른트 슈타익스너 (Bernd Steixner)

협력연출 : 이란영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옥주현, 김소현 (마리 앙투아네트)

        윤공주, 차지연 (마그리드 아르노) 

        윤형렬, 카이, 전동석 (악셀 폰 페르젠 백작)

        민영기, 김준현 (오를레앙 공작)

        이훈진, 임강희, 박선우, 문성혁, 김영주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에 이은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신작 <마리 앙투아네트>

이 두 콤비의 작품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흥행 성적이 좋다

<모차르트>랑 <엘리자벳> 초연을 볼때까지만해도 그럴말하다고 인정했다.

인물과 스토리, 화려한 넘버가 사람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더라.

화려함과 고음의 기교에 감탄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잘 파악했고

스토리를 끌어가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어딘지 모르게 지치게 되더라.

<레베카>는 내 취향의 작품도 아니었지만

막장의 스토리(?) 때문인지 초장부터 바로 지쳐버린 전력때문에

사실 이 작품도 좀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서 한 번 보는 걸로 끝낼 생각이라 캐스팅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초연작이 올라올때마다 매번 이런 결심을 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마리 앙투아네트보다는 마그리다가 훨씬 더 비중있어 보였고

넘버도, 인물도 훨씬 더 입체적이고 드라마틱했다.

마리앙투아네트는...

뮤지컬 속에서는 정말 이해가 안되는 인물이라 의아했다.

마리앙투아네트에게 촛점을 맞추면

이 작품이 사랑 이야긴지, 혁명 이야긴지, 모성애 이야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라.

페르젠 백작과의 금지된 사랑 운운하긴 하지만

금지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너무 대놓고 연애질(?)이었고

모성애 운운하기에는 달랑 "자장가" 하나에만 의미가 부여되는것 같고,

(이마저도 마그리다와 엮이면서 모성애가 아닌 출생의 비밀로 넘어가버렸고...)

혁명 운운하기에는 그럴듯한 사건도 없다.

게다가 모성애를 표현은 아무래도 옥주현이 김소현보다는 경험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고...

그냥 이쁘게 치장하고 나온 꼭두각시 인형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게 옥주현과는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았고...

오히려 마리앙투아네트 보다는 그녀의 연인 페르젠 백작이 훨씬 눈길이 가더라.

카이가 연기를 잘하기도 했고.

보는 내내 마리앙투아네트가 왜 억울한 죽임을 당한 희생자처럼 그려져야 했는지 이해가 안됐다.

마리앙도 그렇고 그래선지 오히려 주변 인물들이 훨씬 더.

루이 16세 이훈진은 "산초"류의 코믹한 배역으로 굳어가나 싶었는데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반가웠고

문성혁과 김영주 콤비의 깨알재미는 확실히 극에 활력소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론 제일 매력적이고 동시에 유일하게 이해가 됐던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를레앙 공작이었다.

김준현이 너무 표현을 잘해서 완벽하게 설득당했다.

표정, 말투, 연기, 전체적인 느낌 다 좋더라.

적어도 오를레앙만큼은 민영기보다 김준현이 훨씬 더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여름밤의 무도회 장면에서는 라다메스의 느낌도 살짝 풍겨서 혼자 향수에 잠겼다.)

 

결론은,

나름대로 재미있게는 봤지만

다행스럽게(?) 재관람까지 이어지진 않을것 같다.

결정적인 이유는,

화려함을 감당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취향때문이고

그 다움은 넘버에도 스토리에도 별다른 임펙트를 느끼지 못해서다.

한 가지를 더 꼽자면, 조명!

감정과 장면을 어찌나 성실히 잡아먹던지...

처음엔 타이밍을 못맞춰 실수를 하는건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아주 오랫만에 너무 성실하고 정직한 암전을 체험했다.

하하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2. 06:54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어쩌다보니 요즘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드라큘라>와 <더 데빌>의 반복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드라큘라>는 이번주가 끝이라는거!

(예당을 일주일에 몇 번씩 가는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ㅠ.ㅠ)

개인적으로 장르별(?) 드라큘라의 매력도는 게리 올드만 주연의 영화 - 원작 - 뮤지컬 순이다.

특히나 뮤지컬은 지금의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한번 혹은 두번의 관람으로 끝났을 작품이다.

그만큼 류정한-조정은-카이의 세 배우의 힘이 막강했다.

이 세명의 배우와도 막공을 끝으로 이별이라니 한동안 좀 허전할 것 같다.

(그러니까 결국 막공까지 본다는 뜻이다. 헐~~~)

늘 100% 이상의 기량을 요구하는 관객들때문에

길지 않은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출연배우들의 피로도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실망감보다는 안스러움이 크다.

특히 원캐스팅 배우들은 참 고단하겠다.

그래도 그 피로도를 더 깊어진 연기가 충분히 보상한다.

이날도 그랬다.

배우들의 감정이... 너무 간곡했고 간절했고 진심이었다.

그래서 또 다시 완전히 새롭게 몰입할 수 있었다.

 

류정한 드큘 역시나 너무나 좋다.

목이 약간 안좋아 보이긴했지만 너무 하다 싶을만큼 여전히 좋다. 

그야말로 내 모든 혈관의 피를 멈추게 만들더라.

특히 loving you keeps me alive"를 부르는 장면이 어찌나 아프던지

조정은 미나의 눈에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내 눈에도 눈물이 떨어진다.

미나의 결혼하는 장면에서는 마이크가 커진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무섭게 절규한다.

그 모습 보면서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최고의 배우라고 불리는지 또 다시 알겠더다.

감정을 끝까지 끌고간다는거. 흐름을 놓치 않는다는거,

연기와 현실의 경계를... 정말 진즉에 무너뜨렸다.

류정한이 연기하면 그건 그냥 현실이 되는거다.

정말 궁금하다.

도대체 이 분은 뭘 드시기에 이 연세(?)에 이런 연기가, 이런 노래가, 이런 표정이, 이런 감정이 가능할까!

"Fresh blood"는 정말이지 한 장면도 허투루 볼 수가 없다.

개인적으론 <J&H>의 변신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강렬한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변화의 끝이 공포가 아니라 매혹이라 더 그럴까?

단언컨데 "Fresh Boold"는 아시아의 별 김준수 드큘도, 새롭게 부상하는 박은석 드큘도 

류정한 드큘의 표현을 따라오지는 도저히 못하겠다.

앤딩 장면에서 칼을 한 번 더 깊숙이 찌르는 장면도 아주 생생하다.

그러면서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눈길은 미나에게서 절대 떨어질 줄은 모른다.

얼마나 간절라고 또 간절했으면...

극강의 감정몰입이더라.

류정한은...

역시나 타의추종을 불허할만큼, limited 그 이상이 되버렸구나...

 

이날은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배우들 감정이 너무나 좋았다.

2막에서 카이 조나단의 "Before the summer ends"도 너무 아프고 슬펐다.

우는 남자... 너무 찌질해보여서 싫어하는데,

카이의 절절한 음색과 깊어진 감정에 그냥 그대로 무너졌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뒤돌아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까지

조나단으로서도, 카이로서도 참 진심이더라.

사실 처음엔 살을 뺀 모습을 보면서 상체를 보여줘야해서 그랬나보다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드라큘라에게 피를 빼앗겨 쇠약해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무리한 체중감량을 했다는 카이의 말에 많이 놀랐다.

카이란 배우는 조나단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노력까지 했구나.

그래서 카이 조나단이 내게 이렇게 깊이 다가왔다는걸 알았다.

정말 다행이다. 카이가 조나단이어서...

 

<Dracula>

이런 작품을 내가 만나는구나...

작품보다 배우들이 더 매력적인 작품.

그래서 작품 자체가 좋아지는 작품.

배우들 때문에, 배우들이 배역과 감정을 너무나 잘 살려내서

회차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애정이 깊어져버리게 됐다.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심으로 깊고 깊게 사랑했다.

사랑할 수 잇어서.

참 행복했다.

 

9월 5일 막공을 보면서

어쩌면 나는 혼자 깊은 회한에 잠길지도 모르겠다.

떠나보내는게 뭐가 됐든 항상 아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19. 07:50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과거"는 떠올리는 동안은 더이상 과거도, 멈춰있는 시간도 아니다.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일 뿐.

여기 비탄으로 가득한 과거를 가진 한 사람, 아니 한 존재가 있다.

비탄은... 서서히 그 존재의 시간을 바꿔놓는다.

시간의 길이와 시간의 결, 시간의 기능 모두를!

급기야 그 시간은 공간까지 잠식해온다.

결국은 머릿속에, 가슴속에, 심장 속에 완전히 새로운 지형을 들어선다.

결코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유일한 세상.

불멸의 존재에게 다른 불멸의 세상이 열린다는건,

피할수 없는 비극이다. 

방법이 없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수밖에는...

 

<Dracula>

솔직히 말하면 작품 자체는 내겐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매혹당한 이유는,

드라큘라로 무대에 서있는 "류정한" 때문이다.

배우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이렇게까지 온 몸과 마음을 다 던져 맹목적으로 헌신한다는건.

작품을 뛰어넘는 감동이고 전율이다.

숨결도, 움직임도, 목소리와 생각까지도

아니 심지어는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드라큘라를 위해 존재하는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존재하는 이 공간이, 내가 존재하는 이 시간이 이곳 아닌 그곳으로 옮겨지는걸  설명할 길이 없다.

시간과 공간의 틈이...

류정한이라는 배우로 인해 또 다시 열렸다.

때로는 어떠한 저항도 못해보고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있다.

지금처럼...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작품을 보면서 자꾸 눈을 감게 된다.

이건 모든걸 다 놔버리는 침몰의 의미일까?

단언컨데 아니다!

다른 모든 것들을 다 배제하고 그의 소리에만 집중해도

신기하게 모든게 보이고, 모든게 느껴진다.

심지어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소리가 눈을 대신할 수 있다는 걸 깨끗히 인정하는 중이다.

느닷없이 자리잡은 새로운 감각의 출현!

아... 참 다행이다.

혹시라도 내게 무슨 일이 생겨 앞을 못보게 되더라도

류정한의 무대는 지금처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나를 쓸어내린다. 

그의 소리는 가느다란 머리카락의 떨림까지 그려내는 정교한 붓같다.

 

이쯤되면 조금은 무던해질때도 됐건만

나는 또 어쩌자고 매번 경이롭고, 매번 새롭고, 매번 감탄할까!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늘 그랬다..

그 시간동안 류정한이란 배우는 내겐 늘 치명적이고 독보적인 뮤지컬 배우였다.

게다가 그 자리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으로 대체된 적이 없었고

그건 앞으로도 역시 그럴거다.

 

대체라니...

누가 감히 이걸 꿈꿀까!

사로잡힌 자는,

그저 사로잡힌 자의 예의를 다하면 그뿐!

다른 길은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22. 07:52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드디어 <드라큘라>를 봤다. 그것도 류정한 첫공을...

프랭크 와일드 혼과 데이비드 스완, 그리고 류정한.

이 세 사람만큼 소위 잘 먹히는 조합이 또 있을까?

류정한 벰파이어라...

드디어 온갖 캐릭터를 섭렵하고 벰파이어로 또 다시 정점을 찍게 되려나? 

아주 도도하고 관능적인 드라큘라를 보게 될 것 같은 기대감.

그의 고급스런 목소리로 듣게 될 "Fresh bood"와 "Life after life", "The Longer I Live"가 정말 너무 궁금했다.

혼자 미리 그려본 그림만으로도 기대감은 충분히 올려갔다.

음색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연기력도 그렇고.

아주 클래식하면서 도발적인 작품이 탄생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첫공을 본 느낌은...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고 엄하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일단 류정한 드라큘라와 정선아 미나의 조합은

음색도, 연기도, 전체적인 조화도 생각보다 훨씬 더 어울리지 않았다.

루시같은 미나. 아주 도발적인 미나랄까?

정선아는 아무래도 지고지순한 역는 살짝 비켜가야할 듯.

애절하고 간절하고 절망적인 느낌이 전혀 없다.

특히 "Please Don’t Make Me Love You"가 깊게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루시를 정선아가 했다면 배우도, 배역도, 작품도 훨씬 잘 살았을 것 같은데...

게다가 정선아 루시는 카이 조나단과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더라.

미나에게선 루시가, 조나단에게서는 미나가 느껴져 혼자 혼란에 빠졌다.

조나단이라는 역할 자체는 카이와는 아주 잘맞았고 

조나단의 넘버도 카이의 음색과 아주 잘 어울렸다.

"Before The Summer Ends"는 참 애잔하더라.

1막의 상반신 노출장면 때문에 살을 너무 많이 빼서인지 카이의 얼굴이....

(솔직히 너무 많이 빈해보이더라..)

 

문제의 드라큘라.

데이비드 스완은 왜 드라큘라를 이렇게까지 찌질하게 만들었을까?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안다는 연출가인데 적어도 이번만큼은 살짝 비켜간 모양이다.

한국인이 비극을 좋아하긴 하지만 비극에 찌질함이 가미되는건 정말이지 극도로 싫어한다.

거부하지 못한 강한 매혹과 신비스런 공포가 느껴져야 하는 드라큘라가

마치 엄마를 잃은 아이같이 너무 징징댄다.

특히 울며불며 미나에게 애정을 구걸하는 기차역 장면은...

내가 생각하는 "드라큘라"의 이미지와 전혀 매칭이 안된다.

(소위 말하는 민폐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개리올드만 주연 <드라큘라> 매니아라 비교를 자꾸 하게되는데

영화와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좀 오래된 영화지만 이 영화 강력 추천한다.

 아주 매혹적이고 은밀하고 아름답고 도도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의 넘버 소화력은 참 좋았다.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초반엔 너무 징징거려 거부감이 있었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류정한 특유의 애절함과 간절함이 가슴 속으로 빠고 들었다.

"The Longer I Live"는 나조차도 온갖 고민에 사로잡히게 만들더라.

아쉬움이 있다면 "Fresh bood"이 더 강렬했으면 하는 바람.

전반과 후반이 극명하게 달랐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캐릭터 자체가 너무 찌질한게 문제지 류정한의 넘버 소화력이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4중 텐테이블 무대와 바닥으로 쓰러지는 관은 시선을 잡아끌었지만 플라잉신은 솔직히 낚시다.

(배우 입장에서는 아득한 높이이긴 했겠다.)

그리고 다른 배역들은 다 괜찮은데 유독 드라큘라 의상이 참...

꼭 그렇게까지 "I'm Dracula"스러운 복장이어야 했을까???

중세시대 백작의 러블리한 모습까지 꼼꼼히 챙겨주시고...

개인적으론 아주 덴디하거나 모던한 의상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작품을 보면서 느낀건,

프랑크 와일드 혼도 그렇고 데이비드 스완도 그렇고

자신들의 과거 작품들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는 거다.

이 작품도 기시감이 너무 많이 느껴졌다.

뮤지컬 넘버는 프랑크 와일드 혼의 전작들이 전부 소환됐고

연출은 데이비드 스완의 적작들이 여기저기 출몰해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번안은 도대체 누가 하셨는지...

대사 번안은 그런데로 괜찮은데

넘버 번안는 너무 심하게 꾸역꾸역 밀어 넣었더라.

단어나 문장도 최상의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고...

감수를 조금 더, 여러 명이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솔직히 이 작품.

현재까지는 "와! 좋다~~~~"는 아니다.

일단 류정은, 조정은, 카이 조합으로 한 번 더 봐야 분명히 알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미나의 이미지는 딱 "조정은"이다.)

이 세명의 클래식한 조합을 보게 된다면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을거라고 생각된다.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26. 08:27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벌써 네번째 관람이 되버렸다.

변명을 하자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최상의 캐스팅이었다.

류정한, 최현주, 카이, 김도형, 신영숙.

내가 그토록 바랐던 초연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는 날.

김도형과 카이의 듀엣, 류정한과 카이의 듀엣, 카이와 최현주의 듀엣.

그리고 류정한, 카이, 신영숙, 최현주의 솔로곡.

어들이 부르는 넘버 한 곡 한 곡은 전부 다 완벽한 하나의 작품이다.

그 이야기 속의 숨겨진 단어 찾기!

오늘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이 작품을 이야기하련다.

나는 이제부터 "단어"를 추적하려고 한다.

내 머릿속에만 봉인되어 있던 단어들에 대한 추적.

그걸 기록하려고 한다.

 

류정한이 표현하는 찰스 다네이는 "절제"다.

결코 전소(全燒)되어질 수 없는 슬픔의 끝을 그는 품고 품고 또 품는다.

염세와 숭고함 사이의 그 교차되지 않는 막막한 폐허의 땅에 직접 발자국을 꾹꾹 새기며 길을 낸다.

길을 만드는 사람.

아! 이 작품을 류정한이란 배우는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그의 여정 속에서 나는 그걸  절실히 느꼈다.

게다가 그가 보여준 "절제" 속엔 "미(美)" 이상의 것이 담겨있다.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몇 번의 순간들, 순간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깨끝이 턱턱 무너졌다.

 

최현주 루시를 보고 있으면 루시의 "견고"함에 매번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 견고함을 표현하는 방법은 온기가 실감될 정도로 따뜻하고 다정하다.

류정한 시드니의 결핍이 "삐딱함"으로 표현된다면

최현주 루시의 결핍은 모든 걸 인정하고 이해하는 포용의 형태다.

둘은 reflection의 가사처럼 정말 다른 세계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인데...

납득되어질 수 없는 다른 세계 사람을 최현주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류정한과 최현주.

두 사람의 표현방식은 묘하게도 상호보완적이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시드나와 루시를 보고 있으면

마치 이 두 사람이(배우 말고) 샴쌍둥이처럼 느껴진다.

온전한 삶을 위해서 한 사람의 희생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샴쌍둥이...

나는 과연 그 둘 중 누구를 선택할 수 있을까???

 

카이의 찰스는 "선함"의 다른 이름이다.

찰스의 모든 선택은 강직함에 가까운 "선함"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세계가 무너질거란걸 아는 절박함에도

선함을 위한 찰스의 선택은 너무나 단호하다.

그래서 도저히 막을 수 없다.

그게 루시일지라도...

그건 세상에 자신의 선함을 기필코 보여주겠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야만 한다는 일종의 당위성의 표현이다.

타인이 받을 상처과 아픔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 아픈 게 찰스다.

찰스의 선택은 그래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세상을 향해서다.

부드러운 선함이 강함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

카이의 찰스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신영숙의 마담 드파르지는 쌓이고 쌓인 "한(恨)"이다.

백민정의 마담 드파르지가 살의에 가까운 독기를 보여줬다면

신영숙은 자의든, 타의든 오래 참고 견딘 사람이 갖는

감히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절망과 슬픔이다.

그녀의 버텨온 이유는 결코"복수"뿐만은 아닐거다.

그래선가!

그녀의 최후는 오히려 편안했다.

오래고 긴 한의 굴레에서 비로소 벗어난 것 같아서. 

(그런데 신영숙, 몸이 안 좋아 보인다. 혹시 어디가 아픈건가???)

그리고 나를 너무나 많이 감동시켰던 <두 도시 이야기>의 앙상블들.

확실히 이들이 이 작품의 진정하고 주인공이다.

이들은 마치 지구상에 이 작품 하나밖에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들같다. 

그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집중과 몰입은 일종의 광기였다.

"미쳐야 미친다!"

그래, 아무래도 이 말은 진실인 모양이다.

 

어쩌면 마지막 관람이라는 현실감이

나를 더 감상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작품 때문에 나는 잠시 꿈을 꿀 수 있었다.

잠시 숨을 쉴 수 있었다.

비록 잠깐뿐일지라도

나는 오랫만에 평온했다.

그거면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3. 08:48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다시 돌아온 찰스 디킨스의 명작 <두 도시 이야기>

소위 말하는 위대한 고전들이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만들어지면 꼭 원작을 찾아서 읽어본다. 

그래서 이 작품도 작년에 초연이 됐을때 일부러 원작을 읽었다.

그때 개인적으로 받았던 느낌은,

원작보다 훨신 더 풍성하고 깊이있는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거였다.

(대문호 찰스 디킨스에겐 참 죄송스런 발언이지만...)

<몬테크리스토>도 <레미제라블>도 원작에서 받았던 그 느낌들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했었는데 이 작품은 아니었다.

똑같이 생긴 찰스 다네이와 시드니 칼튼을 도대체 어떻게 설정할지도 궁금했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상당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초연때 너무 길어서 지루했다는 평들도 많았지만

skill의 화려함이 주는 감탄보다 feel에 녹아들면서 육화되는 감동때문이었는지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게다가 22인조 오케스트라 연주는 왠만한 클래식 연주회를 능가할만큼 깊이감있고 웅장했었다.

(김문정의 욕심이 얼마나 고맙던지...)

다시 돌아온 <두 도시 이야기>

궁금했다.

초연때의 받았던 그 감동이 얼마만큼 다시 찾아와줄지가...

 

류정한 시드니, 최현주 루시, 카이 찰스.

예상은 했지만 초연때보다도 훨씬 더 깊어지고 간곡해졌다.

배역에 자유로워졌다고 할까, 아니면 정말 깊숙히 스며들었다고 할까!

그냥 그대로 시드니였고, 루시였고, 찰스였다.

이 세 배우의 조합은 정말 황홀할만큼 싱크로율도 좋고 서로 만들어내는 케미도 더없이 좋다.

남녀 듀엣도, 남남 듀엣도, 솔로곡도 어쩜 그렇게 다들 황홀함을 선사하던지!

배역에 완벽히 몰입하고 있음이 그대로 눈 앞에 보여진다.

 

류정한 시드니!

시드니의 첫장면 동선이 초연과 달라서 말들이 있는 것 같던데

류정한 시드니는 초연때와 똑같은 동선으로 등장했다.

(배우에게 선택권을 줬던걸까? 아니면 류정한의 고집이었을까?

 서범석과 윤형렬의 동선이 어떤지 몰라서 비교는 못하겠다.)

염세주의자이긴 하지만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은 알콜의존증 환자(?) 시드니.

류정한의 시드니는...

말을 잃게 만든다.

게다가 또 다시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한다.

어딘가 이런 사람이 있다고 믿고 계속 물 속만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나르시시즘.

(참 삐딱한 나르시시즘이다.)

초연 때는 "I Can't Recall"에 감탄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곡에 다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넘버의 느낌이 다 달라서 시드니의 넘버로 그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특히 루시의 결혼식 장면에서 "If dreams Come True"를 부르는 류정한의 눈빛은...

도저히 설명 못하겠다.

가질 수 없는 여자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눈빛과, 그 눈빛보다 더 간절한 그 마음..

아! 시드니는 결코 루시를 떠날 수 없겠구나... 확신처럼 느껴졌다.

그건 시드니 스스로 다진 의지도, 신념도 아니었다.

그냥 그럴 수밖에는 도저히 없다는 거다.

선별과 선택을 할수조차 없는 그런 것.

류정한이 보여주는 시드니가 그랬다.

"Let Her Be a Child"

이 노래가 그렇게 간절하고 애뜻하고 슬펐던 이유는 그래서다.

그리고 이 넘버를 부르는 류정한의 눈에 고였던 눈물은,

시드니의 눈물, 바로 그것이었다.

단지 보는 것 뿐인데도 내 가슴이 쿵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괜찮다... 괜찮다... 오래 나를 다독여야만 했다.

 

최현주 루시는 초연때보다 더 강건하고 아름다워졌다.

(지금 난 외형을 보고 말하는게 절대 아니다!)

그 사랑스런 눈빛이라니...

누구라고 그녀를 보면 사랑할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상대역들은 몰입하기가 참 쉬웠을 것 같다.

찰스도 시드니도 그리고 마네트 박사와 프로스 아줌마까지도!

"Whthout a Word"에 감정을 다 쏟아내는 최현주 루시의 모습을 보면 늘 경이롭다.

루시도, 최현주도 무대에 서있는 것조차 힘겨울것 같다.

시드니 말대로 루시는 정말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여자다.

(그리고 최현주는 더더욱 더!)

루시를 최현주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초연때부터 최현주가 내겐 루시의 진리다.

그리고 카이의 찰스도.

최수형의 찰스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래도 첫관람은 꼭 카이여야만 했다.

초연때 카이와 류정한이 남긴 듀엣의 활홀함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를 끝없이 끌어 당긴다.

팽팽하기도하고 서로를 연민하기도 하고...

묘하다.

남자의 듀엣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게 좀 믿겨지지 않지만 실제로 그랬다.

게다가 카이는 뮤지컬 첫데뷔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솔직히 연기적인 면에서는 큰 기대fmf 안했었는데 깜짝 놀랐었다.

귀족적이면서도 순수하고 다정한 카이의 찰스.

제발이지 카이를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는 신영숙보다는 아무래도 약하다.

(어쩔 수 없다. 이건 신영숙 탓이다!)

"ㅅ" 발음은 너무 쎄고,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 건 아무래도 좀 거슬린다..

그래도 이 작품에선 이런 단점들이 역할과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져서 다행이자만

호흡은 내내 아쉬웠다. 

초연때 정상훈 바사드가 너무 갑칠맛나는 쫀득쫀득한 연기를 선보여서인지

김대종 바사드는 좀 밋밋했다.

로리 아저씨도 좀 아쉽고...

(어디선가 <아이다>가 막 튀어 나올 것만 같아 ㅠ.ㅠ)

박용수 로리는 루시에게 부모가 갖는 깊은 애정이 느껴졌는데

김덕환 로리는 사무적이고 직업적이다.

(그야말로 법적인 대리인 딱 그 느낌!)

그래선지 박송권 제라가 "이제 시드니씨는 못 돌아오는 건가요"라고 물을 때도

아무 감정없이 느껴진다.

뭐 너는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투로.

(나만 그랬나?)

그래도 제일 아쉬웠던 건 음악.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워졌버렸다

게다가 브라스는 좀 경박한 수준이다.

제임스 바버가 스피디하게 연출했다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대사의 타이밍과 오케의 연주만 과하게 성급해진것 같다.

몇몇 장면을 과감하게 삭제한 건 아주 좋았지만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충분한 호흡과 간격이 꼭 필요한 작품이다.

그런데 어딘지 배우도,오케도 뭔가에 쫒기는 인상이 강하다.

특히 1막에서는 더.

다행히 류정한 시드니가 등장하고부터는 속도가 좀 진정된다.

(성급한 속도를 컨트롤한 사람이 과연 누굴까? 혹시 류정한? 어쩌면 그럴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이 작품은 여전히 참 좋은 작품이고 그리운 작품이다.

눈 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마냥 그리운 그런 작품! 

다시 보게 된다면,

(당연히 다시 보겠지만!)

이번엔 신영숙까지 포함힌 초연멤버 그대로 관람하련다.

신영숙의 "Our of Sight, Out of Mild"가 무지 그립다.

 

* 다음 관람 땐 꼭 오페라글라스를 가지고 가야겠다.

  류정한의 표정을 아주 세세히 읽기 위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0. 8. 07:36

<The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 (제리 크런처)

 

류정한 시드니, 카이 찰스, 최현주 루시, 그리고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내가 생각하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최고의 캐스팅!

그래서 선택한 자체 막공이 10월 2일 공연이었다.

공연이 계속될수록 뭐랄까 깊이와 완숙미가 넘친다.

엄밀히 따지면 참 유치한 사랑이야기고 황당무계한 줄거리일 뿐이데...

고전의 힘이란 그런 것 같다.

흔한 사랑이야기라도 깊이가 남다르고 다 읽고 난 후에는 뒤에 잔향처럼 남은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는다는 것.

그래서 그런 고전들이 무대 위에 재현됐을 때는

성패와 호불호가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남녀 주인공이었던 최현주와 류정한은 그야말로 제대로 임자를 만난 셈이다.

아낌없이 각자의 인물에 빠져들었고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담아냈다.

짐심으로 멋있었고, 짐심으로 아름다웠고, 짐심으로 위대했다.

정점을 찍다!

이 작품이 아마도 두 사람에게 한동안은 그런 의미로 기억되지 않을까?

두 사람 모두 노래와 표정, 감정 전달이 너무나 섬세해서 보는 내내 황홀했다.

류정한, 최현주.

이 두 사람이 다시 한 작품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희망사항 하나를 꿈꾸게 하는 배우들다.

 

배우 류정한은 12월까지 연장 공연되는 <맨 오브 라만차>에 10월말부터 출연한단다.

오랫만에 류정한의 impossible dream을 들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흐뭇하다.

매니아들의 비난과 외면도 있었지만 류정한은 배우로서 한 고비를 잘 넘긴 것 같다.

뮤지컬 배우로서 류정한의 그동안의 행보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선지 앞으로 그의 행보가 나는 더 궁금하다.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였다.

지혜의 시대였으며,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다.

 

믿음과 불신이 교차했으며,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대였다.

희망의 봄인 동시에 절망의 겨울이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정말 이랬다.

다행이다.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12. 08:09

<A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시드니 칼튼) /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 (제리 크런처)

        배준성, 임재청, 김용수, 전국향 외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두번째 관람.

시드니는 여전히 류정한이었고, 찰스 다네이는 카이, 루시 마테트는 임혜영이었다. (드파르지 부인은 지난번과 같은 신영숙)

첫번째 관람보다는 나도 여유가 생겨서 인물들의 감정선이 훨씬 잘 느껴졌다.

시드니 칼튼에 동화되서 참 여러차례 울컥했고 실제로 눈물도 제법 흘렸다.

시드니 칼튼 류정한은 프리뷰 공연 때와는 또 다른 해석과 설정을 보였다.

1막의 시드니 칼튼의 모습은 술에 확실이 찌든 모습으로 표현했다.

말투도 살짝 혀가 꼬인 듯 발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딕션은 분명하다)

행동과 눈빛도 프리뷰때보다 훨씬 더 알콜의존적인 인물로 표현했다.

그래서 루시로 인해 변화되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심지어 머리모양도 달라진다.

술에 찌든 칼튼은 소위 말하는 아줌마 파마스런 머리 모양이고

크리스마스밤 루시에게 고백하는 장면부터는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로 등장한다.

그런 작은 변화들로 열심히 캐릭터를

류정한은 한 인터뷰에서 공연을 하면서 못 찾은 부분들이 있다면 열심히 찾아가겠노라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아마도 류정한만의 시드니는 계속계속 만들어지지 않을까가 싶다.

그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칼튼은 그래서 더 아름답고 고결하다.

 

"I can't recall"은 물론이고

1막 결혼식 장면에서 부르는 "If dreams came true"

시드니가 어린 루시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파리의 가스파드 장례식 장면으로 넘어가는 "Little one"

2막에서 찰스 다네이와 부르는 듀엣곡 "Let her be a child"는 정말 가슴 아프고 절절했다.

가사가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다.

루시가 이러이러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도와달라며 기도하는 두사람의 간절한 마음이

하나하나 그대로 가슴에 꼭꼭 박힌다.

아비의 마음과 그리고 모든 걸 버리는 사랑의 마음.

두 마음의 울림은 참 진하고 깊고, 그리고 간절했다

카이와 류정한의 하모니가 주는 여운이 아직까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카이 찰스 다네이는 임혜영 루시 마네트보다 류정한 시드니 칼튼과의 듀엣이 더 멋지고 아름다웠다.

이 작품 속 남자-남자의 듀엣곡들은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찰스 다네이와 마네트 박사가 1막에서 부르는 듀엣곡 "The promise"도 참 좋다.

특히 김도형(김성기)의 음색과 발란스는 정말이지 너무 좋다.

(그런데 왜 이름은 바꿨을까? 동명이인 때문에?)

 

루시 마네트는 임혜영보다는 최현주가 연기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게 훨씬 괜찮았다.

"without a word"를 너무 숨가프게 부른 임혜영을 보면서 좀 답답했다.

최현주 루시는 강인함이 많이 느껴졌는데

임혜영의 마네트는 가녀린 느낌이 더 강하다.

1막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편인데

솔직히  2막은 임혜영이 표현하기엔 좀 벅차보인다.

찰스 다네이는 개인적으로 카이의 해석과 표현이 더 좋다.

전동석은 성품 곱게 자란 도련님 느낌이다.

남한테 나쁜짓 같은 거 차마 맘이 약해서 못하고

불쌍한 사람들 보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꼭 주머니를 털어서 주고 오는 그런 도련님 ^^

반면 카이의 찰스 다네이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어떤 결기같은 게 있다.

(카이의 해석을 보면서 찰스 다네이가 혁명가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믹에서 삼촌과의 논쟁도 불꽃이 튀는 느낌이었고

2막 재판 장면에서 사형이 결정된 후에 무릎 꿇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이제 끝이구나... 그런 느낌보다는

죄책감과 비애가 느껴졌다.

그래선지 2막에서 시드니와 부르는 노래는 처연하고 그리고 편안하기까지 하다.

이러기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내게 참 묘한 감정을 그것도 여러번 갖게 한다.

서정적이지만 여성적인 작품이 아니라 남성적이고

그것도 남자들의 감정 변화에 따라 스토리가 전개된다.

게다가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이 전부 인상적이고 비중있다.

(하다못해 꼬맹이 가스파드까지...) 

도대체 정체가 뭘까 궁금하다.

 

어쨌든 확실한 건,

내겐 묘한 매력과 끌림이 있는 작품이란 사실이다.

참 오랫만이라 반갑다.

이런 류(類)의 뮤지컬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