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11. 23. 06:15

<Next to normal>

일시 : 2011.11.18. ~  2012.02.1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출연 : 박칼린, 김지현(다이애나), 남경주, 이정열(댄),
        한지상, 최재림(게이브), 오소연(나탈리), 이상민(헨리), 
        최수형(정신과 의사)
연출 : 라우라 피에트로핀토(협력 연출 : 변정주) 
대본, 작사 : 브라이언 요키 (Brian Yorkey)
작곡 : 톰 킷(Tom Kitt)

20년만에 칼마에 박칼린을 뮤지컬 배우로 돌아오게 만든 작품이다.
한지상과 함께 게이브 역을 맡은 최재림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파우스트적인 욕망마저 드러냈다.
남경주는 또 어떤가?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돈을 받지 말고 돈을 내고 공연해야한다고까지 표현했다. 

오디션 공고를 보고 첫날 접수를 하러 간 이정열은 접수번호를 보고 놀랐단다.
아침 일찍이라 앞번호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번호가 500번대 였노라고.
군을 제대한 한지상은 복귀 첫작품으로 <Next to normal>의 게이브를 주저없이 선택했다.
심지어 일본 사계의 잘나가는 한국배우 김지현도 이 작품을 위해 일본에서 날아오기까지했다.
이정도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을만큼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각오가 이래적이으로 남달랐다.
2009년 브로드웨이 토니어워즈 3개 부분 수상,
(최고 음악상, 최고 오케스트레이션상, 여우 주연상)
그리고 2010년 플리쳐상 수상.
<뉴욕타임즈>는 "좋은 느낌을 뛰어넘어 완벽한 느낌이 드는 뮤지컬"이라고 극찬했다.
도대체 이 작품이 뭐가 있길래!
정말 뭐가 있기는 있는건가?
이게 다 초연되는 작품에 대한 밑밥이고 거품은 아닐까?

 다이아나 : 박칼린        댄 : 이정렬        게이브 : 한지상

   나탈리 : 오소연        헨리 : 이상민        의사 : 최수형

 

프리뷰 공연을 봤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와 음향 등의 기술적인 실수가 여러 차례 보이긴 했지만
나는 지금 완벽하게 이 작품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 계속 빠져있을 것 같다.
쏟아지는 모든 찬사 다 집어치우고 이 작품!
나에겐 일종의 빛(light)이고 결정적인 위로였다.
Next to normal 이라니...
이건 내가 늘 꿈꾸던 간절하고 간절한 희망사항 아니던가!
아주 오래전 나도 누군가에게 나탈리가 했던 말을 그대로 했었다.
"평범같은 건 안 바래. 그건 너무 멀어.
 그 주변 어딘가면 다 괜찮아. 
 평범함! 그 주변 어디, 거긴 가보고 싶어.
 그 근처 어디라면 견딜께"
비록 나는 나탈리처럼 견뎌보겠다는 말은 못했었지만...
내겐 평범에 도착하는 것도 너무 어렵고 숨이 턱까지 차는 일이었니까.
그렇다고 내가 지금 normal할까?
여전히 normal은 내겐 불멸의 희망사항이고 next to normal 거기까지만이라도 갈 수 있다면 좋겠다.
16년 동안 조울증을 앓고 있는 다이애나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꼭 내 미래의 모습 같다.
나도 두렵다.
어느날 이 오랜 우울증이 날 잡아먹을까봐.
그래도 그녀가 나보다 더 괜찮은 거 아닌가?
내겐 죽었지만 내내 함께 곁에 살면서 나이 먹어가는 자식도,
멀쩡히 살아있지만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버린 자식도 없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곁에 있겠다는 남편 역시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그런 가족을 남겨두고 자신을 견디기 위해 떠난다.

얼마나 아팠을까...
보고 있는 내내 꾹꾹 올라오는 통증을 삼키느라 나는 너무 힘들었다.
 



불이 켜진 집 앞,
어두운 골목을 서성이며 사랑하는 가족을 오랫동안, 그것도 간절하고 애타게 기다리지만
결단코 단 한 번도 만나지지 않는 가족들.
가슴이 그걸 느낄때마다 내가 다 안타깝게 무너진다.
이 사람 아니면 당작 죽을 것 같은 절절한 사랑이라도 이 느낌은 모른다.
확 뛰어내리고 싶은 벼랑끝 인생을.
내내 죽은체 사는 이 더럽게 끈적하고 너저분한 기분을.
그래서 다 놓고 싶은 마음을.
나는 다이애나의 간절한 통증, 그 마디마디까지도 선명히 느낀다.
그리고 이건 확실히 불행이다.
<Next to normal>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
마치 겨울 앞에 발가벗고 선 느낌!
내 모습을 이렇게 대놓고 봐버렸는데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뮤지컬 넘버도 그대로 하나하나 가슴 속에 수직으로 꽃힌다.
다이애나의 노래도, 댄의 노래도, 그리고 게이브의 노래까지도...
너무 아파서 질근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도 없다.
이 이야기의 끝을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지켜보라고 누군가 말하는 것 같다. 
힘들다.
어쩔 수 없단다.
버티란다.
어떻게든 버텨보란다.
그런데 버티면?
그러고나면 정말 올까?
힘겨워도 버텨내면 한줄기 빛이 정말 올까?

행복만을 위해서 사람이 사는 건 아니란다.
그러니 운명이 자신을 잡아채기 전에 모험을 시작하란다.
그러면 살 길은 또 생긴단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내겐 더없는 위로가 됐고 결정적인 힘이 됐다.
이제 어쩌면 나는 다시 next to normal을 꿈꿀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래, 다시 견뎌보자!
So Anyway!



<Next to normal 1>
01. Prelude - 0:26
02. Just Another Day - 3:49
03. Everything Else - 1:49
04. Who's Crazy/my Psychopharmacologist And I - 5:02
05. Perfect For You - 2:03
06. I Miss The Mountains - 3:46
07. It's Gonna Be Good - 1:25
08. He's Not Here - 1:15
09. You Don't Know - 1:30
10. I Am The One - 3:16
11. Superboy And The Invisible Girl - 2:08
12. I'm Alive - 3:14
13.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 3:58
14. I Dreamed A Dance - 2:20
15. There's A World - 1:34
16. I've Been - 2:44
17. Didn't I See This Movie? - 1:30
18. Light In The Dark - 2:45

<Next to normal 2>
01. Wish I Were Here - 3:06
02. Song Of Forgetting - 3:23
03. Hey #1 - 1:39
04. Seconds And Years - 0:39
05. Better Than Before - 4:28
06. Aftershocks - 1:47
07. Hey #2 - 1:24
08. You Don't Know (reprise) - 1:27
09. How Could I Ever Forget? - 2:50
10. It's Gonna Be Good (reprise) - 0:32
11. Why Stay?/a Promis - 2:35
12. I'm Alive (reprise) - 1:11
13. The Break - 1:23
14.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reprise) - 1:40
15. Maybe (next To Normal) - 4:00
16. Hey #3/perfect For You (reprise) - 2:23
17. So Anyway - 3:08
18. I Am The One (reprise) - 2:16
19. Light - 4:21



                                        You Don't Know + I Am The One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2. 25. 06:00

오늘 같은 날씨에 읽기에 딱 좋은 소설.
그동안 폴 오스터의 책들을 그래도 꽤 읽었고
그 책들 모두 재미있었지만
이번에 읽은 <환상의 책>이 제일 마음에 든다.
왠지 묘한 이질감과 미궁 속에 빠지는 느낌.
책을 읽는 내내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의 "미궁"을 떠올렸다.
그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괴기스러운 음악을 차마 끌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말 그대로 나는 완전히, 그리고 완벽히 얼어있었다.
그대로 고정돼버렸던 무시무시한 기억.
내가 간직한 최고의 아름답고도 섬뜩하고도 그리고 끔찍했던 음악 "미궁"
물론 그 정도의 충격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이 책도 왠지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관음의 시선과 귀를 갖게 한다.



"Book of illusion"
원제가 더 매력적이고 직접적인 책.
"illusion"이라는 뜻에는 왠지 은밀하고 비밀스런 느낌이 있는데
"환상"이라고 번역했을 땐 왠지 허황된 눈속임같은 느낌가 강하다.
그래서 번역된 책을 볼 때는 항상 그 원제를 찾아보는 게 중요한 포인트!
탐정소설과 연예소설이 영화적으로 뒤섞여 있는 책.
책을 보면서 스크린을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책.
그러면서도 열렬히
인간의 주체성과 자아에 대한 깊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
스스로에 대한 진실성에 연타를 가한다.
그래서 읽는 사람을 당혹하고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는 책.



오래 전에 실종된 무성 코메디 영화배우 헥터 만과
평행이론 같은 삶을 사는 대학교수이자 작가 데이비드 짐머.
그 두 사람의 같지만 다른 이야기, 그리고 추적과 멈춤, 끌어당김과 거부들...
책의 시작에는 샤토브리앙의 글이 헌사처럼 적혀있다.
...... 인간은 하나의 동일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끝에서 끝까지 이르는 여러 다른 삶을 살며 그것이 바로 비극의 원인이다 ..... 

비극적이면서도 동시에 유쾌한 희망을 함께 건네는 결말에
유난히 나는 신나했다.
"믿거나 말거나"의 뉘앙스로 끝을 맺는 폴 오스터의 글들은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이 모든 이야기가 마치 사실이었던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어딘가  헥터 만이 출연한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적인 삶>, <투명 인간> 같은 영화가 있을 것만 같고
어딘가 데이비드 짐머가 쓴 <헥터 만의 무성 세계>라는 책이 있을 것만 같아
그것들을 찾아 나서고 싶은 욕구마저 안긴다.
마치 삼원색 같은 책,
그러면서도 어느새 무지개의 다채로움까지 선사한다.
폴 오스터의 세계.
늘 유사하면서도 결코 한번도 같지 않았던 그의 세계.
그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세계들이 나는 아직도 많이 궁금하다.



그의 세계를 하나하나 섭렵해나가는 재미는 그래서 항상 새롭고 신비롭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읽은 세계들이 더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의 책을 읽게 되는 이유는
내게 늘 실종을 꿈꾸게 한다는 사실.
그게 포인트다. ^^

<국내에 소개된 폴 오스터의 작품>

  • 고독의 발명 (The Invention of Solitude) (1982)
  • 뉴욕 삼부작 (The New York Trilogy) (1987)
  • 폐허의 도시 (In The Country of Last Things) (1987)
  • 달의 궁전 (Moon Palace) (1989)
  • 우연의 음악 (The Music of Chance) (1990)
  • 거대한 괴물 (Leviathan) (1992)
  •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Auggie Wren's Christmas Story) (1992)
  • 공중 곡예사 (Mr. Vertigo) (1994)
  • 빵굽는 타자기 (Hand To Mouth) (1997)
  • 동행 (Timbuktu) (1999)
  • 환상의 책 (The Book of Illusions) (2002)
  • 신탁의 밤 (Oracle Night) (2004)
  • 브루클린 풍자극 (The Brooklyn Follies) (2005)
  • 어둠속의 남자 (Man in the Dark) (2008)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1. 11. 06:18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나?
    아님 "기억" 혹은 "추억"들에 대한 오마쥬?
    누군가는 자신이 계획했던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변수와 의외성에 의해
    어쩌면 임기응변의 가지를 늘리며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독한 건,
    오래 기억에 담기기 때문에...
    그래서 때로 살을 저미게 하고
    때로는 현실 속에서 다른 세상을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은 하는 순간에도 환상 속으로 걸어가는 거지만
    끝나는 순간부터도 여전히 환상 속의 걸음마다.



    "상실감 앞에선 기억 따위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고 했던가?
    묵묵히 다가오는 9편의 단편들의 무게감에 어깨가 묵직하다.
    따지고 보면 문제작들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개인적인 일들에 대한 기록.
    익숙한 결험도 흔한 이야기도 사실은 아니다.
    그런데도 "평범"한 우리네 일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종의 "데자뷰" 현상까지...
    억지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김연수라는 남성 작가에게
    여성성에 대한 데자뷰가 있었던 모양.
    그의 감성은 연했고 다정했고 그리고 부드러웠다.



    18세의 찬란한 소녀를 향해
    "여름 바다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늙어가고 있었다"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
    (<기억할 만한 지나침>의 시작)
    모든 일에는 흔적이 남게 마련이라는 단편 세계의 끝 여자친구>
    한 일들은 마음에 남는 게 하나도 없는데
    안 한 일들은 해봤자였다고 생각하는데도 잊히질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
    하지도 않은 일들이 잊히지도 않는다고...
    작가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이주 노동자의 떠듬떠듬한 한국어 발음처럼
    어쩐지 생경하다.
    그러나 그 생경함을 충분히 이해하게 만드는 낯선 친근함!!!
    "김소진"의 글들이 생각났다.
    우리 곁에 더 오래있었으면 참 좋았을 소설가 김소진을...
    왜 그가 떠올랐을까?
    그 수수께끼에 대한 대답을 찾아봐야 겠다.



    <달로 간 코미디언>
    붕괴와 상실로 실종되는 인간의 삶.
    바보스런 슬랩스틱 코미디 안에 갇힌 인간의 삶이
    문득 서럽고 처연하다.
    아버지가 스스로 선택한 실종을 바라보며
    딸은 그 사막 속에서 다시 아버지를 조우하게 될까?
    한쪽 끝을 건드리면 다른 한쪽 끝이 열린다고 하는데...
    새롭게 열리는 그 끝을 보면
    아마도 작가는 모든 연결되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계"라는 건 결국
    나와 너, 우리에 의한 소통이라는 것.
    세계를 거부하겠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소통"의 끈을 끊으면면
    모든 것은 거부된다.
    밑바닥만큼 처연한 끝이라는 자리...
    다시 시작되는 끝이라면 오히려 다행이겠다.

    =======================================================================================================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 봤어 :
    두 사람은 서로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고독 속에서 몇 달을 보내야만 했다. 고통을 피하려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므로 때로는 고통을 피하려고 스스로 죽기도 한다. 해피에게는 아이없이 살아가는 삶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건, 희망을 찾은 게 아니라 희망을 버렸다는 뜻이었다. 그 사실만은 남편과도 공유랄 수 없었다.

    해피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지나가고 난 뒤에도 저 불은 우리의 예상보다 좀더 오랫동안 타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안에서. 내부에서. 그 깊은 곳에서. 어쩌면 우리가 늙어서 죽을 때까지도. 이 우주의 90퍼센트는 그렇게 우리가 볼 수 없는, 하지만 우리에게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 그런 불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물론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그 불들을 보지 못하겠지만.

    세계의 끝 여자친구 :
    마흔세 살이란 이런 나이야. 반환점을 돌아서 얼마간 그 동안 그랬듯이 열심히 뛰어가다가 무득 깨닫는 거야. 이 길이 언젠가 한번 와본 길이라는 걸, 지금가지 온 만큼 다시 달려가야 이 모든 게 끝나리라는 걸. 그 사람도 그런 게 지겨워서 자살했을 거야.

    웃는 듯, 우는 듯, 알렉스, 알렉스 :
    수많은 첫 문장들. 그 첫 문장들은 평새에 걸쳐서 고쳐지게 될 것이다. 그들이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서... 그러부터 인생은, 쉬지 않고 바뀌게 된다. 우리가 완벽한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전까지 이야기는 계속 고쳐질 것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첫 문장은 달라질 것이다. 그는 어둠 속 첫 문장들 속으로 걸어갔다.

    달로 간 코미디언 :
    보지 못하게 되면서 시각적 세계가 사라졌듯이 그 시각적 세계 안에서 자신의 몸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 투명인간의 존재, 유령의 존재가 됐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가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내가 마치 거기에 없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마주 앉아 있어도 내 얼굴을 보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어차피 나는 앞을 볼 수 없으니까. 그 말은 어차피 남들이 나를 볼 수 없으니까, 라는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내 존재 자체가 사라져요. 시각장애의 핵심은 내가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보여져야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잇다면, 견뎌질 수 있다.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김연수 (작가의 말) :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앙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잇는 것으로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