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5. 7. 05:58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한지상 캐스팅을 다시 챙겨보게 될 줄은 몰랐다.

공연 초반에 봤을 때 느낌이 너무 과하고 한지상 특유의 허세 비슷한게 느껴져서 자연적으로 박은태 캐스팅으로만 눈이 갔었다.

개인적으로 폭발하는 것보다는 안으로 품어서 내적으로 소진하는 걸 좋아하는 탓도 있긴 하겠지만

어쨌든 박은태의 느낌이 훨씬 좋았다.

요즘 한지상의 작품을 보면 자꾸 입대 전 모습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그리스랑 알타보이즈, 그리고 스위니토드의 토비랑, 돈주앙, 어쌔씬까지...

꼽아보니 정말 거의 다 본 듯...

한지상은 알타보이즈때부터 눈에 들어와서 쭉~~~ 챙겨 봤던 녀석이다.

제대 후 <넥스트 투 노멀> 초연때까지는 안 그랬는데

이상하게 요즘 작품들에선 허세와 과장된 표현들이 자주 목격된다.

(비슷한 캐릭터만 계속 했던 탓도 있겠지만...)

다행히 연극 <레드>에서 어느 정도 복구가 됐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두 도시 이야기>의 시드니 칼튼이

한지상에게 배우로서 터닝 포인트가 되주길 아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솔직히 류빅터를 다시 본다는 생각으로 충무를 찾은거라 한지상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이지?

한지상이 달라졌다.

박은태의 일본공연때문에 계속 무대에 올라 힘을 빠져서인지는 모르지만

초반보다는 전반적으로 절제하는 모습이다.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많이 치쳐있는게 눈에 여실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캐릭터와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느낌이 좋았다.

(강하기만 하다는 거... 그거 참 힘든 일이다.)

처음으로, 그리고 드디어 한지상 괴물에게 연민의 감정이 다가가더라.

그런데 2막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부르는 목소리는...

미안하지만 여전히 변태(?)스럽다.

천천히~~~ 라는 대사도.

그래도 첫번째 관람보다 이물감이 덜하긴 했다..

 

류정한 빅터.

이 인간 정말 "괴물"이다.

빅터의 넘버는 한 곡 한곡이 다 한 편의 작품이라도 해도 무방할만큼 기승전결과 체력소모가 엄청나다.

그야말로 끝없는 탈진을 부르는 지옥의 넘버들. 

그런데 그런 넘버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내내 짱짱하게 무대에 서있더라.

분명히 소진되는모습이 눈 앞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스스로를 다시 꽉꽉 채우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솔직히 지금도 이해를 못하겠다.

솔직히 말하자.

처음 이 작품을 봤을때만해도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건"빅터"가 아니라 확실히"앙리와 괴물"이었다. 

그래서 류정한이 너무 묻히는구나 생각했는데 완전히 역전됐다.

빅터라는 인물,

결코 쉽게 도전하면 안 될 것 같다.

하고 싶다는 바램으로 만들어질 캐릭터가 절대 아니다.

분노와 복수를 밖으로 드러내며 포효하는 괴물은 빅터에 비하면 차라리 평안하다.

무시무시한 캐릭터고 무시무시한 배우다.

섬득한 귀기(鬼氣)

<프랑켄슈타인>의 빅터로 무대에 서있는 류정한의 아우라가 딱 그랬다.

 

너무 몸을 혹사하는 것 같아서

당분간은 조금이라도 수월(?)한 캐릭터를 했으면 좋겠는데

오늘 캐스팅 발표된 OD의 <드라큘라>에 또 다시 그의 이름이 올라있다.

도대체 어쩌려고...

기대와 반가움보다는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이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마치 무대에 한이 맺힌 사람같다.

이 독하고 독한 한풀이는 과연 언제쯤 끝이 날까? 

 

이번에는 일부러 3층에서 관람했는데

무대와 인물 사이의 거리감을 읽을 수 있어 아주 좋았다.

확실히 1층에서 올려다보는 무대와 3층에서 내려다보는 무대는

그 느낌이 이렇게까지 다르구나...

1막 후반부 "너의 꿈속에서"는

앙리와 빅터 두 사람 사이의 공간에 서로 다른 이유의 공포가 떠다니는게 보여 신기했다.

"단 하나의 미래"도 무대를 크게 보니 훨씬 더 그로테스크하고 웅장하더라.

확실히 잘 만든 장면이다.

넘버도, 무대 활용도, 배우들의 동선도, 조명도 그리도 댄서들의 움직임까지도 모두.

보면서 묘한 전율이 일더라.

(아무래도 이 전율때문에 3층에서 또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참 대단한게

무대도, 배우도, 전체적인 느낌도 쉼없이 계속 진화한다.

(여기에 오케스트라까지 합세해주면 정말 고맙겠는데...)

그야말로 창조된 생명체의 진화, 그 끝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기는 커녕 이렇게 일방적으로 압도되기만 하니...

외면하려는 노력을 번번히 꺾어버리는

아주 매정하고 비정한 작품이다.

 

정말 옳지 않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25. 08:21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신재희 (룽케) 외

제작 : 충무아트홀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두번째 관람.

그래도 첫 관람보다 냉정해지긴 했지만,

이 작품... 여전히 잘 만들었다!

물론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라이센스 작품들에 대한 잔상이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노골적인 카피의 수준은 아니라 그다지 거부감은 없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미제라블>, <지킬 앤 하이드>, <두 도시 이야기>, <프로듀서스> <잭 더 리퍼>, <드라큘라>기타 등등 기타 등등...

(대충 생각나는대로 적었는데도 꽤 많긴 하네...)

뿐만 아니라 인트로에 나오는 천지창조나 비너스의 탄생, 인체비례도 때문인지 대가들 작품들도 다수 떠오른다.

도입 부분의 전쟁장면은 윌리엄 세들러의 "워털루 전투"와 드라쿠루아의 "전쟁의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물론 등장인물의 수는 턱도 없지만 아무래도 "혁명"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앙리를 되살려내는 빅터의 모습과 빅터를 보듬어 앉는 엘렌의 모습에서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이

까뜨린느의 "산다는 건"은 길게 떨어지는 조명 때문인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가 떠오른다.

그냥... 뭐. 지극히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그리고 하나 더!

전체적인 스크린 영상과 무대, 조명에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나 점점 붉게 변하는 눈을 인트로 영상으로 보여준 건 대단히 인상적이고 의미심장했다.

 

이 작품은 어떤 캐스팅으로 보든 크게 실망할 일은 없을테지만

배우에 따라서 느낌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게 참 흥미롭고 신비롭다.

이건명 빅터는 군인같은 느낌에 원리원칙주의자 같았는데

류정한 빅터는 내면의 욕망과 바람이 순간순간 악의 형태로 드러내는 장면들이 꽤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아니었겠지만 빅터가 앙리의 목을 진짜 원했을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이 나도 모르게 생기더라.

시티컬할 정도로 날카로운 고음은 과학자의 예민함이 느껴졌고

음산하고 기괴한 저음은 숨겨진 욕망을 보여줬다.

창조주에 도전하는 인간.

이보다 더한 불경이 있을까?

우리가 지금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단어를 괴물의 고유명사로 인식하게 된 건

어쩌면 그 불경한 욕망에 대한 삼엄한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창조라는 것.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건 반드시 무언가를 파괴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파괴의 뒤엔 그 흔적을 복구하기 위한 또 다른 파괴가 기다린다.

거듭되는 창조의 행위가 이젠 연쇄적인 파괴로 이어지고

그 파괴는 어느새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서서히 깨어난다.

바야흐로 "괴물"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지금껏 그가 해왔던 모든 캐릭터를 총동원해서 아낌없이 보여준다..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왜 초연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알게 만드는 작품이고 역할이고 표현이었다.

줄리아와의 듀엣 "그대 없이는"는 정말 오랫만에 들은 최상의 달달함이고

고음과 저음을 오가는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는

아마도 세 명의 빅터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유준상 빅터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그리고 자크! 

이건명은 자크를 어리숙하고 조금은 우수꽝스럽게 표현했는데

류정한은 상당히 게이스럽게 표현했다.

재미있는 건 그게 와일드한 에바와 대비되면서 결국은 또 다른 공통점을 끌어내더라.

남성성과 여성성이 거세된 자크와 에바의 잔인함은

야수의 그것보다 훨씬 맹렬하고 가차없었다.

"몬스터"의 괴물성을 부추기는 진짜 리얼 "몬스터".

류정한 자크와 서지영 안나가 보여주는 공포는 확실히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보다 보다 몇 수는 위더다.

 

앙리와 괴물 역의 한지상.

그의 표현은 "늑대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마음 속에 미처 크지 못한 아이가 숨어 있다는데

한지상이 만들어낸 괴물이 딱 그랬다.

단 한 번도 사랑이라는걸 받아보지 못한, 그래서 그게 도대체 뭔지도 모르는 그런 아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야수성과 공포가 느껴졌다.

박은태가 표현하는 괴물은 "사랑"에 대한 기억을 품은,

그래서 그걸 다시 찾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박은태 괴물은 너무 아프고 슬프다.

기억을 간직한 자가 혼자 감당해야 하는 뼈아픈 고통, 그게 있다!

한지상은 이유도 모른채 세상에 혼자 내던져진, 그래서 살기 위해선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처절함이 있다.

녹슨 쇠파이프를 긁어내는 듯한 소리와 불규칙한 숨소리가 그가 지나온 행보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한지상은 야수성을 품고 있는 동적한 공포고

박은태는 끌어앉고 고뇌하는 정적인 공포다.

그래서 한지상의 괴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박은태의 괴물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한지상 괴물에겐 이해와 인정이,

박은태 괴물에겐 위로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괴물"이라는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끝없이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물어야만 하는 존재.

그 존재가 나는 참 서럽고 아프고 안스러웠다.

아마도 그날의 공연을 끝마치고 나면,

한지상은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와 물에 젖은 솜뭉치같은 상태가 될 것 같고

박은태는 감정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엄청나게 고통스러워 할 것 같다.

괴물도 짠하고

두 배우 너무 많이 짠하다.

너무 독한 캐릭터를 만나 이렇게 온 몸으로 상대하고 있으니...

 

그리고 보석보다 더 빛났던 아역들.

(이날 공연의 아역은 오지환, 김민솔 이었던듯)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너무 잘하더라.

노래도 연기도 너무 잘해서 말그대로 "괴물"을 보는 것 같았다.

(아역도 캐스팅 보드에 올려주면 참 좋겠는데...)

특히 어린 줄리아와 어른 빅터가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서 마주하는 장면과

(이 장면에서 류정한의 연기 정말 좋더라.)

괴물과 길잃은 꼬마와의 대면 장면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아역들이...

결단코 아역이 아니다.

이 작품은 어쩌자고 아역들까지 이렇게 "괴물"로 만들어 버렸을까?

모든 배우들이 다 한결같이 무섭고 아름답다.

 

<프랑켄슈타인>

볼 때 마다 너무 아프고

볼 때 마다 너무 슬프고

볼 때 마다 너무 힘겹다.

그래서 더 외면을 할 수가 없다.

단언컨데 한동안 이 작품이 나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