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1. 5. 13:48

 

<모래시계>

 

일시 : 2017.12.05. ~ 2018.02.11.

장소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원작 : 송지나 "모래시계"

작사, 각색, 연출 : 조광화 / 대본 : 박해림, 조세혁

작곡, 편곡 : 오상준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태수) /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혜린) / 박건형, 강필석, 최재웅(우석)

        박성환, 강홍석(종도) / 김산호, 손동운, 이호원(재희) / 송영창, 손종학 (윤회장)/ 이정렬, 성기윤(도식) 외

제작 : (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SBS

 

나 역시 "모래시계"가 "귀가시계"였던 세대의 사람이다.

SBS가 아직 서울방송이었던 시절,

광복 50주년 특별기획으로 만든 그야말로 엄청난 드라마였다.

그래서 뮤지컬로 제작된다고 했을때 아주 많이 반가웠고

반가운 그만큼 걱정이 됐다.

24부작이라는 대작드라마가 어떻게 무대 위에서 펼쳐질지 솔직히 걱정이 됐다.

보고난 느낌은,

내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는건 인정!

특히 내가 관람한 날의 캐스팅은 탁월했다.

마초적인 김우형 태수와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조정은 혜린,

그리고 검사보다 더 검사스러운 강직함을 가진 강필석 우석.

배우로서 부담감이 큰 배역이었을텐데 밀리지 않고 잘 표현해서 고마웠다.

넘버도 너무 잘 만들었고

다양하게 변주된 "백야(White Cranes)"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휫바람 정말 좋았다.)

무대전환과 활용도 돋보였고 스토리보드 역할을 톡톡히 한 영상도 훌륭했다.

요즘 대형창작뮤지컬을 보면서 느끼는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이 앙상블이구나 절감하게 된다.

이 작품도 앙상블이 갓상블이라는 찬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손동운 재희가 너무굴려서 넘버를 불렀다는거.

솔직히 말하면...

재희를 감당하기에는 손동운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 싶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건 인정!)

"모래시계"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대사,

"나 지금 떨고 있니?"

뮤지컬에서 이 장면을 어떻게 보여줄까 정말 궁금했는데 정면승부 대신

"괜찮아... 잘했다..."

라는 태수의 대사로 아울러 표현했더라.

드라마와 똑같이 하기엔 위험부담이 컸을까?

이래저래 장고끝에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구나... 싶어 이해가 됐다.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웠던건 엔딩.

실제 드라마의  대사 일부분을 자막으로 올렸는데

그냥 혜린과 우석의 감정을 그대로 담은 나레이션으로 끝내면 좋았겠다.

그 뒤에 이어지는 우석의 독백까지 다 살렸다면 훨씬 더 감동적이었을텐데...

재연때는 부디 그래주면 좋겠다.

잘라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대사이기에...

 

혜린 : 이 사람 이렇게 보내는걸로 뭐가 해결됐어?

우석 : 아직은... 아무것도...

혜린 : 그런데 꼭 보내야 했어?

우석 : 아직이라고 말했쟎아, 아직은...

 

(우석) '그럼 언제쯤이냐'고 친구는 묻는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어쩌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먼저 간 친구는 말했다.

         그 다음이 문제야.

         그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그걸 잊지 말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12. 29. 08:38

<12월의 크리스마스>

 

일시 : 2017.12.24. ~ 2018.12.25.

장소 : 롯데콘서트홀

지휘 : 서희태

연주 :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사회 : 원미솔

출연 : 박은태, 이창용, 조정은, 전미도, 김선영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오디컴퍼니주식회사

 

그 시작은 심히 창대하고 좋았으나

그 끝은 기대를 저버려도 너무 저벼렸다...

낮공연은 더 심각했던 모양이다.

욕으로 도배가 됐더라.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 콘서트는

오디컴퍼니의 자만 혹은 욕심이 너무 과했던게 아닌가 싶다.

불과 이틀 전에 같은 공연장에서 관람한 콘서트와 비교가 많이 된다.

오디컴퍼니는...

너무 심하게, 너무 노골적으로 배우를 편애한다.

참 불편하고 싫다.

이날도 배우 이창용과 전미도에게 그 정도빆에 할 수 없었나 불쾌했다.

내가 관계자였다면

이창용에게는"Impossible dream"과 "나비"를 부르게 했을거고

전미도에게는 2곡의 듀엣만 부르고 소개없이 무대를 내려가게 하진 않았을거다.

이창용 말처럼 박은태 단독콘서트에 초대된 게스트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콘서트에세 내 기억에 제일 많이 남은 사람은 김선영이다.

실제적으로 박수를 가장 많이 받은 곡도 김선영이 부른 "A New Life"였다.

여전한 카리스마와 성량은 루시로의 복귀를 간절히 희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김선영이 그러지 않을거라는걸 너무 잘 알기에

정말 오랫만에 듣는 김선영의 소리가 더 반갑고 간절했다.

박은태는 열일했고,

개인적으론 정말 단독콘서트를 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

중간에 아카펠라 그룹의 등장은 뜬금없었고

원미솔 음악감독의 사회도 그다지 특별하진 않았다.

차라리 배우들끼리 진행하는게 훨씬 좋았을거란 생각.

자잘한 마이크 사고도 있었고

프롬프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 레파토리 소개하는 것도 실수하고...

스크린의 공연 영상도 성의가 전혀 없었고,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은 콘서트였다

 

아무래도 오디컴퍼니가 자기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

(신춘수 대표가 그래줄지는 모르지만.)

마에스트로 서희태가 이끄는 60인조의 오케스트라와 정상급 뮤지컬 배우의 출연.

이 두 사실마저도 빛을 잃었다.

솔직히 말하면 오디컴퍼니의 연말 장삿속.

딱 그런 느낌이라 허탈하고 속상했다.

저 좋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로 왜 이 정도의 퀄리티 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지금도 내내 궁금하다.

 

<공연 셋 리스트>

 

<맨 오브 라만차>
1. MAN OF LAMACHA (라만차의 기사) - 박은태,이창용
2. 좋으니까-이창용
3. Impossible Dream (이룰 수 없는 꿈) - 박은태

 

<드라큘라>
4. Please don't make me love you - 조정은
5. Loving you keeps me alive - 조정은,박은태

<Story Of The My Life>
6. 아는 걸 써 - 이창용
7. 나비 - 박은태
8. 눈 속의 천사들 - 박은태,이창용

 

<닥터 지바고>
9. Now - 전미도,박은태
10. On the edge of time - 전미도, 박은태

 

<지킬박사와 하이드>
11. A new life - 김선영
12. I need to know - 박은태
13. In his eyes - 김선영,조정은
14. Dangerous game - 김선영,박은태
15. 지금 이 순간 - 박은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2. 22. 08:26

 

<몬테크리스토>

 

일시 : 2016.11.19. ~ 2017.02.12.

장소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대본, 작사 : 잭 머피(Jack Murphy)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Prank Wildhon)

연출 :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엄기준, 카이, 신성록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 조정은, 린아  (메르세데스)

        최민철, 이상현 (몬데고) / 조원희, 이종문 (파리아 신부) / 조순창, 정동효 (빌포트) / 장대웅(당글라스)

        정택운, 임준혁, 박유검 (알버트)/ 백주희, 난아 (루이자) / 최서연, 해빈 (발렌타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이 뮤지컬을 본 이유는 딱 하나다.

류정한과 조정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남녀 뮤지컬 배우고,

특이 두 배우의 듀엣은 그야말로 격하고 아끼고 사랑한다.

딕션도 정확하고 감성 표현이 탁월한 배우들이라

두 배우가 한 무대에 서면 시너지효과는 엄청난다.

심지어 분명 불호(不好)의 작품이었는데 두 배우로 인해 호(好)가 된 작품도 있다.

그리고...

이번 조합도 역시나 일말의 의심없이 좋았다.

특히 조정은은 역대 메르세데스 중에서 가장 좋았고

내가 생각하는 뮤지컬 속 메르세데스와 가장 근접했다.

목소리도, 연기도, 감성도, 노래도 심지어 모성애까지도.

그래도 역시 가장 놀라운 배우는 류정한.

청춘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의 역량이다. 

게다가 범접하지 못할 관록의 원숙미까지.

원작에 비해 분명 유치한 스토리인임이 분명한데 

이 두 사람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 유치함까지 다 이해되고 곰감된다.

게다가 감동적이기까지...

조정은, 류정한.

이 두 배우가 한 작품에서, 상대역으로 나온다면

그게 어떤 작품이든 앞으로도 지금처럼 쭉 챙겨보겠구나 싶다.

 

청문회가 한창인 개미지옥같은 대한민국.

극 중 몬테크리스토"지옥송"을 투척하련다.

(특히 우병우. 김기춘, 최순실에게!)

 

선물할게, 끔찍한 지옥,

너희들에게

분노한 신의 뜻을 대신하겠어.

부숴줄게, 박살내줄게.

너의 모든 걸.

어서 와, 기다릴게,

지옥의 문 앞에서

더 이상의 자비는 없어.

막다른 곳에.

분노와 두려움뿐

용서는 바라지만

신의 뜻으로.

아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26. 08:3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동안 이 작품과 관련된 떠들썩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관람 여부에 대해 솔직히 고민을 됐다.

그러다 취소마감 시간을 넘겼고

이왕 예매한거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장을 찾았다.

아무래도 날이 날이니만큼 저석매진이 됐고

예상은 했지만 전후좌우 사방이 완벽하게 연인들로 가득했다.

연인들 틈에서 홀로 독거노인의 처량함과 측음함을 풍기며 꿋꿋하게 버텨냈다.

그리고 최종 결론은,

나쁘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또 다시 역시 류정한이로구나... 를 절감하는 시간이었고

배우의 평정심이 작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드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어떠한 잡음에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확실한 control maker다.

일말의 흔들림없이 정면승부를 하더라.

작품에 대해서도. 배우라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더라.

이제 확신이 생겼다.

이 작품과 아주 편안하게 이별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

아쉬움도 후회도 이젠 안 남겠다.

 

지킬의 집요함과 하이들의 편안함.

그걸 하나하나 표현해내는 배우 류정한의 모습은 참 아름답더라.

서로를 견재하면서 버텨내는 지킬의 손, 하이드의 손을 보는 것도,

검은 눈 속에 순간순간 교차하는 두 자아의 모습을 보는 것도,

고통이자 황홀이었다.

"The way back"에서 이번 시즌 처음으로 내가 완벽히 무너졌고

(이 무너짐을 내가 얼마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confrontaton"은 누가 뭐래도 우리 나라에서는 류정한의 단연코 최고다.

두 개의 자아가 하나의 자아로 합쳐지는 모습...

이번에도 또 보고야 말았다.

표현이 하도 거침없다보니 기괴함미저 느껴졌다.

마지막 지킬이라는 다짐이 그를 무대 위에서 이렇게 거대하게 만들었구나...

후회를 만들지 않겠다는 간곡함이 장면마다 느껴진다.

그는...

완벽한 소진(消盡)으로 다시 깨어나고 있구나.... 

극진한 아름다움 앞에 나는 자주 떨렸고 자주 울컥했다.

 

됐다.

나의 지킬은 아걸로 완성이다.

류정한으로 시작된 지킬을 이렇게 류정한이 완성시켰다.

그거면 충분하다.

차고 넘치게 행복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16. 08:5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승우의 목상태가 생각보다 더 좋지 않다.

반짝 좋았졌었는데 감기때문에 다시 최악의 상태가 됐단다.

고음은 시원하게 터져주지 못하고 답답하고 심지어 아예 낮춰서 부르기도 한다.

대사 중간 중간에 자연스런 연기처럼 보이긴하지만 기침도 잦다.

조승우라는 명성에 혹해서 공연장을 찾은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겠다.

화려함과 기교, 폭발적은 성량을 잔뜩 기대했다면 말이다.

그래, 나도 인정한다.

확실히 조승우의 목상태는 안스러울 정도로 좋지 않았다.

어쩌면 배우로서 자신의 몸관리를 성실히 하지 못했다는 질책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그게 참 좋더라.

어딘지 점점 허물어지는 지킬을 보는 것 같아서.

어딘지 점점 절박해지는 하이드를 보는 것 같아서.

저런 붕괴와 절박함 앞에서 폭풍같은 성량이라는게... 뭐 얼마나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난 배우 조승우를 좋아하긴 하지만 오타쿠의 수준은 아니다. 그런 열정... 아쉽게도 없다.)

나의 나이듦이 느껴지는게,

이제는 지킬보다는 하이드에 더 격하게 공감하게 된다.

심지어 하이드가 가엾고 불쌍하기꺄지 한다.

하이드에게 선한 마음이 전혀 없었을까?

모든 악한 것의 총합이 하이드일까?

지킬의 노랫말 속에 답이 보인다.

"미워할순 없죠, 나니까! 나의 또 다른 나니까..."

하이드는 지킬의 강요와 기대(?) 속에 어쩔 수없이 악인이 되어야만했던 가련한 인물일 수도 있겠다.

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에 미처 자라지 못한 아이가 한 명씩 있다는데

하이드가 바로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인정받고 싶어했던 존재.

아마도 그 존재를 인정했다면

하이드는 더이상 악인일 수는 없었으리라.

이번 시즌 지킬을 보면서 부쩍 하이드가 가엾고 불쌍해 아프다.

(나만 그런가....)

더불어 연악하고 가녀린 린아 루시까지 합세하니 비극의 끝판왕이 되버렸다.

지금껏 이 작품을 보면서 루시가 이렇게까지 안스러웠던 때는 정말이지 없었다.

확실히 린아는 기존의 루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린아를 캐스팅한건 아주 정말이지 현명한 선택이었다

여기에 조승우 절친인 조정은 엠마까지...

조정은 엠마는 부드럽게 강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엠마이기도 하고...

조승우, 린아, 조정은의 조합은 묘한 슬픔과 떨림이 있다.

그게 나는 참 좋다.

 

 

SNS도 카톡도 안해서 몰랐는데 지금 이 작품이 아주 시끌시끌하다.

원미솔 음악감독의 SNS글에 올린 누군가의 덧글이 아주 많이 상스러워서....

(무대감독이라고 말도 있던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 이들은 작품을 즐길줄도 모르는 그냥 양아치들이지요! 지네들은 모르겠지만 매출 올려주는 봉이기도 하고요 ^^"

확실히 정신 나간 글을 올리긴했다.

지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사태가 제법 심각해졌다.

오디에서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오디스럽지않게(?) 사과문까지 올렸다.

잊을만 하면 꼭 이런 일이 터지더라.

이쯤되면 <라카지>와 <쓰릴미>때는 차라리 애교라고 할 수 있겠다.

관객들의 지적처럼 지금 이 작품의 퀄리티는 10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타이틀에 적합하진 않다.

나도 오케의 독립투사 같은 연주와 황당한 적이 있었고

재활용센터에서 주워온듯한 무대셋트는 볼 때마다 깜짝깜작 놀란다.

그렇다면 그 비싼 티켓은 다 배우들 출연료에 올인 된건가???

(설마, 오디가???)

그래서 개인적으론 적당한 좌석에서 적당히 보는걸로 타협했다.

이런 일이 생길때마다 나 역시 내 돈 내고 보는 입장에서 솔직히 맘이 편하진 않다.

SNS나 카톡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짧은 덧글을 올릴때조차도

꼭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올린다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처럼 상스러운 표현은 조금 걸려지지 않을까?

SNS와 카톡이 사람들은 점점 예의없고 단정치 못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다.

내가 SNS와 카톡을 싫어하는 이유.

그래서 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을 깃털 하나의 무게감도 없게 만들 수 있다는거.

그거... 세상에 종말이 오는것 만큼 무시무시한 일이다.

 

 

[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오디뮤지컬컴퍼니입니다.

먼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보내주신 많은 관객들의 사랑과 성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SNS상에서, 일부 스태프들의 예의에 어긋나는 지나친 표현으로, 발생한 논란으로 인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아껴주시는 많은 관객 분들께 커다란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그 동안 관객 분들께서 보내주신 사랑과 성원에 어긋나지 않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전(全)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최고의 공연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프로덕션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티켓에 대한 취소/변경에 대한 업무는 티켓매니지먼트 대행사인 “오픈리뷰”를 통해, 별도의 수수료 없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픈리뷰: 1588-5212 / 담당: 곽은선 매니저 / 취소 가능 기간: 12월17일~23일)

다시 한번,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아껴주시는 많은 관객 분들께 깊은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10. 07:3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어쩌다보니 벌써 네번째 관람이 됐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류정한, 소냐, 조정은 캐스팅.

이 안정적인 캐스팅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오랫만에 아주 편안하고 여유롭게 관람했다.

재미있는건,

내가 이 작품의 동선과 조명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거다.

그게 때에 따라선 포커싱에 방해가 되기도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극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지킬을 동선을 그대로 따라다니면서

이번엔 특히나 배우 류정한의 표정과 연기를 더 관심있게 지켜봤다.

확실히 예전보다 류정한의 지킬에선 하이드가

류정한의 하이드에선 지킬이 더 자주, 더 많이 느껴진다.

그것도 아주 간절하고 집요하게.

 

몰랐었는데 지금껏 내가 이 작품을 보면서

하이드가 느끼는 고통에 대해 내내 외면했다는걸 알았다.

아주 단순한 이분법적인 사고로 선과 악을 구별했고

거기에 지킬과 하이드를 곧이곧대로 대입시켰던거다.

(정말이지 보인는게 전부는 아니더라.)

하지만 절실함과 간절함, 절박함은 지킬에게서보다 오히려 하이드에게서 더 느껴졌다.

하이드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위선자들을 단죄하기 위한 시간이.

그러니까 그건 일종의 시한부 생의 선고였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사람이 어떻게 평온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단죄라는 것도 사실은 지킬에게서 비롯된 개인적인 복수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하이드란 존재는,

지킬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당한 가련한 존재였던건 아닐까!

비로소 하이드가 너무 불쌍하고 가여웠다.

하이드의 눈 속에 순간순간 보여졌던 지킬의 눈빛.

그 눈빛을 보면서 가둔 자와 갇힌 자의 절망을 외면하기가 앞으론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다.

 

악의 본질은,

지킬도 하이드도 아닌 "간절함"이었다.

그게 그들 모두를 파괴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26. 07:48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Jekyll & Hyde>가 한국공연 10주년이 됐다.

나 역시 2004년 코엑스 오디토리움 초연부터 봐서인지 감회가 새롭다.


2004년에는 지금처럼 가격대가 높은 것도 아니고 피켓팅도 아니라서 비교적 쉽게 관람할 수 있었는데

(심지어 조승우 회차조차도!)

지금은 광클의 잼뱅이인 관계로 1층에서의 관람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버렸다.

오랜 관극의 이력이 자리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리게도 했고...

지금도 선명하다.

2011년 2월 27일 샤롯데씨어터.

배우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무대가 있던 날.

객석과 무대는 엄청난 회한과 환호에 잠겨있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의미가 이렇게 절박하고 간절한 그리움일 수 있다는게 참 애뜻하고 아픈 시간이었다.

그렇게... 엄중하게 마지막을 선언했던 그가

10주년이라는 타이틀 앞에 아주 책임감있게(?) 무너졌다.

물론 처음엔 그의 복귀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첫공을 마친 그가 말하더라.

"반복해서 죄송하지만 다시 번복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Jekyll & Hyde>한국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에 조승우와 류정한이 빠진다는건...

확실히 말이 안되긴 한다.

그리고 초연부터 함께 해 온 소냐까지도...

 

짧은 후기를 쓰기 전에 고백의 말부터 하자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

나 역시도 너무나 잘 안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안으로 굽는 팔을 가진게 지금처럼 당당한 적도 없었음을 고백해야겠다.

완벽한 공연도 아니었고,

블퀘의 음향은 안타까웠고,

이사회 장면은 조금 많이 밋밋했고,

(이 장면은 여섯명의 Hyde가 무대에서 Jekyll을 향해 야수처럼 으르렁거려야 했는데....)

10년을 계속 사용한 무대는 꾀죄죄함의 진수를 보여줬지만!

(특히 지킬 응접실의 빨간 쇼파는 많이 심했다.

 꼭 재활용센터에서 방금 주워다 놓은 느낌... 묵은떼, 찌든떼, 기타 등등 10년의 세월동안 켜켜이 쌓인 온갖 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류정한의 <Jekyll & Hyde>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새로운 "시작"을 목격하는 걸로도 넘치게 충분했다.

 

10년의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류정한 "Jekyll"은 더 완곡해지고 절실해졌고

류정한 "Hyde"는 더 날카롭고 예리한 단죄(斷罪)의 칼날이 휘두르더라.

그리고 그 칼끝은 상대가 누군인지 정확히 알고 깊게 들어오는 파괴력이었다.

치명상을 안기기에 충분한...

눈과 귀만큼 매혹적이고 매섭고 무서운건 없다는데

나는 또 다시 맨처음 그날처럼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10년의 시간이

나를 아주 먼 곳까지 이끌었다.

아...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이제 "Hyde"까지 진심으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구나.

그걸 지금 저렇게 온 몸으로 거침없이 표현해내고 있구나.

몸과 몸이 만나 무대에서 보여지고, 읽혀지고, 이해되는 언어 속에는

이렇게 잠깐의 여백도 끼어들 틈이 없다는걸 또 다시 목격했다.

젠장!

이번에도 역시 벗어날 재간이 없겠구나.

어떻게든 끝장을 봐야만 내를 놓아줄 작품. 

 

그는 지금 당신들의 눈과 귀에 말을 걸고 있다.

이것이 그의 신중함이다.

그를 보지 않은 사람은 그를 부인하겠지만

그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당신이 보고 듣는 그 모든 곳에

그가 있다.

 

If you are hear, Just remember him!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2. 06:54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어쩌다보니 요즘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드라큘라>와 <더 데빌>의 반복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드라큘라>는 이번주가 끝이라는거!

(예당을 일주일에 몇 번씩 가는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ㅠ.ㅠ)

개인적으로 장르별(?) 드라큘라의 매력도는 게리 올드만 주연의 영화 - 원작 - 뮤지컬 순이다.

특히나 뮤지컬은 지금의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한번 혹은 두번의 관람으로 끝났을 작품이다.

그만큼 류정한-조정은-카이의 세 배우의 힘이 막강했다.

이 세명의 배우와도 막공을 끝으로 이별이라니 한동안 좀 허전할 것 같다.

(그러니까 결국 막공까지 본다는 뜻이다. 헐~~~)

늘 100% 이상의 기량을 요구하는 관객들때문에

길지 않은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출연배우들의 피로도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실망감보다는 안스러움이 크다.

특히 원캐스팅 배우들은 참 고단하겠다.

그래도 그 피로도를 더 깊어진 연기가 충분히 보상한다.

이날도 그랬다.

배우들의 감정이... 너무 간곡했고 간절했고 진심이었다.

그래서 또 다시 완전히 새롭게 몰입할 수 있었다.

 

류정한 드큘 역시나 너무나 좋다.

목이 약간 안좋아 보이긴했지만 너무 하다 싶을만큼 여전히 좋다. 

그야말로 내 모든 혈관의 피를 멈추게 만들더라.

특히 loving you keeps me alive"를 부르는 장면이 어찌나 아프던지

조정은 미나의 눈에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내 눈에도 눈물이 떨어진다.

미나의 결혼하는 장면에서는 마이크가 커진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무섭게 절규한다.

그 모습 보면서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최고의 배우라고 불리는지 또 다시 알겠더다.

감정을 끝까지 끌고간다는거. 흐름을 놓치 않는다는거,

연기와 현실의 경계를... 정말 진즉에 무너뜨렸다.

류정한이 연기하면 그건 그냥 현실이 되는거다.

정말 궁금하다.

도대체 이 분은 뭘 드시기에 이 연세(?)에 이런 연기가, 이런 노래가, 이런 표정이, 이런 감정이 가능할까!

"Fresh blood"는 정말이지 한 장면도 허투루 볼 수가 없다.

개인적으론 <J&H>의 변신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강렬한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변화의 끝이 공포가 아니라 매혹이라 더 그럴까?

단언컨데 "Fresh Boold"는 아시아의 별 김준수 드큘도, 새롭게 부상하는 박은석 드큘도 

류정한 드큘의 표현을 따라오지는 도저히 못하겠다.

앤딩 장면에서 칼을 한 번 더 깊숙이 찌르는 장면도 아주 생생하다.

그러면서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눈길은 미나에게서 절대 떨어질 줄은 모른다.

얼마나 간절라고 또 간절했으면...

극강의 감정몰입이더라.

류정한은...

역시나 타의추종을 불허할만큼, limited 그 이상이 되버렸구나...

 

이날은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배우들 감정이 너무나 좋았다.

2막에서 카이 조나단의 "Before the summer ends"도 너무 아프고 슬펐다.

우는 남자... 너무 찌질해보여서 싫어하는데,

카이의 절절한 음색과 깊어진 감정에 그냥 그대로 무너졌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뒤돌아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까지

조나단으로서도, 카이로서도 참 진심이더라.

사실 처음엔 살을 뺀 모습을 보면서 상체를 보여줘야해서 그랬나보다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드라큘라에게 피를 빼앗겨 쇠약해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무리한 체중감량을 했다는 카이의 말에 많이 놀랐다.

카이란 배우는 조나단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노력까지 했구나.

그래서 카이 조나단이 내게 이렇게 깊이 다가왔다는걸 알았다.

정말 다행이다. 카이가 조나단이어서...

 

<Dracula>

이런 작품을 내가 만나는구나...

작품보다 배우들이 더 매력적인 작품.

그래서 작품 자체가 좋아지는 작품.

배우들 때문에, 배우들이 배역과 감정을 너무나 잘 살려내서

회차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애정이 깊어져버리게 됐다.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심으로 깊고 깊게 사랑했다.

사랑할 수 잇어서.

참 행복했다.

 

9월 5일 막공을 보면서

어쩌면 나는 혼자 깊은 회한에 잠길지도 모르겠다.

떠나보내는게 뭐가 됐든 항상 아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29. 07:56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김준수 드라큘라 두번째 관람.

원래 김준수 캐스팅으로는 한번만 볼 예정이었는데 조정은 미나와의 합이 궁금해서 뒤늦게 예매를 했다.

의도한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이번주는 그야말로 드라큘라 주간이 되버렸다.

(덕분에 다크써클이 발끝까지 내려올 판이다.)

김준수 드라큘라.

초반보다 연기가 많이 좋아졌다.

감정 표현도 풍부했고 표정도 참 좋았고

특히나 조정은 미나와의 장면은 아주 감성적이고 섬세했다.

둘 사이에 뭔가  알 수 없는 라포같은게 느껴지더라.

그런데 넘버들은...

주말에 있었던 해외콘서트의 여파겠지만

김준수 특유의 시원시원한 고음이 충분히 터져나오지 못하고 막혀있더라.

그래도 "She"에서 "Loving you keeps me alive" 이어지는 넘버는 충분히 좋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나를 바라보는 간절한 표정과 눈빛도 너무 좋았고..

컨디션은 김준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다들 안좋아 보였고.

나중에 들은 말에 의하면 드큘 배우들 사이에서 감기가 유행하는 중이란다.

그렇다고 공연의 질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했던건 아니고

살짝 미묘하게 흔들리는 정도.

배우들 모두가 매회 100%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려니 아무리 강철 체력이라도 도저히 남아나지 못하겠다.

어느새 애정하는 작품이 되버려서 나도 모르게 자꾸 안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김준수라는 배우가 폭발적인 고음뿐만 아니라 저음까지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배우가 될 것 같다.

아마 본인도 이 작품을 하면서 저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욕심이 있으니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테고!

뮤지션으로서의 김준수는 전혀 모르지만

뮤지컬배우로서의 김준수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고 싶다.

개인적으론 군복무를 마친 이후 그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때쯤 김준수라는 뮤지컬 배우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까지 보여주게 될까?

해답은 하나다.

그 시간을 기다려보는 것 뿐.

 

그러니 사라지지 않길, 잊혀지지 않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19. 07:50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과거"는 떠올리는 동안은 더이상 과거도, 멈춰있는 시간도 아니다.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일 뿐.

여기 비탄으로 가득한 과거를 가진 한 사람, 아니 한 존재가 있다.

비탄은... 서서히 그 존재의 시간을 바꿔놓는다.

시간의 길이와 시간의 결, 시간의 기능 모두를!

급기야 그 시간은 공간까지 잠식해온다.

결국은 머릿속에, 가슴속에, 심장 속에 완전히 새로운 지형을 들어선다.

결코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유일한 세상.

불멸의 존재에게 다른 불멸의 세상이 열린다는건,

피할수 없는 비극이다. 

방법이 없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수밖에는...

 

<Dracula>

솔직히 말하면 작품 자체는 내겐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매혹당한 이유는,

드라큘라로 무대에 서있는 "류정한" 때문이다.

배우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이렇게까지 온 몸과 마음을 다 던져 맹목적으로 헌신한다는건.

작품을 뛰어넘는 감동이고 전율이다.

숨결도, 움직임도, 목소리와 생각까지도

아니 심지어는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드라큘라를 위해 존재하는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존재하는 이 공간이, 내가 존재하는 이 시간이 이곳 아닌 그곳으로 옮겨지는걸  설명할 길이 없다.

시간과 공간의 틈이...

류정한이라는 배우로 인해 또 다시 열렸다.

때로는 어떠한 저항도 못해보고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있다.

지금처럼...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작품을 보면서 자꾸 눈을 감게 된다.

이건 모든걸 다 놔버리는 침몰의 의미일까?

단언컨데 아니다!

다른 모든 것들을 다 배제하고 그의 소리에만 집중해도

신기하게 모든게 보이고, 모든게 느껴진다.

심지어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소리가 눈을 대신할 수 있다는 걸 깨끗히 인정하는 중이다.

느닷없이 자리잡은 새로운 감각의 출현!

아... 참 다행이다.

혹시라도 내게 무슨 일이 생겨 앞을 못보게 되더라도

류정한의 무대는 지금처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나를 쓸어내린다. 

그의 소리는 가느다란 머리카락의 떨림까지 그려내는 정교한 붓같다.

 

이쯤되면 조금은 무던해질때도 됐건만

나는 또 어쩌자고 매번 경이롭고, 매번 새롭고, 매번 감탄할까!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늘 그랬다..

그 시간동안 류정한이란 배우는 내겐 늘 치명적이고 독보적인 뮤지컬 배우였다.

게다가 그 자리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으로 대체된 적이 없었고

그건 앞으로도 역시 그럴거다.

 

대체라니...

누가 감히 이걸 꿈꿀까!

사로잡힌 자는,

그저 사로잡힌 자의 예의를 다하면 그뿐!

다른 길은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