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12. 6. 08:32

 

<햄릿 얼라이브>

 

일시 : 2017.11.23. ~ 2018.01.28.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윌리엄 세익스피어 <햄릿>

작사, 각색 : 성종완, 강봉훈

작곡 : 김경욱

각색, 연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홍광호, 고은성 (햄릿) / 양준모, 임현수 (클로디어스) / 김선영, 문혜원 (거투루트) / 정재은(오필리어)

        황범식, 최용민 (호레이쇼) / 김보강 (레어티스), 최석준(폴로니어스) 외

제작 : CJ E&M(주)

 

세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이 창작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게다가 홍광호, 양준모, 김선영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니...

누구라도 다 알고는 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한다는 고전(古典).

혹시라도 그렇게 되는건 아닌가 걱정스럽긴했다.

개인적으로 고전의 재해석 혹은 현대물로 탈바꿈을 좋아하지 않아서...

아무래도 클래식은 클래식할 때 가장 좋은것 같다.

 

각설하고,

양준모와 김선영은 기대 그 이상으로 좋았다.

정극연기도 좋았고 넘버도 과함이나 부족함 없이 정확하고 정적했다.

홍광호 햄릿과 선왕으로 분한 양준모가 함께 부르는 "복수를 해다오"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만한데

살인, 음모, 북수를 외치는 장면은 마치 "쇼미더머니" 능가한다. 

개인적으론 홍광호보다 양준모의 포텐에 감탄했던 넘버이자 장면.

"날 용서하소서"에서의 연기와 눈빛도 엄지 척!

오필리어를 향해 도와달라며 부탁하는 장면에서 김선영 거투루트의 절절한 모성애는 너무 좋더라.

다 쏟아내지않고 꾹꾹 눌르면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모습에 역시 김선영이구나 감탄했다.

홍광호 햄릿은 노래... 두 말할 필요 없이 잘한다.

연기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미스터마우스>때도 느꼈던건데 바보연기는... 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햄릿은 왜 바보가 된거지? 단지 미친척 했던건 뿐인데...

로젠크랜츠와 길든스턴은 완전히 반푼이였고

레어티스의 친구들이 오필리어에게 남자를 조심하라는 장면은 고~~~대로 통째로 드러내고 싶다.
코믹도 아니고, 위트도 아니고, 난잡할 뿐이다.

이 작품이 어딘지 워크샾 공연같다는 평가가 있는데

마아도 이런 너저분하 장면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전적이던지, 현대적이던지...

스토리에 비해 너무  비장한 넘버도 어딘지 균형감을 흔든다.

아무래도 나는...

모던한 햄릿보다는 고전극의 햇릿을 더 사랑하는 모양이다.

 

고전적이거나, 현대적이거나.... 그것이 문제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3. 21. 15:56

 

<미스터 마우스>

 

일시 : 2017.03.09. ~ 2017.05.14.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원작 : 대니얼 키스 <엘저넌에게 꽃을>

극작, 가사 : 천우연

작곡 : 정소영

연출 : 심설인

출연 : 홍광호, 김성철 (인후) / 서범석, 문종원 (강박사), 강연정, 권유진, 원종환, 심재현, 정목화, 진상현, 이유진

제작 : 쇼노트, 파파프로덕션

 

2006년 1월 초연 이후 벌써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초연 당시 워낙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 재공연도 당연히 쉽겠다 생각했는데

2007년 10월에 올라오고 10년이라는 훌쩍 지났다.

그 사이 몇 번의 재공연 소식은 있었지만 번번히 엎어지는 비운을 겪어 기대를 접었던 작품인데

10년 만에 홍광호라는 엄청난 티켓파워와 함께 돌아왔다.

(전쟁같은 티켓팅은 덤!)

 

But~~!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홍광호는 내 취향은 아니다.

노래!

잘한다.

아니 정말 잘한다.

그래서 문제다.

연기가 노래를 좀처럼 따라오지 못한다는거.

그 거리감이 매번 불편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렇더라.

대사가 영 브리핑 하는 것만 같아서...

아마도 내 기억 속 홍광호의 최고의 작품은 <NDP>가 될 가능성이 크지 싶다.

(그 다음은 <스위니토드>의 토비)

보면서 계속 서범석 인후가 생각났다.

지금이라도 서범석이 강박사가 아닌 인후로 무대에 올라와도 좋을텐데... 싶었다.

(이벤트성으로 특공이라도 한 번... 안될까?)

특히 이발소 장면은 눈물 나게 그립더라.

신문성, 이건명, 박혜나도 너무 그리웠고 초연 넘버도 많이 그리웠다.

 

10년을 기다린 <미스터 마우스>였건만...

 나는 그냥 초연이 좋았던 걸로!

서범석 인후가 막~~ 그리웠던 걸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7. 29. 07:53

 

<데스노트>

 

일시 : 2015.06.20.~ 2015.08.15.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원작 : 오바 츠구미, 와바타 타케시 <데스노트>

각본 : 이반 멘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 : 잭머피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홍광호(야가미 라이토), 김준수(엘), 강홍석(류크), 박혜나(렘)

        정선아(아미네 미사), 이종문(야가미 소이치로), 이수빈 외

제작 : 씨제스컬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지난 토요일,

뮤지컬 <데스노트>를 보기 위해 성남아트센터를 찾았다.

재미있는건,

자리 욕심이 나는 작품은 꼭 티켓팅에 망하고

자리 욕심이 전혀 없는 작품은 꼭 좋은 자리를 잡게 된다.

이 작품도 그런 이변이 발생했다.

영국 런던에서 <미스 사이공> 공연 중인 홍광호의 국내 복귀작,

그리고 엄청난 한류스타 김준수의 원캐스트 작품.

두 배우의 어마무지한 팬덤의 활약(?)이 충분히 짐작됐기에 애초부터 좌석에 대한 기대는 싹 버렸었다.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홍광호도, 김준수는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들이 아니라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예매를 했는데 소위 말하는 꿀자리가 손에 들어왔다.

(암튼 뭐 대략 그랬다는거다.)

공연장에서 깜짝 놀랐던건 앞좌석을 점유하고 있던 김준수의 일본팬들이었다.

광클로 유명한 한국인들도 예매하기  쉽지 않는 좌석을 일본분들이 도대체 어떤 신기술로 예매했을까 신기해했는데

한류스타 공연을 대신 예매를 싸이트인지 서비스인지가 있단다.

(가격대가 일반예매보다 훨씬 비싸다고...)

본진의 위대함과 팬덤의 위대함이 만나니 정말 불가능이 없구나 싶다.

뭐 항간에는 100만원이 넘는 암표도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는 소문이... 

(암튼 뭐 또 대략 그렇다는거다... ^^).

 

작품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또 보고 싶다까지는 아니어서 가지고 있는 주말표를 놓을까 고민중이다.

스토리는 역시나 원작이 훨씬 더 매력적이었고

그 좋은 정선아 배우가 병풍같은 존재감인건 영 아쉽다.

미친 성대 홍광호와 김준수의 듀엣은 기대보다 폭발력이 상당하더라.

홍광호가 무대에서 듀엣을 부를때면 다른 배우의 목소리를 가차없이 잡아먹어 버리는데

(볼룸 조절이 안된다는게 홍광호의 가장 큰 단점)

이 작품에서는 김준수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더라.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 것 같고,

구부정한 어깨와 성큼성큼한 걸음걸이,

양쪽 다리를 벌리고 앉을 때 까치발을 세우는 모습과 손동작 등의 디테일에 신경쓴게 역력하다. 

다만 엘의 분장이 심하게 약쟁이 같아서...

 

 

개인적으론 홍광호 라이토 보다는 박혜나 렘이,

박혜나 렘 보다는 김준수 L이,

김준수 L보다는 강홍석 류크가 훨씬 더 눈과 귀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그런 말도 하더라.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신이라고...

렘 박혜나의 저음은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이었고 듀엣도 솔로곡도 음색과 너무 잘 어울렸다.

강홍석은,

다섯 명의 인물 중 원작과 가장 근접한 싱크로율을 보여줬고

어느 누가 보더라도 류크 그 자체라고 하겠더라.

(일본판 류크는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던데...)

노래도, 딕션도, 표정도 정말 좋았고 몸의 표현은 그야말로 끝이더라.

 

좌우 돌출 무대는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무대는 좀 윃했고

사람 이름이 나오는 부분에서

어느 장면은 일본어고, 어느 장면은 한글이라 이건 뭔가 싶더라.

(별 거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사소한 디테일들에 일관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돌출무대 덕분에 홍광호와 김준수의 듀엣곡 "비밀과 거짓말" 장면에서 기현상을 목격했다.

홍광호의 팬덤도 수적으로 상당한 편인데

객석 대부분이 김준수가 서있는 왼쪽 돌출무대로 고개를 향하고 있더라.

단체로 미어캣으로 빙의된 줄 알고 깜짝 놀랐다.

김준수라는 아이돌의 인기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정말 제대로 실감했다.

(살짝 공포감 비슷한걸 느꼈더랬다...)

 

인간을 미어캣으로 만드는 팬덤의 세계.

그게 데스노트에 이름 적히는 것보다

나는 몇 갑절 더 무섭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4. 5. 23. 08:02

올해 올려진 뮤지컬 예정작에 <스위니 토드>가 있었다.

그리고 충무아트홀 대관에도 일정이 있었고.

오디션도 완료되어 주요배역도 정해졌다는 소식도 분명 들었다.

그동안 "~~~카더라"에 하네 마네 말이 많긴 했지만 

내내 부정하면서 정말 꿋꿋이 믿었다.

그정도로 너무 보고 싶은 작품이었고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니까!

그랬는데 5월 20일 뮤지컬 헤븐의 박용호 대표가 공식적으로 공연 취소를 알렸다.

 

2007년에 LG아트에서 초연으로 올려졌을때

이 작품을 보고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괴기스럽고, 잔인하고, 아름답고, 슬프고, 기묘하고, 황당하고, 가엾고, 불쌍하고 안타깝기까지...

객석에 앉아 프롤로그부터 몰입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뒷통수를 후려치듯 귓청을 내리찍던 기괴한 소리.

그 소리는 너무하다싶을 정도로 길었고 심지어 듣기조차 거북한 불쾌함이었다.

아. 그런데 그 불쾌함이 얼마나 황홀하던지...

초장부터 나를 완벽히 매혹시켜버리더라.

"등골이 오싹할 얘기, 시퍼런 눈빛의 한 남자"로 시작되는 첫곡 "The Ballad of Sweeney Todd"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야말로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상상을 깨는 불협화음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손드하임 최고의 수작 <스위니 토드>

재공연이 된다는 소식에 정말 심장이 쫄깃쫄깃했었다.

혼자 작정도 했다.

이 작품에 올인하겠노라고!

그랬더랬는데... 그랬더랬는데...

이 작품이 엎어졌단다.

내가 뭐라고 기운이 다 빠진다.

 

 

이럴줄 알았으면 초연때 많이 봐둘걸 그랬나보다.

캐스팅별로 두 번 본 게 못내 아쉽다.

류정한 - 홍지민 - 홍광호 - 임태경

양준모 - 박혜미 - 한지상 - 이동명

초연 캐스팅은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임태경도 천상의 목소리를 잃기 전이었고 토비어스는 한지상과 홍광호가 더블 캐스팅이었다.

(정말 풋풋했고, 정말 귀여웠고, 정말 열심이었다)

그때 이 녀석들 보면서 조만간 한 몫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역시나 두 사람 모두 최고의 배우가 되어 무대위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홍광호가 <미스사이공> 첫공연을 무사히 마쳤다는 기사도 오늘 봤다. 객석의 환호가 대단했다는 후문이...)

 

기괴한 톱니바퀴와 거다란 원형 무대.

2층에 있는 스위니 토드의 비밀스런 이발관도 지하에 있는 파이굽는 커다란 오븐도 떠오르고 

불협의 아름다움이 폭발하던 넘버들도 계속 떠오른다. 

어쩌자고 프롤로그의  빈 의자와 조심조심 걸어가던 아이의 모습까지 이렇게 선명한지...

끼~~~이~~~이~~~익!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시종일관 몰아쳐서 딴 생각할 틈이 전혀 없었던 작품.

주조연뿐만 아니라 앙상블까지도 최상이었는데...

젠장!

계속 떠올리다보니 더 선명해지고 더 그리워진다.

"앓이"가 시작되려나보다.

 

이 매혹적인 이발사는 도대체 언제쯤 영업을 시작하려나!

여기 단골손님 한 명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데.

2007년부터 지금까지 쭉~~~~

 

 

 

 

 

<Sweeney Todd OST>

Act 1
Prelude
The Ballad of Sweeney Todd
No Place Like London
The Worst Pies In London
Poor Thing
My Friends
Green Finch And Linnet Bird
Ah, Miss
Johanna
Pirelli’s Miracle Elixir
The Contest
The Ballad of Sweeney Todd
Wait
Kiss Me
Ladies In Their Sensitivities
Pretty Women
Epiphany
A Little Priest


Act 2
God, That’s Good!
Johanna
By The Sea
Wigmaker Sequence
The Letter
Not While I’m Around
Parlor Songs
City On Fire
Final Sequence
The Ballad of Sweeney Todd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3. 13:28

                                     <Notre Dame De Pari>

 

  - 2013.10.12. PM 3:00 -                        - 2013.10.12. PM 7:00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바다, 윤공주 (에스메랄다)                         바다, 윤공주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문종원, 조휘 (클로팽)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어쩌다 보니 종일반 관람을 했다.

3시 공연은 1층 5열에서, 7시 공연은 3층 1열에서.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가 서로 다른 캐스팅이라 욕심을 부려봤다.

프랑스 오리지널 무대가 너무 깊게 인식되어 있어서 망설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 외면한다는 게 사실상 쉽지는 않다.

처음에 봤을 때 댄서들 때문에 좀 실망했었는데

이날 공연을 보면서는 정말 깜짝 놀랐다.

"저 사람들 미친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났다.

(아무래도 처음 봤을 때 내가 오리지널 무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아주 고집스럽게 관람했던 모양이다.)

맨발로 무대를 누비던 여자 댄서들의 테이핑된 발목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14명의 남녀 댄서들과 아크로바틱을 담당하는 5명의 사람들이

이 라이선스 공연을 살아있게 만드는 진정한 공로자들이고 진정한 예술가들이란 생각을

이제서야 진심으로 하게 됐다.

페부스의 "괴로워"에 믿을 수 없는 몸의 움직임을 보여준 5명의 남자 댄서들이

이어지는 "벨"에서 한 사람씩 조용히 등장하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땀에 흠뻑 젖은 그들의 상반신은 보석처럼 빛나더라.

클로팽이 죽는 장면에서 댄서들의 표정도 잊혀지지 않는다.

절망에 빠진 집시들의 울부짖음과 군인들의 조롱기 가득한 얼굴.

그야말로 그들 하나하나가 몸이 표현하는 언어의 자음과 모음 그 자체였다. 

"bell"이란 감탄사를 에스메랄다가 아닌 이들에게 선사하고 싶어질만큼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모습이었다.

첫관람의 무례함에 대해서 홀로 얼마나 많은 반성을 했는지...

 

윤형렬 콰지모도.

정말 좋다.

5열에서 치아까지 분장한 그의 모습을 보는 건 큰 즐거움이자 감동이었다.

사실 윤형렬의 작품을 보면서 크게 감동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이날은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2막 후반부의 "불공평한 이 세상"과 마지막 곡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에 슬픔과 아픔이 뚝뚝 묻어난다.

묵직한 저음이 콰지모도라는 역에 정말 잘 어울렸고

감정과 연기적인 표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윤형렬 콰지모도 때문에 다시 한 번 이 작품이 보고 싶어졌다.

 

홍광호 콰지모도.

일단 체격이 너무 작아서 흉측한 괴물의 느낌보다는 못난이 인형같은 느낌!

원작을 읽은 나로서는 자그마한 홍광호의 체격이 어쩐지 콰지모도라는 역할에 이입이 잘 안됐다.

이것도 체격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를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게 좀 가볍게도 느껴졌고...

(좋게 표현하면 천진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쩐지...)

성량이 크고 좋다는 게 솔로곡에서는 확실히 돋보였는데

"Bell"에서는 민영기 프롤로와 김성민 페뷔스 목소리까지 전부 잡아먹는게 흠이다.

성량으로치면 민영기도 남부럽지 않지만 그래도 그는 다른 배우들과 발란스를 조절을 잘한다.

아마도 경험탓이겠지.

아니면 정말 성량 조절이 안 되는건지도...

홍광호의 작품을 볼 때마다 개인적이고 성량 조절을 잘 안되는게 항상 불만이었는데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내 취향은 역시 윤형렬 콰지모도!

 

에스메랄다는 개인적으로 윤공주가 노래도 춤도 더 좋았다.

바다는 기교가 여전히 넘치는 것 같아서...

그래도 마이크가 문제가 생겼을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니 이젠 정말 노련한 뮤지컬 배우가 다 됐구나 싶었다.

윤공주 에스메랄다는 요근래 본 윤공주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았다.

예전만큼의 기량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실망하는 중이었는데

에스메랄다다라는 역할이 배우로서 윤공주의 터닝포인트가 된다면 참 좋겠다.

"살리라"를 부르는 윤공주의 모습을 보면서 그럴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깨끗하고 힘찬 윤공주의 고음을 참 오랫만에 들었다.

 

문종원 클로팽은 과했던 아바타 분장이 약해져서 다행스러웠고

민영기 프롤로는 자신만의 프롤로를 잘 만들어냈다.

2막에서의 민영기의 뿜어내는 감정표현은 정말 좋았다.

프롤로 신부도 참 힘들었겠구나... 감정이입 되버렸다.

표정도 아주 좋았고...

마이클리의 한국어 발음은 어색한 부분이 아직 많긴 하지만 고음은 역시나 참 매력적이다.

특히 무반주로 부르는 커튼콜의 "대성당의 시대"를 듣고 있으면

이 노래 전체를 무반주로 듣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정말 깨끗한 고음을 가진 배우...

(<벽뚫남>에서 그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3층이 1층보다 음향이 더 좋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확인한 결과 사실이다.

1층에서 잘 안들렸던 가사가 3층에서는 잘 들려서 깜짝 놀랐다.

댄서들의 움직임과 조명을 보기에도 3층이 정말 좋고...

그동안 2번의 관람에서 이 조명들을 못봤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좀 억울해질 정도다.

단백하면서도 스토리와 인물들에 정확하게 포인트 맞춰진 멋진 조명이다.

어떤 화려함과도 견주지 못할 정도로 압권이다.

에스메랄다의 "살리라"에서 객석으로 쏟아지는 조명도 아주 드라미틱하다.

 

도대체 첫관람에서 나는 뭘 봤던걸까?

여행의 피곤이 덜 풀렸던걸까?

프랑스 오리지널 공연만큼 황홀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번 라이선스 공연도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다.

회전문을 도는 심정...

충분히 알겠다!

 

<Notre Dam De Pari>

확실히 최고의 명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22. 08:28

<살짜기 옵서예>

일시 : 2013.02.16. ~ 2013.03.31.

장소 :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각색 : 이희준

연출 : 구스타보 자작, 김민정

음악감독 : 권혁준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 E&M

출연 : 김선영(애랑) / 최재웅, 홍광호 (배비장)

        송영창, 박철호 (신임목사) / 김성기, 임기홍 (방자)

        김재만, 원종환 (정비장), 박범정, 진상현 외

 

2월 프리뷰 관람이 너무 좋았었다.

김선영은 단연코 갑(甲)이었고, 최재웅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고, 김성기는 기는 노련미로 한바탕 신명났고, 원종환은 다재다능했다.

오랫만에 프리뷰를 보면서 재관람 의욕이 불끈불끈 솟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홍광호 배비장에 임기홍 방자, 박철호 신임목사로 캐스팅을 바꿔서 관람했다.

"미친 가창력"이라는 홍광호가 보여 줄 배비장이 살짝 궁금하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면 홍광호는 나랑 참 안 맞는 배우다.

그런 배우군이 몇몇 있다.

최정원, 남경주, 차지연, 임혜영, 강태을, 문종원...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성향이나 오해는 마시길!)

어쨌든, 작품 자체가 워낙에 좋기도 했고

<맨 오브 라만차> 이후 홍광호의 변화도 좀 살펴보고 싶었다.

그동안 배우 홍광호의 이력을 보면서 너무 앞서가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대작의 주인공을 주로 하다보니 "미친 가창력"은 어쨌든 인정은 하겠는데

섬세한 연기나 강약 조절을 못하는 게 늘 불만이었다.

그런 홍광호가 어디까지 와있는지가 궁금했다.

(내 선입견을 깨부숴줬으면...) 

 

김선영 애랑은 정말 원숙미와 노련미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 했다.

그녀 스스로도 이 작품이 앞으로 자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거라고 말했다는데

정말 원없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녀, 진정으로 만개했다.

"양반의 상투'를 부를 땐 표정과 시선이 너무 좋았고

수포동 폭포에서의 춤은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그 김선영이 맞나 싶을 정도다.

배비장과의 2인무에서는 살짝 모던발레스러운 것이 고급스러운 은근함도 느껴진다.

개구멍으로 들어온 배비장과 정을 나누려는 찰나,

배비장의 진심을 알고 난 후 애랑의 감정이 반전되는 장면 표현도 정말 압권이었다.

그녀만큼 이 역할을 이렇게까지 잘 표현할 배우가 과연 있을까 싶다.

매 장면마다 작품과 배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그래서 그녀의 애랑을 보고 있으면 배비장도 아니면서 주책없이 마구 설렌다.

배우 김선영!

확실히 현명했고 탁월한 선택을 했다.

 

홍광호 배비장.

사람들이 늘 말하는 것처럼 정말 노래 잘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성량으로 승부수를 띄워 "미친 가창력"이라는 기존의 찬사를 고수하는 것보단

감정적인 측면에서 더 세밀하게 접근했어야 할 것 같다.

때론 그에게 붙는 이 수식어가 그의 한계처럼 느껴진다.

너무 가창에 신경을 써서 은근한 맛이 제대로 살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껏 홍광호가 해왔던 배역보다는 편안해보이긴 했지만

확실히 최재웅 배비장보다 전체적으로 느낌이 덜했다.

개인적으로 그가 대작보다는 중극장이나 소극장 규모의 작품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연기적인 부분이 일취월장할텐데...

임창정과의 <빨래> 이후 전무하지 않았나?

배우가 자기 나이대의 배역을 한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그도 분명 알고 있을텐데...

그럴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행운이기까지 한가!

항상 선배들과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라 어딘지 애늙은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뭔가 한 시기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도...

(이해될까?)

 

임기홍 방자는 나쁘진 않았지만

(나쁠리가 있겠는가! 멀티맨 조연계의 최고봉 임기홍인데!) 

개인적으론 김성기 방자가 훨씬 좋았다.

임기홍은 개인기 위주로 좀 깨방정스런 연기를 보여줬고

김성기는 더 능청스럽고 맛깔나는 방자를 보여줬다.

방년 19세 방자를 연기하는 48세 김성기라!

이 설정 자체가 이미 해학이고 골계미(?)다.

연륜과 경험은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스킬이다.

원종환은 정비장도, 춘홍이도 너무 맛깔스럽게 잘했고

(성별을 넘나들며 두 배역 전부를 그야말로 떡주무르듯 주무른다.)

앙상블은 프리뷰때보다 훨씬 단정해지고 안정적이다.

의상과 무대, 조명의 색감은 역시나 활홀했고...

정성껏 잘 만든 작품이라는 게 너무 여실하게 보인다.

두고두고 꼽아봐도 짧은 공연기간이 영 아쉬운 작품이다.

이쁘고 몹시 사랑스럽다.

"살짜기"가 아니라 대놓고 자주 와줬으면 좋겠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4. 13. 06:26

뮤지컬 <빨래>

 

일시 : 2012.04.07 ~ 2012.09.30

장소 : 학전그린 소극장

출연 : 최주리, 김혜진 (서나영) / 이진규 (솔롱고)

        이정은, 강정임, 김국희 (주인할매) / 김송이 (희정엄마) 

        최정훈 (구씨) / 김태웅 (빵)

        김태경 (마이클) / 송은별 (여직원)

대본 : 추민주

작곡 : 민창홍

연출 : 추민주

주최 : 명랑씨어터 수박

 

뮤지컬 <빨래>가 벌써 11차팀 공연을 시작했다.

2005년 초연된 이후로 꿋꿋하게 대학로 소극장을 지키고 있는 착실하고 성실한 뮤지컬이다.

물론 중간에 임창정과 홍광호가 솔롱고로 투입되면서 연강홀에서 잠시 공연되기도 했지만 역시 <빨래>는 소극장에서 공연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빨래>는 추민주 연출이 대학시절에 만든 작품이란다.

그야말로 잘 낳아서 정성을 들여 무럭무럭 잘 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작품들이 몇 개 있다.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 <인당수 사랑가>, <김종욱 찾기>, <빨래>

앞의 두 작품은 마지막 공연을 한지 꽤 오래 됐지만

(개인적으로 다시 공연됐으면 좋겠다. 괜찮은 작품들인데...)

뒤의 두 작품은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대학로를 지키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할매역의 김국희, 희정엄마 김송이의 열연은 참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사진을 보니 실제 나이는 많아 보이지 않던데...

역시 배우는 배우다!

나영과 솔롱고를 제외하면 다른 출연자들은 전부 멀티맨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참 영리하게 잘 구분해서 연기한다.

이 작품을 하고 나면 출연 배우들 모두 껑충 키가 자라있을 것 같다.

정말 오랫만이다.

소극장 공연에서 이런 느낌을 느낀 게.

너무 성실해서 <빨래>는 신비롭다.

그래서 아깝다.

<빨래>가 소극장 작품이라는 게.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그래도 <빨래>는 내내 소극장에서만 공연됐으면 좋겠다.

커진다고 발전하는 건 아닐테니까.

작아도 꾸준히 진화할 수 있다는 걸 <빨래>라는 작품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서울살이"도 그리 구질구질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서울살이.

나도 역시 참 힘들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2. 27. 06:27
군을 제대한 주지훈의 복귀작으로 한때 화제가 됐던 뮤지컬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주지훈은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본인의 강한 의지와 남다른 각오와는 다르게 갑작스런 성대 결절로 결국 하차하는 비운(?)을 겪었다.
덕분에 오디컴퍼니는 초비상사태에 직면했다.
공연 개막일은 점점 다가오고
홍광호 원톱으로 작품을 끌고 가기엔 티켓파워도 불안하고 공연기간도 너무 길다.
일단 몇몇 공연을 취소하면서 홍광호 단독으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오로지 신춘수이기에 가능한 일어었겠지만
주지훈의 하차를 조승우라는 핵폭탄으로 땜방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신춘수가 새 작품을 올리면서 조승우에게 프로포즈를 안 했을리 없었겠지만 조승우는 첫 프로포즈에서 <닥터 지바고> 대본을 읽고 전혀 끌리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했다.
주지훈 하차가 결정되고 다시 프로포즈가 왔을 때는 심지어 기분이 상했노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결국 출연을 결정했다.
홍광호가 핸드폰 문자로 보낸 성경 구절 하나 때문에...
나도 기독교인이긴 하지만 종교의 힘은, 아니 기독교의 힘은!
너무 무섭다.
(오디는 당분간 고마운 홍광호에게 잘해야 겠다!)
 




나의 첫 <닥터 지바고> 캐스팅은 홍광호, 전미도였다.
"미친 가창력"이란 찬사를 듣는 홍광호가 표현하는 유리 안드레비치 지바고!
홍광호가 노래를 잘 하는 건 나 역시도 인정한다.
선입견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쩐지 그가 부르는 노래는 전부 CCM 같다.
그래서 오히려 다양성과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솔로곡은 그나마 괜찮은데
라라와 토냐와 함께 듀엣을 부를 때는 홍광호의 목소리가 너무 강하고 세다.
상대편의 목소리를 악착같이 묻어버리겠다 작정한 듯한 강한 소리.
다른 목소리를 포용해서 조화롭게 아우르는 걸 안타깝게도 그의 노래에서 느껴본 적이 없다.
더불어 연기적인 부분도 많이 아쉽다.
호흡과 대사의 완급 조절을 능수능란하게 하려면 조금 더 연륜이 쌓여야 할까?
그래도 꽤 많은 작품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했었는데 아직 감정 전달이 미숙하다는 건 좀 생각할 부분인 것 같다.
이 작품은 엄청안 크라이막스가 있거나 눈을 확 잡아끄는 충격적인 장면이 있는 게 아니라서
오로지 출연배우들의 연기력과 집중력에 의해 공연의 질이 결정된다.
그러기엔 아직 홍광호는 확실히 미숙하다.
대사와 대사 사이의 틈을 이용하는 영리함도,
톤의 변화로 심경을 담아내는 깊이도 아직은 서툴다.
라라 역의 전미도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기대치에 못 미친다.
때때로 대사 톤이 아무 감정 없이 책을 읽는 것 같았고
노래 역시 불안했다.
너무나 비극적이게도 홍광호의 목소리에 절대적으로 뭍혀 맥을 못춘다.
이상하다.
홍광호, 전미도의 조합은 마치 완성되지 않은 워크샾 공연같다.
이게 단지 연륜과 경험 부족 때문일까?
불안한 두 주인공에 비해
토냐 최현주, 파샤 강필석, 코마로브스키 서영주는 확실히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나는 꽤나 무료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오디의 캐스팅이 늘 <지킬 앤 하이드>의 복기같아 불안하다.
마치 이들이 전속 계약 배우들처럼 느껴진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새로운 작품이 올라와도 어쩐지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 결정적은 약점을 오디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뮤지컬을 보기 전에 일부러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원작을 찾아 읽었다.
어쩌다보니 그닥 성실하지 못한 번역본을 읽고 말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장중하고 그리고 조금은 귀족적이었다.
이 엄청난 세계대전의 혼란스런 시대를 어떻게 무대에서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황량했다.
전장씬의 군인들은 숫자가 너무 적어 빈약했고
(세계대전이 아니라 동네 싸움 같았다)
대형 레고 블록을 연상시키는 기차가 나올 때면 번번히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그 중에서  제일 당혹스러웠던 스크린에 비친 영상들.
(뭘 말하고 싶었을까???)
필름을 빠르게 감듯 전개되는 몇몇 장면들은 단지 스쳐 지나가기만 해서 허무했고
파샤와 라라의 결혼장면은 너무 길어 지루했다.
전장에서 느닷없이 욕망 운운하며 라라에게 사랑고백하는 지바고의 모습은
뜬금없어 안스러웠다.
그래도 얀코의 주머니에서 나온 편지를 읽으며 지바고와 라라가 부르는 "Now"는 애틋했다.

오디의 신춘수 대표가 여기저기서 욕을 먹으면서 굳이 조승우에게 프로포즈를 한 이유를
미안하지만 홍광호의 지바고를 보면서 알게 됐다.
이 작품은 노래나 무대, 다른 어떤 것보다 
주인공 지바고가  좁은 스펙트럼 안에서 어떻게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표현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그걸 짧은 기간 안에 최대로 이끌어내 표현할 배우는 확실히 "조승우"가 거의 유일해 보인다.
그리고 실제를 그는 먹을 것 없던 소문난 잔칫상을 열심히 진수성찬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4주라는 짧은 연습기간을 마치고 무대에 선 조승우.
그는 괴물일까?
문득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떠오른다.
(이 말을 이해할 사람 아마 많을거다)

궁금하다.
조승우가 표현할 유리 지바고의 모습이.
그래서 나는 다시 샤롯데를 찾게 될 것 같다.
한 번은 내 눈으로 꼭 봐야겠기에...


                                   Love Finds You


                               It Comes as no Surpris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20. 00:33
또 다시 Jekyll & Hyde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번 공연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재정상태를 all kill 시킬 정도로 all in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제대한 조승우의 복귀작이라는 빅뱅과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 선언까지 겹쳐져서 초반부터 열띤 예매 전쟁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오디 컴퍼니의 광고 문구 그대로 사상 초유의 티켓 전쟁이다)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은 안도의 숨을 쉬고
살아남지 못한 사람은 인터넷 여기저기를 서성이며 가련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함과 더불어 
누군가의 은혜로운 티켓 양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까지는 제발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다.(그러니 제발 지키자...)
그 첫번째가 12월 14일 류정한 J & H였다.
사실 티켓 예매를 할 때 차 떼고 포 떼고 나니까 고맙게도 선택의 폭이 확실이 줄긴 했다.
일단 선민 루시는 내 취향이 아니라 차로 떼버리고
김소현 엠마는 죄송스럽게도 요즘 너무 노쇠한 목소리를 내주시기게 포로 떼기로 했다. 
(이렇게해서 정말 미안하게도 홍광호와 김준헌은 차도 포도 아닌 셈이 되고 말았다...)



공연 초반에 앙상블과 조연들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어 내심 걱정스러웠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계속해서 보고 있는 J & H.
공연을 하는 배우에게도,
중독처럼 몇 번씩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어쨌든 이 공연은 위험한 함정이고 치명적인 유혹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이렇게 얼치기 매니아를 자처하게 된 것도
순전히 2004년부터 J & H가 발단이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일 년에 몇 편씩 보는 게 전부였는데...
물론 지금까지 보면서 실망했던 공연도 있고 끔찍하게 소름돋았던 공연도 있다.
그래서 고운정 미운정 외에도 다른 정이 있다면 그 모든 정들이 다 들어버린 공연이다.
어쩌면 관 속에 들어있던 나를 벌떡 일으켜 세상으로 나오게 한 게 이 공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고마움에 매번 애뜻한 심정이 되버리는 건지도...
매번 J & H가 오픈되면 가슴이 묘하게 아파온다.
그리고 그 아픈 마음은 또 묘하게도 공연을 보고 나면 한동안은 다독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도 항상 또 다른 의미의 이중성과 타협하고 싸우는 중인지도 혹시 모르겠다.



류정한 지킬 그리고 류정한 하이드.
다른 건 말고 그것만 생각하자.
류정한의 지킬은 다정하다. 그러나 폐쇄적일만큼 고집스럽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이기적이다. 그러나 납득이 불가능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지독히 탐미적이다. 그러나 일방적이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냉혹하다. 그러나 불의하지 않다.
류정한 지킬은 순하다 그러나 결정 앞에 단호하다.
류정한 하이드는 비열하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사랑스럽다. 그러나 너무 많이 외롭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잔인하다. 그러나 잔혹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섬세하다. 그러나 작게 표현하진 않는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대범하다. 그러나 손끝과 표정까지 치밀하다.
류정한의 지킬은 유하다 그러나 연약하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본능적으로 파괴적이다. 그러나 근거없는 파괴는 결코 아니다.
류정한의 지킬은...
 류정한의 하이드는...
내겐 그랬다.
어찌됐든 매번 실망이 아닌 지독한 감동을 준다.
비록 그가 결정적인 노래에서 삑사리를 작렬한다고 해도
(설령 그 부분이 "This is the moment" 같은 결정적인 노래에서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이라는 결정적인 부분일지라도...)
그게 최선을 다하는 중에 나오는 실수이기에 조금도 불쾌하지가 않다.
그리고 소위 그 삑사리에 대처하는 류정한의 능숙함과 노련함이 나는 또 좋다.
(편애라고 말한다면... 그렇다! 난 그를 편애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사실 나는 류정한이 J & H 를 다시 한다고 발표했을 때 새로운 해석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
또 다시 달라졌다.
특히 하이드로 분할 때 모습은 다른 어떤 때보다도 확실히 더 거대해졌다.
더 비열해졌고, 더 파괴적이고, 더 음산해졌고, 더 대범해졌고, 더 유혹적이다.
순간순간 본성을 드러내려는 하이드를 막기 위해 애쓰는 지킬은 또 어떤가! 
안스러움과 함께 어딘가 숨겨주고 싶은 깊은 연민마저 느껴진다.
아마도 그는 "마지막"이라는 자신의 말에 지금 책임을 다하고 있는 중인가보다.
매 장면마다 그게 느껴져 나는 또 섬뜩하고 무서웠다.
이 작품을 떠나보낸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아픈 일인지
객석에 앉아있는 나조차도 분명히 느껴질 정도다.
처음엔 분명 지킬로 시작됐는데 류정한의 눈은 점점
한 쪽엔 지킬을, 또 한 쪽엔 하이드를 담는다.
그 눈빛 속에 치열한 싸움이 무대에서 번득이는 집요한 시선으로 드러난다.
다른 사람도 봤을까?
지킬일 때 그의 눈 속에 하이드를.
그리고 하이드일 때 그의 눈 속에 지킬을...
그닥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눈빛은 강렬함 그 이상으로 빛났고 딕션은 어전히 선명했다. 
고요함 속 굳은 결의 뒤에 압박처럼 점점 상승되는 공포감 "The Transformation"
잔혹한 괴기스러움 뒤에 느껴지는 정당하기까지한 통쾌함 "Alive"
소름돋을 만큼 자극적이고 부러울만큼 관능적인 "Dangerous game"
"The way back"의 안타까운 절망과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선택.
섬득하리만큼 잔인한 충돌 "Confrontation"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나는 어터슨의 대사로 배우 류정한에게 말하고 싶다.
"자넨 할 만큼 했네!" 라고...
그리고 엠마의 마지막 대사까지도 빌리련다.
"이제 편히 쉬세요!"



사실은 김선영 루시의 완벽함에 대해서도
(그녀의 춤은 정말 눈부신 발전이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그 빨간 모자는 꼭 집고 넘어가고 싶다.)
조정은 엠마의 불안함 대해서도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만
(전체적으론 엠마에 잘 어울리긴 하지만 성량이 확실히 딸린다. 
 지고지순함도 느껴지지만 왠지 새침떼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류정한, 그에 대해서만 말하련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이미 할 말은 다 해놓고... 쯧쯧!)
아, 참! <스위니 토드>의 비델리 "정현철"을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스트라이드와 스파이더 1인 2역을 하느라 너무 바빴겠다.
(그전까지는 세비지경과 스파이더가 1인 2역이었는데...)
그런데 두 인물의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서 개별화에는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그리고 주교님과 프룹스는 같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볶으신 모양이다.(솔직히 도플갱어인줄 알았다)
새로운 곡 "I need to know"가 추가돼서 기대를 했었는데
(예전에 J & H 내한공연에서 브래드 리틀이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물과 기름같이 동떨어진 넘버라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 내용을 가사에 꾸겨넣어서 랩도 아닌 정체불명이 노래가 되버렸다.
차라리 이 곡을 빼고 예전처럼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애드립같은 코믹 요소가 많이 등장한 건 좀 거슬렸다.
단정해지고 깔끔한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시 Jekyll & Hyde는 나를 수다쟁이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말하나보다.
"첫 정이 무섭다"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0. 7. 05:59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돌아온다.
2004년부터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공연될 때마다 관람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뮤지컬 붐이 일어나게 한 장본인 되시겠다.
나도 꼽아보면 지금까지 거의 20번 정도 관람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우형을 제외한 모든 지킬을 다 봤었다.
초연의 조승우, 류정한 그리고 서범석, 민영기, 홍광호, 심지어 브레드 리틀까지...
이번 2010년 <지킬 앤 하이드>는 10월말 제대하는 조승우 지킬이 과연 언제쯤 공연을 시작할지와
그리고 새로운 캐스팅의 활약이 관건이 될거다.
일단 기본적인 티켓 파워는 꼭 조승우가 아니더라고 어느 정도 성공적이겠지만
조승우가 투입이 되고 나면 엄청난 잭팟이 터질테고,
(나는 조승우 지킬을 볼 생각을 접었다. 도무지 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의 귀신같은 클릭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 그들의 클릭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분명 있다. 그게 뭐지???)
여기에 일본 사키에서 온 김준현 지킬이 어느 정도까지 제 몫을 해줄지가 궁금하다.
조정은의 엠마는 기대 이상일 거라고 충분히 예상햘 수 있고
첫 뮤지컬 대뷔인 선민의 루시는 자신의 색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가 관건이 되겠다.
신춘수 대표는 갸날프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루시로 보여주고 싶다는데 
성공여부는 무대에 서봐야 알 것 같다.
쇼케이스 노래를 들어보니 발음도 부정확하고 노래에 너무 기교를 많이 넣는다.
그래서 분명 한국어로 부름에도 불구하고 마치 팝송처럼 들린다.
아무래도 내겐 김선영 루시가 정답인듯 싶다.



샤롯데에서 2010년 11월 30일부터 2011년 3월 31일까지
4개월동안 장기간에 걸쳐 공연될 <지킬 앤 하이드>
공식적으로도 자신에게 마지막 지킬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류정한의 모습도 꼭 지켜보고 싶다.
무대 위에서 100%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류정한.
그는 아무래도 그의 마지막 지킬을 떠나보내기 위해 엄청난 파워로 무대를 채우리라.
이 작품 이후의 뮤지컬 배우로서 류정한은
또 다른 기점을 맞게 되지 않을까?
김선영 루시 또한 이번 공연을 자신의 마지막 루시일거라 말했는데
그런 모습들이 난 아름답다.
왠지 물러날 때를 잘 아는 사람들 같아서...
아마도 자신들의 자리를 새로운 후배들이 채우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으리라.
류정한의 바람처럼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두 사람이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과 루시말고 다른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들에게도 관객에게도 많이 특별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김소현eh 이번 공연으로 엠마와 아듀했으면 좋겠다.
그녀의 목소리에 이제 너무 나이가 느껴진다.
(이건 노련함과는 또 다른 의미이다)
그리고 배우로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한가지 이미지에 너무 고정된 것 같다.
크리스틴이나 엠마...
고정관념을 깨고 싶지 않는 건지, 깰 수 없는 건지 솔직히 늘 궁금하다.


                 <지킬 : 김준현>                       <엠마 : 조정은>                   <루시 : 선민>

새로운 <지킬 앤 하이드>의 캐스팅.
쇼케이스에서 부른 김준현의 "지금 이 순간"을 들어봤는데 더 많이 집중해야 할 듯.
물론 일본 사키에서 주연으로 공연할 정도면 노래와 연기가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할 수 있지만
사키와 한국의 무대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그도 알테니까...
뮤지컬 <잭 더 리퍼>의 앤더슨 형사에 이어 한국에서 두번째 무대.
모든 남자 배우들의 꿈의 배역인 지킬이 된 김준현.
느낌도 남다르겠지만 책임감도 엄청 느껴지겠다.
더구나 <지킬 앤 하이드>에 관한한 전문가 수준의 귀와 눈을 가졌다고 믿는 마니아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다.
또 다른 스타 탄생이 예고될까?
아직은 모르겠다.
결국은 늘 그랬듯 스타 탄생이 되긴 하겠지만...
미친 가창력이라는 소리를 듣는 홍광호 지킬.
1번 관람했긴 하지만 그는 섬세함이 부족하고 같은 공연 속에서도 기복이 심하다.
개인적으로 발라드와 CM송을 섞어 놓은 것 같은 그의 창법은 나와는 잘 안 맞는듯...
그래도 그에게는 두번째 지킬 무대니까 아무래도 많이 좋아지길 할테지만
"미친 가창력"이라는 찬사에 너무 믿음과 자신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솔직히 나는 그가 조승우 지킬의 카피본 같다)




류정한 지킬, 김선영 루시, 조정은 엠마.
개인적으로 내가 보고 싶은 캐스팅이다.
이들 외에 조연들도 궁금하긴 한데 아직 공개가 되지 않아서 궁금하다.
2008년도에는 솔직히 주교 역할이 좀 실망스러웠었다.
물론 지킬의 역량에 의해 끌고 가는 작품이긴 하지만
조연이나 앙상블의 하모니 역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그야말로 지킬을 맡은 배우가 무대위에 동료들에 의해 작살이 날 수도 있다.
(과거에 그런 장면을 목격해서...)
10월 26일 티켓팅이 시작되면 그야말로 예매전쟁이 시작될테다.
제발 이번만큼은 한 번으로 끝내자고 스스로 부탁하면서
귀신같은 클릭질을 위해 틈틈히 연습이나 해야겠다. (^^)


                                      <김선영, 조정은 "In his eyes">


                                        <김준현 "This is the moment">


                                         <선민 "Someone like you">

 
                                    <소냐 " The New Life>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