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 28. 09:0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어쩌다가 전혀 예정에도 없던 레베카를 보게 됐다.

그것도 다행스럽게 지난번과 캐스팅이 겹치는 배우가 단 한 명도 없다.

(오호라, 비교 살짝 할 수 있겠다~~ ^^)

과장됨없이 우직하게 직구로 승부하는 오만석의 막심이 좀 궁금하기는 했었다.

그리고 호평을 세레모니를 받고 있는 옥주현 댄버스도.

 

오만석 막심,

노래는 좀 약한 편이이지만

예상했던 그대로 우직하게 감정선을 잘 따라가면서 연기했다.

댄버스의 넘버 못지않게 변조와 리듬 변화가 많은 막심의 넘버가 아무래도 그에게는 조금 벅찼던 모양이다.

소위 말하는 삑사리도 여러번 났던 것 같다.

그래도 2막 보트보관소 장면에서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흔들리는 눈빛과 급변하는 감정의 변화를 오만석답게 잘 표현했다.

딕션 역시나 예술이었고!

(이 장면에 나오는 막심의 그 긴 넘버, "칼날 같은 그 미소"가 정말 어려운 노래구나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임혜영 나와 나란히 있는 서 있는 모습은 카차이가 별로 안나서 그런지 별로 이뻐보이지 않는다.

그냥 동년배 친구처럼 느껴져서...

류정한 막심을 보면서도 너무 젊게 설정된 게 아쉬웠는데

오만석 막심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원작에서는 나와 막심과의 나이 차가 상당히 많은 걸로 나오는데

우리나라 라이선스 공연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라이선스에서도 설정은 그게 맞는 것 같은데...

왜냐하면 막심의 넘버에 분명히 나온다.

"넌 너무 어려...." 라는 부분이!

(중후한 느낌의 막심은 오로지 유준상에게만 기대해야 하는 건가!)

 

옥주현 댄버스.

세간의 칭찬처럼 잘한다.

그러나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엘리자벳>에서 루돌프의 관을 부여잡고 통곡하던 장면을 기억한다면

그 장면의 목소리 그대로 옮겨온 게 옥주현 댄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발란스가 영 안맞는게, 

얼굴 이쁘고 몸매도 좋고, 대사할 때 목소리도 젊은 댄버스가

기이하게도 노래할 때만 목소리에 나이든 티를 사정없이 팍팍 낸다.

그런 설정이 음산하고 으스스하긴하다.

흡사 다중인격같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옥주현이 표현하는 댄버스라는 인물은 명백히 스릴러의 주인공 맞다!

"내가 조선의 왕후다"가 아니라 "내가 레케카다!"

뭐 대략 이런 느낌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난감했다.

우리나라 라이선스에서는 아무래도 댄버스를 너무 강력하고 너무 쎄게 표현한 것 같다.

주종이 완전히 뒤바뀐 느낌이 드는게 영 찜찜하다.

레베카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댄버스의 충성심이 느껴지지는 게 아니라

조물주가 창조물에 대해 갖는

일종의 궤도이탈된 소유권 주장 같은 게 느껴진다.

(이런 표현... 나도 참 어이 없다!)

 

임혜영 나는 너무 밋밋해서 존재감 자체가 흐려진다.

하긴 이렇게 막강한 조물주 앞에서 어느 누가 기를 펼 수 있을까!

(여러모로 이 작품의 진정한 피해자 되시겠다!)

최민철 잭 파벨은 에녹처럼 화려한 퍼포먼스로 이 작품을 쇼뮤지컬화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스러웠다.

(에녹의 표현이 내겐 또 다른 스릴러였는데...)

예전에 비해 살이 좀 붙은 게 느끼히고 간사한 느낌을 더 살려주는 것 같다.

(그런데 좀 빼셔야 할 듯... 그러다 둔한 느낌으로 둔갑할 것만 같은 우려가...)

이경미 반 호퍼 부인은 역시나 물 만난 고기라 뭐 달리 할 말도 없고

줄리앙 대령 정의갑도 목소리 톤과 연기 다 괜찮았다.

(이 사람 앞으로 공연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확실히 이 작품은,

댄버스와 막심에 의해 호불호가 좌우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다행히 첫번째 관람보다는 호(好)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나도 참 이상은 하다.

별로 좋은 소리 안 썼는데 호(好)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하니...

암튼 그렇다!

어느틈에 내 취향의 개스팅도 확실히 만들어고!

2차 티켓오픈이 되면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류정한-신영숙-김보경-최민철" 캐스팅이 있는지를.

없으면 미련없이 PASS~~!

 

* 29일에 "류정한-옥주현-김보경-에녹"으로 세번째 관람이 예정되어 있다.

   엘리자벳이 환생한 옥댄버스 때문에 벌써 걱정이다.

   제발 이것 하나만 그녀가 기억해준다면 감사하겠다.

   당신은 결코 "레베카"가 아니라는 사실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19. 09:02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나에겐 판타지와 지독한 현실 두 가지 모두를 느끼게 하는 작품.
이 공연이 올려지면 늘 새롭게 가슴이 두근거리니다.
정조를 만난다는 생각에...
<화성에서 꿈꾸다>의 최고의 히로인 민영기...
그가 정조역으로 분한다면 아마도 나는 공연이 올려질 때마다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확신한다.
(이렇게 먼 길을 찾아서라도 ^^)
브랜드가 되어 버린 배우 민영기.
"이건 영기를 위한 작품이다!"라고
함께 하는 동료들마저도 인정한 배우.
나도 생각한다.
그만큼 이 역할을 완벽히 그리고 성실히 그려낼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하고....
그는 이 작품 속에서는
어떤 찬사를 받는다고 해도 너무나 부족하다.



오랜만에 제대하고 돌아온 "김순택"을 본 기쁨도 크다.
목소리가 좀 다른 것 같아 한참을 쳐다봤다.
그런데 역시 그가 맞다.
<화성에서 꿈꾸다>를 볼 때마다 그의 자리가 참 많이 느껴졌었는데...
덕이, 정조, 이선생의 3중창이 무너질 때마다 함께 무너지던 가슴.
(심지어는 아예 짤리기까지 했었다)
김순택 이선생이 나는 너무나 그리웠었다.
그런데 그가 돌아와 그렇게 무대 위에 서 있으니 왠지 든든하다.



김순택의 반가움을 단숨에 쓸어버린 "덕이"...
역시 완벽한 "꿈길"을 듣는 건 한동안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건가?
조정은, 임강희의 "억이"가 사무치게 그립다.
(큰 키 때문에 껑충했던 덕이의 치마하며...)
덕이를 누가 하게 될지 궁금했었다.
캐스팅 공지도 늦게 디고...
그런데 그녀일 수가...
(차마 이름도 못 밝히겠다...)
여지없이 그녀는 내 예상을 멋지게 빗나가 주는 일 없이
이번에도 나에게 참담함을 안겨줬다.
덕분에 (덕분이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씁쓸하다)
그 빈자리를 민영기가 미친 듯이 채워내고 있었다.
그에게 이 작품이 어떤 의미인지 매번 이해를 하면서도
비어있는 빈 곳들을 차곡차곡 채워내는 그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감탄과 탄복을 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는 정말 좋은 넘버들이 많다.
"산유화", "지금 조선은 몇 시인가?", "나의 고민", "달의 노래", "일어서라! 풀잎들아!" , "꿈길" 
특히 내가 정말 많이 좋아하는 "달의 노래"
이 노래는 제발 민영기 목소리로 하나로만 무대가 채워진다면 좋겠다.
난데없는 칼춤과 우수꽝스러운 가마의 행렬은
좋은 노래의 느낌을 반감시키면서 집중에 상당한 방해를 가져온다.
진정 이 부분을 손상시키지 않고 그대로 둘 수는 도저히 없는건가!!!
그것이 "나의 고민"이다. ^^



나에게는 <정조>에 대한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있다.
더불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며칠 전에 이덕무와 관계된 책을 읽었는데
이 시대는 끝없는 화수분 같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
서자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진정한 인재라면
과감하게 국가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사람.
실학과 실용에 대한 정조의 받아들임과 이해로 인해
우리나라의 역사는 분명 많은 부분 달라졌고 개선됐고 개화됐다.
혁신과 개혁을 이야기할 때면,
나는 늘 이 외로운 달의 군주
"정조"가 떠오른다.
 
 

나는 지금 이 땅에 "정조"가 환생하길 꿈꾼다.
지금은 더더욱 간절히...
묻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은 몇 시인가?"라고.
우리같은 "풀잎"들에겐 역시나 먼 "꿈길"일지라도
나는 정조의 환생을 계속 희망하련다.
위정자들이 주지 않는 희망을
나는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를 보면서
 또 다시 미련스럽게 꿈 꾼다.

 

"꿈길"
 내겐 항상 아름다웠던 노래.
그 노래가
더더욱 그립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