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3. 2. 11:59

 

<리처드 3세>

 

일시 : 2018.02.06. ~ 2016.03.04.

장소 : 예술의 전당 CF 토월극장

원작 : 세익스피어

각색 : 한아름

연출 : 서재형

출연 : 황정민, 정웅인, 김여진, 김도현, 정은혜, 박지연, 이갑선, 임기홍, 김병희 외

제작 : (주)샘컴퍼니

 

개인적으로 한아름 작가와 서재형 연출의 작품 좋아한다.

각자 따로 활동할 때도 좋지만

이 부부가 같이 만든 작품들은 특히 더 좋다.

뭐랄까, 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다.

<메피스토>와 <더 코러스 오브 오이디푸스> 두 작품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 작품더 기대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믿고 보는 천만배우 황정민이 주인공이란다.

비록 부인이 제작하는 샘컴퍼니 작품에만 출연하는거지

몇 년에 한 번씩 이렇게 무대로 돌아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어느 정도 갹색은 했겟지만

세익스피이의 고전 속 대사를 다시 되새길 기회가 생간 것도 개인적으론 너무 좋았다.

세익스피어 희곡의 대사는 한 줄 한 줄이 정말 명문이다.

 

연극은...

다른거 다 필요없다.

황정민의 미친 연기 하나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오그라든 왼손에 절룩거리는 다리, 특수 분장을 이용한 기이하게 뒤틀린 굽은 등.

저 상태로 2시간 가까이 연기한다는게 놀랍다.

정말 연기에 미쳤구나... 싶었다.

리처드 3세의 광기도 황정민의 광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까지 했다.

다른 좋은 배우들의 연기도 다 좋았지만

이 작품은,

황정민을 위한, 황정민 의한, 황정민의 작품이라 하겠다.

손과 다리, 허리를 쭉 펴고 걸어나오는 커튼콜의 모습이...

그래도 더 뭉클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리처드 3세는 기억에 없고, 오로지 황정민만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5. 08:07

<Assasssins>

일시 : 2012.11.20. ~ 2013.02.03.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출 : 황정민

작사, 작곡 : 스티븐 손드하임

제작 : 샘 컴퍼니

출연 : 최재림, 강하늘 (리 하비 오스왈드/발라디어)

        박인배 (존 윌크스 부스), 황정민, 박성환 (찰리 귀토)

        남문철, 정상훈 (세뮤엘 비크), 최성원 (주세피 장가라)

        윤석원 (레온 출고츠), 이승근 (존 힝클리)

        이정은 (사라 제인 무어). 김민주 (리네트 스퀴기 프롬)

        이상준, 김현진, 박영주, 유인혁, 김태민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미국 뮤지컬의 거장 스디븐 손드하임.

손드하임의 <Assassins>이 벌써 우리나라에 세 번째 공연된다.

 

2005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초연,

(그때 캐스팅 정말 어마무지했었지! 엄기준, 오만석, 김무열, 최재웅, 박호산, 최민철 ...)

2009년 신촌의 소극장 The stage에 이어 2012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초연부터 챙겨서 봤던 그 <어쌔신>이,

그것도 대선이라는 기막힌 시기와 딱 떨어지는 이때 다시 세번째 공연을 시작했다.

(괜히 혼자 무지 의미심장해하면서 흐뭇해하고 있는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껏 본 <어쌔신> 중에서 제일 좋았다.

이 멋진 블랙코미디를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의도는 충분히 파악될 수 있게 잘 다듬었었다.

가사와 대사들도 정리가 훨씬 더 잘 됐고

이야기 구성과 장면도 적절하고 이질감없게 수정이 잘 됐다.

초연과 재연때보다는 훨씬 이야기 이해하기가 쉬웠고

에니메이션 활용과 무대, 조명도 훨씬 좋아졌다.

이 작품, 딱 이 정도 무대 규모에서 올리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이 모든 변화가 어디서 온걸까?

황정민 연출의 힘이었을까?

개인적으로 황정민이 연출로서 이 작품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황정민의 첫번째 밥상,

제대로 잘 차린 것 같다.

 

 “그동안 배우로서 진수성찬을 많이 얻어먹었는데 연출가로서 밥상을 차리려니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배우와 팀의 힘을 믿고 함께 만들었다. 연극으로 처음 배우를 시작할 당시 공동작업 하던 때가 생각나 행복했다. 상을 많이 받으면서 스스로 변했음을 느꼈다. (연출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나를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싶다”

 

존 윌크스 부스 박인배, 세뮤얼 버크 남문철, 사라 제인 무어 이정은, 찰리 귀토 황정민.

네 배우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

나머지 배우들도 쥬세피 장가라 최성원과 리네트 스쿼키 프롬 김민주  제외하고는 다 좋았다.

최성원의 장가라는 좀 느끼했고

(근데 어느틈에 최성원이 이렇게 아저씨가 됐지?)

김민주는 연기는 좋았는데 노래가 많이 불안했다.

특히 존 헝클리와의 듀엣은 참 용감하게 느껴질 정도로 불안했다.

 

존 윌크스 박인배는 역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박인배의 또 다른 모습을 목격하자는 의미였다).

일단 목소리 정말 너무 좋았고 연기도 훌륭했다.

다만 숨소리는 좀 조절해야 할 것 같다.

오스왈드 최재림과의 후반부 장면은 거의 두 사람의 숨소리가 80%를 차지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의 박빙의 숨소리 대결때문에 솔직히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최후 승자는 최재림이라고 생각한다. ^^)

최재림은 긴장을 많이 했는지 약간 어색했고

특히 발라디어 때는 좀금 과하다 싶을만큼 가볍다.

오스왈드는 최재웅, 장가라는 박호산(그때는 박정환)이 그래도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세뮤얼 버크 남문철!

오만석, 한지상이 세뮤얼 버크를 연기할 때는 과대망상 환자처럼 느껴졌는데

남문철은 슬픔과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와! 정말 간절하고 절절하더라.

그러면서도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웃음코드도 적절히 활용하고...

정말 부라보였고 너무나 멋졌다.

이정은의 제인 무어도 홍은희, 최혁주보다 훨씬 좋았다.

맛깔스러웠고 정말 막무가내 아줌마 같았다.

조증 환자같았던 황정민 찰리귀토 너무 좋았고...

황정민이 불굴의 마라토너, 제럴드 포드로 나왔을 때는 객석이 제대로 빵 터졌다

 

멀티맨처럼 주연배우들을 계속 활용하는 모습도 재미있었고

조명과 무대 연출도 좋았다.

의상도 대체적으로 좋았는데 호두까기 인형같던 발라디어 의상은 좀...

그래도 전체적으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초연, 재연보다 훨~~~씬!

 

이 작품,

임기 얼마 안남으신 그분께서

꼭 챙겨보셨으면 정말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7. 08:34

<노이즈 오프>

 

일시 : 2012. 05.04. ~ 2012.06.10.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연출 : 백원길

극본 : 마이클 프레인(Michael Frayn)

제작 : 극단 적도

출연 : 장현성, 안신우 / 정의욱, 서현철 / 백원길, 전배수

        황정민, 김광덕/ 김로사, 김나미, 김동곤, 방현숙, 이주원

 

2006년 초연된 당시에 놓쳤던 작품이다.

그때 배우 양택조가 극중 늙은 도둑 역할에 캐스팅됐었는데 간암 초기로 수술이 결정되면서 하차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원래 다른 배역이었던 남명렬씨가 급하게 도둑 역을 대신했던 것 같다.

(보지도 않았으면서 참 별 걸 다 기억하고 있다.)

 

극본을 쓴 작가가 마이클 프레인이라서 좀 놀랐다.

게다가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10년이란 세월을 보냈단다.

내가 본 작품중에서 가장 지적이고 경이로울만큼 학구적이었던 <코펜하겐>의 원작자가 이런 희극을?

그것도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완성했다는 게 또 한 번 경이롭다.

그는 10년 동안 직접 공연장을 찾아다니면서 무대와 배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관객의 반응도 일일히 살피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이 작품을 완성했단다.

그래선가?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하지만 이야기 구성은 치밀하고  왠만한 추리물보다 잘 짜맞춰져있다.

희극작품이지만 빈틈이 없어서 학구적(?)인 인상을 주는 참 묘한 작품이다.

특히 희극작품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밍(Timing)의 정확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TV와 영화에서 지적인 캐릭터 연기를 주로 했던 장현성이 이작품에서 일종의 연기 변신을 한 셈이다.

1막은 장현성 본래의 이미지에 가깝고

2,3막에서는 조금 헐렁하고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내겐 장현성에 대한 고정이미지가 이미 굳게 자리잡혔나보다.

연기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데 보는 내가 어색한 묘한 경험을 했다.

서현철과 황정민 캐스팅이 공연하는 날로 일부러 예매했는데 두 사람의 연기는 확실히 좋았다.

서현철의 표정연기는 특히 압권이다.

김나미의 과장된 사투리 연기도 재미있고

<점프>의 연출자 백원길의 흥분된 연기와 해석불능한 말도 재미있다

백원길은 이 작품의 실제 연출가이기도 해서 아마도 보는 재미가 더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참 재주꾼이다. 이 사람!)

무대 전체가 180도 전환되면서 셋트 뒷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은 역시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되는 무대 정면과, 무대 뒤 배우들의 실제 모습들을 그대로 까발려 보여준다!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보면서 이 상황이 억지스럽거나 과장됐다기보다는 정말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구나 긍정하게 된다.

하긴 앞과 뒤가 다른 게 무대 뿐일까?

(연극의 대사에도 나온다. 이게 다 인생이라고...^^)

특히 배우들간의 불화가 극심해진 3막에서는

무대 뒤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지면서 무대 앞도 난장판이 된다.

결국 수습불가능의 지경까지 이른다.

그 모습이 또 얼마나 재미있던지...

(실제로 이런 상황을 직접 목격했으면 하는 몹쓸 생각도 했다)

실제로 객석에서 사람들의 폭소가 끊이지 않고 터진다.

웃음코드가 많이 떨어지는 나인데도 시종일관 재미있게 봤다.

2막이 시작되면서 조금 지루해지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소위 빵빵 터지기 시작한다.

인터미션까지 포함하면 대략 3시간짜리 공연인데 그 시간이 별로 지루하진 않았다.

그래도 역시 허리는 너무 아프다.

허리 통증도 noises off 됐으면 정말 금성첨화였을텐데...

아!... 아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