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2. 17. 06:34


2005년 여름
뮤지컬 <Man of La Mancha> 초연된다고 했을 때
나는 몹시도... 몹시도... 떨렸었다.
무대 위에서 보게 될 극중극이라니...
(그때 기억이 지금도 참 선명하다)
그리고 그해 여름 무더위를 뚫고 남산에 있는 해오름극장을 참 무던히도 오르내렸다.
(무려 7번이었던가? 8번이었던가?)
그때 세르반테스/돈키호테를 김성기와 류정한이 더블 캐스팅으로 연기했었다.
한창 <Jekyll & Hyde>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류정한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겠구나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했었다.



2005년 공연을 보고 난 후,
아!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배역에 무리하게 욕심을 냈구나,
그리고 나 역시 배우 류정한에게 무리하게 욕심을 냈구나
깨달았다.
그 이후 몇 번의 재공연이 있었지만
다시 <Man of La Mancha>를 찾아 보진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겁이나서...
덜 젊어진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들의 욕심을, 나의 욕심을 다시 보게 될까봐 나는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몹시도... 몹시도...
사랑스러운 이 작품에 어이 없는 욕심만 가득 생길까봐서...



그리고 6년이 지나 보게 된 <Man of La Mancha>는,
몹시도... 몹시도...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류정한이 만들어낸 늙고 허약하고 꾸부정한 몽상가 돈키호테 모습과
이성적이고 재기발랄하기까지한 세르반테스의 모습은
6년 전 모습과는 정말 많이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때 류정한은 배우 류정한을 화려하게 돋보이게 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모습이 낮설어 당황했었다)
6년 후의 그는 배우 류정한이 아닌 세르반테스를 그리고 돈키호테를 모두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나는 그의 발걸음과 그의 눈동자의 움직임,
그의 손동작과 말투를 따라가느라 즐거웠고
그의 구부정한 허리와 벌어진 다리를 쫒느라 내내 분주했다.
내 변변치 못한 어깨까지도 점점 강도를 더해가며 뻐근해져왔다.
언젠가 본 그의 인터뷰 기사.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원작을 읽고서
비로서 케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노라고...
초연 때는 원작을 볼 생각조차 못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원작을 보고 초연 때 자신의 해석이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고...
어쩌면 나는 이 기사 때문에
그의 돈키호테를 그의 세르반테스를 다시 꿈꾸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원작은,
가히 대학교제 원서가 떠오를 만큼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뭐 항간에는 수면용으로 딱이라는 말도 있고... ^^
(머리에 베고 자기에 딱 알맞는 두께긴 하다.)
배우의 케릭터 이해의 유무는
무대 위의 판을 단박에 바꿔 놓는다.
류정한... 이 남자...
점점 더 여우성이 짙어진다. 
(나는 이 남자의 여우성이 무지 참 좋다.)
이 사람이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다.
의외의 캐스팅이 보여 맘이 상하기도 하지만 (도대체 내가 뭐라고...)
국내에 초연되는 이번 작품에서 그가 보여줄 여우성이 나는 또 궁금하다.
(그런데 어쩌자고 유니버설아트센터냔 말이다!!! 거기다가 EMK 제작까지...)



산초 이훈진,
참 귀엽고 그리고 멋진 보좌관!
애드립으로 의심될만큼 그의 연기는 능청스러웠다.
(정말 애드립이었나???)
다양한 표정과 재미있는 행동들,
극의 감초 역할을 너무 잘 해줬고 이 사람 때문에 참 많이 웃었다.
알돈자 김선영,
왜 그러지 했었는데, 역시 김선영이야라고 말 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그녀 때문에 많이 아프고 슬펐다.
"날 짓밝고 가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꿈꾸게 하지 좀 마!"
돈키호테를 항해 외치는 알돈자의 대사는
꼭 지금의 내 심정이었는데...



세르반테스가 감옥의 죄수들을 향해 외친 소리가 귀에 선하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대놓고 말하는 것 같아
문득 민망하기도...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누굴 미치광이라고 부를 수 있겠소?
 꿈을 포기하고 이성적으로 사는 것이 미친짓이 아닐까요?
 쓰레기더미에서 보물을 찾는 것이 미쳐보이나요?
 아니요. 아니요.
 너무 똑바른 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이야말로 미친짓이겠죠!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미친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오!"




세르반테스는 말한다.
"이상 없이 살 수 있는 용기는 없다"고...
돈키호테는 말한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뭐라고 나도 한마디쯤 해야할 것 같은데
막막하다...



개인적으로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이계창.
그의 시니컬한 표정과 말투는 여전히 일품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멋진 무대 배경과
(지하 감옥의 신비감과 무어인이 등장하는 해바라기 씬의 노란 해바라기의 선명함...)
그리고 하나 하나 꼽을 수 조차 없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
"Man of La Mancha", "Dulcinea", " We're Only Thinking of Him"
"Little Bird, Little Bird" , "The Impossible Dream"....
(정말 너무 많다...)



배우 류정한은 말했었다.
뮤지컬 <Man of La Mancha>는
음악적인 완성도와 탄탄한 스토리를 함께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지극히 공감한다.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스스로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마음에 품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작품이라고까지 고백했다.
나 역시 그가 Jekyll & Hyde일 때보다
세르반테스로, 돈키호테로 무대에 서 있을 때가 더 아름답다.
그에게 Jekyll & Hyde가 화려한 기교의 작품이라면
Man of La Mancha는 오랜 깊이의 작품인 것 같아서...
언제 다시 보게 될까?
끝나버린 공연을 생각하면서
나는 벌써부터 Impossible Dream을 꿈꾸고 있다.
너무 아득하다...



<The Impossible Dream>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16. 06:17
몇 년 전 배우 최민식이 연극 <필로우맨>을 하게 될 거라고 해서 기대했었다.
천재 작가 "마틴 맥도나(Martin McDonagh)"의 가장 유명한 작품 <필로우맨>
그러나...
결국 나는 기대하고 있던 연극을 보지 않았다.
(것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연극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이 됐고
나는 연극을 이런 규모의 대극장에서 올릴 수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에 놀라 기겁했었다.



<뷰티퀸>
영국의 천재적인 작가 마틴 맥도나가 25살 되던 해(1996년),
그것도 8일만에 쓴 처녀작이란다.
"포스트 세익스피어"라는 말을 듣고 있는 1970년생의 젊은 작가.
한때 이 작품을 포함해서 그의 작품 4개가 동시에 런던에서 공연되기도 했단다.
단편영화로 아카데미상을 수상도 하고...
참 여러모로 다재다능하시다... ^^
사실 <뷰티퀸>을 보기로 한 건
<필로우맨>의 천재작가 "마틴 맥도나"의 능력보다
연극배우 김선영의 무대가 오랫만에 탐이 나서였다.
 


“아마 엄마는 절대 죽지 않을 거야. 영원히 거기 버티고 있을 거야. 날 괴롭히기 위해서”
“난 절대 안 죽어. 일흔 살이 돼서야 내 장례식을 치르게 될 걸."

모녀간의 대화라고 하기엔 좀 섬뜩하지 않나!
마흔이 되도록 이렇다 할 연애도 못해본 노쳐녀 모린(김선영)
우울증과 방광염을 앓고 있으면서 딸을 곁에 두기 위해
끊임없이 간섭하는 엄마 매그(홍경연). 
아일랜드 언덕배기 외따로 떨어진 곳에 사는 이 두 모녀의 이야기는
이렇듯 치열하고 그리고 섬뜩하다.
연쇄살인범에게 엄마를 도끼로 내려치라는 부탁을 하겠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딸과
그 전에 널 먼저 죽일거라고 말하는 엄마.
(그것도 아주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는 이 모녀의 관계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드문드문 어쩔 수 없이 공감하게 된다.



연극을 보면서 오래 전 봤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이 영화, 정말 끔찍하게 아름답고 슬픈 영화였는데...)
연극은 끊임없이 악을 쓰듯 대화하고 
영화는 끊임없이 침묵같은 독백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에 스며있는 정신 착란과 
주인공들의 이해할 수 없는 이상 행동들이 묘하게 닮아 있고 
그리고 그 행동들이 몽상처럼 아득하다.
모린이 착각 속에서 파토를 만나는 기차역 장면과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영화 속 주인공이 작업장에서 추던 상상 속의 춤.
희망과 절망을 함께 품고 있던 그 두 장면은
묘하게 일치하면서 씁쓸한 이면을 남긴다.
어쩐지...
사람이 미쳐가는 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장면들.



이렇게 사소한 일로 늘 티격태격 다투던 모녀에게 진짜 큰 사건이 발생한다.
매그의 방해도 불구하고 모린이 고교 남자동창 파토(신안진)와
자신의 침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
다음 날 아침 모녀는 파토 앞에서 서로의 치부를
그야말로 경쟁적으로 살벌하게 폭로한다.
엄마는 단 한 번도 딸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며 딸의 정신병동 입원 병력을 낱낱히 날카롭게 들춰낸다.
게다가 딸은 일부러 엄마에게 시비를 걸 듯
한마디 한마디를 가시같은 말투로 여기저기 사정없이 찔러댄다.
굳이 그렇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녀는 교묘하게 엄마에게 끊임없이 날카로운 가시를 박는다.
조용히 그리고 집요하게...
세상 모든 모녀의 관계는,
그래, 어쩌면 이런 끔찍한 집요함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연극을 연출한 이현정 연출가,
그녀의 런쓰루는 다른 연극연습에 비해 길기로 유명하다.
대부분 1~2주의 런쓰루 기간을 갖는게 보통이라는데
이 작품에서 그녀는 4주간의 런쓰루 기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연극은 촘촘하고 그리고 빽빽하게 꽉 차 있다.
(토막 난 생선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오랫만에 머릿속이 치열해지는 느낌.
결국 딸은,
엄마도 파토도 떠난 집에서
엄마가 앉았던 낡은 흔들의자에 앉아
엄마가 둘렸던 낡고 더러운 긴 숄을 꼭 엄마처럼 어깨에 감싼체
엄마와 똑같은 자세로 발을 구르며 의자를 흔든다.
그 안으로 엄마의 목소리가 노래로 흐른다.
(극의 시작은 정확히 그 반대다.
 흔들의자에 발을 구르고 있는 노모의 머리 위로 딸의 노래가 흐른다)
등장인물과 흐르는 노래만 바꿔있는 두 장면이
머리속에 선명히 대비된다.
그리고 완벽히 합치된다.
모린은 매그가 됐을까?
그래, 어쩌면... 그랬을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2. 17. 13:42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
자금의 압박을 받으면서 중독처럼 다시 찾게 된 뮤지컬 영웅.
개그맨, TV 연기자를 거쳐 성공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자리에 안착한 정성화.
그와의 첫 인연을 나는 <영웅>으로 맺었다.



그가 말했었다.
계속 개그맨이나 TV 연기자를 했다면 결코 주인공은 해보지 못했을거라고...
그러나 지금 자신은
돈키호테가 될 수도, 안중근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도 역시 다행이라고...
그를 TV 브라운관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어서...



이토 히로부미의 이희정, 설희의 이상은
조승룡 이토 히로부미와 김선영 설희만을 봤던 나는 궁금하기도 했다.
느낌은...
이희정의 이토는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다.
핏발을 세우는 그의 모습에 혹시 혈압이라도 올라가는 건 아닐지 혼자 걱정했더랬다.
같은 인물을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래도 역시 나는 조승룡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이토가 더 좋다.
설희는...
김선영 설희가 더 경국지색(?)이었고 게다가 춤까지 일품(?)이었다고 해두자.
어쩌면 나는 이상은 설희에게서 명성황후같은 강인함과 단단함을 기대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 기대치와는 너무나 많이 어긋난 느낌...
김선영 설희의 여성스러움과 노래가 그리웠다.
17세 소녀 링링의 소냐는 여전히 발육상태 남다른 몸매를 과시했지만
그래도 노래 하나는 절절하다.
표정이 좀 덜 과장스러웠으면 하는 바램.
몸매도 남다른데 표정도 남달라서 간혹 37세 처럼 느껴지기도... ^^


우덕순역의 문성혁과 조도선 역의 조휘
체가구역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아리랑의 신명과 풍류(?)는 정말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풍류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7살 유동하 역의 임진웅님의 커튼콜 때 감격스러워하던 모습...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역의 민경옥님은 매번 사람을 통곡으로 이끈다.
안중근이 환생해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된다면 
아무 망설임없이 "어미니"라고 부를 것 같다.
정말 안중근 어머니의 모습이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너의 길을 가라"며 정말 등을 떠밀었을 것만 같아서...



커튼콜 때 배우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감격이 담겨있다.
거의 모든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는 무대 위 그들의 가슴은
또 얼마나 벅차고 아득했을까?
<영웅>의 커튼콜을 보면서 나는 또 얼마나 기도했던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아름답게 자리잡아 달라고...


 
누구보다도 감격스럽고 감동스러웠을 안중근역의 정성화.
놀라웠다.
무대 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코 앞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하니 역시나 대단하다 싶다.
노래도 딕션도, 그리고 표정과 연기도 그는 너무나 진지하고 정성스러웠다.
더불어 나는 그의 방향 전환과 그리고 성공적인 안착이
여러 면에서 win win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대사의 강약과 어투에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에겐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아직 그는 시작을 조금 지나왔을 뿐이니까...)
무대 위에서 여우가 되는 법을 아마도 그는 스스로 찾게 되리라.
다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정성화만의 모습을
기어이 찾아낼거라 믿는다.


잊혀질 수도 있는 역사를 이렇게 기억하는 방법이 있다는 거.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의 방법임을 느낀다.
그저 잠시 동안의 벌떡임일지라도
한 번도 심장이 아리지 않은 것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이기에...
<영웅>은 내겐 많은 생각과 말을 하게 만드는 공연이다.
언젠가는 내 거칠고 산발된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보리라 혼자 다짐해본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0. 31. 05:50

안중근 의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
<명성황후>를 만들었던 에이콤에서
도마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대작 뮤지컬 <영웅>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오래 기다렸던 뮤지컬 <영웅>을 보다...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 안중근!



안중근으로 분한 배우 류정한은 말했다.
"그 분이 나에게 빙의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그의 진심은 절실했으리라.
바람 또한 간절함 그 이상의 무엇이었으리라.
그리고 나는
무대 위에서 그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에게 빙의된 안중근의 모습을...



어쩌자고 이런 뮤지컬을 했느냐고...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어떻게 견뎌내려고 하느냐고...
어쩌자고... 어쩌자고... 그예 안중근이 되어버렸냐고
안중근이 되어 조용히 눈물 흘리는 그를 향해
이제 나는 진심으로 묻고 싶다.



실제로 무대 위 그의 육신은 힘겨워 하고 있었다.
안중근의 몸으로, 안중근의 맘으로 결단을 내리고
그 결단을 실행으로 옮겨가면서
숱한 고뇌와 번민들로 160분의 시간동안
그는 실제로 눈에 띄게 점점 야위어갔다.
이토을 저격할 결심을 하며 안중근은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해내야만 합니다!"
그 결단의 절박함과 간절함에 내 육신 또한 마디마디 아리고 저리다.
"해내야만" 한다니...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해내야만 한다니...
대사 하나하나가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그대로 날이 선 칼날이 되어 송두리째 가슴팍을 향해 꽃힌다.



안중근 : 류정한 / 이토 : 조승룡 / 설희 : 김선영 / 링링:



전,후막 70분 모든 장면이 다 충격이고 슬픔이고 통곡이다.
자작나무 숲의 단지동맹에서 
어미가 만들어준 눈물같은 수의를 입고 
사형을 집행받던 그 마지막 순간까지...
깊고 깊은 통곡으로
보는 내내 스스로 너무 힘들고 아파 죽을 듯이 힘들다.
특히 안중근의 법정 장면은 끊임없는 눈물을 흘리며 견뎌야만 했다.
(솔직히 고배건데 너무 많이 힘들고 그 이상으로 아팠고 절절했던 장면이다)

<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 15가지>
 1. 한국의 민황후(명성황후)를 시해한 죄요
 2. 한국 황제를 폐위시킨 죄요
 3. 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맺은 죄요
 4. 무고한 한국인을 학살한 죄요.
 5.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6. 철도, 광산, 산림, 천택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7.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요
 8. 군대를 해산시킨 죄요
 9. 교육을 방해한 죄요
10. 한국인들의 외국 유학을 금지시킨 죄요
11.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 버린 죄요
12. 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요
13.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경쟁이 쉬지 않고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태평 무사한 것처럼 위로 천황을 속인 죄요
14. 동양 평화를 깨뜨린 죄요
15. 일본 천황 폐하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죄

진심으로 "누가 죄인인가?"를 나 역시 감히 그들에게 묻고 싶다...



남겨질 어머니와 가족들을 향한 그의 인간적인 고통과 심정...
그들의 기억속에 부디 자신이 잊혀지게 해달라고 천주께 기도하는 모습.
만일 자신이 성공하게 되서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된다면,
당신께 기도드릴 수 있는 짧은 순간을 허락해달라는 바람.
아프다... 아프다... 잔인하게 아프다...



자작나무 숲에서의 단지동맹처럼
그들의 함성이 잠자는 숲을 깨우듯
어두운 이 세상 깨우는 빛이 되었음을...
어쩔 수 없이 나는 인정하게 된다.
이렇게라고, 이런 방식으로라도
그들이 기억되고 내내 영원한 영웅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내가 감히 이런 걸 바래도 되는 건가.....)

모두가 어울려 사는 지혜.
서로서로 인정하며서 평화롭게 사는 것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조화롭게 사는 것
그것이 "평화"라고 그들은 말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길 꿈꿨을까?
비록 내 몸은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고향에 남겨진 이들만이라도 평안하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꿨을까?
그들이 꾼 꿈으로 인해
지금 내가 여기에 이곳에
이렇게 서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보게 되길 꿈꾼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기를 희망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통곡하길 소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길 기원한다.

아마도 나는
오랫동안 눈과 맘이
아리고 저릴 것 같다.
그리고 그 아린고 저린 칼날같은 예리함을
가능하다면 오래오래 심장 깊이 꽃아 두고 싶다.
<그날을 기약하며...>



* 사진의 일부는 뮤지컬 <영웅> 공식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9. 22. 13:07
<명성황후>, <몽유도원도>, <겨울 나그네>
좋은 창작 뮤지컬을 많이 발표한 에이콤 윤호진 대표.
그가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제작하고 있는
대작 뮤지컬 <영웅>
2009년 10월 26일 월요일,
정확히 안중근의거 100주기가 되는 날
그 첫 공연의 막이 오를 뮤지컬 <영웅>



류정한, 정성화, 이희정, 조승룡, 김선영, 이상은, 소냐
출연 배우만으로 심장이 뛰는 작품.
어디로 꽁꽁 숨었나 했더니
류정한 이 사람,
안중근이 되기 위해 지금 또 치열하게 싸우는 중인가보다.
개그맨에서 탈렌트로
마침내는 뮤지컬 배우로
정말 자리를 잘 잡은 장한 배우 정성화.
그 두 사람이 만들어갈 안중근!



사진은 어쩐지 좀 치매노인처럼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최고의 배우들과 최고의 기획사가 만들어 낼 작품이니
기대가 가득하다.
그리고 이 두 사람,
가슴이 뜨겁겠다.
몇년 전에 봤던 뮤지컬 <청년, 장준하>가 떠오른다.
그때 장준하를 살아냈던 "서영주"도 그렇게 가슴 뜨거웠었는데...



<뮤지컬 "영웅" 시놉시스>

31살 청년 안중근은 제국익문사의 요원으로 단지서약을 통해 나라를 위해 몸 바칠 것을 맹세한다.
조선에서는 최고내시 김내관이 을미사변을 목격한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 설희에게 안중근과 제국익문사들을 소개시켜주며 고종의 비밀자금을 건넨다.
설희는 고급정보를 빼내기 위해 일본으로, 안중근은 독립전쟁을 위해 러시아로 떠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인 형사 와다의 감시와 추격이 불안한 가운데 독립군들의 친구이자 맏형 같은 존재인 중국인 왕웨이와 그의 동생 링링의 식당에서는 어김없이 따뜻한 식사자리가 마련된다.
하지만 그렇게 한 숨 돌린 듯 했던 상황은 무대가 블라디보스토크의 뒷골목으로 변하면서 다시 위기로 치닫고 안중근이 와다의 추격을 피해 연인으로 가장해 링링에게 키스를 하자 링링은 당황하면서도 안중근에게 마음을 뺏긴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야마카시로 무대를 활보하며 추격전을 펼치는 독립투사들과 일본경찰들의 화려한 연기술과 안무가 선보이는 사이 왕웨이는 고문의 휴유증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반면 일본에선 게이샤가 된 설희가 이토의 눈에 들고...
기울어가던 황혼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이토는 설희에게 만주행에 동행해 자신의 시중을 들어줄 것을 권유한다.
러시아에선 대동공보사 최재형을 통해 이토의 만주행을 들은 안중근은 전쟁에서 일본을 상대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토를 암살하는 것만이 세계에 조선이 독립국임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우덕순과 함께 최고의 사격술을 지닌 조도선과 통역을 담당해줄 유동하를 합류시켜 거사를 준비한다.



사격 연습을 하던 안중근과 세 사람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은 설희의 편지를 근거로 이토의 여행지를 따라 암살을 시도할 것을 계획하고 기차를 타고 어둠을 달려 채가구 역과 하얼빈 역으로 향한다.
거대한 배웅 행렬을 뒤로 하고 일본을 떠난 이토의 만주행 특별열차에서는 잠이든 이토를 살해하려 설희가 단검을 꺼내지만 수포로 돌아가고 설희는 자신의 존재를 깨끗하게 지우기 위해 모든 뒷일을 안중근에게 맡기고 기차 밖으로 몸을 던진다.
이토가 씁쓸한 표정을 싣고 기차는 하얼빈으로 달려간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하얼빈의 거리. 링링은 안중근을 쫓아 하얼빈에까지 온 와다의 총에 안중근을 구하다 대신 목숨을 잃고 그의 품에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평안하게 눈을 감는다.
어느새 저 멀리 성당의 종소리와 함께 미명이 밝아오고 그렇게 거사일의 아침이 밝으면 하얼빈 역 플랫폼에 얼굴을 드러낸 이토에게 총을 뽑아 겨누는 안중근.
그리고 7발의 총성...





 
* 출연
   안중근 : 류정한, 정성화
   이토 히로부미 : 이희정, 조승룡
   설희 : 김선영, 이상은
           (명성황후의 죽음을 목도한 궁녀 출신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유혹해 암살을 기도하는 여인)
   링링 : 소냐, 전미도
            (안중근을 짝사랑하는 중국 여인)

* 공연 기간 : 2009. 10. 26 (월) ~ 12.31.
* 공연 장소 : LG  아트센터




10월 말,
내가 기다리고 있는 우리 뮤지컬 <영웅>



그리고 내 친구 태희 ...
힘내라 친구야~~~!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8. 14. 08:00
내가 기다리고 있는
가슴 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8월 30일 드디어 그를 만난다.



<지킬 앤 하이드> 오리지날 팀 내한공연
팬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섰다는  브래드 리틀!
2006년 <오페라의 유령> 팬텀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그가
이번엔 <지킬 앤 하이드>의 히어로로 한국 무대에 선다.
떨리고 흥분되는 마음.
나를 공연의 깊은 늪(?)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던 주범 <지킬 앤 하이드>
심신의 피로와 개인적 금전의 파산을 이끌었던 이 세계 ^^
그가 온다.
또 다시 내게 지름신이 강림하게 될까? ^^



브래드 리틀의 노래와 연기를 직접 보게 된다는 설렘
지독한 기다림이 길다...
우리나라에서 지킬을 공연한 후에
바로 다시 팬텀으로 돌아간다니....
그는 정말 프로다.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때도
1달여의 전 기간동안 계속 무대에 올랐던 브래드 리틀.
그리고 매 공연 그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인정받았다.



제작 발표회때의 브래드 리틀
역시나 카리스마 대단하네.
옆집 아저씨 같이 편안히 생기기도 해 어쩐지 더 정감이 가는....

 

우리나라에 <지킬 앤 하이드>의 폭풍을 몰고 왔던 조지킬 조승우
지금 열심히 군대 생활하겠지.
이 사람이 출연하는 공연은 티켓시장이 완전 전쟁터가 된다.
그리고 자주 초토화가 되고 웃돈이 왔다갔다가 하기도...
정말 갬블러의 주인공인듯....(물론 본인의 의도는 전혀 아니지만...)
늪에 빠져 허우적 거렸던 옛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공연 동영상.
김선영 루시, 조승우 지킬, 그리고 김소현 엠마

 

우리나라에선 "전격 Z작전"
그 환상의 연속극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하셀호프.
그의 지킬 앤 하이드 DVD도 충격적이었는데....
정말 끔찍한 야수같은 모습의 하이드...

 

우리 배우들의 하이드 보다는 확실히 더 포악하다는 느낌.
(뭐 일단 허우대부터 다르긴 하지만... ^^)
조승우, 류정한, 민영기, 서범석, 홍광호, 김우형....
이 많은 지킬 모두 데이비드 하셀호프 앞에선
왠지 너무 왜소한지라....



지킬 앤 하이드의 최고의 노래라 할 수 있는
"This is the moment"
모든 남자 뮤지컬 배우들이 꼭 한번씩은 부르게 되는 노래.
그리고 좌절하게 되는 노래.



긴장된다.
브래드 리틀의 목소리로 듣게 될 "This is the moment"
정말 그러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뿐이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