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3.01.15. ~ 2013.03.10.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최호중, 이준혁 (한영범) / 전성우, 신성민, 윤소호 (류순호)
임철수 (이창섭), 지혜근 (조동현), 최성원 (신석구)
주민진 (변주화), 이지숙 (여신님)
연출 : 박소영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제작 : 극단 연우무대
2011 CJ creative minds 선정작
2012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최우수 선전장
2012 창작뮤지컬 육성지원사업 선정작
미시여구에 가까운 화려한 이력보다 오히려 훨씬 더 착하고, 성실하고, 가슴 따뜻하고, 뭉클한 작품이다.
30분 분량의 예그린 동영상만으로도 기대감dl 너무 커서 오히려 점점 걱정이 되려던 찰나였다
너무 큰 기대감때문에 혹시 작은 실수 하나에 우루루 혼자 쌓아올린 탑이 무너질까봐....
물론 몇가지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정말 잘 만들었다.
그야말로 갑(甲)이다.
이제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지는 한국전쟁을 모티브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는 장진의 <웰컴 투 동막골>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다른 상상력이 주는 뜻밖의 감동이고 결과물이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문학을 포함한 모든 예술 분야에서 "한국전쟁"에 많은 빚을 질 수밖에 없다.
왠지 숙연해지면서 점점 기억에서 잊어지는 게 죄스럽게 느껴진다.
겪지 않은 그 시간들이 이렇게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게 만들었다는 거!
이 작품이 고마운 숱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예그린 때 참여했던 박해수,문상현,최호승 배우가 함께하지 못한 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그래도 최호중과 전성우, 최성원이 중심을 잡아줘서 다행이다.
북한군 이창섭(임철수), 조동현(지혜근)은 사투리톤이 많이 어색했다.
특히나 임철수는 북한사투리 외에 본인의 고향 사투리톤이 간간히 드러나서 순간순간 더 어색했다.
관람하면서 계속 임철수와 지혜근의 배역이 서로 바뀌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임철수 배우가 너무 코믹한 느낌이라서...
진지하고 무표정한 지혜근 배우가 이창섭을 했었다면 의외의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두 사람의 키차이 때문인지 지혜근 배우가 더 선임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보면서는 더 절감했다.
둘을 바꿨어야 했어....라고.
(나중에 연출님이 좀 진중하게 고민해보심이 어떨지!)
연출적인 부분에서 개인적인 바람 하나 더!
모든 잠들었을 때 저기 멀리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신님이 강림(?) 하는 장면에서
여신이 자고 있는 류순호에게 손을 뻗칠 때 류순호가 눈을 번쩍 떴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정면에서 서로를 직접 대면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극적이었을 것 같다.
(그녀는 그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제일 아쉬운 점은,
무대가 너무 작았다는 거다.
박소영 연출의 말대로 이 작품은 중극장 규모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동숭아트홀이니 연강홀 정도에서 공연됐으면 무대 활용도나 셋트가 훨씬 더 풍성하고 신비감이 있었을텐데...
(어여어여 무럭무럭 자라 더 큰 극장으로 옮겨가거라~~~)
최호중과 전성우는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최호중은 때로는 맛깔스럽게 때로는 진중하게 이야기를 잘 끌어간다.
목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래에 감정을 아주 잘 담아서 보는 내내 자꾸 동화되버리게 된다.
나도 뭔가를 진희한테 주고 싶고...
안녕이라고 손흔들고 싶고...
새가 자꾸 우는 것 같고...
요즘 최호중 배우의 매력을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
게다가 계속 내 기대치를 조금씩 조금씩 끌어올리기까지 한다.
아름다운 미성을 가진 소년의 이미지 전성우.
그가 표현하는 "악몽에게 빌어"는 정말 압권이다.
두려움에 가득한 표정과 떨리는 음성, 아프고 힘든 그 절절한 심정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이 장면에서 연출력과 조명 정말 끝장이다.
쿵쿵 울리는 발박자에 이어 전쟁터에서 시체가 나뒹굴듯 한 명씩 쓰러지는 배우들.
거울이 바닥에 깨지는 것 같은 느낌의 조명효과..
보면서 참 무섭고 두렵고 섬뜩했다.
(정말 숨통을 조여오는 느낌, 그것이었다)
너무나 이쁘고 즐겁고 사랑스러운 넘버들.
"여신님이 보고계셔"와 "그대가 보시기에"는 금방 입에 붙는다
제대로 된 후크송에 아주 제대로 낚였다.
거기다 보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귀염성 있는 그 이쁜 율동(?)들.
(이거 엄청나게 중독성 있다)
"꽃나무 위에"와 "꽃봉오리", "꿈결에 실어"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자장가 같았고
"보여주세요"는 잔잔하지만 거센 울림이 있는 작은 혁명가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넘버들를 히나하나가 전부 주옥같아서 놀라울 정도다.
작지만 크고 깊은 작품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크고 깊어질 작품이기도 하다.
너무나 막무가내로 이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라서 엄마미소가 절로 나온다.
전쟁 중에 만나게 된 여섯 남자의 무인도 표류기(?)
정말정말 잘 컸으면 좋겠다.
요즘 한국 창작뮤지컬의 선전!
정말 멋지다!
그리고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