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2. 25. 12:10

<풍월주>

일시 : 2013.11.09. ~ 2014.02.16.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본 : 정민아

작사 : 박기현

연출 : 이종석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정상윤, 조풍럐 (열) / 신성민, 배두훈 (사담)

        김지현, 전혜선 (진성여왕) / 임현수, 최연동 (운장)

        김보현(궁곰), 이민아(여부인), 김지선(진부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E&M

 

프리뷰 이후 본공연 첫관람.

원래 프리뷰와 본공연 관람에 이렇게까지 긴 텀을 둔 적이 없는데

프리뷰때 초연 특유의 감성이 많이 사라진 걸 보고 망설이게 됐다.

고민하다 피드백을 했다는 말과 정상윤 배우에 대한 믿음으로 본공연을 예매했다.

다행이다.

초연의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그대로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제일 좋았던 건 역시 이재준 연출의 리딩 공연!

이 리딩 공연의 퀄리티는 아무래도 그냥 전설로 남게 될 모양이다.

신기했다.

가끔 궁금하다.

정상윤, 김지현에 김태훈까지 가세했다면 리딩 공연의 감성이 되돌아왔을까?

아마도 연출이 달라지지 않는 한은 어려웠을 것 같다.

이상하다.

요즘은 연출의 능력보다 배우의 능력에 의지하는 작품들을 자꾸 보게 된다.

배우의 연기적인 역량이 점점 높아져서 그런건지,

연출가들이 좀 안일함에 젖어 있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뭔가 문제가 있기는 한 것 같다.

아주 의외였다.

프리뷰를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이종석 연출이 맞는지 심지어 찾아보기까지 했다.

맞더라.

그래서 또 놀랐다.

물론 초연때보다 스토리에 대한 개연성을 더 보여준 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보여주는 방법이 아주 산만하고 소란스러웠다.

친절해지려고 했던 연출의 의도가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역시 정상윤 열은 믿었던 만큼 참 좋더라.

관람하는 내내 노래도 연기도 표정도 너무 좋아 또 혀를 내둘렸다.

확실히 캐릭터를 완전히 받아들인 모습이다.

특히나 자살한 사담이 남긴 옷을 끌어앉고 오열하는 모습은 매번 가슴을 흔들다.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사람같다.

어떻게 이 감정을 추스리고 다음 장면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늘 신비다.

마지막 진성과의 대면 장면 역시도 압권이다.

고요하지만 모든 것을 다 태우는 불같은 처절한 열의 감정이 무대와 객석을 휘어잡는다.

일종의 전소(全燒)였다면 이해할까?

아마도 이종석 연출 역시도 정상윤이라는 배우때문에 한시름 놨을 것 같다.

정상윤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아마도 지금만큼의 평가조차도 어려웠을 것 같다.

그리고 신성민 사담.

벌써 이 녀석이 이만큼 성장했구나.

예전엔 신인 특유의 조심하는 모습이 무대 위에서 간간히 보였는데 지금은 당당해졌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때보다 노래도 연기도 훨씬 더 안정적이다.

이제 메인 주연을 해도 충분하겠구나 생각될만큼.

진성과의 듀엣곡 "너를 짓는 마음"은 진성을 잊게 만들었고

"내가 아니면, 내가 죽으면"은 깊고 처연했다.

정상윤 열과의 "너에게로 가는 길"은 왠만한 남녀 듀엣곡보다 더 감성적이고 절절하더라.

이 두 배우들,

무대 위에서 참 멋지더라.

그 누구 보다도...

(덕분에 진성과 운장까지도 다 잊었다.)

 

무대...

이 소란스런 무대 연출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무리 조심스럽게 움직인다고 해도 그대로 다 들리던 배우들의 발소리.

만약 아파트라면 뛰어올라가 층간소음 항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비유가 좀 그렇긴 하지만...)

가설무대 천막같은 배경은 너무 없어보이고

경사진 중앙 무대는 위태로워 보였고

두 명의 여성 투우사(?)의 옷자락 펄럭거림은 급기야 코믹하게 느껴질 정도다.

풍월의 인사법도, 진성과 열의 첫장면도 여전히 맘에 안들다.

그리고 뜬금없는 산사의 종소리 역시도...

그래도 엔딩에서 사담과 열의 대사를 다시 살려낸 것과

커튼콜이 달라진건 현명한 선택이다.

프리뷰때 이 부분이 가장 소란스러웠었는데...

 

무대와 조명, 음향은 희망이 없겠지만 

2월까지 공연 기간 중 조금이라도 더 피드백이 되면 참 좋겠다.

(솔직히 이러다 배우 잡을까봐 걱정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20. 08:17

<형제는 용감했다>

부제 : 블록버스터 코믹 쟁탈극

일시 : 2012.06.26. ~ 2012.10.01.

장소 : 코액스아티움 현대아트홀

대본, 연출 : 장유정

작곡 : 장소영

제작 : PMC 프러덕션

출연 : 김재범, 김도현 (이석봉) / 성두섭, 조강현, 산들 (이주봉)

        이주원, 강지원 (오로라) / 안세호, 신문성 (이춘배)

        임선애, 최영화 (송혜자) / 윤수미, 최나래 (예산댁)

        박훈, 최영준 (이옹) / 박유정, 성열석, 이진석, 박세웅

 

2008년 대학로 PMC 자유극장에서 초연했을 때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다.

그때 이석봉 역은 박정환(박호산)이었고 이주봉은 송용진이었다.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초연 당시 스토리도 꽤 탄탄하고 신선했고, 음악도 좋았고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데가 없었다.

박장대소케하는 재미도 있었고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깊은 감동도 있었다.

우리 창작뮤지컬이 참 대단한 발전을 했구나 싶어 보면서 혼자 대견했었는데...

그해에 굵직한 상도 여러개 받았던 걸로 기억된다. 

그랬는데 어느새 5번째 재공연이란다.

초연 공연에 노래가 몇 곡 추가됐고 1막, 2막으로 나눠지면서 인터미션까지 생겼다

개인적으로 인터미션이 없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2막이 어쩡쩡한 길이가 되버린 것 같아서... 

초연 이후로는 다시 보지 못했었는데 성두섭, 김재범이 형제로 출연한다기에 한 번 보기로 했다.

<풍월주>에서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철천지 원수같은 형제로 분해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았다.

게다가 아직 <풍월주>로 대학로에서 공연중이지 않는가!

성두섭 출연 회차가 거의 없긴 하지만

어쨌든 형제와 연인 사이를 오가는 두 사람 행보를 짖궂게 들여다보고 싶은 개구진 마음이 생겼다.

 

이 날 공연이 성두섭, 김재범 형제의 첫공이었다.

성두섭은 그래도 김도현과 공연을 몇 번 했었지만 김재범은 이 날 공연이 <형제는 용감했다> 스타트였다.

어! 근데 이 두 사람!

정말 첫공 맞아?

첫공이란 단어가 무색할만큼 너무 잘해서 오히려 얄밉기까지 하더라.

<풍월주>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서 그런가!

맞아도 이렇게 합이 잘 맞을 수 없다.

2막에서 성두섭이 가사를 까먹긴 했어도 그건 오로라와의 장면이었으니까 Pass~~~!

(근데 여우같이 당황하지 않고 잘 넘어가더라.)

특히 김재범의 코믹연기는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 밉쌀맞을 정도다.

애드립인지 미리 계산한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재치있게 치는 대사나 행동들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코믹작품의 자폭하는 경우 대부분은 배우들의 과유불급인 경우가 종종있다.

경계를 알고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김재범이란 배우는 그걸 참 잘 조절한다.

심각한 배역은 심각한데로

코믹한 배역은 또 코믹한데로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적절한 수준을 잘 유지하는 것 같다.

곱씹을수록 첫공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묘한 괴물같으니라고...)

사실 성두섭은 두 작품만 봐서 아직 잘 모르겠지만

배역에 대한 성실함은 대단한 것 같다.

한동안 김재범, 성두섭의 셋트 플레이어가 빛을 발하는 공연들이 계속될 것 같다는 예감아닌 예감을...

이 작품이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데 그냥 이 두 사람을 그대로 캐스팅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뭐 <김종욱 찾기>처럼 뮤지컬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카메오로 나오는 것도 종을테고)

 

초연 때 이주원과 안세호 배우에게 깊은 인상을 받아서

이번 관람에서도 두 사람이 나오는 날을 일부러 찾아서 봤다.

이 작품에서 굳이 편을 가르자면,

철없는 주봉, 석봉 형제들은 코믹 코드를,

종갓집 늙은 두 부부는 감동을 코드를 담당(?)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가 팽팽한 줄다라기처럼 밀당을 거듭한다.

(자고로 밀당은 연애에만 적용되는 건 절대 아니다!)

부부로나오는 이주원, 안세호 두 배우에게도 이 작품과 배역은 좀 남다른 모양이다.

애뜻한 애정이 보인다.

그래선지 참 잘 한다.

잔잔한 감동과 애뜻함에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몇 번씩 뭉클했다.

안세호 배우가 1막  장례식 장면에서 처음 부르는 노래는 6년전에도 그랬지만 그 서늘한 울림이 여전해서 놀랐다. 

이주원 배우는 역할 그대로 정말 팔색조같은 매력을 맘껏 보여준다.

오로라 역도 제격이지만 며느리, 아내, 어머니의 모습일 때도 배역에 맞게 목소리와 행동이 조금씩 바뀐다.

두 사람을 보면서 초연 배우의 힘이라는 게 얼마나 집요하고 대단한건지 절감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한동안 이 역할을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

 

<형제는 용감했다>

정말 오랫만에 다시 본 작품인데

반가웠고, 애뜻했다.

그리고 따뜻하고 다정했다.

이작품, 참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나이를 먹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래, 당연한지!

정말 좋은 작품이니까...

이제 6살이 된 이 작품이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으면 어떤 어른이 될까 궁금해진다.

지켜보고 기다리는 재미.

참 쏠쏠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11. 07:33

<풍월주>

부제 : 바람과 달의 주인

일시 : 2012.05.04. ~ 2012.07.29.

장소 : 컬처스페이스 엔유

극본 : 정민아

작곡 : 박기현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성두섭, 이율 (열) / 김재범, 신성민 (사담)

        구원영, 최유하 (진성), 김대종 (운장어른)

        원종환 (궁곰), 임진아, 신미영 (부인들)

 

이렇게해서 자체 막공이라며 <풍월주> 네 번째를 찍었다.

궁금했던 이율의 열까지 봤으니 뭐 굳이 더 볼 이유가 없어지긴 했다.

(휴~~ 다행이다)

 

다른 거 다 두고 이율의 열에 대해서만 말해보련다.

(뭐 사실 다른 건 이제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아마도 성두섭 열에 익숙한 사람은 이율 열의 첫장면에서 당혹감을 느꼈으리라.

성두섭 열은 참 부드럽고 다정했는데 열은 너무 시크해서.

심지어 이율 열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시크의 절정이다.

성두섭 열이 마냥 좋았던 게 아닌 나도 솔직히 무지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운장어른과 대화할 때도 이율 열은 슬퍼보이거나 원망하는 기색도 안 보인다.

"열 왜 저래? 제 사실은 사담을 별로 안 좋아했구나..."

순간 오만가지 생각들이 마구 뒤범벅이 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율이 해석하고 표현한 열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 후 느낌을 표현하자면,

"이율 열, 이 놈 진짜 남자다!"였다.

 

남자기생에게도 이런 분류가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해어화"라고 불리는 여자기생은 소위 등급(?)에 따라 1패, 2패, 3패로 나뉜다.

1패는 고급기생이라 자존감과 도도함은 물론 학식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 그룹이었다.

따라서 접대하는 손님도 당연히 고위급 인사들이 대부분.

2패는 가장 많은 부류의 기생들, 3패는 퇴물 기생이나 함부러 몸을 파는 기생을 말한다.

이율의 열은 뭐랄까 1패 기생의 느낌이었다.

성두섭 열은 사담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느낌인데

이율의 열은 확실히 차별적이다.

내가 비록 웃음과 몸을 파는 풍월주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담이 구걸하지 않고 먹고 살게 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것 뿐이라는 가오(?)가 있다. 

사담이 아니었으면 풍월주 따윈 안하겠다는 의지(?)가 다분해보인다.

(이런 모습 의외로 도발적이다)

그래서 사담에게 풍월주인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경계한다.

사담이 춤 좀 보여달라고 했을 때도 안 보여주는 이유를 이율의 열을 보고 비로소 알았다.

게다가 사담을 제외한 사람들과 말할 때 톤을 보면 소위 네가지도 가히 없어 보인다.

진성여왕이고 운장어른이고 대갓집 부인네들이고 없다. 

그런 가오가 있는 놈이 사담엑 말할 때는 그렇게 다정하고 부드러울 수가 없다.

톤 자체에 느낌이 팍 온다.

"내가 너(사담) 땜에 산다!"

첫 장면에서는 이 놈 사담없이도 잘 먹고 잘 살 놈이네 싶었는데,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 놈 결국 못살겠구나 싶어 불쌍하고 짠해진다.

이율이 이런 의도로 열이라는 캐릭터를 분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느낌은 그랬다.

성두섭 열은 모성본능을 자극하면서 연민을 자아내는데

당췌 이율의 열은 그런 약한 모습을 찾아볼 길이 없다.

소위 말하는 "나쁜 남자"다.

열 입장에서는 귀부인이고 운장어른이고  진성여왕이고간에 다 사담 밑이다.

그런데 이런 놈이 무너질 때는 일시에, 한꺼번에, 가차없이 무너진다.

사담이 죽으니까 센 척 하면서 한 큐에 훅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 역시도 그렇게 당당하고 힘찰 수가 없다.

왜?

어차피 자신은 사담을 잃음으로 모든 걸 다 잃었기 때문에 더이상 미련도 두려움도 없다.

그래서 자기 앞에 여왕 무릎을 꿇어도 소위 꿀릴게 전혀 없는 거다.

그러니까 그렇게 뱃 속에 칼을 넣으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웃을 수 있는거다.

통쾌하고 강하게!

정말 센 놈이 바로 이런 놈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따지자면

연기는 성두섭 열이, 해석이나 태도는 이율의 열이 좋았다.

(어떻게 둘을 적당히 잘 섞어보면 안 될까???)

"밤의 남자"에서 성두섭 열이 춤과 노래가 다 약해서 은근히 율열을 기대했었는데

율열 역시도 얕다.

춤은 오히려 성두섭 열이 그럴듯하다.

춤따위에 주력하지 않겠다는 시크함으로 해석하자면 좀 그런가?

(좀 그렇긴 하다. ^^ )

이율 열 이야기만 하겠다고 했는데 반칙 한 번 하자.

성두섭, 이율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발란스를 맞춰준 김재범 사담은 여러모로 돋보인다.

노래도  극의 분위기에 잘 맞게 부르고 연기도 정말 섬세하고 좋다.

특히 두 사람이 죽은 후 주고받는 대화는 여러번 봐도 좋다.

주도권을 장악한 김재범 사담이 보여주는 일종의 밀당의 진수라고 하겠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과 그 뒤에 이어지는 액팅, 대사톤 전부 괜찮다.

처음엔 이 작품의 호불호를 결정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번을 관람하게 된 건 순전히 김재범 사담 때문이었다.

그것도 이젠 전부 끝났다.

낮의 해와 밤의 달이,

맘의 해와 맘의 달로 바뀌는 과정을 이해하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25. 08:27

솔직히 이 작품에 대해서 아직까지 개인적인 호불호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뮤지컬 넘버는 참 좋은데 내용 자체가 너무 하이틴로맨스스럽고 말랑말랑한 게 영 찜찜했다.

공연장을 찾아도 남자 관객은 가뭄에 콩 나듯 두어명 보이는 게 전부였고

여자매니아 관객를 위한 이벤트 작품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이 날 공연을 보고 비로소 마음을 정했다.

성두섭 열, 김재범 사담 그리고 구원영 진성.

이 세 사람의 조합이라면 괜찮다.

아니 솔직히 썩 괜찮다.

이 조합이라면 다시 볼 의향도 충분히 있는데 안타깝게도 더이상은 없단다.

참 신기한 건 이 작품을 두 번 보면서도 애절하다는 느낌 절절히는 못받았는데

이날 공연은 그 애절함을 훌쩍 넘어섰다.

솔직히 맘이 많이 아팠다.

한 번도 그런적 없었는데 인물들의 감정선을 내가 어느틈에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었다.

사랑이야기였구나...

심지어 처음으로 안스럽고 안타깝게 느끼기까지 했다.

 

공연 내내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쓸쓸하게 떠올랐다.

(케이륄은 이 시점에 불후의 명곡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와~우! 절묘하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다행이다.

사담과 열, 두 사람은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지 않아도 될테니까.

 

 

성두섭 열은 참 감성적이고 부드럽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 속에 믿기지않을 만큼 엄청난 힘이 있다.

확실히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

아직 미숙한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성두섭 배우는 충분히 열을 감당했다.

섬세하고 따뜻한 강한 열이다.

첫 솔로곡 "밤의 남자"를 조금 잘 불러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계속 남는다.

성두섭 열 뒤에 부르는 김재범 사담이 짧게 부르는 노래가의 느낌이 훨씬 좋고 강렬하다.

그래도 열, 운장, 진성, 사담이 부르는 "앞날"에서 감정 표현은 정말 좋았다.

관객들도 이 장면이 끝나고 참  오랫동안 박수를 쳤었다.

참 절절했고 안타까웠다.

네 사람 모두...

나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린 열의 대사.

"담아! 내가 너를 모르냐?"

나는 이 둘이 눈물나게 질투나고 간절히 부럽다.

 

김재범 사담과 진성 여왕이 부르는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도 참 대립적으로 애절하다.

힘과 순수의 대결이라고 표현하면 좀 신파적일라나???

둘 다 다른 입장이지만 한 사람을 두고 참 애절하다.

김재범 사담은 이쯤되면 이 역할에 점점 신물나지 않을까?

(이 문장을 이해할까?)

공연이 거듭되면서 사담의 감정이 더 깊어질수록 나는 사담이 안스럽고 불쌍해서 못견디겠다.

"고맙다"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을 놓은 사담의 한 마디..

아! 이 두 사람 참 징글징글하다.

거기에다 비운의 권력자 구원영 진성까지.

이건 징글징글이 아니라 피폐함이고 너덜함이다.

그러나 다행이다.

마지막 열과 사담의 노골적인 대사들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 참 불쌍하고 가련해서 못봐줬을 것 같다.

성두섭, 김재범, 구원영의 <풍월주>는 비록 완벽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됐다.

충분히 완성됐다. 

 

* 열의 넘버 <죽음으로 널 안으면>이 빠진 건 아직까지도 영 아쉽다.

   참 좋은 곡인데 너무 아깝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13. 07:48

<풍월주>

 

부제 : 바람과 달의 주인

일시 : 2012.05.04. ~ 2012.07.29.

장소 : 컬처스페이스 엔유

극본 : 정민아

작곡 : 박기현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성두섭, 이율 (열) / 김재범, 신성민 (사담)

        구원영, 최유하 (진성), 김대종 (운장어른)

        원종환 (궁곰), 임진아, 신미영 (부인들)

 

<풍월주> 두 번째 관람.

열과 사담은 지난번과 같은 성두섭, 김재범이었고 진성여왕만 최유하로 관람했다.

 

첫번째 관람 이후 리딩공연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아서 다시 찬찬히 살펴보고 싶었다.

두 번을 봤는데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호불호를 결정하기에 참 애매하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인데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 유치한 것도 같고.

여성팬만을 겨낭해 수입을 올리자는 상업성 농후한 작품인 것도 같고.

그러면서도 넘버와 대사는 꽤 잘 나왔고.

(노골적인 성적 묘사도 꽤 있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남자 기생들 아닌가...)

무대와 의상은 정체불명이지만 그래도 이해불가의 정도는 아니고.

조명의 색감과 극의 마무리는 꽤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딩 공연때만큼의 감성과 애절함이 본공연에서는 좀처럼 느껴지진 않으니

의외로 미스터리다. 이 작품!

(도대체 너의 정체는 확실히 뭐냐?)

 

<풍월주>가 성두섭, 김재범이 아니었다면 과연 지금같은 성공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니었으리라.

그런 점에서 어쨌든 이 작품은 성두섭, 김재범에게 일종의 빚을 진 셈이다.

물론 이율, 신성민을 안 보고 이렇게 말한다는 게 모순이겠지만

일단 비주얼상으로 이율 열은 남자기생을 할 만한 꽃미남과는 아닌 것 같고.

(게다가 "뮤지컬계의 비"로 일컬어지는 성두섭과 비교하면 안스럽게도 더욱 그렇다.)

사랑과 우정을 오가는 오묘한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사담 신성민의 이력은 아직 얉다.

첫번째 관람때에도 성두섭조차도 연기 기복이 심해서 좀 걱정스러웠었는데...

다행히 이번엔 무난한 열을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음색과 모습, 자세가 두루 성두섭에게 잘 맞는 배역이다.

("밤의 남자"에서 춤을 조금 더 잘 췄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김재범 사담은,

더도 덜도 말고 딱 사담같다.

본인은 이런 유약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게 싫어서 처음엔 사담역을 고사했다는데

뭐 이런 쪽으로 일가를 이루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최유하 진성은,

극의 후반부엔 참 절절하더라.

구원영이 약간 광적이고 독선적인 여왕을 표현했다면

최유하는 가사말 그대로 그저 한 남자를 바라는 한 여인으로 진성을 표현했다.

그래서 열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에 그렇게 고요히 통곡할 수 있었으리라.

운장어른 김대종, 궁곰 원종환도 배역에 잘 어울린다.

시종일관 희극적인 인물인 궁곰이 사담의 죽음에서

애타는 절규로 비극적 표현을 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원캐스팅으로 가는 운장어른 김대종은 6월 22일부터 시작되는 <전국노래자랑>에도 출연하는 모양이다.

과연 두 작품 중 어느 작품에서 빠지게 될지 살짝 궁금해지긴 한다.

그래도 자칭 운루의 CEO로 관객과의 대화에서 사회자 역할까지 도맡아 했었는데...  

차기 운루 CEO가 지금 열심히 칼춤을 연마중이려나????

(그렇다면 이번엔 그럴듯한 칼춤을 보게 되길 개인적으로 희망한다. 김대종은 칼춤은 아무래도 좀 둔탁해서...)

 

개인적으로 <풍월주>는 스토리보다는 빛, 색, 음(音)이 화합과 조화가 마음에 든다.

작품의 분위기에 따라 조명이 바뀌는데 그 색을 따라가면 참 묘한 느낌에 빠진다.

그리고 애절한 장면에 흐르는 해금의 선율도 썩 잘 어울린다.

여기에 선의 조화까지 이루어졌다면 참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다.

그리고 프리뷰 공연 때는 사담이 죽고 난 후에 열이 오열하며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본공연에서는 이 노래가 빠졌다.

너를 죽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열의 처참한 고백과 후회를 담은 노래였는데

그전까지는 동성애보다는 좀 특별하고 각별한 우정을 보여준 두 사람이

이 부분에서 사실은 깊은 사랑이었음을 드러내준다.

나름 반전이라고 생각하는 노래였는데 왜 뺐을지 의문이다.

이 노래를 맞물리면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의 장난스런 희롱 장면이 더 애뜻하게 다가왔을텐데 아쉽다.

 

성두섭 열과 김재범 사담은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의 정도가 참 지극하다.

커튼콜까지 그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좀 짠한 마음도 든다.

확실히 배우에 의해 배역이, 작품이 상당 부분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두 사람이 빠진 <풍월주>는 사실 좀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아게 비록 잘 모르는 사람이 갖는 기우에 불과할지라도...

 

* 몰랐는데 커튼콜에서 성두섭 열이 상의를 바꿔입고 나온다.

  상의에 달린 휘장이 처음엔 회색이었는데 나중엔 붉은 색으로 변해있다.

  그냥 그런 작은 디테일의 변화가 뭔가 최후까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11. 08:26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2.05.08. ~ 2012.07.28.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대본, 연출, 작곡 : 서윤미

안무 : 안영준

프로듀서 : 김수로

제작 : 아시아브릿즈컨텐츠

출연 : 정상윤, 장현덕 (한스) / 강하늘, 전성우 (헤르만)

        임강희, 송상은, 정운선 (안나)

        김대현, 윤나무 (요나스)/ 추정화, 태국희 (메리 슈미트)

 

<블랙메리포핀스> 두번째 관람.

개인적으로 <풍월주>보다 이 작품이 스토리도 노래도 구성도 짱짱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더 좋다.

 

첫번째 관람 때는 장현덕 한스에 송상은 안나였고 이번엔 정상윤 한스, 임강희 안나로 관람했다.

그래서 강하늘, 김대현, 추정화의 연기는 현재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캐스팅 보드가 있는 지도 몰랐는데 이번에 보고 혼자 깜놀했다.

메리 슈미츠에 태국희, 추정화말고 제 3의 배우가 뒤늦게 캐스팅 된 줄 알았다. 

누구세요???

너무 심하게 포샾처리를 해서 배우 태국희에 태국희 아닌 사람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라첸 슈워츠 박사는 캐스팅 보드에 왜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니, 뭐 별 중요한 건 아니고... 캐스팅 보드 보다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정상윤 한스.

역시 정상윤은 이런 배역에 잘 어울린다.

조금 시니컬하고 찌질하지만,

명철하고 정확하게 계획적하는 지적인 인물.

그러다가 한없이 무너져(소위 한 방에 훅 가는) 측은함과 연민을 무더기로 안기는 그런 인물.

그의 한스는 예민하고 섬세했으며, 주도적이기고 단단했다.

그리고 동시에 비겁하고 유약했다.

1열 관람이라 정사윤의 표정과 여백을 최대한 볼 수 있었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

확실히 <풍월주>의 열보다 <블랙메리포핀스>의 한스가 그에게 더 적격이다.

(<쓰릴미>의 "나"를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센 척하는 장현덕의 한스와는 확연히 다른 표현이고 해석이었다.

기억 저편의 트라우마를 알코올을 의존해 잊어보려는 한스의 어지럽게 파괴된 내면을 배우 정상윤은

썩 잘 표현하고 전달했다. 

특히 마지막 대사 표현은 압권이다.

울먹이면서 오랜 시간 여백을 두고 각인하듯 말하던 마지막 대사.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과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임강희 안나.

송상은 안나가 너무나 인상적이라 처음엔 좀 당황했다.

뭐랄까?

송상은은 안나는 순수하고 여려보였는데

임강희 안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가 보여주는 노쇠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마지막 Silent Wednesday 장면에서 임강희 안나는 압도적이고 폭압적이었다.

마치 엄청난 사건을 실제로 겪고 있는 사람같다.

안나는 홀로 고요하게 폭발하고 있었다.

그대로 무대로 뛰쳐나가 그녀를 부둥켜안고 숨겨주고 싶을만큼 강렬한 두려움과 공포와의 대면이었다.

이야기의 공포가 그대로 내게 전해져 섬득하고 떨렸다.

초점없는 무너지던 안나의 눈동자는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기로 작정하기에 충분한 공포고 아픔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마도 안나를 맡은 배우는 탈진상태가 되지 않을까?)

첫번째 관람때 신선한 충격이었던 전성우 헤르만은 역시나 이번에도 인상적이었고

윤나무 요나스는 첫번째 관람에서는 미처 못 봤었는데 표정이 정말 좋았다.

확실히 1열 관람은 여러가지로  더 깊은 이해와 목격을 가능케 한다.

특히 이 작품은 가능하면 앞자리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까지 보면 더 깊고 집요하게 몰입할 수 있다.

휴대용 술병을 든 한스의 떨리는 손과 입매,

수첩을 넘기는 헤르만의 거칠고 간절한 손.

혼돈된 기억을 되살리며 두려움에 떨던 요나스의 손.

그리고 찢기고 폐허가 된 안나의 상처받은 손동작.

무언가를 끝없이 밀어내고 밀어내고 또 밀어내던 그 손의 막막함.

이 작품에서 "손(hand)"은 그러니가 묵시로적인 "언어"의 다른 형태다.

결코 입으로 말 할 수 없는 엄청난 상황을 고발하고 고백하는 수단으로 선택된 손.

손의 언어와 그림자 놀이.

이 둘은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라고 할 수 있겠다.

 

첫번째 관람에서는

단지 오랫만에 좋은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졌다며 감탄했었는데

두번째 관람에서는 인물들에 순간순간 동화가 돼 보면서 많이 힘들었다.

(배우의 집중과 몰입도 엄청나지만 나의 집중과 몰입도 엄청나다) 

그렇다면 세번째 관람에서는 나는 또 어떤 걸 보고, 느끼게 될까?

<블랙메리포핀스>

참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더 궁금하고 끌린다.

그래서 아직까지 내겐 "비밀의 화원" 같은 신비로운 작품이다.

7월 1일,

예정된 세 번째 관람.

그 새로운 대면을 기다리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23. 08:10

<풍월주>

 

부제 : 바람과 달의 주인

일시 : 2012.05.04. ~ 2012.07.29.

장소 : 컬처스페이스 엔유

극본 : 정민아

작곡 : 박기현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성두섭, 이율 (열) / 김재범, 신성민 (사담),

        구원영, 최유하 (진성), 김대종 (운장어른),

        원종환 (궁곰), 임진아, 신미영 (부인들)

 

유투브에 올려진 리딩 공연을 보고 찌릿했었다.

정상윤, 김태한, 김지현이 열과 사담, 진성여왕으로 참여했었다.

(이 캐스팅이 실현되길 정말 진심으로 원추했건만...)

실제 무대가 다 갖춰진 공연이 아닌 단지 대본을 들고 느낌있게 맞춰보는 리딩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투브를 통해 본 이 작품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입소문 때문이었을까?

CJ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선정작 <풍월주>는

2012년 가장 보고 싶은 신작 창작 뮤지컬로 선정되기까지했다.

실제로 프리뷰 공연은 티켓오픈 5분만에 매진되는 진기록까지 일어났다.

(나도 정말 어렵게 프리뷰 티켓을 거머줬었다. 그런데 날려버렸다. 조카들때문에...ㅋㅋ) 

<블랙메리포핀스>와 함께 무지 기대했던 작품 중 하나였는데 드디어 대면했다.

 

관람한 후 느낌은,

리딩 공연 때의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훨씬 더 좋았다.

소극장에 3층 무대를 설치해선지 동선도 복잡해졌고 덕분에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정적이고 고요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음악도 국악기를 조금 더 많이 활용하면 좋았을 것 같다.

(리딩 공연에서는 상당히 한국적으로 느꼈었는데...)

리딩 공연보다는 전체적으로  현대적이고 세련됐다고나 할까?

음악, 의상, 무대 전반적으로 "퓨전"이다.

(또 다시 내가 싫어하는 불명의 퓨전사극의 등장이다.)

그리고 정상윤이 불렀던 "열의 노래"가 본 공연에서는 빠진 것 같아 아쉽다.

느낌이 정말 좋은 곡이었는데...

 

사담 김재범은 역시나 연기와 노래 너무 좋았고 감정표현도 아름다웠다.

감정과 상황에 따라 목소리톤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김재범 배우도 참 여전히 열심이구나 싶었다.

이 사람이 열을 했어도 참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구원영 진성과 김재범 사담이 부르는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은 참 불쌍하고 가련하더라.

열 성두섭은 무대에서 처음 봤는데 일단 비쥬얼과 무대에 서 있는 자태가 참 좋았다.

아직 이율이 무대에 오르지 않아 혼자서만 공연을 끌고와서 그런지 간혹 피로감이 보인다.

그래도 후반부에 갈수록 감정몰입이 점점 안정적이라 좋았다.

대사전달과 딕션도 참 좋고 인물에 대해서도 애정을 가지고 세세히 잘 준비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춤도 전수받고, 일부러 붓글씨도 배웠다고 하더라.

(1층 관객은 무대 높이 때문에 붓글씨가 안 보이지만 2층 관객은 잘 보이기때문에 일부러 학원에 다녔단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처음부터 인물가 극에 깊게 빠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연륜이 조금 더 쌓이면 점점 더 좋은 배우가 되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그러니 이제 아이돌스럽고 하이틴스런(?) 작품은 슬슬 피하는 게 어떨지...)

마지막 장면,

운루가 하얀 천으로 덮이면서

죽은 열과 사담이 만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이 작품를 동성애 코드로 자꾸 홍보하는 모양인데

(한국의 "쓰릴미"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절대 공감할 수 없다!!!)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면 사랑보다는 오히려 남자들의 진하고 순수한 우정에 가깝다.

그래선가?

진성여왕의 질투가 좀 빈약해졌다.

전체적으로 진성여왕이라는 인물 자체의 임펙트도 너무 약해진 것 같고 아쉽다.

이래저래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그래선지 리딩 공연때의 정상윤, 김태한, 김지현 캐스팅으로 <풍월주>가 공연됐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된다.

정상윤은 <블랙메리포핀스>와 겹쳐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깁태한과 김지현이 빠진 건 좀 의문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고 있는 지금의 캐스팅에 실망했단 의미는 아니다.

너무 기대감이 컸던건지도 모르지만 왠지 2%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다.

어쩌면 기대감 때문에 혼자서 너무 살벌하게 <풍월주>를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아직 시작이다!

<풍월주>는 방금 시작된 신생의, 미완의 작품이다.

그러니 남겨진 가능성 또한 아직 무궁무진하다.

기꺼이 아낌없는 박수와 애정을 보내자.

그러기에 충분한 아름답고 가능성 있는 작품이다.

 

                                                        <2012 풍월주>

 

                                        <2012 풍월주-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

 

 

* 너무나 좋았었던 2011년  리딩 공연 영상

 

                        <너의 뱃속까지 - 정상윤, 김태한>

 

                          <열의 노래 - 정상윤>

 

                            <밤의 남자 - 정상윤>

 

                         <앞날 - 정상윤, 김지현>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 - 김태한, 김지현>

 

                           <열과 진성 - 정사윤, 김지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