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8.29 연극 <황구도> - 2011.08.27. PM 7:00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2관
  2. 2010.11.26 <설득> - 제인 오스틴
보고 끄적 끄적...2011. 8. 29. 06:30


<황구도>

극 본 : 조광화
연 출 : 최용훈
기 간 : 2011.7.15~8.28
장 소 : 대학로문화공간 필링2관(구.이다2관)
출 연 : 오현우, 박상훈, 이지혜, 전유경, 안성헌, 최지훈 외


매년 이맘때면 "서울문화의 밤"이 열린다.
좋은 공연들을 단 돈 만원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기는 날 ^^
올 해는 놓치는가 싶었는데 다행히 어찌어찌 시간이 됐다.
선택한 작품은 극단 작은 신화의 25주년 기념공연인 <황구도>
개인적으로 동물이 나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서 세계 4대 뮤지컬이라는 <캣츠>도 안봤다. 올 해 또 공연되는데 여전히 안 땡긴다)
평도 괜찮고 극단도 괜찮고, 조광화 극본에 최용훈 연출도 맘에 들었다.
그리고 일단 캐츠처럼 실감나게(?) 개 분장을 하고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로 괜찮을거란 마음도... ^^

무려 18년만에 재공연되는 작품이란다.
그래서 예전보다 약간은 현대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데 18년 전 작품을 보지 않아서 그건 잘 모르겠고...
암튼 개같은 인간과 인간같은 개의 대비는 강렬하고 파격적이다.
레이디가가를 떠올리게 하는 인간의 과장된 의상과 말투, 모습을 보고 있자면 기가 막히기도 하다.
연출가 최용훈의 말을 빌리자면 그런 모습이
"이미지에 경도돼 어느새 거기에 익숙해진 현대인을 상징" 한단다.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그래서인지 개보다 이런 과장된 인간에게 오히려 더 거부감이 느껴진다.
사랑에 낭만이 있던가!
정말 개나 물어갈 소리긴 하지만
개가 보여주는 인간적인 사랑은 참...
부끄럽기도, 암담하기도, 그리고 미안하기도 하다. 




극중 개의 시선을 통해 표현되는 인간의 모습은
기발하다못해 기괴하다.
남녀관계에서 오직 성적인 탐닉에만 몰두하는 인간의 모습은
아무곳에서 홀례붙는다며 손가락질 당하는 개의 그것보다 더 너저분하고 추잡하다.
극도로 과장된 목소리와 행동은
보고 있으면 결코 과장이 아닌 현실을 그대로 보고 있는 착각마저 든다.
그래 원래 인간이 이랬지... 하면서
점점 같은 종(種)이라는 게 부끄러워지면서
에이, 차라리 나도 개(犬)나 되버리자는 막장의 심정이 되기도 한다.
인간에게 남은 건 욕정이고,
개에게 남은 건 순정이라니...
얼마나 낮부끄러운 우화(愚話)인가!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구절의 인용은
사랑에 대한 허와 실의 대비를 그런대로 잘 보여준 장치같다.
떠돌이 개를 등장시켜 이 장면을 표현한 것도 괜찮았고...
무대 위 인간의 모습인 개들이 주고 받는 짧은 단문의 대사들은 실제로 개의 짖음,
그것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개의 입을 통해서
"맹세와 배신은 개에 꼬리 같다"
"좋은 수란 항상 평범하지. 거침없이, 미련 없이, 황구답게!”
이런 대사들을 들으니 참 기분이 묘하고 막막하다.
그런데도 이 대사들이 어떤 때는 나를 꽉 물고 놔주지 않아 당혹스럽다.
뭐, 구구절절 옳은 소리이긴 하지만...

인간들아!
황구 아담과 스피츠 캐시, 스피츠 거칠의 특별한 사랑을
조금은 부담스럽게, 조금은 불편하게 보면서
우리도 잠시 반성하자!
개만도 못한 세상이라고
개만도 못한 사랑을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말이다.

컹!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1. 26. 05:51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
개인적으로 에밀리 브론테와 제인 오스틴을 생각하면 짠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두 사람에게는 문학이 있었다는 거다.
어째면 그래서 살아낼 수 있었는지도...
Persuasion
"설득한다는 것은 그가 보여주는 세계를 느끼고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이 한 세계를 함께 소유하는 것이다"

몰랐다.
설득이 소유가 된다는 걸...



소설을 쓰는 세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제인 오스틴!
영국인들이 세익스피어와 함께 가장 사랑하는 작가.
그녀가 42살에 타계하지 않았다면 영국인들은 세익스피어보다 그녀를 더 사랑했을까?
<설득>은 그녀가 마지막 작품이다.
이야기는 <오만과 편견>과 아주 흡사하다.
분위기도 등장인물도 그리고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까지도.
아주 클래식한 고전 소설.
특별한 사건이나 이벤트가 없어도 그녀의 소설은 재미있게 잘 읽힌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읽기에 참 좋은 책.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제인주의자들", "오스틴 컬트", "오스틴 현상"이라는 용어를 낳으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북클럽에 등장하는 이유가.



19살에 사랑했던 한 남자를 사랑했던 앤.
그러나 주변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하고 헤어져버린 두 사람은
8년이 지난 후에 다시 마주하게 된다.
현실과 사랑,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
줄거리와 결말은 지극히 제인 오스틴스럽다.
이 사람 소설...
격정적이지 않고 흐르는 물같아서 연인의 헤어짐조차도 나는 늘 편했다.
어쩌면 이들이 우여곡절 끝에 어쨌든 다시 만나리라는 걸 알기에 편안한지도...
제인 오스틴은 "가정"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자신이 갖을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이었으리라.
그래선가?
제인 오스틴과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브론테
두 작가는 내겐 머리가 붙은 샴 쌍둥이 같이 느껴진다.
어쩌면 그 머리에 내 머리도 붙이고 싶은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