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1. 5. 06:21
제목이 일단은 눈에 확 띄었다.
이 사람 사회에 불만있나? 싶어 동료의식 느껴지려고 했는데...
소설의 결말은 결국 SF스러운 공상만화 같다.
2019년이면 미래라고 하기에도 우수울 시간인데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져도 되는 건가?
대기업에서 경영 전략과 혁신에 관련된 일을 했던 것 같은데
책의 곳곳에 그런 뉘앙스는 많이 느낄 수 있다.
재미로 따지자면 소설은 재미있다.
현대판 무협지라고 할 수 있다.
사랑도 있고, 정의도 있고, 대립도 있고.
권선징악도 있고 나름대로 스팩타클하기도 하다.
그런데 단지 무협지스러운 내공만 있다는 게 안타까운 사실이다.
주인공 이름부터가 나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걸 글로벌스럽다고 해야하나?
솔직히 국적 불명의 이름들을 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등장인물 이름 하나 만으로도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소설 초반부에 저걱당해 식물인간 상태로 남겨진 대통령에게
본의 아니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인물에 대한 싱크로율이라도 90% 이상 적용됐다면 아마 유쾌하고 통쾌하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아마 두고두고 개인적으로 아쉬워하지 않을까?
세상 참 좋아지긴 했다.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하긴 뭐 이 글을 누가 얼마나 본다고...ㅋㅋ)



참 우리나라만큼 유행에 민감하고
copy본을 잘 만들어내는 나라도 없다.
오죽하면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짝퉁을 만든다고 정평이 났을까?
(특A 천국의 불명예라니...)
일단 이 책은 제목부터가 너무 노골적이다.
일본의 호스피스 전문의 오츠 슈이치 박사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 다섯 가지"
얼마전에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가 됐던 책이다.
대놓고 이 책의 me too를 표방한 이 책은
솔직히 손에 들고 있기가 민망한 제목이다.
그런데 더 민망한 시츄에이션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찔찔 짰다는 거다.
(정말 모냥 지대로 빠지게...)
책을 쓴 염창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헌신적인 인물이란다.
책을 읽으면 그가 말기암 환자의 평온을 위해
의사로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이런 의사가 있나 싶기도 했다.
말기암 환자를 위해 여행을 준비하고, 함계 소풍을 가고
시간을 내서 장례식장을 찾고. 가족을 위로하고...
호스피스 의료라는 게 정말 아무나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나도 병원에 근무한다고 한때 호스피스 의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문제는 나 자신이 먼저 인간이 되야 한다는 걸 깨닫고 현재 유보 상태다.



책의 내용은 나쁘지 않은데
아류작이라는 느낌 때문에 쉽게 손에 잡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제목을 이렇게노골적으로 짓지 않았다면 좋았겠다는 바람이...
그리고 책 안에 사진들은 인터넷이나 PT 에서 많이 봤던 낯익은 사진들이다.
차라리 표지처럼 약간 몽환적이고 명상적인 느낌의 사진들로 채웠다면 그나마 봐줄만 했을 것 같다.
급하게 만들었다는 게 느껴지는 곳이 꽤 있어 안타깝고 불편하다.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문외한의 객쩍은 소리라고 한다면 대략 할 말은 없다.
마지막을 준비하고 마감한다는 건 언제나 먹먹하고 가슴 서늘한 고통이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문득
내 모습을 보게 될까봐...
결국은 보게 되겠지만...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9. 25. 06:17
 <나가사키 파파>- 구효서


나가사키 파파

 

오늘 소개할 책은 <나가사키 파파>입니다.

작가 구효서님은 1958년 생으로 신춘문예를 통해 1987년 등단해서 20 여년 동안 정말 많은 소설을 발표한 분입니다.

<카프카를 읽는 밤>,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마디>,  <그녀의 야윈 뺨>,  <물 속 페르시아 고양이>, 
<악당 임꺽정>, <낯선 여름>...

한 때 정말 열심히 찾아 읽던 소설가 중 한 분이었습니다.

<나가사키 파파>는 그가 6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입니다.(중간중간 중단편들은 계속 발표했었지만요)

기대했냐구요? 물론 기대했죠.

그리고 역시 기대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구요.

여성의 문체를 보는 듯한 따뜻함이며 디테일한 섬세함, 그리고 어떤 한 순간을 포착해서 멋지게 서술하는 그만의 특성들을 아주 맘껏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답니다.

이분의 단편들을 모아서 만든 아주 유명한 영화도 있는데 혹시 아시나요?

바로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죠.


소설의 주인공은 일본 나가사키의 음식점 '넥스트 도어'에서 일하는 21세 한국인 “한유나”입니다.
그녀는 친부를 찾으려는 일념에 바다를 건너 지금 이곳 나가사키에 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그녀에게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조금은 철없는 메일을 보내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아버지 찾기라는 가시적인 목적에, 그녀 주변 인물들의 사연과 어머니의 메일을 통한 과거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바리데기>라는 전형적인 “아비 찾기”의 신화 원형을 이야기의 뼈대로 채택하고 있지만 결국은 그 원형을 벗어나 “자아 찾기”로 결말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유나의 직장 동료들은 대부분 일본 사회의 주변적 존재들입니다.

일본 원주민 '아이누' 출신으로 자폐적 삶을 살아가는 일급 요리사 “쓰쓰이”.

부락민(천민 집단 거주지) 출신 여성을 사랑하는 식당 지배인 '“오오카”.

'조선' 국적을 고집하는 아버지와 불화를 겪는 재일동포 3세 “미루“ 언니.

이상하게 착하고 만만한 스무 살의 퀴즈왕 “히데오”

세상의 온 벽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홀 담당 “기구치”.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짓지만 죽어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중국인 “아이코”.

그동안 숨겨왔던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과 '출생의 비밀'을 이메일로 털어놓는 철부지 엄마 박성희도 소설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화자중 한 명입니다.

그녀의 남편 한빈, 그리고 한유나가 찾아 나선 또 따른 아빠 정민태.


궁금했습니다.

왜 <나사사키>란 지명을 차용했을까 하고요.

그래서 찾아봤죠. 그리고 나서 이해가 됐습니다.

<나가사키>는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일본 주류사회로부터 배척받는 이들의 삶터가 된 곳으로 일본 개항 역사의 시발지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즉 모든 인종들이 혼합될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바로 나가사키였던 거죠.

일본의 순혈주의에서 배척당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아웃 사이드적인 장소.


이 소설은 아버지를 찾아 나선 오랜 길을 통해 오히려 아버지라는 개념을 해체하고 자신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볼까요?

"소설에서 뭘 드러내고 그러면 재미없어질까봐 (메시지를) 꼭꼭 누르긴 했지만 작품 속에서 조금씩 흘러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로 대표되는 혈통, 고향, 넓게는 민족, 인종 등 테두리 짓고 공통의 정체성을 강요하는 것들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고...


“스물한 살, 나를 충동한 것은 결국 방황이었다!”

소설에 나오는 대목처럼 정말 그럴 때가 있습니다..

“사는 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싶을 만큼, 모든 게 만만해지며 터무니없이 행복해지는 순간, 사각형 투성이의 공간도 더 이상 답답하지 않는 순간”이..

주인공 한유나는 생각합니다.

“더 이상 헤매지 않으려면 또 다른 아버지와 가족과 고향을 찾을 게 아니라, 나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닐까.”라고요.

아버지와 가족과 고향과 나라와도 무관한 나. 기대면서 닮고, 닮아서 군림할 수밖에 없게 될 나로부터 도망친, 전혀 다른 이름의 나.

그녀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나>를 찾지 않는다면 어떤 아버지를 찾던 그 아버지를 잃게 될 거라는 거, 아니 결국 스스로 찾은 아비를 버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요.


그렇다면 <아버지>란 여기서 결국 내가 품고 있던 옹졸한 꿍심의 다른 이름이었던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내 불확실성이 나 때문이 아니라 불확실한 아버지 때문이었노라 밀어붙일 수 있는 아주 그럴 듯한 보호막이 아버지였던 거죠.

“퓨전”이라는 말을 많이 들으시죠?

별개의 재료들이 합쳐져 제3의 다른 어떤 것으로 재탄생되는 퓨전의 신비,

이 책에서도 그런 퓨전의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질적인 사람들이 이곳 “넥스트 도어”에  모여 있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은 이들을 가족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새롭게 만들어진 가족은 혈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를 파괴하고 해체하는 그런 형태의 가족입니다.

아마도 주인공은 그 세계에서 더 큰 아버지를 찾게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제가 일하는 곳에서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을 만나서 많이 변할 수 있었음을 고백하게 되네요.

누구든 그럴 때가 없겠습니까!

나를 파괴하고 싶고, 철저하게 해체하고 싶고, 내가 내가 아니길 꿈꾸는 그런 때.

해답은 아닐지언정.

그래도 이 책은 공감을 하게 만들어 줍니다.

공감 또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