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5.18 <파라다이스 1,2> - 베르나르 베르베르
  2. 2009.10.15 <무지개> - 요시모토 바나나
읽고 끄적 끄적...2010. 5. 18. 06:50
어떤 면에서 보면 자국 프랑스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대중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새로운 책 2권이 나왔다.
처음엔 한국인이 주인공이라는 그 장편이 출판됐구나 싶었는데
(그것도 주인공 이름이 우리나라에서 그의 책을 전담에서 출판하고 있는 
 열린책들 출판사 사장의 아들 이름에서 따왔단다 ^^)
그건 아니고,
베르나르의 약간은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상상력을 모아놓은
단편, 중편 17편이 담긴 책이다.
베르나르라는 작가는 나에게는 참 극과 극을 오가게 하는 작가다.
<타나토노트>, <개미>, <파피용>, <신> 같은 작품들은 참 대단하다 싶은데
<인간>, <나무>, 그리고 신작 <파라다이스>는 뭐랄까,
좀 평이하고 솔직히 쉽게 돈 벌려고 쓴 책이란 생각도 든다. (죄송 ^^;;)
이런 상상력이 베르나르의 그 숱한 베스트셀러들의 모태가 된 거라
본인 스스로는 끔찍히 사랑스럽겠지만 나는 그닥......
그의 책에서 "깊이"를 보겠다는 건 아니지만 특히 중, 단편들은
왠지 속이 빈 껍데기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아 좀 당황스럽다. 



심각한 환경 오염으로 석유, 석탁 연료 사용이 불법화 된 세계의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
페달 자동차와 투석기를 이용한 좀 과격하고(?) 황당한 장거리 이동 방법,
스스로 생식과 복제가 불가능해진 불임의 인간들이
어느날 남자는 꽃처럼 꽃가루로 사정을 하고 그 꽃가루를
나비가 여자의 생식기에 묻힘으로써 탄생되는 새로운 아기들.
좀 엽기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급기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인간들은 유행을 창조하고 몸을 장식하게 된다.
지구상에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 속으로 사라진 시대의 획기적인 과학 창조물 난생인간.
거대하고 강력한 상표의 힘으로 전 지구가 민영화가 된다면?
영국, 미국, 프랑스 라는 국가명이 사라지고
애플국, MS국, 나이키국, 아디다스국이 생겨
전쟁이나 국경 논쟁도 상표 유지를 위해 발생하게 된다면?
그런데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런 세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있을 법한 미래, 있을 법한 과거"라고...
그런데 나는 베르나르가 만들어낸 이 세계만큼은
기발하고 참신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좀 불쾌하고 불편했다면 나의 상상력이 현저하게 부족한걸까?



다른 나라에서 출판된 책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특이한 것은,
안에 있는 삽화들이 전부 우리나라 일러스트레이터 5명에 의해 그려졌다는 사실이다.
책이 출판된 나라마다 이렇게 했다면,
베르나르는 참 정치적(?)이고 사업가적인 수완이 상당한 작가라고 하겠다.
어쩌면 그런 비작가적인(?) 수완이
2010년 3월 22일 초판 1쇄 발행된 <파라다이스>를
불과 18일만인 4월 8일에 
초판 18쇄를 발행하게 만들었을지도...
아마도 베르나르에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하는 진정한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내게 얻은 유일한 화두 하나!
"완벽한 농담은 여러 차례 버려 낸 강철 검과 같다.
 찌르고 자르고 베기도 한다. 그것도 단 번에..."

그리고 이 화두는 내가 베르나르에게 바라는 바람이기도 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0. 15. 06:41

"여행" 같은 책이 있다.
누구도 동반하지 않고 떠나는
혼자만의 짧은 여행같은 그런 책.



"요시모토 바나나"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너무나 좋아해서
"바나나"라는 pan name을 만든 그녀
그리고 느긋하게 몽환적이며
부도덕적이게도 아름다운(?) 소설
무지개



눈부신 햇살과 새하얀 모래,
투명한 바다와 레몬색 상어
그리고 아내가 있는 한 남자에 대해
처음부터 하나하나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생각하는
한 여자의 감정의 기록.
타이티섬와 동경(東京)
그 생경한 국적(?) 안에서 길을 찾아가는
그녀의 감성과 내면의 언어들.



고갱을 생각하게 하는 화려한 색채의 그림들.
그런데 어쩐지 그림 속 그녀들의 표정과 입매는
사뭇 비밀스럽다.
그럼에도 감추고 있는 것을 너무나 강렬하게 말하고 싶어하는 욕망의 눈빛
문득, 그 이야기를 전부 들어주고 싶어진다...



뜨거운 이국의 햇살 아래
차가운 열정을 만나는 느낌이라고 할까?
다 읽고 나면 나른해지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두 사람,
불륜일지라도 왠지 인정해주고 싶어진다.
참 위험한 마음의 고백...



그런 사람이 있다.
죽어가는 식물에게 선명한 생명의 색을 돌려주고
무관심으로 거칠어진 동물의 털에 반짝반짝 윤기를 주는 사람
그리고 그런 작은 생기들로
은밀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 사람.
죽어가는 생명들에게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눈치 챌 수 있게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 인정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이런 방식으로 사랑을 키워갈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결국 단념을 확신하기 위한 떠난 여행에서
오히려 더 큰 확신을 가지고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있겠구나.
그리고 돌아오길 바라는 기다리는 마음도 있겠구나...



불륜을 미화하려는 동의의 표현은 아니지만
이 소설의 결말이 내겐 다행스럽고도 동시에 위험하게 다가온다.
그래도 여행 속에서 얻은 마음이기에
조금은 이해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
끈질기게 몽환적이다.
다 읽어버린 지금쯤은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건가?

이렇게 차갑게 관능적일수도 있구나...
열대의 뜨거운 햇빛,
반짝이는 에메랄드 물빛 속에서
내 몸 구석구석도 레몬빛 관능으로 느리게 헤엄치고 싶다.
파라다이스를 향한 차가운 열정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