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2. 25. 12:10

<풍월주>

일시 : 2013.11.09. ~ 2014.02.16.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본 : 정민아

작사 : 박기현

연출 : 이종석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정상윤, 조풍럐 (열) / 신성민, 배두훈 (사담)

        김지현, 전혜선 (진성여왕) / 임현수, 최연동 (운장)

        김보현(궁곰), 이민아(여부인), 김지선(진부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E&M

 

프리뷰 이후 본공연 첫관람.

원래 프리뷰와 본공연 관람에 이렇게까지 긴 텀을 둔 적이 없는데

프리뷰때 초연 특유의 감성이 많이 사라진 걸 보고 망설이게 됐다.

고민하다 피드백을 했다는 말과 정상윤 배우에 대한 믿음으로 본공연을 예매했다.

다행이다.

초연의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그대로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제일 좋았던 건 역시 이재준 연출의 리딩 공연!

이 리딩 공연의 퀄리티는 아무래도 그냥 전설로 남게 될 모양이다.

신기했다.

가끔 궁금하다.

정상윤, 김지현에 김태훈까지 가세했다면 리딩 공연의 감성이 되돌아왔을까?

아마도 연출이 달라지지 않는 한은 어려웠을 것 같다.

이상하다.

요즘은 연출의 능력보다 배우의 능력에 의지하는 작품들을 자꾸 보게 된다.

배우의 연기적인 역량이 점점 높아져서 그런건지,

연출가들이 좀 안일함에 젖어 있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뭔가 문제가 있기는 한 것 같다.

아주 의외였다.

프리뷰를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이종석 연출이 맞는지 심지어 찾아보기까지 했다.

맞더라.

그래서 또 놀랐다.

물론 초연때보다 스토리에 대한 개연성을 더 보여준 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보여주는 방법이 아주 산만하고 소란스러웠다.

친절해지려고 했던 연출의 의도가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역시 정상윤 열은 믿었던 만큼 참 좋더라.

관람하는 내내 노래도 연기도 표정도 너무 좋아 또 혀를 내둘렸다.

확실히 캐릭터를 완전히 받아들인 모습이다.

특히나 자살한 사담이 남긴 옷을 끌어앉고 오열하는 모습은 매번 가슴을 흔들다.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사람같다.

어떻게 이 감정을 추스리고 다음 장면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늘 신비다.

마지막 진성과의 대면 장면 역시도 압권이다.

고요하지만 모든 것을 다 태우는 불같은 처절한 열의 감정이 무대와 객석을 휘어잡는다.

일종의 전소(全燒)였다면 이해할까?

아마도 이종석 연출 역시도 정상윤이라는 배우때문에 한시름 놨을 것 같다.

정상윤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아마도 지금만큼의 평가조차도 어려웠을 것 같다.

그리고 신성민 사담.

벌써 이 녀석이 이만큼 성장했구나.

예전엔 신인 특유의 조심하는 모습이 무대 위에서 간간히 보였는데 지금은 당당해졌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때보다 노래도 연기도 훨씬 더 안정적이다.

이제 메인 주연을 해도 충분하겠구나 생각될만큼.

진성과의 듀엣곡 "너를 짓는 마음"은 진성을 잊게 만들었고

"내가 아니면, 내가 죽으면"은 깊고 처연했다.

정상윤 열과의 "너에게로 가는 길"은 왠만한 남녀 듀엣곡보다 더 감성적이고 절절하더라.

이 두 배우들,

무대 위에서 참 멋지더라.

그 누구 보다도...

(덕분에 진성과 운장까지도 다 잊었다.)

 

무대...

이 소란스런 무대 연출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무리 조심스럽게 움직인다고 해도 그대로 다 들리던 배우들의 발소리.

만약 아파트라면 뛰어올라가 층간소음 항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비유가 좀 그렇긴 하지만...)

가설무대 천막같은 배경은 너무 없어보이고

경사진 중앙 무대는 위태로워 보였고

두 명의 여성 투우사(?)의 옷자락 펄럭거림은 급기야 코믹하게 느껴질 정도다.

풍월의 인사법도, 진성과 열의 첫장면도 여전히 맘에 안들다.

그리고 뜬금없는 산사의 종소리 역시도...

그래도 엔딩에서 사담과 열의 대사를 다시 살려낸 것과

커튼콜이 달라진건 현명한 선택이다.

프리뷰때 이 부분이 가장 소란스러웠었는데...

 

무대와 조명, 음향은 희망이 없겠지만 

2월까지 공연 기간 중 조금이라도 더 피드백이 되면 참 좋겠다.

(솔직히 이러다 배우 잡을까봐 걱정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13. 07:48

<풍월주>

 

부제 : 바람과 달의 주인

일시 : 2012.05.04. ~ 2012.07.29.

장소 : 컬처스페이스 엔유

극본 : 정민아

작곡 : 박기현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성두섭, 이율 (열) / 김재범, 신성민 (사담)

        구원영, 최유하 (진성), 김대종 (운장어른)

        원종환 (궁곰), 임진아, 신미영 (부인들)

 

<풍월주> 두 번째 관람.

열과 사담은 지난번과 같은 성두섭, 김재범이었고 진성여왕만 최유하로 관람했다.

 

첫번째 관람 이후 리딩공연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아서 다시 찬찬히 살펴보고 싶었다.

두 번을 봤는데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호불호를 결정하기에 참 애매하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인데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 유치한 것도 같고.

여성팬만을 겨낭해 수입을 올리자는 상업성 농후한 작품인 것도 같고.

그러면서도 넘버와 대사는 꽤 잘 나왔고.

(노골적인 성적 묘사도 꽤 있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남자 기생들 아닌가...)

무대와 의상은 정체불명이지만 그래도 이해불가의 정도는 아니고.

조명의 색감과 극의 마무리는 꽤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딩 공연때만큼의 감성과 애절함이 본공연에서는 좀처럼 느껴지진 않으니

의외로 미스터리다. 이 작품!

(도대체 너의 정체는 확실히 뭐냐?)

 

<풍월주>가 성두섭, 김재범이 아니었다면 과연 지금같은 성공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니었으리라.

그런 점에서 어쨌든 이 작품은 성두섭, 김재범에게 일종의 빚을 진 셈이다.

물론 이율, 신성민을 안 보고 이렇게 말한다는 게 모순이겠지만

일단 비주얼상으로 이율 열은 남자기생을 할 만한 꽃미남과는 아닌 것 같고.

(게다가 "뮤지컬계의 비"로 일컬어지는 성두섭과 비교하면 안스럽게도 더욱 그렇다.)

사랑과 우정을 오가는 오묘한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사담 신성민의 이력은 아직 얉다.

첫번째 관람때에도 성두섭조차도 연기 기복이 심해서 좀 걱정스러웠었는데...

다행히 이번엔 무난한 열을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음색과 모습, 자세가 두루 성두섭에게 잘 맞는 배역이다.

("밤의 남자"에서 춤을 조금 더 잘 췄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김재범 사담은,

더도 덜도 말고 딱 사담같다.

본인은 이런 유약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게 싫어서 처음엔 사담역을 고사했다는데

뭐 이런 쪽으로 일가를 이루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최유하 진성은,

극의 후반부엔 참 절절하더라.

구원영이 약간 광적이고 독선적인 여왕을 표현했다면

최유하는 가사말 그대로 그저 한 남자를 바라는 한 여인으로 진성을 표현했다.

그래서 열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에 그렇게 고요히 통곡할 수 있었으리라.

운장어른 김대종, 궁곰 원종환도 배역에 잘 어울린다.

시종일관 희극적인 인물인 궁곰이 사담의 죽음에서

애타는 절규로 비극적 표현을 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원캐스팅으로 가는 운장어른 김대종은 6월 22일부터 시작되는 <전국노래자랑>에도 출연하는 모양이다.

과연 두 작품 중 어느 작품에서 빠지게 될지 살짝 궁금해지긴 한다.

그래도 자칭 운루의 CEO로 관객과의 대화에서 사회자 역할까지 도맡아 했었는데...  

차기 운루 CEO가 지금 열심히 칼춤을 연마중이려나????

(그렇다면 이번엔 그럴듯한 칼춤을 보게 되길 개인적으로 희망한다. 김대종은 칼춤은 아무래도 좀 둔탁해서...)

 

개인적으로 <풍월주>는 스토리보다는 빛, 색, 음(音)이 화합과 조화가 마음에 든다.

작품의 분위기에 따라 조명이 바뀌는데 그 색을 따라가면 참 묘한 느낌에 빠진다.

그리고 애절한 장면에 흐르는 해금의 선율도 썩 잘 어울린다.

여기에 선의 조화까지 이루어졌다면 참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다.

그리고 프리뷰 공연 때는 사담이 죽고 난 후에 열이 오열하며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본공연에서는 이 노래가 빠졌다.

너를 죽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열의 처참한 고백과 후회를 담은 노래였는데

그전까지는 동성애보다는 좀 특별하고 각별한 우정을 보여준 두 사람이

이 부분에서 사실은 깊은 사랑이었음을 드러내준다.

나름 반전이라고 생각하는 노래였는데 왜 뺐을지 의문이다.

이 노래를 맞물리면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의 장난스런 희롱 장면이 더 애뜻하게 다가왔을텐데 아쉽다.

 

성두섭 열과 김재범 사담은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의 정도가 참 지극하다.

커튼콜까지 그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좀 짠한 마음도 든다.

확실히 배우에 의해 배역이, 작품이 상당 부분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두 사람이 빠진 <풍월주>는 사실 좀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아게 비록 잘 모르는 사람이 갖는 기우에 불과할지라도...

 

* 몰랐는데 커튼콜에서 성두섭 열이 상의를 바꿔입고 나온다.

  상의에 달린 휘장이 처음엔 회색이었는데 나중엔 붉은 색으로 변해있다.

  그냥 그런 작은 디테일의 변화가 뭔가 최후까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