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4. 28. 06:33
그의 첫 소설 <고래>를 읽으면서 얼마나 신선한 재미를 느꼈었던지...
날 것들에 대한 생명감 가득한 이야기...
(그 "날 것"이란 다름 아닌 모두 "사람"들이다)
"어~~~어~~ 이런 인물들로 현대 소설이 가능해?"
원시적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던 소설 속 인물들 때문에
읽으면서 많이 놀라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의 두번째 소설을 서점에서 봤을 때 
그래서 나는 반가웠고 함께 귀가(?)를 선택했다.
잠시 본의 아니게 아껴뒀다가(?) 어제 드디어 읽었다.



강간죄로 교도소를 다녀온 52세 120kg 큰아들,
영화인지 뭔지를 하다 완전히 망해먹고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돌아온 48세 둘째아들,
바람을 피우다 이혼을 당해 딸과 함께 친정으로 쫓겨온 42살 막내 딸...
일흔이 넘은 엄마의 집으로 이런 가족 구성원이 모인다면?
평균나이 49세 후줄근한 중년이 되어 한 집에 모인 삼남매의 끼니를
일흔의 어미는 다시 챙겨주기 시작한다.
그것도 극악스럽고 온갖 종류의 "고기"를 끊이지 않고....
(마치 고기와 승부라도 보는 듯이...)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고,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이 어머니의 기구함이 참 처량스럽긴 한데,
그렇다고 이 어머니 역시 마냥 기구한 운명이라며 불쌍하게만 여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젊은 시절 외간남자와 눈이 맞아 자식들들 팽개친 채 야반도주를 했고, 
이 사실을 사십 년간 자식들에게 감쪽같이 덮어둔 채
배다른 자식(형과 나)과 씨 다른 자식(나와 여동생)을 억척스럽게 한집에서 키워온 어머니시다.
하나씩 흩어졌던 그 자식들이
다들 무참히 깨져서 지금 25평 아파트에 떨거지처럼 담겨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도 다 코믹이겠다 싶다.
실제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랫만에 박장대소를 했다.
그러면서도 뒤가 구린 듯한 이 느낌은 뭐지?
너무 현실적이라서 캥기는 기분마저 든다.
이게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머리털이 쭈뼛 서기도 한다.



이 막장의 콩가루 집안 사람들이
상당히 읽는 사람을 뜨끔거리게 만든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엔 문학적인 모습을 띄기도 한다.
그것도 겁없이 권총 자살한 대문호 헤밍웨이에 빗대서 말이다. 
...... 자신의 몸으로 직접 실감할 수 잇는 것만이 참다운 실존이라고 생각했던 헤밍웨이의 경우는 어땠을까? 그는 온전히 자신의 으지대로 산 것일까? 전쟁터를 전전하고 파리와 쿠바, 스페인과 아프리카를 떠돈 것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었을까? 그래서 그는 행복했을까? 물론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파리에서 보낸 칠 년, 가난한 문학청년으로서의 수줍음과 막막함, 첫 아내와의 달콤한 시간들, 문학에 대한 열정..... 하지만 순수했던 시절은 모두 지나가고 그는 무언가에 코가 꿰어 여자를 갈아치우고 더 많은 짐승을 살해하고, 미친 듯이 먹어대 돼지처럼 몸무게가 늘어나고 거친 영혼은 더욱 황폐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던 것이다......
각 장의 소제목은 영화 제목을 가져다 썼는데
(처음엔 꼴에 주인공이 영화감독이라고.... 라고 끌끌 혀를 찼었다
  이상하다. 읽을수록 점점 이 가족들과 유사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된장!)
이게 또 은근한 조롱의 뉘앙스를 풍긴다.
이 소설은 그러니까.
인간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공통점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엔 뭐 이런 집안이 다 있냐 싶었는데
지금 내 말하는건가 하는 부분들이 자꾸 등장한다. (이런 "삐리리"한 경우가...)
아주 교훈적이고 근엄하게 조목조목 따지는 것보다
이렇게 불시에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한 방이 더 강력한 법.
 그래도 결론은 어쨌든 착하다(?)
......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임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헤밍웨이처럼 자살을 택하진 않을 것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지질하면 지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천명관!
이 사람한테 또 제대로 한 방 먹은 것 같다.
<고래>와 <고령화가족>
천명관의 그 다음의 이야기가 미리부터 궁금해진다.
이 사람 글은 참 많이, 그리고 거하게 펄떡거린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26. 05:44


일    시: 2010.04.21. ~2010.06.13.
장    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작    곡 : 프랭크 와일드혼 /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casting : 몬테크리스토 백작(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메르세데스(옥주현, 차지현)
             아베 파리아(조원희, 이원근),
             몬데고(최민철, 조휘),
             빌포트(조순창), 당글라르(장대웅), 
             알버트(김승대, 전동석) 그 외...


<2010.04.21. casting>

몬테크리스토 : 류정한 / 메르세데스 : 옥주현
아베 파리아   : 조원희 / 몬데고       : 최민철 
알버트          : 김승대

첫공을 아무 망설임 없이 선택한 건
오로지 이 사람,
뮤지컬 배우 "류정한" 때문이었다.
조금 쉬고 싶었는데 뮤지컬 넘버가 너무 좋아  휴식기를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는 작품.
그리고 무엇보다 <지킬 &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니
그로서도 역시 탐나지 않을 수 없었겠다.
<영웅>에 이어 <라만차> 서울 공연과 지방 공연을 다니느라 참 지쳤을텐데...
그를 또 다시 불러들이는 무대 때문에
그의 매니아들 역시 또 다시 기꺼이 좌석쟁탈전을 준비한다.
(클릭이 빠른 자, 가까이서 그를 보리니...)



개인적으로는 옥주현의 뮤지컬 무대를 처음 봤다.
감정연기도 나쁘지 않고 노래도 잘 하는 건 정말이지 충분히 알겠다.
그런데 이상하지?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약간 들떠있고 그리고 숨소리가 너무 크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의 어머니를 보는 것 내겐 좀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그냥 내내 여자이기로 선택한 거라면 할 말이 없지만...)
오랫만에 본 최민철의 무대는 아직 중심을 잡지 못하겠다.
캐릭터 설정을 그렇게 한건지,
아니면 그가 현재 좀 방황(?)하는 중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올려진다고 했을 때
일부러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완역본 5권을 찾아 읽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성이 갸륵하다)
그런데 원작을 괜히 본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원작과는 느낌이 참 많이 다르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3인의 몬테크리스토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그런데 이 사진들 다들 좀 심하시다... ^^


알렉상드르 뒤마의 결말은 메르세데스와 에드몽 당테스의 헤피엔딩이 아니다.
당테스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다시 배 위에서 길을 떠난다.
그의 곁에는 메르세데스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다.
지조없는 남자라고?
아니! 원작을 읽으면서 나는 그 결말이 몹시도 좋았다.
그리고 그가 모렐 선주의 아들 막시밀리앙에게 남긴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
결국 이 이야기의 모든 걸 대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뮤지컬에서는 몬테크리스토의 아들같은 존재인 막시밀리앙이 등장하지 않는다)

"...... 인간의 지혜는 오직 다음 두 마디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는 이 문장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냈다.
극의 내용에 맞게 조금 더 극적인 문장으로 말이다.

"......정의는 갖는 자의 것, 사랑은 주는 자의 것...."

그러니까 이 뮤지컬의 주제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하지!
정의로 사랑을 통합하긴 힘들겠지만
사랑으로 정의를 통합하긴 훨씬 더 드라마틱 할테니까...


                    연출가 : 로버트 요한슨                         메르세데스 옥주현, 몬테크리스토 류정한

뜬금없는 배역과 내용에 원작을 읽은 나로서는 처음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너무 과하게 코믹한 설정으로 나오는 파리아 신부,
(원작에선 이 사람은 현자, 석학자의 이미지였는데.... 쩝!)
이프 감옥에서 탈출에 성공한 당테스를 구출하는 배가 해적선이라는 설정,
거기다가 그 해적선의 선장인 루이스 밤파가 여자로 나오는 장면
그리고 원작에 없는 이름 "발렌타인"까지...
(이건 너무 달콤하쟎아~~~)
참 많은 창조적 과정으로 거쳐서 뮤지컬이 탄생된 셈이다.
여기에 당테스와 몬테고가 뮤지컬에서처럼 친구 사이가 아니라
몬테고가 메르세데스의 사촌오빠로 원작엔 나온다면 좀 놀라울까???
(뭐, 18세기엔 근친의 성행했으니까...)
그리고 알버트는 몬테크리스토의 아들이 아니라
몬데고의 아들이 맞다고 말한다면...
(에이. 그만 할란다~~)


                                                                               2장의 사진 출처 : 건승정한 ^^
뭐 어쨌든 좌우지간,
작품 자체는 확실히 나쁘지 않다.
문제는 공연장이 아주 확실하게, 너무도 완벽하게 나쁘다는 거다.
왜 하필 "유니버설아트"냐고 고개를 저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공연장의 열악한 조건이 공연의 감동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반감시킬 수 있는지
절실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나, <삼총사>와 <살인마 잭>을 모두 넘겼다. 유니버설아트라서...)
내 귓 속에는 아직도 삐그덕거리며 완전 100% 수동으로 설치되던 
무대셋트들의 소음으로 가득하다.
(열심히 무대 설치하는 사람들에게 당신 발소리 무지 크다고 말한다면 내가 죽일년인가?
 암튼 출연료는 제일 많이 주어야 할 것 같아. 어쨌든 제일 많이 무대에 등장하니까...)
이 공연장의 총체적이고 절대적인 난국이
빠른 시간 안에 해결되길 나는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몬테크리스토가 고향으로 돌아와 처음 연회를 여는 장면에서
(정확히 말해서 빨간색 망토를 휘날리며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장면)
살짝 미스코리아 Feel이 느껴지는 건 나 혼자만이었을까?
(여러분! 아름다운 밤이예요~~~)
아무튼 이 작품을 위해서
마흔이 넘은 몸을 이끌고 멋지게 힘준(?) 복근을 보여준 류정한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잘하면 머지 않아 화려한 "액션 히어로"로 등극하지 않을까???
결투 장면은 정말 실감나더라.
(그것도 매번... 이 뮤지컬, 칼싸움 정말 여러번 나온다)
배우들이 하나하나 정확하게 동작을 맞추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을까를 생각하니 대단하다 싶다.
저러다 다치는 건 아닌가 솔직히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그만큼 실감이 난다는 뜻 ^^
이 상태로 가다간 조만간 배우 류정한 배에도 멋진 리얼 초코릿 복근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

 
                                                       류정한, 차지연 <언제나 그대 곁에>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2. 4. 06:11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마니아 층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 일본 작가.
이 사람의 소설은 톡 쏘는 탄산 음료 같다.
입 안의 맛과 배 속에서 느껴지는 맛이 다르다.
마냥 재미있다고 말하기엔 미안한 그런 내용.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뭔가 사람을 끌어들인다.
소시민의 매력과 능청이라고나 할까?
계산된 웃음이 아니라 일상의 단면을
아주 기발하고 재치있고 캐치한다.



그의 신착 <오 해피데이>
소소한 일상에서 의외의 순간에 해피함을 느끼는 6명의 사람을 그리고 있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며 동의하게 된다.
"맞아! 맞아!" 하면서...
30, 40대 중년의 문턱에 서 있는 사람들이 꿈꾸는
일탈, 그리고 생활!
일탈과 생활을 나란히 써 놓고 보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지만
여기에 코믹과 상상이 첨가되면서
놀라운 재미를 선사한다.



인터넷 경매가 삶의 낙이 된 주부,
그 삶의 낙은 여자에게 활기를 주고 젊음을 되돌려준다.
여자는 온 집을 뒤적이며 옥션에 올린 물건이 없는지 고심한다.
그녀 일생에 포인트가 된 옥션 경매..,
느닷없는 회사의 도산에 전업주부가 된 남자.
이런데 이런!
"전업주부"가 그 남자의 "청산"이 될 줄이야...
별거를 선언한 아내 덕분에 남자의 로망인
아지트를 만든 남자.
로하스에 빠진 아내.
그 이야기를 소재로 소설을 썼으나 가정의 평화(?)를 위해
출판사에 원고 파기를 간청하는 소설가...
읽다보면 참 재미있는 군상들이란 생각도 하게 되지만
딱 내 옆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더 공감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표지에 있는 이 아이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어
자꾸 책을 덮게 된다.
상당히 "개죽이(?)"스럽게 느껴지는 아이의 표정.
귀엽기도 하고, 의뭉스럽기도 하다.
책의 내용과 딱 어울리는 그런 표정을 얼굴 가득 짓고 있는 아이...
딱 오쿠다 히데오 스러운 표정이 아닐 수 없다.
담장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의 표정도 결코 예사롭지 않고...
이거 은근히 중독성 있다.
오쿠다 히데오처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