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18. 05:31
터키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그랜드 바자르와 이집션 바자르를 들러본 후
이집션 바자르에서 가까운 자미 몇 군데를 보고
트램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서 그랜드 바자르까지 걷기로 했다.
가는 길에 국제공중전화 카드도 샀다.
그러나 몇 번의 도전 끝에 결국 give up을 선언했다.
(카드는 결국 그대로 한국까지 친히 따라왔다. 지금도 가끔 공중전화 카드 쳐다보면서 혼자 웃는다.)
터키 현지인들이 여러번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매번 못 걸던지...
도저히 미안해서 나중에 하겠다고 하고 도망쳤다.
이렇게 심한 길치에 엄청난 기계치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무사히 터키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음을 감사하면서...



술탄아흐멧에서 트램을 타고 이동한 곳은 이집션 바자르(Misir Carsi).
입구가 시장처럼 보이지 않아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뻔 했다.
열심히 헤매다 바로 앞에서 또 현지인에게 물어봤다.
정말 엎드리면 코 닿을 곳에서...
그랜드 바자르보다 규모는 작지만 보다 서민적이이라 오히려 정겨운 느낌이다.
이집션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옛날 이집트에서 온 물품의 집산지가 이곳이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이곳은 과거에 실크로드를 따라 동방에서 온 향신료가 주로 거래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 역사가 고스란이 남겨져 여전히 향신료 시장이 유명하다.
그래서 스파이스 바자르(Spice Bazar)라고 불리기도.
예전에는 향신료만 전문적으로 파는 상점만도 무려 100여 개가 넘었다는데
지금은 몇몇 가게만이 명백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향신료 말고도 견과류, 씨앗, 꿀 등 주로 먹거리와 관련된 품목들이 많았다.
특히 이곳에서 파는 파스차티오는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단다.
향신료나 파스타치오를 못 사서 아쉬웠지만
기념품으로 선물할 악마의 눈 열쇠고리와 악세사리, 올리브 비누를 샀다.
그리고 애플티도!
가끔 여행사진 보면서 애플티 마시면 정말 당장이라고 날아가고 싶을 만큼 그립다.



구시가지에 위치한 터키 최대의 재래시장인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r)!
1461년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조성됐다니 그 역사만도 엄청나다..
(술탄 메흐메트 2세란 인물, 터키 이곳 저곳에 참 많은 역사와 건물들를 남긴것 같다.)
터키어로는 '카팔르 차르쉬(Kapali Carsi)'로 '지붕이 있는 시장'이란 뜻이란다.
이곳은 유럽과 아시아의 온갖 물산이 넘나들던 교역의 메카였다.
이곳을 통해 유럽의 부가 아시아에 전해졌고
실크로드를 따라온 아시아의 물품 역시 그랜드 바자르를 통해 유럽으로 흘러들어갔다.
지금까지 12번의 지진과 9번의 화재를 겪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더 큰 규모로 복구돼서 지금과 같은 어마어마한 도시같은 시장이 됐다.
남쪽은 베야즛, 서쪽은 이스탄불 대학교, 동쪽은 술탄아흐메트와 접해 있는데
한 번 들어가면 같은 출입구로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출입구만도 20개가 넘는단다.
그래서 일단 기준이 되는 통로를 정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이동하는게 그나마 덜 헤맨다고...
확실히 이집션 바자르보다 물량도 엄청났고, 품목도 엄청났고, 사람도 엄청나서 조금 몽롱했다.
미로같은 길을 걷는 것도 보통이 아니고...
귀금속부터 카펫, 가죽, 도자기, 옷감, 골동품 상점,
그리고 매나아샾같은 장난감 자동차 가계까지.
이곳을 제대로 보려면 하루 온종일이 걸려도 모자라겠다 싶다. 
그래도 역시 시장은 시장이다!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 두 분이 장기(?) 같은 걸 두시는 모습은 우리네 풍경이랑 똑같다.
(두 분은 물담배 내기를 하셨을까? 아니면 차이 한 잔? ^^)
그렇게 서로 비슷하게 통하고 연결되는 게 사람 사는 모습인지도 모르겟다.
먹고 사는 생존의 분주함과 노력이
문득 거룩하고 신성한 종교처럼 다가온다.
아! 밥벌이의 위대함이여!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13. 05:24
1시간 30분 소요된 보스포러스 해협 크루즈에서 내려
갈라타 다리 아래에서 유명하다는 고등에 케밥(5TL)을 하나 샀다.
흔들리는 작은 배 위에서 열심히 고등어를 구워 빵에 끼우는 모습도 신기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걸 사기위해 줄을 선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너무 비리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 바짝 구워진 고등어는 비린맛보다 고소한 맛이 더 많다.
홍합밥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길거리에서 그걸 하나하나 까먹고 있을 자신은 없어서
이번 여행에서는 아쉽게도 못 먹어봤다
(맛있다는데...쩝!)
고등어 케밥은 양이 상당히 많아서 그냘 하루종일 가방에 넣어두고 허기지면 꺼내서 한 입씩 먹으면서 다녔다.
오래 두고 먹어도 별로 비리진 않았고
대신 지느러미하고 가시를 발라내는 게 좀 귀찮은 정도 ^^
에미뇌뉘 버스 정류장에서 카리에 박물관을 찾아가기 위해 책(프렌즈 터키)에 나와 있는 버스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근데 이건 버스 정류장이 너무 커서 또 다시 헤매기 시작했다.
결국 책에 적힌 노선을 포기하고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봤다.
친절한 아저씨 한 분이 직접 데려다가 버스에 태워줬다.
안타깝게도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올라탄거라 몇 번 버스인지는 모르겠다.
내리면서 봐야지 했는데 내릴 때가 되니까 사람들이 다들 빨리 내리라고 해서 허겁지겁 내리느라 또 못 봤다.
버스 창문으로 목까지 내밀고 저쪽으로 가라며 손짓을 해준다.
그 사람들 눈에도 내가 영 미덥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해한다! 그 심정!)


터키인들의 친절과 호의 속에 도착한 카리예 박물관(Kariye MUzesi, 15TL)
11세기에 지어진 카리예 박물관은 처음 이름은"코라 수도원" 이었다.
"코라"는 그리스어로 "교외(郊外)"를 뜻한단다.
아마도 구시가지 서쪽 외곽에 위치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터키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황홀했던 곳 중에 한 곳이다.
우선 건물이 주는 묘한 아우라에 입구에 서서 한참을 바라봤다.
햇빛을 정면으로 받고 있어서 마치 건물 전체가 빛을 품어내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론 건물과 햇빛이 정면대치하고 있는 팽팽한 긴강감도 느껴졌다.
카리예 박물관은 비잔틴 시대 모자이크와 프레스코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란다.
원래는 기독교 수도원이었는데 아야소피아와 마찬가지로 오스만 제국때 이슬람 사원인 카리예 자미로 바뀌게 된다.
그때 미나레와 미흐랍도 만들어졌단다.
종교적인 이유로 지금껏 본 프레스코화들은 얼굴 부위가 심하게 훼손됐었는데
이곳은 이슬람시대때 모자이크와 프레스코화를 석고로 덮거나 원판으로만 가려놔서
비교적 손상없이 잘 보존되어 있다.
평화와 사랑의 대명사인 종교가 극단적인 배타성과 유일성만을 강조할 때
항상 몰살(歿殺)과 괴멸(壞滅)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는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박물관 본관 정중앙에는 황금색 성경을 든 예수 그리스도 프레스코화가 있다.
그리스어로 쓰여진 문장의 뜻은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그 외쪽에는 천국의 열쇠를 손에 들고 있는 사도 베드로가,
오른쪽에는 로마까지 3차 선교여행을 했던 사도 바울의 초상화가 있다.
동쪽 홀 끝에는 부활한 예수와 24원로들,
맞은편에 아담과 하와를 죽음에서 살리는 예수의 성화가 그려져있다.
실제로 눈 앞에 보고 있으면서 저 높은 곳까지 어떻게 그림을 그렸을까 그자 놀라울 뿐이다.
색채의 조화와 성화의 선명도는 마치 실제의 인물을 눈 앞에서 보는 느낌이다.
높은 곳에 그려진 저 아름답고 거룩한 성화들은 지극한 간절함이자 소망이며 진실한 기도다.
그렇다.
종교에는 간절함과 소망이 전부여야 한다.
권력과 지배가 전부여서는 안된다.
터키의 자미를 보면서 자주 생각했던 어쩔 수 없는 화두(話頭).
어쨌든 바라는 건,
한 종교의 문화가 다른 종교에게 더이상 불결한 이물질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몰살과 괴멸의 역사를 또 다시 갖지는 말자는 간절한 바람도.
빼앗고 말살함으로 권위가 유지되는 믿음이라면
더이상 믿음도 종교도 아니다!
카리예 박물관의 훼손되지 않은 성화를 보면서
낯선 이방인은 인고(忍苦)와 책임(策任)으로서의 상생(相生)의 믿음을 생각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10. 05:40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도착한 곳은 예레바탄 지하 저수지(Yerebatan Sarinci, 10TL).
8시 30분부터 관람객을 받는 이곳을 먼저 보고 박물관으로 이동할 작정이다.
솔직히 말하면 메두사의 머리나 보고 나오자는
참 겁없고 건방진 생각으로 들어갔었다.
그런데 막상 계단을 통해 내려가니 걸음이 저절로 멈춰진다. 
웅장한 음악이 물과 벽, 천정을 통해 공명되는 소리는 너무나 장엄하면서도 엄중했다.
마치 신의 영역에 들어가는 듯한 몽환적이고 묵시론적인 느낌. 
이른 아침이라 관람객이 적어서였는지도 모르지만
그 한적한 고요와 웅장함에 덜컥 겁이 나서 몸이 움츠려졌다.



6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건설한 지하 물 저장소.
예레(yere)는 '땅에'라는 의미고 바탄(Batan)은 '가라앉다'는 뜻의 터키어란다.
외적의 침입이 빈번했던 이스탄불 통치자의 물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설물.
이곳은 "지하궁전"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저수지의 전체 크기는 길이 140m, 폭 70m, 높이 9m로
한번에 무려 8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물은 도시 북쪽으로 20km 떨어진 베오그라드 숲에서 공급된단다.
지하 저수지는 28개의 원주가 12줄씩 모두 336개의 대리석 기둥으로 지탱되고 있는데
19세기말에 안타깝게도 90개가 없어졌다고 한다.
(이 거대한 대리석을 도대체 어떻게 가져갔을까????)
실제로 들어가 보면 잘 정렬된 기둥 때문에 마치 고대도시의 궁전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내부는 시원하다 못해 오히려 으스스한 한가마저 감돈다.



이른 아침에 그것도 혼자서 가장 안쪽에 있는 메두사의 머리를 찾아가는데
머리카락이 다 주삣거린다.
사실은 그냥 나갈까 하다가 다른 관광객이 지나가길래 소심하게 바짝 붙어서 따라갔다.
(그 관광객들 이 사람 뭐니? 했을거다...^^)
1984년 보수공사 때 지하에 쌓여 있던 진흙을 치우다가 우연히 발견되었다는 메두사의 머리!
지금도 그 용도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단다.
전부 2개인데 하나는 옆으로 서 있고 하나는 거꾸로 누워 있다. 
신비롭도록 정교하고 아름답지만
왠지 오래 바라보기가 두렵다.
그대로 돌이 되버리는 건 아닌가 싶어서...
(특히 거꾸로 서 있는 메두사의 머리는 그 눈을 오래 보기가 어렵더라)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괜찮았겠다 싶다.
아니 좀 오래 대면하고 있을 걸 후회도 된다.
돌이 돼서 터키에 남아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그리움이...
너무 깊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0. 06:37
국내선 터키항공을 타고 아타튀르크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카파도키아 네브쉐히르 공항에 도착했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사이로 반달이 고개를 내민다.
기온은 이스탄불에서보다 뚝 떨어졌지만 오히려 청량감이 느껴졌다.
숙소인 괴레메 이쉬타르 팬션까지 픽업 버스를 타고 가면서
터키의 밤하늘도 참 이쁘구나 감탄했던 기억.



파묵칼레의 석회층, 에페스의 고대유적과 함께 터키 관광의 big 3 라고 일컬어지는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을만큼
눈에 보이는 자연경관 어느것 하나 신비롭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카파도키아와의 첫 만남은 새벽에 일찍 시작된 Balloon Tour.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100 URO라는 금액은 치명적이지만
이곳까지 와서 망설인다면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 같아 숙소에 미리 신청했다.
몰랐었는데 이쉬타르 팬션에서 신청한 balloon이 그래도 저렴한 편이다.
보통은 대략 130~200 URO 정도.
가격에 따라 협곡을 누비는 조종사의 능력이 따르고
유럽 조종사보다 터키인 조종사가 좀 싸다고 하는데
처음 타는 나같은 사람은 그 차이를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어찌됐든 도착 다음날 5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5시 15분쯤에 팬션 앞에서 또 다시 balloon 회사의 픽업차량을 기다렸다.
새벽 바람이 너무 차서 이가 저절로 떨릴 정도였다.
turca balloon 에서 준비한 리셉션 간식과 차로 주린 배와 찬 속를 채우고 드디어 balloon 타는 장소로 이동했다.
100 여개가 넘는 balloon이 불을 뿜으며 몸체를 부풀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4개로 나눠진 각 칸에 6명씩 24명,
그리고 조종사 2명까지 전부 26명이 balloon 하나에 탑승했다.
(여행하면서 느꼈던건데 터키 남자들 정말 잘생겼다 ^^ 특히 눈이 너무 예쁘다)
몇 가지 안내사항과 주의사항을 들으면 준비 끝!
밭줄이 하나둘 풀리면서 드디어 땅에서 떠오르는 무수한 balloon들의 모습이란!



거대한 기구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서 본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들.
협곡의 마디 사이사이의 깊이와 높이가 극명한 명암차이와 함께 한 눈에 들어왔다.
낯선 경험과 낯선 풍경이 주는 경이로움에 안겨
하늘 위에서 떠오르는 아침해와의 조우는 전율에 가까운 신비로움이었다.
내가 세상의 일부를 내려다보는 듯한 창조자의 시선!
잠시동안의 착각이었지만 마치 그 시선을 훔쳐낸듯한 기분이었다.
1시간이 넘는 동안 하늘 위에 머무르면서 느꼈던
인간의 초라함과 인간의 위대함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대립은
날카로움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을 어우르는 평화로움의 일부였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모든 말 끝과, 모든 생각 끝에 여지없이 이어지는 말줄임표.
그 절정을 감히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거야말로 불경(不敬) 중의 불경(不敬)이다.



땅으로의 귀환은 기구의 바스켓을 옮기는 트럭 위 착지로 바로 이루어진다.
(이것 역시 특별한 경험이었다)
바스켓을 동여매는 분주한 스텝들의 손놀림을 보면서 한 명씩 거대한 바구니를 넘어 트럭 아래로 내려선다.
와인과 삼페인으로 간단한 축하 파티를 하고 나면
각자 이름이 쓰어있는 확인증 같은 걸 나눠준다.
2011. 09.06. moon
이름이 써있는 종이 한 장이 뭐라도 되는듯
그걸 서울까지 잊지 않고 가져 왔다.
아마도 이 한 장의 종이가 하늘 위에서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그래, 비록 1시간 가량이었지만
나는 분명 하늘 위에 있었다.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터키의 그 하늘 위에!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19. 00:45

오스만 제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권력을 지녔을 때 술탄이 거주했다는 본궁.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서 있는 톱카프 궁전은 오스만 제국의 심장과 같은 곳이었단다.
이곳은 아야소피아, 돌마바흐체 궁전과 함께 아침 일찍부터 관람객이 줄을 서는 곳으로 유명하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9시 개관 시간에 맞춰 서둘러 궁전을 찾았다.
처음에는 '새로운 궁전' 이라 불렸다는데 정문 앞에 거대한 대포가 설치되면서
문에 대포가 있는 궁전이라는 의미의 톱카프 궁전이 됐다고 한다.
톱카프 = 토프(대포) + 카프(문)
톱카프 궁전은 1856년 돌마바흐체 궁전이 세워지기전까지 제국의 본궁으로써
위엄과 품위를 유지했다.




톱카프 궁전은 각각 용도가 다른 4개의 정원을 가지고 있다.
출입문에 해당하는 '제국의 문(or 황제의 문)' 바로 뒤의 제1 정원은 개방 공간으로
사이프러스같은 키 큰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왼쪽편에는 성소피아 성당이 세워지기 전까지 총주교좌 성당이었던 성 이레네 교회가 서있다.
제 1정원 끝에 궁전의 본문인 '예절의 문'이 있고 매표소가 나온다.
시내를 감시했었다는 정의의 탑도 제 2 정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제 2 정원은 국가행사를 치르던 공간이라는데
한켠에 톱카프 궁전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궁전 모형이 있다.
따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하는 하렘(Harem)의 입구도 제 2 정원에 있다.
하렘은 '금지된 장소'라는 뜻으로 술탄과 관련된 여자들이 거주하던 금남의 장소다.
밖에서 건물의 내부를 볼 수 없도록 철저하게 설계되어 있고
한번 하렘의 여인이 되면 죽기 전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단다.
아름다움과 화려함보다 실제로 보면 무척 소박하고 차분하다.
개인적으로 창문에 있는 굵은 쇠창살을 보면서 처연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곳이다.
한때는 개인적인 관람조차 허용되지 않고
가이드 안내에 따라 그룹 관람만, 그것도 일정 인원 이상은 받지 않아 특히 몇 시간씩 줄을 서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하렘에서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카메라와 안내 책자를 보는 모습을 우연히 봤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행복의 문'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제 3 정원은 술탄의 알현실(Arz Odasi)이 있는 곳으로
주로 외교 사절을 만나거나 국가 행사가 치뤄졌던 곳이다.
술탄의 도서관과 톱카프 궁전의 자랑인 보물 전시실도 제 3 정원에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엄청난 보물들이 보관된 곳이라는데
보석에 문외한이라서 86캐럿 다이아몬드를 봐도 그렇게 감동적이거나 황홀하지 않았다.
전시된 보물들은 모두 진품이라던데...



제 4 정원은 다른 정원과 다르게 특별한 문이 없이 제 3 정원 뒤에 바로 이어진다.
규모도 다른 곳에 비하면 아주 작은데 술탄과 가족의 개인 공간으로 일종의 휴식공간이었단다
실제로도 제 4 정원에서 내려다보는 주변의 풍경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금색 지붕을 지닌 이프탈리에라는 건물에서 바라보는 해협 풍경은 그대로 그림같다.
파란 하늘과 멀리 보이는 파란 바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 보이는 신시가지 모습은
관람객의 발길을 그대로 묶어둔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좋은 풍경을 향해 쉴새없이 카메러셔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할 수만 있다면 그대로 훔쳐오고 싶은 하늘색과 바다색이었다.



톱카프 궁전을 나오면 잊지 말고 귈하네 공원까지 들어가보길 권한다.
여유를 가지고 공원끝까지 천천히 걷다보면 제 4 정원에서 본 그림같은 풍경을
조금 더 가까이어서 볼 수 있다.
길 끝에 있는 노천 찻집에서 아이란을 시켜 놓고 테오도시우스의 성벽을 내려다봤다.
덕분에 주황색 화물 기차가 낚시하는 강태공들 뒤로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말할 수 없이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나는 여행 내내 터키의 하늘과 바다색에 완전히 중독됐다.
그건 설명할 수 없는 색이고 느낌이고 감동이었다.
달(月)과 색(色)!
이번 터키 여행 내내 나를 쥐고 흔들었던 두 단어.
그 느낌을 10%라도 이곳에 기록할 수 있을까?
단언컨데 그건 불가능하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여전히 그 둘에 미쳐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방법이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14. 13:16
9월 3일 밤 11시 55분 비행기로 오랫동안 벼려왔던 터키로 떠났다.
한동안은 그곳에서의 기억이 오랫동안 날 버티게 해줄것 같다.
아름다웠던 곳.
하늘과 바다만 봐도 마냥 좋기만했다.
그리고
의외로 맛있었던 음식들.
(비록 여러가지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솔직히 여행기간동안 잘 챙겨먹지 못했는데 이상하게 배가 고프지 않았다.
배고프면 먹어야지 하다가 끼니를 잊기가 일수!
눈이 하는 호사는 뱃속까지도 든든하게 만드는 것 같다.
터키.
내게는 유토피아처럼 느껴졌던 곳!
그래서 꼭 다시 한 번 찾아가고 싶은 곳!



이스탄불 술탄아흐멧에서 먹었던 치즈 피데(Pide)
그리고 괴뢰메에서 그린투어후 한국사람끼리 모여서 먹었던 S&S 레스토랑의 피데.
터키식 피자인 피데는 우리가 아는 일반 피자보다 맛이 더 단백하고 깔끔하다.
단지 터키 피자가 짠맛이 강해서 많이 먹지 못한다는 게 흠.
(터키는 물값을 철저히 받아서 마냥 짜게 먹으면 어쩔 수 없이 물을 계속 시켜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음식점에서 물값 내는 것만큼 속스린 게 없더라)



터키의 대표하는 유명한 음식 케밥(Kebap).
카파도키아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항아리 케밥(Pottery Kebap)은
3일동안 머무르면서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먹었던 것 같다.
그린투어 중에 먹었던 꼬치에 꽃혀서 나온 치킨 쉬쉬 케밥(Sis Kebap)은
날아드는 벌때문에 거의 먹지 못하고 반납(?)했다.
한국의 떡갈비같은 소고기케밥과 오랜 고민 끝에 도전했던 고등어케밥(Balik Ekmek)!
그런데 고등어케밥은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갈라타다리 밑에서 하나 사서 하루종일 먹으면서 다녔을만큼 양도 상당하다.
너무 비렸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가방에 넣어 두고 먹어도 그렇게 비리지 않더라.
터키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에 고등어케밥과 항아리케밥이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이해했다.
(고작 10일 여행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얇게 자른 고기(소고기 or 양고기)를 빵 사이에 넣어주는 되네르 케밥(Doner Kebap)은
터키 길거리 아무 곳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요리사들이 잘생겼다 ^^
(터키 남자들 눈은 정말 예술이다. 다들 눈썹퍼머한 것 같다)
터키식 부침개라고 할 수 있는 괴즐레메(Gozleme) 만드는 무지 단아한 여인네의 모습.
(얼핏 보면 성스럽기까지하다)
돌돌 말아서 나오는데 담백하고 짭조름하다.
향신료시장이 발달한 터키인지라 경우에 따라서 강한 향이 있는 괴즐레메를 먹을 수도 있으니 주의!
차우신올드빌리지에서 우연히 찾은 식당에서 먹은 요거트.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는데 너무 맛있어서 조금 더 달라고 했더니 OK란다.
함께 간 일행들 전부 이게 왠 횡재냐 하면서 행복해했는데
나중에 계산서에 보니 가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너무 맛있어서 속상하진 않았다)
역시 직접 만들었다는 요구르트 아이란(ayran)은 약간 비리고 짜서 내 입맛에는 별로!
(알고 봤더니 주재료가 양젖이란다)
요거트도 그렇고 아이란에도 그렇고 고추가루같은 향신료가 뿌려져 나와 신기했다.
(어쩌면 진짜 고추가루인지도...)



터키에서 먹은 길거리 음식들.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먹어본 게 별로 없어 뒤늦게 안타까워 하는 중!
터키로 떠나는 사람들은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부지런히 찾아드시길...
손에 들고 목적지를 찾아다니면서 먹기에도 아주 그만은 길거리 음식들이 많다.
일단 한국에서도 익숙한 군옥수수와 찐옥수수가 있는데
군옥수수가 0.5TL 비싸다.
찐옥수수 가격이 1TL, 우리나라 돈으로 700원이 안 된다.
옥수수 자체가 크기가 상당히 커서 이거 하나로도 한끼 식사기 충분했다.
소금을 잔뜩 뿌려주기 때문에 사면서 "No salt!"라고 살짝 외쳐주는 센스가 필요!
그리고 속이 보이는 투명한 상자에 들어있는 깨가 잔뜩 뿌려져있는 시미트(simit)
겉모습은 꼭 도넛처럼 보이는데 전혀 달지 않다.
오히려 바게트처럼 퍽퍽할 수 있는데 씹다보면 점점 고소해지는 것이 내 입에는 딱이었다.
돌아오는 날 아야소피아 광장에서 "simit festival"을 하더라.
갈길이 멀어 천막만 쓱 보고 왔는데 좀 들여다볼걸 후회가 된다.
이집션 바자르를 돌아다니다 피곤한 상태에서 먹었던 초코렛 푸딩!
터키에 워낙 단음식들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달진 않았다.
덕분에 새로운 마음으로 그랜드 바자르를 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푸딩!
(생각해보니 이날 점심을 이걸로 끝낸것 같다.)



술탄아흐멧 여행자숙소 "야카모즈"에서 먹었던 아침과
카파도키아 "이쉬타르팬션"에서 먹었던 아침 식사.
터키식 블랙퍼스트라고 해서 빵(Ekmek)과 과일, 치즈와 달걀, 차가 나온다.
(사진으로 보니까 이쉬타르 팬션의 아침은 주인할아버지 파파만큼이나 푸짐하다)
완전 사랑했던 애플티!
입에 착착 들러붙던 터키 빵은 단백해서 더 맛있었다.
그리고 물은 돈을 받지만 빵 인심은 정말 과하다 싶을만큼 후하다.
햇빛이 좋아서 그런지 과일들은 아주 달고 향이 깊다.
터키공항에서 그렇고 사고 싶어는데 못샀던 터키 치즈.
비자르에서 살까 망설이다 무거울까봐 못사고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찾았는데 아예 파는 코너 자체가 없어서 결국 못샀다.
터키빵이랑 치즈, 애플티는 아마도 나를 한동안 금단현상으로 이끌지도 모르겠다.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나왔던 기내식.
비행기에 타면 따뜻한 물수건을 주고 곧 기내식 메뉴가 나온다.
(장기간 비행이라 메뉴판도 있고... 신기하더라)
메뉴도 다양하고 정성도 담긴 것 같긴 했는데
향이 강해서 거의 먹지는 못했다.
그래도 빵과 치즈는 맛있어서 곧잘 먹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먹었던 컵라면은 그동안의 기내식 설움을 전부 해소시켜줬다.
"농심" 상표를 보고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
마지막 사진은 터키항공 국내선을 탔을때 나왔던 샌드위치와 야채샐러드.
에미레이트 항공 기내식은 보기만 했었는데
터키 국내선은 샐러드만 먹었지만 맛있었다.
각종 야채와 데친 가지를 양념했는데 우리나라 가지랑 맛이 흡사했다.
터키 국내선 페가수스 항공도 이용했는데
거기는 기내식이 없고 음료, 음식을 다 별도의 돈을 주고 사먹어야만 한다.
(가난하고 늙은 배낭여행자에겐 그림의 떡 ㅋㅋ)




파묵칼레로 이동하는 야간버스에서 나왔던 간식들.
워낙 영토가 방대해서 한번 버스를 타면 8~10시간 이상 이동이 기본이라
그래서 먹을거리가 필수이긴 할 것 같다.
터키 버스의 특징이라면
깔끔한 안내군(?)이 타서 비행기 스튜어디스처럼 커피랑, 아이스크림, 과자를 승객들에게 서빙해준다.
한국에 없는 특별한 경험이라서 재미있기도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터키 과자.
의외로 맛있다.
로즈밸리때랑 벌룬투어 할 때 먹은 터키 쿠키들도 너무 맛있엇다.
(정말 먹고 싶다. 꿀꺽!)



먹지는 못했지만 그밖의 터키 간식들.
우리나라 젤리와 비슷한 로쿰은
바자르와 공항 면세점에서 정말 많이 먹었다.
아예 맘대로 먹으라고 접시에 담겨진 체로 여기저기 많이 놓여져 있다.
터키 전통 아이스크림 돈두루마(Dondurma)는 이제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만
피스타치오는 터키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좀 느끼하고 기름쳐서 많이 먹지는 못했다.
아이스크림 파는 사람들이 한국 여행자들에게 하는 말이 너무 재미있어서 웃었다.
"쫀득 쫀득, 아이스크림"
(근데 쫀득쫀득 이라는 뜻을 정확히 알기는 하는건가???)
혀가 쏙 빠질만큼 달다는 바클라바(Baklava)
그냥 보기에도 너무 달아보여서 감히 먹을 엄두도 안생기더라.
그래도 먹어볼걸 하는 후회가 된다.
언제 또 먹어보겠다고...
이렇게 미련한 여행자의 후회는
먹는 것 앞에서조차 깊다.
그래도 풍경만으로도 배가 불렀던 나라 터키!
정말 아름답고 진심으로 고귀한 나라다.
개인적으로 품고 있던 동경이 아무래도 더 깊어질 것 같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이 멋진 나라의 사진들을 정리하느라 이곳도 꽤나 바빠지겠다.
터키, 터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1. 6. 30. 13:58
오래전부터 작정했던 터키 여행.
드디어 항공권 발권까지 완료했다.
내일부터 거의 모든 항공사가 운임을 인상한다고 해서
좀 저렴한 티켓이 있나 계속 기다리다 오늘 아침에 에미레이트항공으로 결재를 완료했다.
무려 140만원!
9월 3일 밤 11시 55분에 출발해서 13일 오후 4시 35분에 한국 도착이다.
현재 덜렁 왕복 항공권만 손에 쥔 상태.
나머지는 터키에 도착해서 해결한 계획이다.
주변에서 성화다.
너무 대책없이 가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그냥 대책없이 갈란다.
더 늦기 전에...


서울 - (두바이 경유) -이스탄불 - 카파도키아 - 파묵칼레 - 셀축(에페스) - 이스탄불 - (두바이 경유) - 서울

가장 많이 가는 코스로 가긴 하는데
일정은 정하지 않았다.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한 곳에 좀 오래 머무를수도 있어서 숙소는 따로 잡지 않을 생각이다.
도미토미 몇 군데 확인해서 현지에서 해결!
12시간 가량의 야간버스를 여러번 타는 걸 대비해서 체력도 많이 비축해야 한다.
저질체력도 그저 황송한 체력이라 걱정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잘 해낼 것을 믿는다.
이제부터는 열심히 터키를 공부해야겠다. ^^
빨리 9월이 왔으면...



                                           <이스탄불과 보스포러스 해협>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셀축, 에페스>
동양과 서양의 교차점,
현대와 고대의 건물이 함께 공존하는 곳.
최대한 많이 담고 기억하고 싶다.
터키...
어쩌면... 어쩌면...
영영 돌아오고 싶지 않을지도...
오르한 파묵이 있는 곳!
그곳에 드디어 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4. 13. 06:04
9월에 갈 터키 여행을 위해서 찾아 읽은 책.
이 책 속에 터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참고될만한 내용들과 여행 관련 좋은 인터넷 사이트가 상당히 많이 소개되어 있다.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필요한 몇 가지를 담아본다.
책을 쓴 조은정처럼 이렇게 짬짬이 여행을 갈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정말이지 좋겠다.
주 5일 근무도 아니고, 일주일 휴가를 내기도 무지 어려운 내 일터...
몇 년 동안의 여름휴가를 모아서 1주일의 터키 여행을 예정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남들도 다 나처럼 사나?
정말 갈 수는 있는건가?
그리고 그곳에 가면 나는 돌아오고 싶어질까?
그래도 어쨌든 지금은
그곳을 꿈꾼다.


* 저렴한 항공권 구입 :  투어캐빈, 클럽리치, 와이페이모어, 탑항공
* 숙소:  도미토리, 호텔, 애어텔, 유스호스텔,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
* www.kyha.kr 

<숙소>
 * 호텔
www.octopustravel.com/kr   (전세계 호텔을 실시간으로 저렴한 가격에 예약)
www.rts.co.kr   
www.hotelpass.com 
www.expedia.com 전세계 저렴한 호텔, 항공권, 렌터카 예약 사이트 (예약 변경 시 수수료 추가)
* 호스텔
 www.hosteltimes.co./kr   www.hihostels.com (영어)

<여행 정보 사이트>
www.prettynim.com
www.guidemap.net
www.wingbus.com
www.tourcabin.com
www.lonelyplanet.com (영어)
www.whatsonwhen.com 전세계 축제 정보

<유럽 배낭여행 동호회>
cafe.daum.net/traveldata
cafe.daum.net/daumtour
cafe.naver.com/firenze.cafe
cafe.daum.net/owtm

<유럽 배낭 여행사>
www.naeiltour.co.kr     www.eostour.co.kr     www.ntour.co.kr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3. 23. 05:45
2010년 8월 27일 소설가이자 번역가, 평론가, 신화연구가였던 이윤기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은
내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심장마비라고 했다.
얼마 후엔 이런 소식도 있었다.
양평에 있는 집필실 책상 서랍에 그대로 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원고가 남아있노라고...
그리고 2011년 그의 소설집과 산문집이 유고집이란 부제를 달고 동시에 출판됐다.
소설집 <유리 그림자>와 산문집 <위대한 침묵>.


"죽음은 죽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잊히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렇듯 잊히지 않고 있으니, 그 떠난 자리가 참 아름답다."

산문집 속에 담긴 이 글귀는 그의 영면으로 드디어 완성되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책을 안 읽어본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을까?
그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재미있었고 그리고 그 재미보다 더 유익했었다.
그래서 인기있는 연재소설을 기다리듯 1권을 읽고 2권을,
2권을 읽고는 3권을 기다렸었다.
재미와 유익함 뒤에는 박학함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독특한 이력들과 다방면에 걸친 글쓰기...
그래, 어쩌면 그때부터 이윤기는 신화의 세계 속에 사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그는 이국의 나라 신화를 이야기 할때조차도 뭔지 모르게 구수하고 다정했다.
그 숱한 어렵고 긴 인물의 이름이 이상하게도 그의 글 속에선
바둑이와 재미나게 노는 철수나 영희 같았다.
거대한 몸짓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동구밖 과수원길 이야기처럼 느껴졌었다.
신화를 상대한다는 박학함의 타성을
그는 다정하고 명쾌한 글을 통해 호기있게 깨부쉈다.
그리고 이 모든게 1999년 2월 흑해가 내려다보이는 터기의 "흐린 주점"에서 시작된 것임을
이 책을 읽고 알았다.

...... 그렇다, 나도 나의 흑해를 건너자!
나의 목적지는 그리스였다. 로마였다.
그다음 해인 2000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그리스와 로마 신화 책을 썼다. 반응이 좋았다. 내가 퍽 자랑스럽게 쓰거니와, 이런 우여곡절 끝에 나의 신화 책은 200만 명에 가까운 독자들 손에 들어갔다.
터키의 흐린 주점에서, 나의 흑해를 건너야 한다고 결심하지 않았으면 나는 어찌 되었을꼬! 나의 신화 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좌절해 잇는 젊은이들을 위해서 쓴다. 흑해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

 


그가 남긴 37편의 글은은 소소하고 다정하고 평범한 일상들의 기록이다.
작가 이윤기의 글이 아니라 생활인 이윤기의 글!
(그래서 더 눈밑이 붉어진다)
그는 경기도 양평의 집필실 주면에 1000 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개인적으로 참 멋진 신화 속에 지냈던 것 같다.
글 여기저기에 자연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깊다.
...... 한 번도 "꽃"으로 피어보지 못한 채 나는 "잎'으로만 살았다. 그래도 잘 살고 있느니 젊은이들이여, 힘들 내사라 ......
중학교 졸업후 거의 모든 것을 독학으로 배우고
신춘문예는 당선이 아닌 가작으로 입선하고
대학도 중퇴를 해버린 이윤기의 "잎"같은 푸른 말에 나는 덩달아 위로받았다.

나는 어쩐지 그가 신화 저 너머의 세계에서
제우스나 바쿠스, 헤라클라스나 큐피트와 함께 옹기종기모여 술잔을 치고 있을 것만 같다.
이윤기가 한국에서 이들의 유명세에 한 몫 단단히 했으니
아마 그들도 고마워하며 술잔을 넙죽넙죽 받아넘기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들 옆에서 이윤기는 개구진 웃음을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우스의 지팡이와 번개, 바쿠스의 포도주가 담긴 술병, 큐피트 활을 보면서
또 다른 이야기꺼리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그 뒷얘기를 다 들을 수 없음이
이젠 왠지 분하고 억울하다.
신화와 침묵의 세계!
이윤기는 자신이 왔던 곳으로 그렇게 돌아갔다.
그가 없는 신화의 세계란...
어쩐지 밍밍한 맹탕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1. 19. 06:19
<그남자 그여자> 이미나가 쓴 책이다.
여러 권의 책을 출판했고 나름대로 꽤 많은 사람들이 읽은 것 같은데
솔직히 그녀의 책을 읽은 건 이게 처음이다.
고백컨데 이미나의 여행서인지 알고 집아들었다.
그런데 이걸 뭐라고 할까?
여행을 다녀와서 쓴 조금은 귀엽과 깜찍한 소설?
책 속의 주인공은 공연기획이 업인 행복한 아이 "행아"다.
실제로 이미나도 공연기획을 심심찮게 하는 사람이니
행아가 이미나의 일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다.
쉬는 날이면 공항을 가는 사람.
비행기만 봐도 가슴 설레는 사람.
그리고 여행으로 하나의 시절을 끝내게 되는 사람.
어쩌면 영원한 유토피아란 "여행"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포에 가깝게 있는 근무처 덕분에 나 역시도 하루에 몇 번씩 하늘 위를 나는 비행기를 본다.
마음은 이미 그 비행기 안에 들어가있는데
몹쓸 놈의 몸은 여전히...



재미있다.
태호와 행아, 태희와 건호, 경우, 그리고 은수까지
주변에서 금방 찾을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들.
무엇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전초전 같은 부분들에 공감을 하게 된다.
친구 태호와 반 고호의 동생 테오의 못한 일치감.
그리고 두 개의 여행지가 하나로 만나는 그 합치감도
읽으면서 재미있고 다행이다 싶었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별할 줄 알면
그 여행은 또 얼마나 편안하고 풍성해질까?
10일간의 여행을 계획 중인 내겐 약간 느슨함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솔직히 줄거리로만 따진다면 흔한 칙릿소설이자만
다른 것을 보고 나니 귀여운 동네 꼬맹이들이 재잘거림같다.
요즘 세대들의 통통 뛰는 대사들을 읽는 것도 뭐 그런대로 재미있었고...
올 가을,
계획했던 터키로의 여행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이런 여행의 기록 하나 만들어야지 싶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