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2. 6. 09:0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DAS musical <Rebecca> 세번째 관람.

두 번 관람을 해서 내용과 노래에는 많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어쩌면 더 깐깐해질 수도 있는 관람.

같은 작품을 여러번 보게 되는 이유는,

그날 어떤 배우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작품 전체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배우만 달라졌을뿐인데 그날 공연 자체가 확연히 달라질 수도 충분히 있다.

하긴, 똑같은 배우의 조합이라도 같은 느낌을 주는 공연은 단 한 번도 없다.

눈 앞에서 실제로 보고 있다는 재현성.

실재와 똑같다는 현실성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다.

제 3의 감각을 예민하게 깨우고,

또 다른 이해와 생각을 가능케 하는 여지를 남긴다고 할까?

 

지난 번 두번의 관람에서

확연한 느낌을 못받았던 이유를 이날 공연을 보면서 어느정도 찾았다.

오케스트라 느낌이 다르다!

음악이 풍성해졌고 그리고 연주 자체가 스토리를 주의깊게 말해주고 있었다.

도대체 왜 달라진거지?

피트석을 기웃거렸다.

두번의 관람에서는 분명히 아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지휘봉을 김문정 음악감독이 잡고 있었다.

김문정 음악감독의 아우라와 오케스트라를 전두지휘하는 장악력이 그야말로 현실감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아우라가 그날 공연을 인상깊게 만든 제1의 이유다.

"두 도시 이야기"가 너무나 좋았던 건 그녀 때문이기도 했다.

음악이 깊이가 달랐었다.

클래식하고 웅장해서 마치 음악회에 있는 듯한 감동을 방았었다.

음악감독 김문정!

역시나 거침없이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덕분에 공연에 집중해서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류정한 막심과 김보경 나의 조합은 최상이다.

류정한 막심은 노련함 속에서 두려움과 분노, 시니컬한 감정들을 잘 표현했고

처음 봤을때보다는 확실히 막심이라는 인물의 감정과 심리가 자리를 잘 잡았다.

조금은 어색했던 2막의 "칼날 같은 그 미소"도 좋았고

그의 트레이드마크겉은 부드러운 넘버 "놀라운 평범함"도 잘 표현했다. 

복잡한 감정이 숨어있는 "하루 또 하루"와 "신이여"도 처음 봤을때보다는 훨씬 느낌이 좋았다.

(확실히 배우 류정한은 영리한 여우다.)

그래도 여전히 막심이란 인물은 류정한이 지금껏 보여준 캐릭터의 페레이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새로운 해석과 표현이 없다는 게 좀 치명적이다.

그래서 배우 류정한도 막심이라는 인물을 해석하고 표현하는게 힘들지 않았을까?

김보경 나는 사랑스럽고 조심스러운 소녀에서 강인하고 현명한 여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단락없이 잘 끌어냈다.

조심스럽게 통통 뛰던 발걸음과 

(정말 사슴같고 겁먹은 양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던 표정과 말투.

그러면서도 2막 옥주현 댄버스와의 베란다 장면은 임혜영 나보다 훨씬 대사도 노래도 강하다.

이 장면에서 "나'가 뭘 어떻게 하든 댄버스와 대등할 순 도저히 없겠지만

김보경은 임혜영 나처럼 존재감이 전무하진 않다.

임혜영은 어쩌지 못해서 눈 감아버리는 외면의 느낌이라면

김보경은 미약하지만 거부, 도전의 기운이 느껴진다.

나름대로 "나"의 변화되는 모습을 끄집에서 표현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옥주현 댄버스는 두번째인데도 불편함이 느껴질만큼 여전히 너무나 도도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관람에서는 불같은 질투심을 강하게 느꼈다.

"나"를 향한 질투심이 아니라 "레베카"를 향한 질투심!

레베카 마님을 모시다 스스로 레베카가 된 듯한 여자처럼 보인다.

(여전히 "내가 바로 레베카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느낌.)

무대위에 보여지는 겉모습이 전혀 나이들어 보이지 않는데

대사를 너무 나이들게 표현하려는 것도 여전히 불편하다.

1인 2역의 느낌이랄까?

옥주현의 댄버스를 보고 있으면 도저히 "댄버스 부인"이라는 호칭으로 부를 수가 없다.

그냥 어릴때부터 같이 자란 댄버스 언니라고 표현해야 옳다!

그래서 옥주현의 댄버스는

개인적으로  작품 속에서 최고의 미스터리고 쓰릴러리고 생각한다.

 

확실히 <Rebecca>는 EMK 작품답게 앙상블이 강하고 변역이 전체적으로 좋다.

넘버 가사도 어색하게 들쑥날쑥하는 것 없이 매끈하게 잘 다듬었다.

그래도 무대 영상은 세 번을 봤는데도 여간해서 익숙해지지 않는다.

특히 멘덜리 저택의 화재 장면은 실제로 계단에 불을 붙였어야만 했다.

(나, 불보면 흥분하는 그런 류의 사람 결코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렬하지 않았을까?

무대 위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최강의 캐릭터 "Rebecca"처럼...

개인적으론 그 장면이 두고두고 제일 아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28. 09:0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어쩌다가 전혀 예정에도 없던 레베카를 보게 됐다.

그것도 다행스럽게 지난번과 캐스팅이 겹치는 배우가 단 한 명도 없다.

(오호라, 비교 살짝 할 수 있겠다~~ ^^)

과장됨없이 우직하게 직구로 승부하는 오만석의 막심이 좀 궁금하기는 했었다.

그리고 호평을 세레모니를 받고 있는 옥주현 댄버스도.

 

오만석 막심,

노래는 좀 약한 편이이지만

예상했던 그대로 우직하게 감정선을 잘 따라가면서 연기했다.

댄버스의 넘버 못지않게 변조와 리듬 변화가 많은 막심의 넘버가 아무래도 그에게는 조금 벅찼던 모양이다.

소위 말하는 삑사리도 여러번 났던 것 같다.

그래도 2막 보트보관소 장면에서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흔들리는 눈빛과 급변하는 감정의 변화를 오만석답게 잘 표현했다.

딕션 역시나 예술이었고!

(이 장면에 나오는 막심의 그 긴 넘버, "칼날 같은 그 미소"가 정말 어려운 노래구나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임혜영 나와 나란히 있는 서 있는 모습은 카차이가 별로 안나서 그런지 별로 이뻐보이지 않는다.

그냥 동년배 친구처럼 느껴져서...

류정한 막심을 보면서도 너무 젊게 설정된 게 아쉬웠는데

오만석 막심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원작에서는 나와 막심과의 나이 차가 상당히 많은 걸로 나오는데

우리나라 라이선스 공연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라이선스에서도 설정은 그게 맞는 것 같은데...

왜냐하면 막심의 넘버에 분명히 나온다.

"넌 너무 어려...." 라는 부분이!

(중후한 느낌의 막심은 오로지 유준상에게만 기대해야 하는 건가!)

 

옥주현 댄버스.

세간의 칭찬처럼 잘한다.

그러나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엘리자벳>에서 루돌프의 관을 부여잡고 통곡하던 장면을 기억한다면

그 장면의 목소리 그대로 옮겨온 게 옥주현 댄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발란스가 영 안맞는게, 

얼굴 이쁘고 몸매도 좋고, 대사할 때 목소리도 젊은 댄버스가

기이하게도 노래할 때만 목소리에 나이든 티를 사정없이 팍팍 낸다.

그런 설정이 음산하고 으스스하긴하다.

흡사 다중인격같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옥주현이 표현하는 댄버스라는 인물은 명백히 스릴러의 주인공 맞다!

"내가 조선의 왕후다"가 아니라 "내가 레케카다!"

뭐 대략 이런 느낌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난감했다.

우리나라 라이선스에서는 아무래도 댄버스를 너무 강력하고 너무 쎄게 표현한 것 같다.

주종이 완전히 뒤바뀐 느낌이 드는게 영 찜찜하다.

레베카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댄버스의 충성심이 느껴지지는 게 아니라

조물주가 창조물에 대해 갖는

일종의 궤도이탈된 소유권 주장 같은 게 느껴진다.

(이런 표현... 나도 참 어이 없다!)

 

임혜영 나는 너무 밋밋해서 존재감 자체가 흐려진다.

하긴 이렇게 막강한 조물주 앞에서 어느 누가 기를 펼 수 있을까!

(여러모로 이 작품의 진정한 피해자 되시겠다!)

최민철 잭 파벨은 에녹처럼 화려한 퍼포먼스로 이 작품을 쇼뮤지컬화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스러웠다.

(에녹의 표현이 내겐 또 다른 스릴러였는데...)

예전에 비해 살이 좀 붙은 게 느끼히고 간사한 느낌을 더 살려주는 것 같다.

(그런데 좀 빼셔야 할 듯... 그러다 둔한 느낌으로 둔갑할 것만 같은 우려가...)

이경미 반 호퍼 부인은 역시나 물 만난 고기라 뭐 달리 할 말도 없고

줄리앙 대령 정의갑도 목소리 톤과 연기 다 괜찮았다.

(이 사람 앞으로 공연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확실히 이 작품은,

댄버스와 막심에 의해 호불호가 좌우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다행히 첫번째 관람보다는 호(好)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나도 참 이상은 하다.

별로 좋은 소리 안 썼는데 호(好)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하니...

암튼 그렇다!

어느틈에 내 취향의 개스팅도 확실히 만들어고!

2차 티켓오픈이 되면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류정한-신영숙-김보경-최민철" 캐스팅이 있는지를.

없으면 미련없이 PASS~~!

 

* 29일에 "류정한-옥주현-김보경-에녹"으로 세번째 관람이 예정되어 있다.

   엘리자벳이 환생한 옥댄버스 때문에 벌써 걱정이다.

   제발 이것 하나만 그녀가 기억해준다면 감사하겠다.

   당신은 결코 "레베카"가 아니라는 사실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