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델 디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4.10 론다, 꿈으로의 초대
  2. 2015.03.23 시간이 멈춘 중세의 도시 톨레도
여행후 끄적끄적2015. 4. 10. 08:07

아마도,

이 여행의 정리는 아주 아주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리고 사진을 정리하면서 혼자 여운을 즐기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생각하는 동안은 여행은 늘 현재진행형이니까...


누에보 다리를 건너 두 갈래 길 앞에 섰다.

왼쪽으로 내라가면 아랍 목욕탕이, 그대로 쭉 앞으로 가면 론다의 신시가지가 열린다.

잠시 고민하다 아랍 목욕탕은 되돌아 나올때 들러보기로 하고 사진만 담았다.

하지만... 결국 그라나다 기차시간이 촉박해서 달려 나와야만 했다는... 

그래도 이렇게라도 사진으로 흔적은 담았으니 여간 다행이 아니다. 

론다의 아랍 목욕탕은 스페인에 남아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보존상태가 좋단다.

안에는 냉탕, 온탕, 열탕을 이용할 수 있게 3부분으로 나눠져 있고

천정은 채광을 위해서 작은 유리문까지 설치했다.

내부는 아쉽게도 못봤지만 자리잡고 있는 위치만 봐도 너무 좋더라.

뒤로 넓게 펼쳐진 초록 들판에는 소와 양들이 그림처럼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졸음이 몰려올만큼 기분 좋은 나른함.

평온함과 위로.

그 단어밖에는 떠오르지 않더라.




그리고 스페인에서 먹었던 두번째 메뉴 델 디아.

친절한 종업원이 식탁보에 10유로와 14유로 메뉴 델 디아를 하나 하나 써서 설명해주더라.

스페인까지 와서 아직 타파스를 먹어보지 못해서

first 접시는 타파스 모듬을 주문했다.

향신료가 강한 놈이 있긴 했는데 대체적으로 깔끔하고 감칠맛이 났다.

second 메인 접시는 티본 스테이크와 돼지고기 폭찹, 닭고기 요리를 선택했고

동생은 맥주, 조카는 물을, 나는 하우스 와인을 시켰다.

와인은... 거의 한두모금 마시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햇빛 좋은 날, 야외테이블에서의 점심은 그 어떤 성찬보다 훌륭하고 풍족했다.

톨레도에선 포기했던 디저트까지 챙겨 먹고

몸도 마음도 그득한 포만감으로 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누에보 다리를 건너면 기념품 가계가 늘어선 arminan 거리가 이어지고

산 세바스티안 성당을 지나 계속 걸으면 시청사가 있는 두케사 광장이 나온다.

시청사 맞은편에는 있는 건물은 론다의 종교적 상징물로 수호성인에게 봉헌된 산타 마리아 라 마요르 성당.

스페인에 있는 대부분의 성당이 그렇듯

이곳도 원래는 이슬람 사원이었단다.

다른 종교에 대한 일방적인 파괴가 아닌 두 종교가 만나서 만들어낸 오묘한 조화.

스페인의 건축에서 무데하르 양식과 가우디를 빼면 과연 남는게 과연 있을까!

내게는 모두 기묘하고 위대한 신비주의의 연속이다.


눈에 담을 것들이 너무 많고, 

지니친 곳들도 너무 많아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기차 시간이 야속했다.

다음 여행지가 "그라나다"만 아니었다면 

남겨진 일정을 무시하고 론다에 며칠 주저앉았을텐데...

Estacion Renfe를 향하면서도 몇 번씩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던 론다.

못 다 이룬 사랑을 남겨놓고 떠나는 마음이 이럴까?

그렇다면 나는 론다와 사랑에 빠졌음에 분명하다.

지금도 눈물나게 그립고 애타게 보고 싶은 곳,

나의 연인, 론다...



* 알라메다 타호 공원에서 10유로에 구입한 거리 뮤지션의 CD.

  비록 공원에서 듣었을때만큼 감동적이고 뭉클하진 않지만 

  하프와 파이프, 그리고 기타소리는 여전히 좋다.

  특히 새벽에 어둠 속에서 듣고 있으면 고요한 론다가 많이 그리워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5. 3. 23. 08:16

마드리드에 도착한 동생과 조카를 데리고 톨레도로 가기 위해 서둘러 택시를 탔다.

Eliptica 버스터미널까지 택시를 타면 10 유로 정도.

(세 명이 움직일때는 확실히 지하철보다는 택시가 유용하다)

톨레도까지  ALSA 직행버스 왕복요금은 9.77 유로 (5.43 / 4.34)

펠리페 2세에 의해 마드리드로 수도가 옮겨지기 전까지

스페인의 수도였던 도시 톨레도는

그리스 화가 엘 그레코가 너무나 사랑한 도시이기도 하다.

버스터미널에서 나오면 친절한 핑크색 선이 나오니 그걸 따라 이동하라는 정보를 그대로 믿었다.

그런데... 핑크선이... 참 많더라.

결국 소코도베르 광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찾아가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이어졌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해주시긴 하는데

문제는 우리가 에스파냐어를 모른다는 사실.

열심히 설명해주시는데 못알아들으니 그것도 참 죄송스럽더라.

뭐, 어찌어찌 에스컬레이터를 찾긴 했다.

(이게 뭐라고... 무지 반갑더라.)

버스터미널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나오는 에스컬레이터를 찾느라

윗길, 아래길을 얼마나 헤매고 다녔던지...

지도를 볼 줄 모르는 사람이 여행을 하려면

남들보다 5배 정도는 더 걸어다닐 각오를 해야만 한다.

(이런 사람들에겐 구글맵이라고 유용할리 만무하다.)



미로같은 좁은 골목길을 걷는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저 골목을 지나면 말 탄 기사나 수도사가 지나갈지도 모른다는 상상.

그게 현실로 느껴지는 곳이 바로 "톨레도"다.

이런 곳에서 평생을 살게 된다면...

바쁠게 하나도 없을것 같다.

실제로 스페인 사람들의 삶은 참 느긋하고 여유롭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사람에게 스페인의 속도는 복장을 수십번은 터트리게 할지도 모르겠다.

톨레도에서 처음 먹은 "메뉴 델 디아"만 해도 그렇다.

일종의 런치세트인데 저렴한 가격대로 점심때만 먹을 수 있는 코스요리다.

혼자 여행할때는 끼니를 잊기가 일수였지만 조카가 있으니 제대로 된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그런데....

식사 시간만 무려 2시간 정도.

톨레도를 구석구석 둘러보겠다는 생각은 그저 야무진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결국 디저트는 포기하고 식당을 나섰다.

스페인 여행 준비를 할 때 항상 점심은 "메뉴 델 디아"로 먹겠다고 다짐했는데

과감하게 포기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도저히 "금강산"이포기가 안되더라.

내가 또 다시 스페인을 올 수 있을까 싶으니 자꾸 절박해져셔...

여행지에서는 나는 그저 여행자일 뿐이다.

도저히 생활인은 될 수 없다.

그걸 알기에 "식후경"이 멀어지고 "금강산"이 먼저 선택되더라.

(꼭 먹겠노라 다짐한 톨레도의 "마자판"도 결국 못먹었다. 아쉬운 마음에 사진만...)




톨레도 대성당(4uro)은 원래 이슬람 사원이었는데

카톨릭이 이슬람 세력을 물리치면서 그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성당으로 재탄생됐다.

(스페인에 있는 거의 모든 대성당이 똑같은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1226년 건축을 시작해 1493년에 완성됐다니 건축기간만도 무려 270년.

정면에 3개의 문이 있는데 

중앙는 용서의 문, 오른쪽은 심판의 문, 왼쪽은 지옥의 문이다.

톨레도 대성당은 성가대석에 모셔져 있는 성모상이 유명하다.

전세계에서 유일한 웃고 있는 성모 마리아상.

원래 성모 마리아는 슬픈 표정을 짓거나 거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게 대부분인데

여기에 모셔져 있는 성모상은 눈꼬리까지 웃음이 가득하다.

한때는 신성모독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작가도 알려져있지 않다고...)

지금은 많은 관광객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재미있는건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본 대부분의 성모상과 예수상은 

그동안 익숙하게 봐온 서양인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나라 불상의 느낌이 강했.

자비심이 느껴지는 모습.

그 낯설지 않은 친근감때문에 스페인 성당 안에선 카메라에 많이 비빠진다.



톨레도를 출발할땐 정말이지 원대한 꿈(?)을 가졌었다.

마음 속 루트에는 산토 도메 성당도, 산타 크루스 미술관도, 엘 그레코의 집도, 성모 승천 시나고가도, 알카자르도 다 있었다.

하지말 실제로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었던 곳은,

끝없는 헤맴과 Iglesia de S. Marcos와 톨레도 대성당과

겨우겨우 막차로 탔던 소코트렌 탑승이 전부.

그래도 톨레도의 상징인 "대성당"은 놓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분명 저기 저 앞에 대성당이 보였는데 골목을 빠져나오면 대성당이 사라져버렸다.

정말 테세우스도 울고 갈 라비린토스에서 한참을 입구를 찾아 헤매고 또 헤맸다.

비록 산토 도메 성당에 있는 세게 3대 성화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은 못봤지만

끝없는 헤맴끝에 대성당에 찾아

엘 그레코와 티치아노의 그림을 봤으니 그걸로 됐다.

내가 미치게 사랑하는 티치아노의 선명한 붉은 색.

그걸 눈 앞에서 봤으니... 

충분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