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5. 19. 08:41

 

<레드>

 

일시 : 2015.05.03. ~ 2015.05.31.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극본 : 존 로건 (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정보석, 한명구 (Mark Rothko) / 박은석, 박정복 (Ken)

주최 : 신시컴퍼니

 

연극 <레드> 두번째 관람.

그리고 결정했다.

이 두 번의 관람으로 이번 시즌 <레드>는 끝내자고.

이 강렬하고 아름다운 텍스트를 아직은 초,재연의 기억으로 간직하자고.

그래도 이번 시즌도 첫 관람보다는 두번째 관람이 훨씬 좋았다.

한명구 배우가 그답지 않게 대사를 여러 차례 씹는 걸 제외하면... ^^

 

원형(原形)이라는게 있다.

아마도 강신일 로스코, 강필석 켄이 내겐 <레드>의 원형이 되버린 모양이다.

내가 이 작품에서 의미있게 생각하는 대사는 처음과 마지막에 나오는 로스코의 질문이다.

"뭐가 보이지?"

똑 같은 단어의 조합이지만 처음과 마지막 질문의 뉘앙스는 완전히 다르다.

켄이 작업실에 처음 온 날의 "뭐가 보이지?"는

정해진 이미지, 강요된 대답이 이미 존재했다.

즉, 켄의 시선이 아닌 로스코의 시선에 지배당한 질문이었다.

넌 내가 정해좋은 이걸 봐야만 해!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켄에게 자신만의 세상을 위해 떠나라며 던지는 "붜가 보이지?"에는

켄의 시선이, 켄의 의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네가 보는 그것을 찾아 넌 지금 떠나야만 해!

 

어쩌면 그건 로스코가 로스코에게 보내는 경고였는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두 자아의 치열한 싸움, 

이 작품이 보여주고 싶었던게 그게 아닐까?

켄은 로스코의 과거이기도 하고,

로스코의 현재이기도 하고,

로스코의 미래이기도 하다.

로스코이기도 하고, 로스코가 아니기도 하고, 로스코 그 너머이기도 한 존재.

작품의 크라이막스는 그래서 로스코가 아닌 "켄"이다.

 

아무래도 조만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을 찾게 될 것 같다.

마크 로스코, 그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그의 레드를 직접 두 눈으로 마주봐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5. 12. 07:59

 

<레드>

 

일시 : 2015.05.03. ~ 2015.05.31.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극본 : 존 로건 (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정보석, 한명구 (Mark Rothko) / 박은석, 박정복 (Ken)

주최 : 신시컴퍼니

 

많이 놀랐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였고, 연극 레드(Red)였다.

게다가 한명구와 박은석이었다.

그런데 왜 강렬하지도, 치열하지도 않았을까?

이유가 뭘까 혼자서 혼란스러워 하는 중이다.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의 초연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재연을 보면서 미학적인 아름다움에 경의롭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대사 하나 하나가 전부 클라세가 되어 가슴속으로 담겼는데 즈금의 <레드>는 아직은 그렇지 않다.

역시나 <레드>는 쉽지 않는 텍스트로구나.. 절감했다.

연출도 김태훈이었고 무대도 여신동이 맞는데 왜 이런 이질감이 느껴졌을까?

그런 생각을 들더라.

먄약에 내가 초연과 재연을 보지 않고 지금 이 작품을 처음 보는 거라면 어땠을까?

 

고백컨데...

이 작품에서 배우 강신일의 존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했고 지대했다.

작품의 무게감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강신일은 로스코 자체였고,

로스코는 강신일로 인해 다시 재현됐었다.

강신일 로스코와 강필석 켄의 갈등은 다툼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소신을 건 치열한 논쟁이었다.

두 사람이 보여준 세대와 세대의 갈등은

마크 로스코를 켄으로, 켄을 마크 로스코로 만드는 일종의 융화였다.

지금처럼 서로 조롱하고 다그치고 징징대는 모습은 확실히 아니었다.

한명구와 박은석 배우 모두 아직까지는 역할에 완전히 동화되지는 못한 느낌이다.

한명구 로스코는,

곤조로 가득한 예술가의 아우라보다 고집불통 외골수의 호통이 더 많이 느껴졌다.

박은석 켄은,

목소리톤이 가늘고 높아서 개구진 느낌이 강했다.

 

무대 위에 놓여진 그림들의 색감도,

크기가 달라진 로스코의 책상과 놓여진 위치도

바퀴를 달아 움직이게 만든 작업테이블도 어딘지 낯설고 산만하다.

<레드>가 맞긴 한데 아진 완전한 <레드>가 아닌 느낌.

그냥... 좀 그림움이 가득해져버렸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