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09. 12. 12. 06:01



순전히 박정환이라는 배우 때문에 선택한 뮤지컬
<건메탈블루스>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공연장을 찾았다.
박정환이 출연한다면 그래도 한숨을 쉬고 나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티켓박스에 내 이름이 적혀있는걸 본다.
"제 이름 여기 왜 있어요?"
이번트에 당첨됐다고 하면서 CLIO 립글로스를 하나 준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어쨌든 받고서 좋아하는 나.
이런 횡재도 있구나...
뭐 나쁘지 않네. (아니 나쁠리가 없지!)



내용은 시놉시스를 읽어서 대충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는 충분히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봐야만 이해될 내용 ^^
그날의 캐스팅
"샘 갈라하드"에 박정환, 피아노맨 버디 투피에 "최승열",
"제니퍼, 공주, 캐롤 인디고, 로라 베스퍼"
무려 1인 4역(?)을 감당해야 했던 김동화.
그리고 멋진 라이브를 연주해주던 이름 모를(?) 재즈 밴드...
박정환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이다.
불안했을까? 글쎄......



연습 장면을 담은 모습이 한쪽 벽면에 다정하게 모여있다.
이런 모습들...
프로그램북에 담기는 왠지 정석같은 사진보다
일상의 움직임을 담은 사진들이 왠지 더 눈을 끈다
어쩌면 이 사진 속에 진짜 담고 싶었던 건
"움직임"이었는지도...



늘 소극장을 든든히 지키는 배우 박정환.
그가 선 초연 무대는 또 얼마나 많은지.
그에게 나는 바람의 흔들림과 고요한 안정을 함께 느낀다.
그를 두고 폭발적인 배우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절대로 절대로 그는 폭발적이지 않다.
그리고 결코 폭발적일 수 없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가 이 말을 듣는다면 화가 날까???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그 상반된 두 느낌에서 비롯된 "발화"에 온 몸이 뜨겁다.
좀 과장을 한다면,
없던 사랑도 고백하고 싶어진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사랑"이 아니라 "믿음"에 관해서 말하고 있는 셈이다. 
"믿음"없이 "사랑"을 고백할 수는 없을테니까...
수화기를 들던 손, 조용히 커피잔을 돌리던 모습,
그리고 모자를 잡던 손, 바바리 코트 깃을 세우던 모습.
적당히 헝클어진 머리와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헐렁함과 빡빡함이 담긴 말투 그리고 표정.
무심한 듯 하면서 계산된 듯한 모든 모습들.
그가 만든 샘 갈라하드는
최고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분명 최선의 모습이었다.
마치 그와 내가 일대 일의 비밀스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



1인 다역이면서 결국 1인이었던 김동화.
그녀에게 그녀의 머릿색과 똑 같은 금빛 갈채를 보낸다.
그녀가 연기한 4명의 여인은 동일인물이면서 확실히 다른 인물이기도 했다.
표정, 말투, 그리고 몸짓과 눈빛까지...
"캐롤 인디고"였을 때 그녀가 부른 노래는 참 예뻤다.
그리고 나는 오래 그녀가 부러웠다.
같으면서 다를 수 있다는 게...
피아노맨, 버디 투피 최승열.
그의 다른 말이 필요없는 진정한 멀티맨이었다.
fade in - fade out
무대에서 그의 역할은 그랬다.
최고의 다중인격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이 말은 결코 일인다역만을 뜻하는 게 아님을 알아주길...)



뿌옇고 우중충한 암회색빛
비밀의 도시
일부러 찾아간 그 도시에서
은밀하고 몽환적인
gunmetal blues를 듣다...
내 옆에 있었던 사람은 정말 누구였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14. 15:59
오랫만에 대학로에서 소극장 뮤지컬을 봤다.
한동안  큰 작품들만 열심히 본 것 같아서...
연극 <마라, 사드>를 봤을 때는 여름의 끝이었는데
그날의 대학로는 완전히 가을 속에 젖어있었다.



참 좋은 공연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었는데
<판타스틱스>
이제서야 나와 인연이 닿았다.



"Try to remember"
여명이 영화 "유리의 성"에서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노래.
이 노래가 바로 뮤지컬 <판타스틱스>의 넘버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반세기동안 공연된 세계 최장수 뮤지컬이라는 <판타스틱스>
뮤지컬 넘버들도 참 좋다.
소소한 재미와 아기자기함.
그리고 바로 앞에서 느껴지는 배우들의 모습
어쩌면 저렇게 가까이에서 천연덕스럽게 연기할 수가 있을까?



세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
벽을 사이에 둔 애뜻한 두 연인
두 집안 사이에 벽이 놓이게 된  배경은 (실제로 벽이다... 담벼락)
사실 두 아버지들의 합동잔적에 의해서다.
일부러 둘을 연결시켜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한 원수지간이라는...
(아버지들은 사실 둘도 없는 "베프"였던 거쥐~~~)
자식들은 부모의 말에 엇나가려는 경향(?)이 다분하기 때문에 두 아버지는 이런 속임수를 쓰기로 한거다.
이제 어떤 사건을 만들어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화해하게 만들어 두 연인을 연결시켜줘야 한다.
루이자가 꿈에서 본 모습 그대로 일을 꾸미기로 한 아버지들.
그리하여 LPG  엘가로(가스 배달부 아님 ^^)를 고용해
아주 최신식 버전의 인디언식 겁탈 시나리오가 시작된다.
두 아버지의 모습이 무지 귀엽고 사랑스럽다.
(실제로 극을 보면서 이 두 사람 때문에 정말 많이 웃었다)



11월 8일 casting - 마트 : 김산호    헨리 : 서현철



해설자이자 극의 작가인 김태한의 노래로 시작되는 <판타스틱스>
어쩜 저런 코믹한 얼굴에서 이렇게 감미로운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좀 죄송...)
항상 그의 코믹한 배역에 익숙한 나는
잠시 놀란다.
(뮤지컬 "그리스"에서 케니키의 현란한 춤과 엘비스 프레슬리 같던 목소리가 생각나 혼자 웃었다)
무엇보다 이 뮤지컬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건
헨리 역의 서현철과 머티머 역의 김지훈 때문이었다.
이렇게들 잘 생기신 분들었구나...
의상이 누더기가 될 정도로 가난한(?) 떠돌이 유랑극단의 유일한 단원들.
그 허름한 옷이며, 얼굴이며, 목소리며, 동작이며...
일주일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인디언식 겁탈"의 두 주역 (^^) 

관객을 한 명 동참시킨 그들의 연기는
능청을 넘어 오히려 너무 자연스럽더라.
30년 동안 줄리엣만 한 배우라면서 앞 자리에 앉아있는 여성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 니 이름이 뭐야?
- OO요.
(앞에 나온 관객은 실제로 자신의 이름을 댄다)
- OO! 니 이름은 줄리엣이라고 했지? 너는 신입단원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냐?

- 내가 늘 말했지? 배역을 생활화하라고!
- 어째 너는 30년을 해도 연기가 늘지를 않냐...


두 사람의 만담같은 대사가 자꾸 귓 속을 맴돈다.
한번만 로미오를 시켜달라는 머티머에게 죽는 장면을 해보라면서 헨리가 한 말

- 헨리 : 줄리엣이 왜 죽었어?
- 머티머 : 정확한 건 부검을 해봐야 알 것 같은데요...
- 헨리 : 너 땜에 죽었쟎아~~~ 너 땜에~~~ 속 상해서....
(줄리엣의 손에 있는 독약을 마시려는 머티머에게)
- 헨리 : 니꺼 먹어! 니꺼! 왜 남의 꺼 먹어~~~

따지고 보면,
로미오는 정말 줄리엣 때문에 속 상해서 자기가 가지고 온 독약을 먹고 죽었는데
난 왜 이렇게 웃기기만 한건지...

중간에 마트 김산호의 입으로 꽃가루가 들어가 상대역 루이자 최보영까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 장면이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관객들까지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생생하게 귀여운 모습이여서...


모든 사랑은 "환상"이다.
그리고 모든 공연도 역시 "환상"이다.
사랑과 공연.
두가지 환상이 만났으니 그 궁합 한 번 제대로다.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본 최보영과 강인영도 너무 반가웠다.
(강인영씨 다리 참 아팠겠어요... 당신의 멋진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존재감은 좋았어요...)
무대 양 옆에서 초대형 필 하모닉 오캐스트라 못지 않게
멋진 반주를 해줬던 두 대의 피아노까지...
오랫만에
알차고 풋풋한 공연을 봤다는 풍성한 만족감.
소문날만 하다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된다.



맘이 우울한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환상적으로 맘이 풀릴테니까...
극장을 나오면
사랑에 대한 "환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유쾌한 웃음이라는 동반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꽤 좋은 입소문이 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7. 06:09



스티븐 손드하임의 문제작 <암살자들>
2005년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관람 후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내 손에 한 자루 총이 들려있었다면 어쩌면
가차없이 대통령을 향해서가 아니라 내 머리통을 향해 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던 기억도... ^^
엄기준, 오만석, 최재웅, 송영규, 박정환, 최민철, 김무열, 오세준, 홍윤희, 한혜숙...
지금은 정말 엄청난 배우들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출연했던 뮤지컬 <어쌔신>
내용이 어쨌든 간에 일단 별들의 전쟁이라고 생각했었다.
당대 뮤지컬 좀 한다는 남자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던 작품 <어쌔신>
그리고 나는 <어쌔신>을
명성과 출연진보다도
보고 난 후 곱씹을수록 묘하게 점점 더 좋아졌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손드하임의 매력은 내게는 그렇다.
두고두고 소처럼 오랜 되새김질을 하게 만드는 사람
<스위니토드>를 보면서도 <컴퍼니>를 보면서도 그랬다.
<어쌔신>과 달랐다면 두 작품은 모두 보면서 바로 느낌이 왔었다는 것.
하지만 어쨌든 손드하임의 작품 모두는 내게 곱씹을수록 더 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2005년 공연 포스터>              < 2009년 포스터>

--> 개인적으로 2005년도 포스터가 맘에 든다.
       2009년도 포스터는 너무 소란스럽고 수다스럽다. 

<2005년/2009년 어쌔신 Casting>

존 윌크스 부스    : 엄기준(2005) - 강태을(2009)                 찰리 귀토        : 송영규(2005) - 김대종(2009)
새뮤얼 비크        : 오만석(2005) - 한지상(2009)                 레온 촐고즈     : 최민철(2005) - 이   석(2009)
쥬세페 장가라     : 박정환(2005) - 이창용(2009)                 존 헝클리        : 김무열(2005) - 김대명(2009)
리넷 스퀴키 프롬 : 한혜숙(2005) - 임문희(2009)                 사라 제인 무어 : 홍윤희(2005) - 최혁주(2009)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2005)  - 최재웅, 이경수(2009)



역대 미 대통령을 암살한 9명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다...
이 발상 자체만으로도 지극히 매력적이다.
징하게 살 맛 나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향해
유쾌한 한방을 날리는 개운함이라는 말도 꼭 해두자.
"대통령을 겨냥한 총구"라니...
무모할지라도,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은가? 



사진은 많이 흔들렸지만 일부러 찾아본 캐스팅이다.
최재웅의 오스왈드!
얼마 전 계원예고때부터 절친이었던 조승우와 함께 촬영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한 최재웅.
(그의 "뇌전"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의 다음 영화를 나는 기대한다...)
초연때 그의 목소리는 그 숱한 별들 앞에서도 귀에 속속 들어왔었다.
그때 이 사람이 출연하는 작품은 꼭 챙겨봐야지 혼자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의 작품을 참 많이 안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대가 좋다. 
느긋한 믿음감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더불어 나 또한 너무 느긋해져서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놓쳐버린 그의 작품들이 숱하게 많다... ^^;;)
그런 그가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뮤지컬 <헤드윅>이다. 
당연히 나는 이번에도 그의 <헤드윅> 역시나 무지 궁금하다.
(헤드윅은 초연 때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오만석 4명의 캐스팅를 전부 봤다. 그 이후엔? 안 봤다. 어쩌다보니...)
물론 무지 이쁘겠지... 그럼 다른 것들은?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                     <존 윌크스 부스 : 강태을>

프레스콜 사진 속에 담긴 그의 얼굴은 좀 불안했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 확인해야 옳은 거라 느긋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찾게 된 신촌의 The Stage
전체적으로 극은 초연때보다도 너무 많이 가벼워지고 코믹해졌다.
초연때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름데로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좀 아쉽다.
아니 사실은 너무 많이 아쉽다.
블랙 코미디같은 날선 예리함과 이유있는 비꼼이 사라졌다.
초연의 기억을 미련맞은 소처럼 너무 오래 곱씹었던가?
장난기 넘친 발라디어에 순간 멈칫하다.
그러나 최재웅의 오스왈드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이게 바로 그의 진면목이구나...
하나의 극 속에서 그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의 인물로 등장한다.
<어쌔신>의 대표 주인공을 사람들은 존 윌크스 부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바로 오스왈드가 진짜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는 오스왈드의 선택에 의해 귀결되기에...
그의 선택이 없다면 결코 8명의 암살자들 모두가
시공을 초월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을테니까... ^^



스티븐 손드하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무릎을 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류(어쌔신, 스위니토드)의 손드하임 작품들이 훨씬 좋다.
뭐 인간 자체가 우중중하고 전체적으로 조증모드라서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초연의 무대와 다르게
무대 양 편으로 피아노 두 대가 놓여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배우들...
<쓰릴 미> 때도 그랬지만 단지 피아노 하나만으로
극을 전개시킬 수 있다는 게 신비스럽다.
그리고 더 신비한 건,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겐 어쩌면 너무 단조롭게만 들려 심심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들에게 살짝 말해주고 싶다.
원래 암살은 단조롭고 은밀한 거라고...
비겁하게 숨어서 조용히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결정적으로 더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한 지점(가슴팍 또는 머리통)을 향해 총을 쏘는 거라고...
준비동작이 화려할수록
발각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한다.



레온 촐고츠의 이석, 찰리 귀토의 김대종, 새무얼 비크의 한지상
세 명이 눈에 띈다.
레온 촐고츠의 촛점 없던 멍한 눈빛과
(이석씨의 성공적인,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다이어트에 박수를...)
환상에 빠져 자신만의 "케세라세라" 의 세계에 빠져있던 찰리 귀토.
두 사람은 초연의 느낌보다 개인적으론 더 맘에 든다.
그리고 초연시 오만석의 했던 새무얼 비크 역을 했던 한지상.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그는 군생활 중 후회는 없겠구나 싶다.
적당한 광기와 빈정거림, 그리고 번특이며 굴러다니던(?) 눈동자.
상당히 파격적으로 나오는 인물 새무얼 비크(대사의 대부분이 욕설 같은 느낌이라서... ^^';;)
한지상은 대체로 두려움 없이 잘 해낸 것 같다.
한동안 그는 금단현상에 시달리겠구나... 무대 위의 시간들이 그리워서..
아쉬웠다면 하얀 옷의 산타...
어두운 극의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비되기에 그리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산타는 빨간색이여야 맞는 것 같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섭다. ^^)



존 윌크스 부스 강태을.
개인적으로 엄기준의 존 윌크스 부스도 맘에 들진 않았지만
강태을의 부스는 너무 코믹스럽다.
(이 사람이 요즘 뮤지컬계의 꽃미남이라고 불린다. 나는 딱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던걸까?
무대 위에서 제일 이해가 안 가는 인물이었다.
코믹해도 "신념"과 "확신"은 있어야 하는데 그의 부스에게선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더 사격장 주인 같았다면 내 답답함이 이해가 될까?
그리고 리넷 스퀴키 프롬의 임문희.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실망했다는 말 또한 남겨두자.
역 자체가 상당히 "똘기" 흐르는 배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극심한(?) 백치미까지 소유한 보기드문(?) 인물은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2005년 빨간 산타 복장의 오만석 새무얼 비크>

놀이동산의 페러이드를 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소극장 도전은 참 좋았는데
그 의도만큼 작품이 잘 나와주지 않은 것 같다.
오랫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었는데
결론은 기대한 것 보다 너무나 많이 아쉽다.
또 다시 미련한 소가 될 작정을 했었는데 돼새김할 게 별로 없다.
텅 빈 위를 들여다보는 미련한 소의 당혹감이라니...

중요한 건,
"정조준"이다.
정확한 목표를 향해 정확한 조준을 해야만 정확히 꿰뚫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런데 그들의 조준은 아무래도 좀 빗나간 것 같다.
목표물을 향해 잘 발사된 총알마저도
옆의 총알에 의해 궤도를 이탈하고 만다.
결국은,
방향을 잃은 총알 세례까지 피해야하는 
황당한 슬랩스틱 코믹버전 총격전을 본 기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지상으로 복귀하는 어깨가
왠지 뻐근하고 묵직하다.

"그래, 결코 총질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