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10. 27. 08:06

<꿈속의 꿈>

일시 : 2011.10.08. ~ 2011.10.28.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출연 : 길해연, 문형주, 장용철, 강일, 송현서, 이혜원 외... 
제작 : 극단 작은 신화
연출 : 신동인

개인적으로 극단 작은 신화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올해만해도 이미 여섯 작품이나 무대에 올렸고, 내가 본 작품만도 세 작품이나 된다. 
<돐날>, <황구도>에 이어 <꿈속의 꿈>까지.
세 작품 모두 독특했고 상당히 괜찮았다.
벌써 창단 25주년이 됐다는데 그 저력이 대단하고
끊임없이 창작을 발표하는 노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11월에도 <해뜨기 70분 전>과 <우주인> 두 개의 창작이 또 공연될 예정이다.
참 부지런하고 건실한 행보 ^^

<꿈속의 꿈>
2008년 서울연극제 대상, 희곡상, 연기상을 받았던 작품.
2010년에 보고 싶었던 걸 놓쳤는데 다행히 올해에는 시간이 맞았다.
특히나 드라마센타는 내게도 향수와 추억이 있는 장소라 찾아갈 때마다 좀 묘한 기분이 젖게 된다.
많이 변했다는 적요감(寂擾感)?
그런데 가장 많이 변한 게 다름 아닌 나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 이 곳에서 철학개론 수업을 들었었지!'
옛기억이 꿈처럼 떠오른다.
나 역시도 꿈속의 꿈에 빠져버린거다.
참 아득하고 먼 기억이구나 싶다.



2011년 "대학로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선정작" <꿈 속의 꿈>
(이해하기 절대 어려운 프로젝트다.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거의 언어유희 수준의 조합이다.)
‘대학로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는
총 5명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추천위원의 추천을 받은 17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가 이루어진단다.
5명의 외부전문가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작품이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선정됐다고 한다.
작은 <삼국유사> 속의 "매몽설화"를 재조명한 작품이다.
"매몽설화"는 ‘춘추공(김춘추)’과 김유신의 두 여동생 ‘보희’, ‘문희’의 이야기다.
언니인 ‘보희’는 어느날 꿈을 꾸게 된다,
서학에 올라서 오줌을 누는데 그 오줌이 온 나라 안을 가득 채웠다는 내용의 꿈.
동생 ‘보희’는 언니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치마를 벗어주고 그 꿈을 산다.
그리고 ‘김춘추’의 배필이 됐다는 이야기.
연극은 ‘김유신’과 ‘김춘추’의 욕망에 이용당한 두 자매의 삶에 초점을 맞춰진다.
무대는 어딘지 음험한 무덤 속 같고 스멀스멀 기분나쁜 귀기(鬼氣)가 느껴지기도 한다.
중간중간 조그많게 들리는 빗소리도 착시효과를 준다.
(실제로 이날 비가 와서 처음엔 바깥에서 들리는 빗소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음향효과더라.)
섬득섬득 이 세상이 아닌 곳 같은 느낌.
조명과 음악, 음향이 너무 효과적이었고
무채색의 의상은 담백한 수묵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 옷이 또 조명과 만나면 마치 시신을 감싼 수의(壽衣)같다.
대사는 때로는 칼같고 때로는 시같다.
난장(亂場)같기도 하고 제의(祭意)같기도 한,
현재같기도 하고 과거의 회상같기도 한,
이승같기도 하고 저승같기도 한,
몽환적이지만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어떻게 이런 느낌의 작품을 만들었을까?

 
장중하면서도 해햑이 있고
그림자 인형극같은 서글픔도 있다.
무엇보다 엄청난 몰입으로 작품을 끌어가는 배우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억지를 쓰자면 동생 문희역의 길해연이 언니 보희역의 문형주보다 훨씬 노숙한 느낌이라서 민망한 정도 ^^
문희와 젊은 화랑과의 모습도 살짝 유한 부인과 미소년같기도 하고...
그러나 길해연의 독특한 어투와 톤은 나이든 문희 역에 적격인 것 같다.
<기묘여행>에서 코디네이터였던 장용철.
<기묘여행>에서 그의 톤이 하도 독특해서 아마 어떤 역을 하든 그 톤은 변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톤을 보여줘서 놀랐다.
그래도 장용철의 독특한 톤이 김유신을 살짝 사악하고 모사꾼같은 인물로 보이게 하더라.
그게 나빴다는 의미는 아니고 작품과는 잘 어울렸다.
이번 공연에서는 극중극의 형태로 광대들의 난장 부분이 새롭게 추가가 됐단다.
그런데 이게 또 별미(別美)다.
너무 진중하고 무거운 내용인데 이 부분이 나오면
이야기가 쉽게 정리되면서 오히려 극의 흐름까지도 전화시킨다.
그것도 과하거나 유난스럽지 않게.

개인적으로 이런 한국적이 작품들이 많이 창작됐으면 좋겠다.
대사를 조금 쉽게 풀 수 있다면 이런 류의 작품들은 이방인들에게 엄청 신선하게 느껴질거다.
실제로 이날도 외국인이 꽤 관람하고 있어서 놀랐다.
특히나 한국적인 소재의 작품은 색채와 조명으로도 느낌 전달이 용이해서
여러가지로 impact 줄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라고 했던가?
조산아(早産兒)를 인큐베이터에서 건강한 아이로 키워내듯
이 작품이 좋은 양분과 좋은 지원을 받아 무럭무럭 잘 육성됐으면 좋겟다.
그러면 정말 "꿈꾸는 인큐베이터"가 될텐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9. 28. 08:18

<소문> - 오기와라 히로시


몇 년 전 출판된 <마케팅 2.0 iWOM>이라는 책을 아십니까?
마케팅 2.0 시대의 새로운 이론이자 홍보 기법이었던 WOM을 설명하는 책이었죠.
(지금은 벌써 마케팅 3.0 세대이니 시간 참 무지 빠르네요. 뭐 솔직히 2.0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말이죠.)
"WOM"은 Word of Mouth의 약자로 쉽게 말하면 “입소문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WOM”이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확산되는 모든 언어, 비주얼, 행동, 유행 등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즉, 입소문을 사회적 확산의 형태로 확장한 개념이죠. 이 WOM의 마케팅 기법을 이용한 모든 전략은 “iWOM"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설명하니 왠지 머리가 복잡하죠?
그럼 이 방법은 어떤가요?
사람들은 자신에게 의미 있게 각인된 어떤 것이 있다면 일주일동안 평균 2.5명에게 그것을 직접 말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게 negative한 것이든 positive한 것이든 말이죠.
그런 식으로 구전에 구전이 계속 되다보면 일주일이면 무려 10만 명에게 각인됐던 내용이 전달된다고 하니 우습게 여길 일은 절대로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 이 "WOM 마케팅“이론을 가지고 발 빠르게 소설을 쓴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것도 사이코 서스팬스 소설을 말이죠.
1956년 태어난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는 일본에서는 꽤나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모방범>, <낙원>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여성의 시각과 감성으로 사건을 보고 풀어나갔다면 오기와라 히로시는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입장을 응용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사건을 풀어나간다고 할까요?
꼭 여성과 남성의 중간에 서 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생물학적으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감성적으로 그렇다는 의밉니다.

"한밤중에 시부야에는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하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괜찮대!"
신제품 향수 뮈리엘을 둘러싼 소문의 내용입니다.
상품의 광고를 위해 은근히 WOM마케팅을 이용한 거죠.
향수 모니터를 위해 모여든 패션 감각이 남다른 여고생들에게 설문 조사(표면적 의도)를 하면서 기획회사 사장은 지나가는 말로 이런 거짓 소문(실질적 의도)을 은근히 흘립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라는 단서를 붙이면서 말이죠.
사실 “WOM" 마케팅은 인간의 뒷담화 욕구와 모방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뒷공작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Dark side of the moon 이죠.
성공만 한다면 low cost에 비해 엄청난 high return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죠. 모든 기업의 최대 목표이자 영원한 숙제인 ”low cost-high return"
“WOM 마케팅”은 확실히 이 전제에 정확히 부합되는 전략이긴 합니다. 어디까지나 성공했을 때의 일이지만요.
negative한 WOM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도산하는 회사도 생기는 현실이기에 이제 소문을 그저 단순히 소문으로만 듣고 넘기기엔 위험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분명히 “아니 뗀 굴뚝에 연기는 나는 법“이니까 말입니다.
WOM이 퍼지는 가장 큰 심리적 요인을 꼽으라면 아마도 인간의 잠재적인 공포와 불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 아니야?”, “나 혼자 유행에 뒤떨어 진건가?” 혹은 “나만 모르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 현대인의 신경증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은밀한 공포감의 일종이죠.

뮈리엘의 향수와 관련된 소문과 똑같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시부야의 공원.
발목이 잘린 10대 소녀의 시체.
범인을 찾지 못한 체 우왕좌왕하는 사이 두 번째 사건 현장이 발견되고 시체의 두 발목은 역시나 잘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번째 사건의 희생자는 담당 남자 형사 딸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남형사와 파트너로 함께 두 피해자의 방을 조사하던 여형사는 그곳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죠.
뮈리엘 향수병과 두 사람 모두 그 향수 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을 말이죠.
결국 경찰 조사는 광고회사와 광고를 위탁받은 기획회사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도시괴담이 되어버린 살인자 레인맨!
그리고 레인맨에 의해 자행된 쾌락 살인의 정체!
사건의 해결은 세 번째 시체가 발견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합니다.
세 번째 시체는 비록 한 짝이긴 하지만 잘린 발목 하나가 함께 발견됩니다.
거꾸로 칠해져 있는 페티큐어의 꽃다발 방향과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페티큐어 색, 그리고 세 번째로 발견된 사건 현장이지만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일어난 사건, 즉 그 사건은 뮈리엘 향수 관련 소문의 시작일보다 훨씬 전에 일어난 사건이었죠.
그렇다면 향수 뮈리엘은 정말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걸까요?
아니면 계획된 잔인한 홍보 프로젝트의 연속이었을까요?
10대 소녀의 잘린 발목.
여성의 발에 대한 페티시즘(Fetishism)을 가진 성도착자에 의한 범죄?
인격체가 아닌 물건이나 신체 부위 등에서 성적 만족감을 얻는 페티시즘은 원시 신앙 중 하나인 주물숭배와 비슷한 현상으로 성적 도착증의 하나죠.
온전한 인격체로서의 인간 전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특정 신체 부위를 사랑하고 집요하게 집착하는 정신 이상 증상이죠.
물론 범인이 페티시즘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묘하게도 이 소설은 사건의 시작과 사건의 결말이 서로 교묘히 교차하면서 엇나갑니다.
이야기는 사이코 서스팬스 소설치고, 그리고 일본소설 치고는 촘촘하지 않고 엉성한 편입니다. 시작의 강렬함을 끝까지 쭉 끌고 가진 못하죠.
결말 부분의 반전도 사실 조금 예상했던 내용이라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않았지만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충격적이었던 건 WOM이란 마케팅 이론을 적용해서 하나의 꽤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참신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문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요즘의 마케팅 기법과 홍보이론들을 엿보는 재미도 제법 있습니다. 낯선 세계를 들여다보는 “지적 관음증”의 발동이죠.
제가 지금 사이코 서스팬스 소설을 소개하면서 마케팅의 재미를 이야기하고 있네요.
뭐 이것도 독서의 매력이라고 박박 우기렵니다.
의외의 발견에서 오는 만족감이었다고...
혹시 본격적인 일본 추리 소설을 읽고 싶다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네요.
이야기가 좀 길긴 하지만 촘촘한 구성과 지적인 기발함, 괴이함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상 별 희한한 재미로 책읽기를 하기도 하는 달동네 책거리였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0. 9. 06:33
사이코 서스펜스, 미스터리나 수사물에 강한 일본
가끔 생각한다.
그들의 뭔가가 우리와 다른지를...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낙원>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점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3권, 2권씩 만들어 내는 나라,
그것도 각각의 권수 하나도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온다 라쿠의 약각 신비주의적인 소설들도 그렇고......

오기와라 히토시의 <소문>
우연히 지하철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WOM(Word of Mouth:입소문 마케팅)이 모티브인 소설
"WOM의 규칙"
통상적으로 한사람이 일주일에 2.5명에게 입소문을 내게 되면
한 달이면 10만 명이 그 소문을 듣게 된다는...
몇 년 전에 등장한 새로운 마케팅 이론 (엄밀히 말한다면 결코 새로운 이론은 아니지만...)
기존의 TV나 잡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용어
현대는 WOM 마케팅 시대!



신제품 향수 뮈리엘를 홍보하기 위한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제품에 대한 소문을 은근히 슬쩍 퍼뜨린다.
유행에 민감하고 남다를 감각을 가진 특정지역의 여고생이 그 대상자.
"한밤중에 시부야에는 뉴옥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하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괜찮대!"
소문의 내용을 이렇다.
그런데 실제로 이 소문과 똑같은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10대의 소녀 3명이 차례로 발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는...
이야기를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수사를 진행하는 고구레 형사 주변과
향수 마케팅을 기획한 대기업 광고회사 직원 나시자키 중심으로.



희생된 소녀들의 공통된 특징.
그녀들의 방에서는 비슷한 냄새가 감지된다.
향수 뮈리엘의 향.
그녀들의 공통점은
모두 뮈리엘 향수 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
입소문의 근원지를 따라가는 수사의 과정
그리고 의심의 축이 되는 홍보 기획사 컴싸이트 여사장의 은밀함.
이 소설은,
WOM이 일종의 negaitive approach로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일부러 제품이 결점을 드러내 눈길을 끌거나
그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공포심을 조장하는 접근방식
기발한 마케팅 이론의 침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다분히 엽기적이며 때로는 협오감과 불쾌감까지도 남기는 일본의 사이코 서스펜스 소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재미와 충격으로만 읽히지는 소설은 결코 아니다.
사건의 전개와 최후의 기막힌 반전까지
스토리의 짜임새는 마지막 한 장까지 긴장감을 품게 한다.
"죽이고, 추적하고, 찾아내고, 해결하고.... 혹은 반전의 한마디를 남기고..."
일반적인 서스펜스의 구조를 아주 충실히 따라가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독특한 재미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케팅 이론의 기막힌 적용까지...
어떻게 소설 속에 WOM과 negaive approach를 연결시킬 생각을 했을까?
그 접근이 무척 신선하고 참신하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기나오싹" 한 이야기 ^^

* 기나오싹 : 기분 나쁘고 게다가 오싹하다는 뜻으로 이 책에서 형사의 딸 나쓰미가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했던 단어.
                 이야기 결말에서 반전의 단어로 쓰이는 결정적 한 마디.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4. 23. 22:54
기억나세요?
옛날 과자.
길거리나 지하철을 타면 자주 보게 되는.
향수까지는 아니지만 (왠지 늙수그레해 보이는 것 같아서....)
옛날 과자를 보게 되면
뭐랄까, 묘한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남대문 시장,
여기서 만난 옛날 과자.
그 다양함과 색깔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이 중에 진정한(?) 옛날 과자는 많진 않겠지만
왠지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개구진 표정이 나올 것 같습니다.



초콜렛을 무지 좋아하는 저는
어쩔수 없이 자꾸 그쪽으로 눈이 갑니다.
달달한 유혹이네요....쩝!
저렇게 채로 맘에 드는 과자를 담으면 주인 총각(?)이 무게를 달죠.
그러서 이쁘다는 립 써비스와 함께
한 두 주먹 덤을 얹어줍니다.
예쁘다는 말보다 덤이 더 좋은 건 어쩔 수 없던데요~~
(그 순간은 안 예쁘다고해도 좋으니까 두 주먹 더 주면 안 될까.... 이런 생각이 간절합니다...ㅋㅋ)



이렇게 커다란 자루에 담긴 진정한(?) 옛날 과자들도 보이구요.
맘같아선 저놈들 중 몇 놈 달랑 짊어지고 오고 싶었답니다. 
개인적으로 과자란,
역시 달달한 게 아무래도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쟎아요.
캔커피도 쓰면 클레임이 들어오지만 달면 안 들어온다고...
대부분 여자들이 군것질을 할 땐,
어느 정도 스트레스와 짜증이 난 상태가 많은데
이때 달달한 먹거리를 보충해주면 거의 보양식 수준이죠.
이런 달콤함이라고 씹어야 즐겁지 않겠습니까?~~~
단, 옛날 과자의 단점은
악관절에 무리를 가할 수 있다는 거!
옛날에 먹을 게 부족한 시절에 아껴먹으라고 이렇게 딱딱하게 만들었을까요?
이런 생각도 한 번,
그런데 어쩐지 꽤 지당한 말처럼 여겨지네요.
야밤에 달달한 유혹!
"견뎌야 하느니라~~~"로 마무리 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23. 21:51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페이퍼북)

 
파트리크 쥐스킨트!

이 매혹적인 작가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요?

<좀머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 <비둘기>, <깊이에의 강요>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작품 모두 하나같이 다 문제작이긴 하지만 <향수>라는 책을 읽었을 때의 그 강렬함이라니...

작가가 만든 “신세계”의 미궁에 제대로 빠져버렸다고 한다면 이해가 되실까요?

이 책,

사연도 참 많습니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 이 책은,

1991년 12월 국내 초판 됐고(제가 가지고 있는 책이 파란 표지의 그 오래된 초판, 바로 그 거랍니다) 1995년, 2000년 두 차례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영화 개봉과 더불어 다시 신판이 출판되면서 폭발적인 판매 기록을 보였죠. 초스테디셀러에 등극한 이 소설은 지금까지 30쇄 이상 재판됐다고 합니다.

(영화 예술의 힘! 작년에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베스트셀러 2위에 올려놓는 걸 보면서 또 다시 절감했죠)

그런데 이 사실도 아세요?

이 책이 “19금 이야기”의 선정 도서가 됐었다는 사실도요.

책의 후반부쯤에 나오는 사형집행장에서의 집단 난교 부분과 마지막 충격적인 결말들이 이런 영예(?)를 안겨준 셈이죠.

그것도 출판된 지 한참이 지난 후에 이런 에피소드가 생긴 걸 보면, 책은 정말 살아 있다는 환상을 여전히 품게 합니다.

“환상”이라는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요,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작가에 대한 극단적인 환상을 심어주는 사람이기도 하죠.

전세계의 집요한 매스컴의 추적을 거의 완벽하게 피하면서 숨어있는 사람.

대인공포가 있다는 소문, 동성연애자라는 소문, 그리고 흉한 장애가 있다는 소문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사람들과의 만남도 싫어해 문학상도 거절하고 인터뷰도 거절하며 철저하고 은둔하고 있는 작가!

그는 자기 작품에 대한 관리 전체를 형에게 맡긴 채 현재 프랑스 남부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에 잠금장치까지 하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동료 작가도 없고 심지어 자신의 신상에 대해 발설한 사람이면 친구와 부모를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절연해 버릴 정도라고 하니 오래된 사진 한 장으로만 알려진 그를 세상에 불러낸다는 건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네요.

그러나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오두막에서 지금 <향수>보다 더 매혹적인 작품에 몰두하고 있을 거라고...

(사실 그의 새로운 책의 출판을 전 아주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책 <향수>의 줄거리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거예요.

질긴 생명력으로 생선 내장 더미 위, 아무 냄새도 갖지 못하고 버려지듯 태어난 아기 그르누이.

그의 삶의 목적, 그건 사람의 “냄새”를 내 몸에 갖겠다는 강렬한 탐욕이었습니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갖고자 하는 욕망.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탐욕”이라는 의미는 그러나 그에겐 적절치 않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가 품은 “탐욕”은 소유에 대한 집착보다 오히려 생명에 대한 무심한듯하지만 강렬한 집착에 가깝기 때문이죠.

“생명”이라는 거,

“향기”를 품지 않는 생명이란 죽음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그르누이는 그의 살인 행각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가장 가까운 동반자로 만들어 버리기까지 하죠.

그를 피해 달아나는 향기가 그에게 무사히 채집되기를 나 또한 간절히 바라는 마음.

향기를 채집하는 그의 섬세한 행동 하나 하나가 성스럽고 예술적으로 느껴지는 그 순간,

이제 그의 옆에 제 2의 그르누이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25명의 향기가 채집되기까지 저 역시도 그의 동조자가 되어 가만가만 숨을 죽입니다.

어쩌면 결말 혹은 끝장을 보고 싶다는 저의 또 다른 탐욕인지도 모르겠네요.

그의 향기에 취해 그를 탐하는 무리에 둘러싸이게 되는 마지막 결말.

악마적인 황홀경에 빠져 그의 향기를 먹어치우는 무리 속에 나 자신이 없다고 과연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함께 한 사람들은 이미 무언의 합의를 끝낸 듯 합니다.

그건 “구원”의 행위였다고......

그의 향은 우리를 구원했고 그리고 우리는 그를 각자의 몸 안에 조각내 피난시킴으로 구원을 해줬다고......

이제 남겨진 사람을 우리는 누구라고 불러야 할까요???.......


서번트 신드롬 (savant syndrome)!

지능은 보통사람들보다 떨어지지만 음악연주나 달력계산, 암기, 암산 등 어떤 특별한 부분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을 간혹 보게 됩니다.

프랑스어로 이 말은 배우지 않고(바보 idiot) 터득한 기술(석학 savant)이라는 뜻이죠. 특히 발달장애나 자폐증 같은 뇌기능 장애를 가진 이들이 그 장애와 대조되는 천재성이나 뛰어난 재능을 보일 때 이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 석학증후군 이란 말을 하게 됩니다.

영화 <레인 맨>에서 톰 크루즈의 형으로 나왔던 더스틴 호프만이 바로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자폐인을 연기했었죠. 

말하자면,

그르누이도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흔히 천재성은 그 “광기”로 인해 인생 전체를 “파괴”하기도 하죠.

“Utopia”가 아닌 “Destopia”의 탄생.

철저하게 파괴함으로써 이상향을 만들겠다는 “Destopia”

<향수>

그 위험한 Destopia의 세계.

그 세계가 섬뜩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매혹적이었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네요.


만약, 

당신에게 아직 향기가 있다면....

조심하길 진심으로 당부합니다.

조각난 그르누이가 혹 당신을 탐할 수도 있으니.....


                                                      <유일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사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