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2.14 <밤은 노래한다> - 김연수
  2. 2009.01.11 달동네 책거리 23 : <전태일 평전>
읽고 끄적 끄적...2010. 12. 14. 05:48
김애란과 더불어 요즘 그야말로 완전히 꽃힌 작가다.
1970년경북 김천 출생,
문학계의 젊은 기대주.
그건 그의 나이뿐만 아니라 글이라는 특별한 재능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사람,
천상 글쟁이구나... 세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절실하게 생각했던 건 바로 이거다.
그의 몸 속 어딘가에는 수 많은 이야기가 비밀스럽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혹시 이 사람,
과거에 여러 번 살았던 모든 전생을 송두리째 다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닐까? 
확실히 작가 김연수는 수.상.하.다.



......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은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습니다. 죽지 않을 사람처럼 행동하지요. 이 소설은 말하자면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이 품는 삶의 열망의 의미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과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여섯번째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출판하면서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알까?
노래하는 것과 밤 노래하는 것과
노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걸...
풍금이 있던 자리가 풍금이 있는 자리와 완전히 다른 것처럼...
문득 궁금해진다.
그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썼을까?
민족독립과 계급해방을 꿈꾸던 조선의 혁명가들은
중국 땅에서 일제의 첩자로 매도되어 5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됐다.
"민생단 사건"
죽음도 결코 두렵지 않은 그들이었지만 그들이 원한 죽음은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테다.
그 시간 속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이 모든 걸 견뎠을까!
그리고 김연수는 이 글을 쓰면서 또 어떻게 견뎠을까?
1930년대 초 북간도의 조선인 사회를 뒤흔들었던 '민생단' 사건.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사람이 이렇 글을 쓴다는 게 가능할까?
이 책은 그대로 역사며, 고통이다.
그 시간의 사람에게도 그리고 읽고 있는 지금 시간의 사람에게도...



새시대를 꿈꾸는 신여성 이정희,
남만주철도회사 측량기사 김해연.
어느 날 이정희의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가 김해연에 손에 쥐어진다.
그리고 모든 게 달라진다. 정말 모든 게...
"그 여자는 강철처럼 강한 여자야. 자살 따위를 할 여자가 아니란 말이다."
간도임시파견대의 중대장인 나카지마 타츠키 중위는 말한다.
총사령관에서 나온 사람은 조사할 것이 있다며 김해연을 연행한다.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
원하든 원치 않든 김해연은 이제 점점 다른 세계 속으로 걸어간다.
허망하게, 치열하게, 그리고 필연적으로....

이 책을 내가 완전히 이해는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경외심 비슷한 두려움을 느꼈다.
전부 세 가지 면에서...
그 시대에게서, 김연수라는 작가에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고 있는 나에게서...
이상하게도,
나는 상당히 은밀해지고 말았다.
한동안은 숨고 싶어질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 11. 16:22
  <전태일 평전> - 조영래


  전태일평전


새해에 꼭 소개하고 싶었던 책이었습니다. 

이제 낯선 이름이 되어 버린 사람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 아직 살아 펄펄한 청춘으로 아들의 뒤를 이어가고 있는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그의 평전을 쓴 이미 고인이 되어 버린 인권 변호사 조영래.

같은 꿈을 꾼 사람들, 아니 같은 세상을 희망한 사람들이라고 말할까요?

내 세상이 얼마나 풍족하고 내 세상이 얼마나 유복한지, 그리고 내 세상이 얼마나 무심하고 내 세상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깨닫게 한 사람들.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과연 지금 얼마나 될까요?

어쩌면 홍경인이라는 배우가 분했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는 영화 속 픽션의 인물로만 남겨져 버린 건 아닐까요? (...비록 픽션의 인물로라도 그가 아직 남겨져 있다면 참 다행이겠습니다...)


자. 여기에 어떤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3세의 어린 계집아이가 있습니다.(우리 눈엔 새초롬한 표정에 인형 같은 예쁘장한 조카의 모습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정도의 그 계집아이는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 올리며 6시 30분경에 일어납니다.

금방 허기로 채워질 보잘 것 없는 아침을 먹고 1시간을 걸어 평화시장 피복공장 그 고된 일터로 출근이란 걸 하게 되죠.

이제부터 계집아이의 노동의 시간은 시작됩니다.

8시 출근 11시 퇴근.

한 달 3000원의 월급을 벌기 위해 15시간이라는 살인적인 노동 시간을 견뎌야 하는 어린 계집아이의 몸이 이제 서서히 그러나 파괴적으로 무너집니다.

기관지염, 안질, 빈혈, 신경통, 위장병, 피부병, 영양실조, 생리불순, 폐병...

어른들이 가질 법한 각종 질병을 훈장처럼 달고 어린 그녀들은 일터에서 쫒겨나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체 어둔 골방에서 서서히 죽어갑니다.


이 이야기가 단지 과대망상이고, 비현실인 이야기라고 차라리 비난 받을 수 있다면 참 다행이겠습니다.

그런데 고작 70년대 우리에게 이런 세상이 있었다는 거...

단지 운 좋게 우리가 피해왔던 시간들을 우리보다 조금 일찍 태어난 그들은 온 몸으로 겪어냈던 겁니다.

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시간은...


그냥 우연히 손에 들었던 책입니다.

사실 별 느낌이나 감정의 동요 없이 읽어나가게 될까봐 좀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참 먹먹한 가슴 때문에 오래 힘들었습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 자체가 미안했고 아팠습니다.

1948년8월 해방 직후 태어나 1970년 11월 스물 두 살의 나이로 온 몸을 태워 세상을 향해 알리고 싶었던 전태일이 하고 싶었던 말은, 단지

인간으로써 살아갈 최소한의 대접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인간이지만 단지 누군가의 비료가 되어 짓밟혀버린 사람들, 새 시각을 갖게 해준 근로기준법, 그러나 그 법의 존재로 인해 노동자들의 참상은 더욱더 숨겨지고만 있는 현실.(법과 현실이 만나질 수 있는 방법은 도무지 없는 모양입니다.)

부스러기 인생들을 위한 각성된 밑바닥 인간의 최후의 결단.

그는 그 결단을 두고 “완전에 가까운 결단”이라 이름 짓습니다.

살면서 과연 몇 명이 “완전에 가까운 결단”이란 걸 할 수 있을까요?

발목을 붙잡는 숱한 이유들과 극단에서 더 절실해지는 자기애, 그리고 남겨진 것들에 대한 송구함과 미련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릅니다.

옳지 않았다고, 그렇게 자기 몸을 죽이는 방법으로 해결되는 게 뭐가 있느냐고, 그전에 행동했어야 했다고...

세상에 그 만큼 거대한 산을 향해 행동했던 사람이 또 있을까요?

22살 영양부족의 작은 체구를 가진 사람, 그는 한명의 사람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곳까지 행동했고 그리고 끝까지 믿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그렇게 많은 구체적인 행동들과 믿음으로 버텼던 사람... 또 있을까요?

아들을 잃은 그 어미는 아들이 남긴 말을 또 다시 따릅니다.

“어머니, 내가 못 다 이룬 일 어머니가 꼭 이루어주십시오”

온 몸이 오그라들고 뒤틀려버린 생명같던 아들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을 어미는 끝내 거역하지 못합니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정신병을 앓기도 한 그 어미는 다시 펄펄한 청춘이 되어, 당신을 앞서 간 그 아들이 되어, 아들이 남겨놓은 일을 합니다.

어쩌면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되물림”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동자의 어머니"로 알려진 이소선 여사는 분신한 아들의 뜻을 이어 청계피복노조를 만드는 등 평생 노동·민주화운동에 헌신합니다. 그 탓에 180차례 ‘"범법자"라는 훈장을 달고 늙은 어미의 몸으로 3차례 옥고를 겪기도 했습니다.

팔십을 넘긴 그분은 말합니다.

“주야장천 싸움하면서 얻어맞고 잡혀가고... 우리 아들이 죽었는데 우리야 죽으면 뭐 어떠냐면서 싸우지. 사실 시위도중 경찰에게 많이 맞아서 지금 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 오늘같이 흐린 날은 온 몸이 쑤셔. 그래도 애쓰는 사람들 입장을 봐서 안 갈 수가 없지. 하나하나 싸우면 안 돼. 같이 싸워야지.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


그리고 또 한 사람...

전태일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남긴 인권 변호사 조영래.

1990년 12월 12일 43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그가 해 온 일들 역시 전태일 못지않게 고난하고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의 모임”을 만들기도 한 그는 깨어있는 선각자 중 한명이었죠.

오랜 수배생활을 겪기도 한 그는 수배의 시간 동안 이 책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책이 나왔을 당시 책의 저자는 “김영기”라고 표시되어 있죠.

일종의 불온서적으로 찍혀 출판금지의 낙인이 찍히게 된 이 책은 지은이에 대한 소문만 무성한 체 노동자의 필독서로 확산되게 됩니다..

조영래 그 자신은 결국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을 보지 못한 체 세상을 떠납니다.(1990년 12월 15일 조영래라는 저자를 밝힌 개정판이 출판됐지만, 그는 그보다 3일 앞선 12월 12일 지병이던 폐암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제가 조영래라는 변호사에 대해 알게 된 건 “EBS 지식채녈”을 통해섭니다.

1986년 부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 권인숙.

아무도 변호하려 하지 않은 그녀를 변호한 사람이 바로 조영래, 이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패소했을 때 남긴 말입니다.

“아무리 뼈아프더라도 이 말만은 들어주십시오. 사법부는 오늘 그 사명을 스스로 포기한 것입니다.”

기소 끝에 결국 그는 피해자 권인숙을 석방시키고 성고문의 가해자 문귀동에게 5년형을 안깁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난
깨어있음으로 깨어진 3명의 혁명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

그들에 의해 세상은 “되물림”되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
이 믿음이 언제나 옳은 것이길 바래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