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4. 1. 17. 08:30

나는 김영하의 글들이 참 좋다.

표현히 특별하다거나, 사건이 기발하다거나, 스토리가 대단해서는 아니다.

뭐랄까, 어떤 순간을 포착해서 김영하식으로 써내려가는 방식이 너무나 좋다.

확실히 자신만의 뉘앙스를 확고히 가지고 있는 작가!

아직도 선명하다.

그의 소설을 처음 읽었던 때가.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였는데

제목만 보고는 나는 그가 성석제류의 작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또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던거지!

그러다 그의 소설을 다 찾아서 읽기 시작했고

새 책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잊지 않고 꼭 챙겨보게까지 됐다.

개인적으론 must read author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작가되시겠다!

 

로봇

여행

악어

밀회

명예살인

마코토

아이스크림

바다 이야기 1

바다 이야기 2

퀴즈쇼

오늘의 커피

약속

 

12편의 단편들은 거의가 다 기발하고, 섬득하고, 재미있고, 의아했다.

뭐랄까, 다양한 후식이 나열된 다과상을 받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뭣한 단문은 제외하련다.)

그리고 장편 <퀴즈쇼>의 단편 초기작을 보는 재미도 솔솔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밀회"

어쩌면 이야기보다 카푸그라증후군이라는 용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뇌의 친밀감에 대한 정보를 관장하는 부분이 손상돼서

그전까지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을 인식하는데 혼란을 겪는 증상.

여기에 단란한 가족이 있다고 상상을 해보자.

가족 중 누군가 카푸그라증후군 진단을 받는다.

그 당사자는 이제 가족이 의심이 되기 시작한다.

가족이라면 마땅히 느껴야 할 친밀감이 전혀 생기지 않으니까...

급기야는 이 사람들이 나를 속이고 가족인척 한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그 다음 순서는?

아마도 해체 혹은 무시...

어떻게 좋은 방법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카푸그라증후군 자체는 섬득하고 막막한 현실이겠지만

의외의 반전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나"로 살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으니까.

 

김영하의 책을 읽고 있으면 어쩔수 없이 이렇게 되버리고 만다.

책의 한 구절로 시작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김영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가다.

세상에! 생각이라니!

그거 참 두루두루 위험한건데...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7. 15. 06:37
내일이면 일본에서 살고 있는
언니네 가족들이 온다.
형부랑, 언니랑, 이쁜 조카랑
(조카라는 말은, 그리고 의미는 말랑말랑한 사랑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

같이 사는 조카들이
편지들들들(?)을 무지 많이도 써 놨다.
너무 귀엽고 재미있는 내용들.



오빠가 뭘 하고 있으면
그걸 또 빤히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동생
둘이 머리 맞대고 이 편지들을 썼을 생각을 하니
그냥 절로 미소가 난다.



두서없이 이거 저거 생각나는 그대로 쓴 편지들
순수하고 깜찍한 것들.
그냥 내 편지라고 보관하고 싶어진다.



얼마전이 자기 생일이었다고 은근히
말하는 조카녀석
언니랑 형부랑 이 편지 받으면 어떤 기분이실라나????



소개팅, 맞선 분위기에 심지어 버럭 컨셉까지
그리고 뜬금없는 퀴즈쑈도 ...ㅋㅋ
이 몸이야 이미
조카녀석들에게 단란이 된 몸이지만
형부랑 언니는
적쟎이 당황스럽겠다.
환영사 한번 거하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 5. 23:01

주목받은 젊은 작가

김영하 - <빛의 제국> 
 

빛의 제국
 

김영하...

1968년생 작가로 재미있고, 특이한 소설을 발표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파리에서도 작품들이 번역돼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입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빠가 돌아왔다>, <검은꽃>, <빛의 제국>, <퀴즈쇼> (.... 제목들도 범상치 않은 느낌이지 않습니까? ^^)
제가 읽은 김영하의 소설들입니다.
열거한 책들 중에서 흥미롭지 않은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답니다,


<빛의 제국>은 간단히 말하자면 남한에 내려와 오랜 시간 살아가고 있는 고정간첩에 관한 내용입니다.
아예 작가는 시작부터 주인공이 간첩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처음부터 밝혀놓고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나갈 지 궁금증 반, 의구심 반이 들기도 했구요.
21세기에 간첩 이야기라니....
어쩌면 뻔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고, 혹은 사상과 관련된 조금은 고리타분한 내용이 아닐지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이념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린 한 남자의 그야말로 이야기 같은 시간들의 연속입니다.
이미 고정선이 끊겨져 북한에서도 잊혀 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한 남자에게 갑자기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그것도 스펨 메일 형태로... 참 기막히지 않습니까?)


주인공의 직업은 자본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산업, 그것도 수입영화 배급사의 사장입니다.
늘 야한 동영상에 미쳐 있는 위성곤이란 직원을 둔 사장님이시죠.(별 활약도 없는 이 직원에게도 주목해주세요--->왤까요~~~~?)
그의 아내 장마리는 수입 자동차 딜러고 주인공과의 사이에서의 딸 현미는 벌써 중학생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연하라고 하기에는 심하게 민망한 21살 대학생 애인까지 두고 있는 그야말로 대단한 여성이기도 하죠.
물론 가족들은 그가 고정간첩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이 남자의 삶과 이름은 두 개로 분리 되어 있고 그리고 정확히 각각의 삶의 절반씩을 각각 완전히 다른 이념의 세계 속에서 완벽하게 분리하여 살아 왔습니다.
평양외국어대 영어과를 나온 김성훈이라는 북한 엘리트 청년은 비밀스럽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21년의 북한의 생을 뒤로 하고 남한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21년은 김기영이라는 이름으로 완벽히 위조된 인생을 이곳 대한민국에서 완벽하게 수행하며 살고 있었죠,
아마도 이쯤 되면 본인의 정체성도 심한 혼돈과 괴리를 겪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주위 여건들의 이런 복잡성에 복잡성을 더해줍니다.

세상에 완벽한 비밀이 존재할까요?
나를 지우는 작업이 정말 가능하고 할 수 있는 일일까요?
혹시 지금의 나 역시도 또 다른 나를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가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그 속에 분리된 삶을 옮겨다 놓는다면.....
그리고 다시 그 삶을 또 옮겨 놓으라고 한다면....

간첩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이 뭔지 혹시 아세요? (^^;;)
그건 매력을 없애고 따분해지라는 겁니다.
분명 그 곳에 있었는데,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맞긴 하는데 일부러 떠올리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얼굴이 희미해지는 사람...
혹시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세요?
어떠세요?
그 사람 얼굴이 기억나시나요?
기억나지 않는다면.... 혹시..... (^^)

보너스 팁 하나!
그의  최신작 <퀴즈쇼>를 뮤지컬로 만든다고 하네요.
얼마전까지 간간히 소식이 들렸는데 지금은 좀 잠잠한 것 같기도 하고...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뭐 딱히 불가능하지도 않겠지만....)
<퀴즈쇼>, 요 책도 정말 물건이라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알려드리며 싶어 사족을 달았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