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8. 10. 06:29
"연극열전3"이 준비한 일곱 번째 작품 <트라이앵글>
그런데 이번에는 연극이 아니라 뮤지컬이다.
연극열전에서 <판타스틱스> 이후로 두 번째 선택한 팝뮤지컬 <트라이앵글>
원작은 <피아노 숲>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호라이 류타의 작품이고
연출은 그동안 연극열전의 대표로 숨어있던(?) 홍기유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요즘은 제작자나 대표가 연출을 직접 하는 게 붐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새로운 시도가 여러 가지인 작품.



2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
3명(트라이앵클 ^^)이 만들어내는 우습고도 황당한 동거 이야기.
뮤지컬과 연극에서 이미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최재웅이
유명작가의 아들로(여기선 그 유명한 "김훈"이 아버지로 나온다.. 식칼의 노래.. ^^) 작가 지망생 도연 역을,
요즘 열심히 달리고 있는 김승대가 가수지망생 락커 경민역으로
그리고 연기와 노래를 꽤 잘 하는 안유진이 경민을 향해 일편단심(?)으로 숨바꼭질을 하는 영이로 등장한다.



공연 자체는...음...
순전히 내가 너무 늙어버린(?) 탓이겠지만 그닥 재미있지는 않았다.
아마도 20대 초반을 겨냥한 작품인 것 같은데 그 나이라면 그냥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겐 어느정도 비극적인 작품이라 하겠다...ㅠㅠ)
일본 원작이라 그런지 내게는 공감되는 부분은 덜하고 이야기 자체도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스토리가 강하거나 임팩트 있는 사건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 만들어지는 소품같은 상황을 즐기는 가벼운 터치 드라마라고나 할까?
이야기도 그렇고 작품에 나오는 뮤지컬 넘버들도 그렇고
일종의 짜집기 형식이다.
그리고 그걸 당당히 표방하고 있어 어느 정도 귀엽기까지 하다.
"Video killed and radio star" 나 "My Sahrona" 같은
70, 80년대에 유행했던 귀에 익은 팝송들과
이기찬, 신성우가 소위 잘나가던 시절 불렀던 히트곡이 뮤지컬 넘버에 포함되어 있다.
(일본 원작이지만 뮤지컬 넘버를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원미솔 음악감독이 그래도 곡 선택을 적절하게 잘 한 것 같다)
팝뮤지컬을 표방한다는 기사를 읽었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짱짱한 팝뮤지컬이 기존에 많이 나와 있어서 솔직히 험난해 보인다.
가령, 아바의 노래로 만든 세대를 초월한 <맘마미아>,
엘비스 프레슬리 곡으로 만든 <올슉업>
퀸의 노래로 만든 <위윌락유> 등.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있기는 하다.
(잘 하면 이게 강점이 될 수도 있고)
<트라이앵글>은 소극장 팝뮤지컬이라는거 (^^)

  도연 : 최재웅
  경민 : 김승대
 영이 : 안유진

공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더라.
만약 이 공연에 최재웅이 빠진다면?
아마도 최재웅이라는 배우에 의해 균형감과 생기를 얻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그러리라.
3명이 나오는데 때때로 원맨쇼 같이 느껴진다.
최재웅 입장에서는 본인의 능청스런 모습을 맘껏 발휘할 수 잇는 기회가 됐겠지만
함께 하는 배우들의 내공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건 좀 안스러운 일이다.
안유진은 그래도 자기 역할을 잘 소화하고
여배우로서 꺼리낌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잘 보여줘서 괜찮았는데
조금 발란스가 안 맞는 건 역시 경민 역의 김승대.
아무래도 락커의 역할은 그에겐 무리수가 따르지 않았나 싶다.
신성우의 "꿈이라는 건"이라는 노래를
발라드도 아닌 뽕짝도 아닌 락도 아닌 묘한 버전으로 불러서 사실 많이 놀랐다.
꽤나 비중있는 곡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더 대놓고 짜집기를 추구했다면 훨씬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꼭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드라마의 유명한 장면들을 흐름에 맞게 배치했으면 어땠을지...
(어디까지나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코믹물이긴 한데 웃음코드가 좀 약한 것 같다.
이날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재웅이라는 배우에 의해서만 그 웃음코드가 살아나기 때문에 주변 배우들이 좀 뻘쭘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다들 무지 열심히 한다는 거!
그건 정말 알아줘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배우 최재웅은 <쓰릴미> 같은 극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뭐 도연 역도 나쁘진 않았지만. ^^
특히 표정이 살아있어서 유쾌했다.
코믹물의 절반은 아무래도 표정인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8. 3. 06:16


오랫만에 연극 한 편을 봤다.
<연극열전3> 여섯 번째 작품 <너와 함께라면>
연극 <웃음의 대학>을 쓴 일본 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작품으로 역시 코믹이다.
연출은 내가 좋아하는 이해제,
출연 배우들도 탐나는 배우들이라 미리부터 예매했던 작품이다.

기간 : 2010.07.23 ~ open run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
출연 : 서현철(아버지), 추귀정 (어미니), 
         큰 딸 (이세은). 작은 딸 (김유영)
         남자친구 (송영창), 남자친구 아들 (박준서)
         이발소 직원 (조지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무지, 엄청, 유쾌하고 황당하게 재미있는 연극이다.
보는 내내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마치 웃음소리를 계속 틀어놓은 시트콤처럼...)
2시간 동안 시종일관 사람을 쥐고 흔들면서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모든 상황이, 모든 대사가, 모든 행동이 전부 다.
그런데 그게 억지스럽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있다는 사실.
사실 코믹물은 억지스런 짜맞추기 같아 개인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이 연극은 전혀 그렇지 않다.
너무나 황당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 상상을 해보자.
내가 부모인데 28살 꽃다운 나이의 큰 딸내미가
어느날 결혼을 하겠다며 애인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인다.
가족들이 "청년 사업가"로 알고 있는 
그 사람이 사실은 "청년 사업가"가 아니라는 거다.
그 오해의 부분이 차라리 "사업가" 라는 부분이라면 천만 다행일텐데
문제는 "청년"이 아니라는 부분에 있다는 거다.
딸의 남자친구는 73세의 파파 할아버지.
딸의 할머니와 같은 해에 태어난 분으로 엄연한 경로 우대증 소지자시다.



어찌어찌해서 아빠와 여동생에게는 이 사실을 밝혔는데 문제는 엄마!
엄마에게 사실을 말하려고 하는 게 
오히려 거짓말에 거짓말 꼬리 잡기가 되고 만다.
노령의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와
한참 젊은 예비 장인(?)에게 "아버님!, 아버님!"을 연발하며 점수를 따기 위한 필살기 중이시다.
(섬뜩섬뜩한 귀엽성이 있더라. ^^)
설상가상으로 노인의 아들까지 찾아와 이야기는 더 꼬인다.
아들은 엄연히 남편이 있는 그 집 어머니를 자신의 아버지와 사귀는 분으로 착각하고
구렛나루를 휘날리며 "엄마! 엄마!"를 연발한다. 
급기야 건장한 아버지는 이웃집 게이 남자로 둔갑해 버리고
이발소 종업원의 멀쩡한 눈은 졸지에 사시가 되버린다.



마치 탁구 경기를 보는 것 같다.
서로 받아치는 대사들은 탄력성 있고 하나하나 똑똑 튄다.
(원래 거짓말이라는 속성이 그렇긴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감탄스러울정도로 능청맞다.
늙은 남자친구 역을 맡은 송영창이 예비 장인을 향해 날리는 필살기는 은근히 귀여운 게 중독성이 있다.
큰 딸 역의 이세은은 첫 연극 무대 데뷔인데 사실 좀 놀랐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틈에서 대략 묻어가겠거니 했는데
딕션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철없는 표정연기가 일품이더라.
작은 딸 김유영은 <스프링 에웨이크닝> 이 후 두 번째 작품인 것 같은데 신인같지 않은 안정감이 있다.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
거짓말의 퍼레이드는 오히려 그녀의 입에서 더 부풀려지고 한층 업그래이드 된다.
story-maker 역할이 바로 그녀인듯 싶다.
커튼콜때 그녀의 코에서 튕겨나온 땅콩은 내 손에 정확히 맞았다. (브라보~~)



연극에서 누구보다도 돋보였던 사람은 역시 아버지 역의 서현철.
예전에 <판타스틱스>라는 뮤지컬에서 유랑극단 대표로 나왔을 때도
얼마나 맛깔스럽고 재미있게 연기를 하던지 연신 감탄하면서 봤었는데
이번 연극은 서현철이라는 배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케 하는 작품인 것 같다.
소위 "물 만난 고기"라고나 할까?


말투와 표정, 행동들 하나하나가 전부 다 재미있고 유괘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것도 억지스러운 게 아니라 너무 자연스러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맨발에 파자마 바람, 헝클어진 머리로 편안한 일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는 아빠에게
쓰나미같이 벌어지는 가공할만한(?) 상황.
상당히 불편하고 거북스런 상황을 이렇게 유머와 위트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다.

출연하는 배우들 7명 모두가 아주 똑 떨어지게 연기를 잘 한다,
과장스럽긴 해도 그 과장이 어디까지나 이 연극속에서는 오버처럼 느껴지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그래서 2시간 동안 충분히 즐겁고 유쾌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다시 보라고 해도 처음 보는 것처럼 큰소리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너와 함께라면>
분명히 재미있고 유쾌한 시간을 다시 한 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만에... 오랫만에...
박장대소하면서 기분 좋아지는 연극 한 편을 봐서 아직까지도 흐뭇하다.
끈적끈적해서 불괘지수 높아지는 이 여름에
시원한 청량감마저 느껴지는 그런 연극 한 편을 만나다.
<너와 함께라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14. 15:59
오랫만에 대학로에서 소극장 뮤지컬을 봤다.
한동안  큰 작품들만 열심히 본 것 같아서...
연극 <마라, 사드>를 봤을 때는 여름의 끝이었는데
그날의 대학로는 완전히 가을 속에 젖어있었다.



참 좋은 공연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었는데
<판타스틱스>
이제서야 나와 인연이 닿았다.



"Try to remember"
여명이 영화 "유리의 성"에서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노래.
이 노래가 바로 뮤지컬 <판타스틱스>의 넘버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반세기동안 공연된 세계 최장수 뮤지컬이라는 <판타스틱스>
뮤지컬 넘버들도 참 좋다.
소소한 재미와 아기자기함.
그리고 바로 앞에서 느껴지는 배우들의 모습
어쩌면 저렇게 가까이에서 천연덕스럽게 연기할 수가 있을까?



세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
벽을 사이에 둔 애뜻한 두 연인
두 집안 사이에 벽이 놓이게 된  배경은 (실제로 벽이다... 담벼락)
사실 두 아버지들의 합동잔적에 의해서다.
일부러 둘을 연결시켜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한 원수지간이라는...
(아버지들은 사실 둘도 없는 "베프"였던 거쥐~~~)
자식들은 부모의 말에 엇나가려는 경향(?)이 다분하기 때문에 두 아버지는 이런 속임수를 쓰기로 한거다.
이제 어떤 사건을 만들어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화해하게 만들어 두 연인을 연결시켜줘야 한다.
루이자가 꿈에서 본 모습 그대로 일을 꾸미기로 한 아버지들.
그리하여 LPG  엘가로(가스 배달부 아님 ^^)를 고용해
아주 최신식 버전의 인디언식 겁탈 시나리오가 시작된다.
두 아버지의 모습이 무지 귀엽고 사랑스럽다.
(실제로 극을 보면서 이 두 사람 때문에 정말 많이 웃었다)



11월 8일 casting - 마트 : 김산호    헨리 : 서현철



해설자이자 극의 작가인 김태한의 노래로 시작되는 <판타스틱스>
어쩜 저런 코믹한 얼굴에서 이렇게 감미로운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좀 죄송...)
항상 그의 코믹한 배역에 익숙한 나는
잠시 놀란다.
(뮤지컬 "그리스"에서 케니키의 현란한 춤과 엘비스 프레슬리 같던 목소리가 생각나 혼자 웃었다)
무엇보다 이 뮤지컬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건
헨리 역의 서현철과 머티머 역의 김지훈 때문이었다.
이렇게들 잘 생기신 분들었구나...
의상이 누더기가 될 정도로 가난한(?) 떠돌이 유랑극단의 유일한 단원들.
그 허름한 옷이며, 얼굴이며, 목소리며, 동작이며...
일주일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인디언식 겁탈"의 두 주역 (^^) 

관객을 한 명 동참시킨 그들의 연기는
능청을 넘어 오히려 너무 자연스럽더라.
30년 동안 줄리엣만 한 배우라면서 앞 자리에 앉아있는 여성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 니 이름이 뭐야?
- OO요.
(앞에 나온 관객은 실제로 자신의 이름을 댄다)
- OO! 니 이름은 줄리엣이라고 했지? 너는 신입단원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냐?

- 내가 늘 말했지? 배역을 생활화하라고!
- 어째 너는 30년을 해도 연기가 늘지를 않냐...


두 사람의 만담같은 대사가 자꾸 귓 속을 맴돈다.
한번만 로미오를 시켜달라는 머티머에게 죽는 장면을 해보라면서 헨리가 한 말

- 헨리 : 줄리엣이 왜 죽었어?
- 머티머 : 정확한 건 부검을 해봐야 알 것 같은데요...
- 헨리 : 너 땜에 죽었쟎아~~~ 너 땜에~~~ 속 상해서....
(줄리엣의 손에 있는 독약을 마시려는 머티머에게)
- 헨리 : 니꺼 먹어! 니꺼! 왜 남의 꺼 먹어~~~

따지고 보면,
로미오는 정말 줄리엣 때문에 속 상해서 자기가 가지고 온 독약을 먹고 죽었는데
난 왜 이렇게 웃기기만 한건지...

중간에 마트 김산호의 입으로 꽃가루가 들어가 상대역 루이자 최보영까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 장면이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관객들까지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생생하게 귀여운 모습이여서...


모든 사랑은 "환상"이다.
그리고 모든 공연도 역시 "환상"이다.
사랑과 공연.
두가지 환상이 만났으니 그 궁합 한 번 제대로다.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본 최보영과 강인영도 너무 반가웠다.
(강인영씨 다리 참 아팠겠어요... 당신의 멋진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존재감은 좋았어요...)
무대 양 옆에서 초대형 필 하모닉 오캐스트라 못지 않게
멋진 반주를 해줬던 두 대의 피아노까지...
오랫만에
알차고 풋풋한 공연을 봤다는 풍성한 만족감.
소문날만 하다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된다.



맘이 우울한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환상적으로 맘이 풀릴테니까...
극장을 나오면
사랑에 대한 "환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유쾌한 웃음이라는 동반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꽤 좋은 입소문이 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