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7. 8. 22. 09:01

와. 멋지다!

직접 본 게 아닌데도 이렇게 멋진데

현장에서 직접 본 사람들은 얼마나 신비하고 멋졌을까?

초등학교때였나.

부분일식을 본 기억이 났다.

큰오빠는 마당 한켠에 있는 커다란 스텐대야에 물을 담고

만년필용 검은 잉크를 몇 방울 떨어뜨렸다.

그때 오빠가 그랬다.

"일식일 때 맨 눈으로 태양을 보면 눈이 멀 수 있다"고.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말이지만

8살 많은 오빠의 말을 그땐 철썩같이 믿었다.

(게다가 오빠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수재였으니...)

지금처럼 선그라스가 흔치 않던 시절이라

동네 친구들은 샐로판지를 들고 나와 눈에 대고 하늘을 쳐다봤었다.

 

어제 미국을 횡단한 개기월식을 보면서

어린시절 그 장면이 떠올랐다.

다섯이나 되는 형제들은 정말 해가 가려지는걸 자세히 보려고

대야쪽으로 점점 더 가까이 갔고 

그 덕분에 물은 계속해서 참방참방 흔들렸다.

드디어 시작된 일식.

흔들이는 물 속에서도 달에 가려진 해가 이리저리 출렁댔다.

순간포칙처럼 머릿속에 담긴 그때의 기억.

 

어제의 개기월식으로 소환된

어릴적 부분월식의 기억.

껑충 뛰어넘은 시간의 간격.

 

그래서,

달은 늘 신비롭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