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8. 23. 08:25

<Elisabeth>

일시 : 2013.07.26. ~ 2013.09.07.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대본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옥주현, 김소현 (엘리자벳) / 민영기, 이광용 (프란츠 요제프)

        김준수, 박효신, 전동석 (토드)

        이지훈, 박은태 (루이지 루케니)

        김이삭, 노지훈 (황태자 루돌프) / 이정화 (대공비 소피)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주)마스트엔터테인먼트

 

샤토드를 봤다.

뒤늦게 추가 오픈한 시야장애석에서.

예상은 했지만 정말 야무지게 깔끔한 시야장애더라.

게다가 토드의 움직임은 완벽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는 2층 오른쪽 가장 구석 자리.

그래도 개인적으론 가격대비(25,000) 만족도는 아주 높았다.

음향도 좋았고 토드를 뺀 다른 배우들의 모습은 아주 잘 보였고

2층이라도 예당은 무대와 가까워 배우들 표정도 자세히 보였다.

김준수 회차뿐만 아니라 모든 회차의 시야장애석을 다 오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박은태 루케니와 옥주현 엘리자벳, 민영기는 요제프는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명불허전이 되서 다시 언급하는 게 민망할 정도다.

(박은태는 정말 너무나 제대로, 열심히, 잘 논다.)

그러니 오늘은 김준수 토드만 끄적이는 정도로!

일단, 성량 엄청나다.

초연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첫 곡을 부르는 순간 소리에 일단 깜작 놀랐다.

것도 무시무시한 고음으로 기를 죽이는 그런 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단어 하나하나를 꼭꼭 눌려서 부르는 무게감과 신중함이 느껴지는 소리였다.

그리고 초연때는 섹시하고 인기많은 아이돌(?)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뱀"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사악한 사탄의 느낌이 강했다.

물어뜯는 듯한 야성미도 느껴지고 어딘지 게이같은 느낌도 들고...

확실히 작년 토드와 다른 표현이긴 하다.

좀 성숙해졌다고나 할까!

숨소리와 호흡을 의도적으로 이용한 것도 좋았고

(이거 과하면 "변태" 느낌으로 빠질 우려가 있는데 중도를 잘 찾았다.)

특히나 시선을 끝까지 놓치 않고 계속 끌고 가는 모습에서는 연기자로서의 내공도 느껴졌다.

시야도 훨씬 넓어졌고, 토드라는 역할 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를 머릿속에 두고 연기하는 게 보였다.

음이 조금씩 플랫됐던 것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더 좋아진 토드임에는 분명하다.

"죽음은 화가 났어요!"

루케니의 대사가 무슨 뜻인지 제대로 보여준 토드였다.

근데 그 새빨간 입술은 좀...

(예전에 코미디 프로에서 펭귄 분장을 하고 나왔던 심형래가 생각난 건 설마 나혼자뿐일까???)

새로 추가된 토드의 넘버 "사랑과 죽음의 춤 안에"는 박효신 토드때는 가사가 정확히 안 들렸었는데

꾹꾹 눌러 부른 김준수 덕분에 이번엔 재대로 이해했다.

이 곡을 토드의 프롤로그라고 혼자 정의했다.

 

"그림자는 길어지고"는 확실히 루돌프가 약해지니까 작년보다 느낌이 줄었다.

두번 관람 전부 김이삭이었던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공연 내내 작년의 루돌프들이 그리웠던 건 어쩔 수 없었다.

전동석, 류정한의 "그림자는 길어지고"와 김승대의 "내가 당신의 거울이라면"은 다시 볼 수 있다면...

(이 두 곡,정말 대단했는데...)

앙상블이 약해져서 "밀크"가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것과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에서 루돌프의 배가 안 보이는 건 개인적으론 많이 아쉬웠다.

그 배 보면서 참 뭉클했었는데...

(홀로 떠가는 배가 마치 텅 비어버린 엘리자벳의 심경처럼 느껴져었는데)

무대 자체가 바뀐 건 아니지만 배경의 색감이 살짝 변한 것도 아쉽다.

"결혼의 정거장들"에서 루케니가 마리오네트 조정을 안 한 것도 아쉽고...

이렇게 아쉬움이 많은 걸 보니

<엘라자벳>이 내게 특별한 작품이긴 한 것 같다 

이게 다 "나만이 위로하고 자유를 줄 수 있다"고 수없이 말하는 토드 때문이겠지만!

토드의 세계는...

어쩌자고 이렇게 매혹적일까!

 

이 작품의 제목은 확실히 <Tod>여야 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7. 08:35

<엘리자벳>

일시 : 2013.07.26. ~ 2013.09.07.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대본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옥주현, 김소현 (엘리자벳) / 민영기, 이광용 (프란츠 요제프)

        김준수, 박효신, 전동석 (토드)

        이지훈, 박은태 (루이지 루케니)

        김이삭, 노지훈 (황태자 루돌프) / 이정화 (대공비 소피)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주)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은 너무나 유혹적이고 매혹적이다.

내겐 너무 치명적일만큼...

토드의 세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구원처럼 보인다.

그의 품에 안기면

정말 그가 완벽하게 위로해줄것 같다.

그리고 자유로워질 것 같고, 모든 싸움도 끝날 것 같다.

그가 나를 더 나은 현실 속으로 인도해줄것 같다.

tod... tod... tod...

그가 엘리자벳이 아니라 나를 선택하게 할 순 없는걸까?

진심으로.

 

박은태 루케니.

솔직히 나는 박은태의 무대를 보면 늘 아쉬웠다.

특유의 웅웅거리는 딕션도 그렇고

차고 나올 것 같으면서 제자리 걸음만 계속라는 그의 연기력은 항상 2%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남겼다.

그런데 확실히 <JCS>의 "지저스"가 그에게 약이 된 모양이다.

쉼없이 바로 루케니로 무대에 선 그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변해 있었다.

워낙 해설자에 적합한 배우이기도 하지만

작품 전체를 완전히 손 안에 쥐고 흔드는 느낌이랄까?

연기도 훨씬 더 여유로워졌고 자유스러워졌다.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너무 수월하고 깨끗하고 올라가서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고음도 훨씬 듣기 편해졌다.

프롤로그부터 시선을 확 잡더니 극이 끝날 때까지 그 집중도를 흩으러뜨리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도, 그리고 관객까지고 완벽히 손아귀에 쥐고 흔들었던 박은태.

"밀크"는 조금 더 버라이어티해서 혁명적은 느낌이 감소됐지만

다른 넘버들은 완벽한 난장의 판을 벌렸다.

딱 이 시점에서 그가 <NDP>의 그랭그와르를 다시 한다면!

<NDP>의 캐스팅에 그가 빠진 게 점점 더 서운해지려고 한다.

<NDP>가 4년 만에 다시 작품을 올리면서 설마 박은태에게 love call을 안했을까!

절대 안 그랬을텐데...

아마도 그랭그와르의 1순위는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박은태였을거다.

박은태 스스로가 마이클리와 다시 같은 작품에서 만나는 걸 피했을지도...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

그래도 <엘리자벳>의 루케니를 봐버려서 그런지

그의 그랭그와르 부재는 영 아쉽고 아쉽다.

그렇다면 <NDP>를 고사하게 만든 그의 차기작은 도대체 뭘까?

절정의 기량으로 들어선 그가 설마 휴식기를 선포하면서 흐름을 깨진 않을 것 같고...

(기다리면 답이 나오겠지!) 

 

tod(죽음) 박효신!

사실 나는 오장육부로 노래하는 소몰이파의 가수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필에 너무 충만해서 가사전달도 약한 것 같고...

그런데 박효신이 이렇게 내 뒷통수를 제대로 내려칠 줄은 정말 몰랐다.

R&B의 영향이겠지만 일단 숨소리를 너무나 잘 이용한다.

강약조절도 좋았고 액팅의 디테일도 놀랄 정도로 좋았다.

특히 손의 움직임엔 정말 놀랐다.

과도한 소몰이 창법도 어느 정도 자체했고 눈빛은 압권이었다.

박효신 tod는 대단히 매력적이었고, 섬세하게 섹시했고.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초연때 류정한 tod를 보면서는 못느꺘었는데

박효신을 보니 확실히 tod는 엘리자벳보다 더 어린 배우가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제대 후 앨범 작업까지 미루면서 결정한 박효신의 선택은 탁월했다.

새로 추가된 엘리자벳과 토드의 듀엣은 가사 전달이 별로였지만

다른 넘버는 비교적 가사도 잘 들리고 표현력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노래를 잘불러도 호흡이 딸리는 거친 숨소리를 듣게 되면 예민해지는데

박효신은 숨소리를 일부러 조절하면서 교묘하게 잘 이용하더라.

호흡도 아주 충분하다.

"마지막 춤"과 "내가 춤추고 싶을 때"는 옥주현 엘리자벳과의 발란스도 너무 좋다.

서로의 목소리가 마치 은밀히 끌어안는 느낌이랄까!

정말 엘리자벳과 토드처럼.

김이삭 루돌프와의 "그림자는 길어지고"도 나쁘지 않았고...

(그래도 이 넘버는 류정한과 전동석이 정말 최고의 박빙이었지!) 

전체적으로 목소리톤도 배역 자체와 너무 잘어울렸고 특히나 노래 부를 때 소리가 아주 좋았다.

몰랐는데 박효신,

가수로도 배우로도 멋진 가능성과 실력을 갖춘 사람같다.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 무대에서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옥주현 엘리자벳.

박은태 루케지처럼 절정의 기량을 보였다.

연령대가 너무 넓어 자칫하면 어색할 수 있는데 초연때보다 훨씬 느낌이 좋았다.

특유의 이뻐보이려고 하는 것도 많이 줄어들고...

(아무래도 <레베카>의 힘이 크지 않았을까?)

솔로곡 "나는 나만의 것"도 좋았고 토드와의 듀엣도 좋았다.

민영기 요제프와의 듀엣은 환상적이더라. 

특히 2막 후반부 "행복은 너무 멀리에"는 두 사람 다 감성이 절절해서

이번 관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다.

루돌프의 관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도 정말 좋았다.

(옥주현에게 어머니의 감성을 보게 되다니!)

이젠 뮤지컬 배우로서 옥주현은 도저히 인정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새 옥주현은 여우가 다됐다.

그것도 아주 현명하고 똑똑한 여우.

 

대공비 소피는 초연때는 이정화보다 이태원이 훨씬 좋았었는데

(권위와 완고의 차이라고 할까?)

이번에 좀 연기에 변화를 줘서 그런지 딱 맘에 들었다. 

민영기 요제프는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역시나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게다가 더 그윽해지고 깊어졌다.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하차하게 된 윤영석의 아쉬운 마음은

아마도 리틀 윤영석 예담이가 충분히 위로해주지 않았을까?

아빠 닮아 목소리도 좋고, 연기도 잔망스럽게 잘한다. 

(그게 아이의 욕심인지, 부모의 욕심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초연때보다 더 좋았지만

사신들은 너무 화려해져 부담스럽다.

그래선지 "그림자는 길어지고"에서는

비밀스런 음모와 결단의 모습이 아닌 화려한 퍼포먼스가 먼저 보인다. 

(제일 기대했던 장면인데 아쉽다.)

 

원래 <엘리자벳>은 한 번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지금 살짝 재관람을 고민중이다.

뜬금없이 이지훈 루케니가 궁금해져버렸다.

그가 해설자로서 극 전체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도,

밀크와 키치 같은 파격적인 넘버를 어느 정도까지 감당해내는지도 궁금하다.

아마도 이 작품이 이지훈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쉽지 않은 작품에 더 쉽지 않은 인물을 선택한 이지훈의 이유!

그걸 한 번 목격해보고 싶어졌다.

 

역시나,

질문들은 던져졌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8. 07:44

<Jesus Christ Superstar>

일시 : 2013.04.26. ~ 2013.06.09.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 팀 라이스

작곡 : 앤드류 로이드 웨버

연출 : 이지나

음악슈퍼바이저, 편곡 : 정재일

출연 : 마이클리, 박은태 (지저스) / 윤도현, 김신의, 한지상 (유다)

        정선아, 장은아 (마리아) / 김태한, 지현준 (빌라도)

        조권, 김동현 (헤롯)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RUG, CJE&M

 

이 작품, 정말 기다렸다.

2004년 11월에 푹 빠져서 본 후에 무려 9년 만의 관람이다.

그때 이 작품을 보면서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임펙트가 강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을 주축으로 박완규, JK 김동욱이 예수와 유다로 분했었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세종문화회관, 지방투어까지...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지킬 앤 하이드>와 이 작품 덕분에 나 또한 공연관람이라는 몹쓸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 두 작품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부자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진실로 진실로, 진심이다!)

  

예수가 십자가가 못박히기 전 7일간의 행적을 담은 이 작품은,

파격과 경이, 그리고 놀라움의 연속이다.

우리가 아는 기독교적인 신의 아들 예수가 아닌,

그저 한 명의 인간으로 그려진 예수의 모습과

배신을 강요당한 유다의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절망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받았던 충격은

종교와 믿을을 뛰어넘은 그 무엇이기도 했다.

이 작품이 1971년 미국에서 초연됐을 때도 그 반향이 엄청났단다.

예수를 "슈퍼스타"라 지칭한 것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신성모득이라며 데모를 일으키고

심지어 일부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이 곡 자체를 금지곡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단다.

이게 일종의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발휘했는지 작품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 작품만큼 원작에 수정이 가해진 작품도 드문 걸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경기도 공연 첫 날에 마지막 장면을 자체 수정했던 걸로 알고 있다.

(아마도 예수의 부활을 표현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러다 RUG의 반발로 다시 원상복귀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4년도에 이 작품을 여섯 번 정도 관람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앙상블의 파워에 엄청난 감동을 느껴었다.

서울시뮤지컬단이 만들어낸 "The Temple"과 "Make Us Well"은 엄청났다.

특히나 "Make Us Well"은 바닥에서 병자들이 예수를 향해 한 명씩 기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었다.

(아직까지도 그 장면이 주는 공포는 생생하다)

이 작품은 나에게 참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어

모든 장면들이, 심지어는 김문정 지휘자의 손끝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될 정도다.

가야바 최병광의 땅을 파고드는 엄청난 저음도,

안나스 주성중의 찌르는듯한 날 선 고음도,

이연경과 유미의 조심스럽던 마리아도,

빌라도 김법래의 묵직한 저음과 조상원의 천진난만한 헤롯도 다 기억난다.

락커 박완규의 엄청난 허리꺽기와 JK 김동욱의 웅웅거리던 불분명한 딕션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뒤인 2007년에 다시 공연됐을 때 관람하지 않았던 건,

캐스팅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다.

그래선지 이번 공연이 개인적으론 너무 반가웠다.

게다가 마이클리와 박은태, 윤도현, 한지상, 정선아가 캐스팅됐단다.

두말할 필요없이 "Must See!"하기에 충분했다.

 

박은태 지저스는,

얼굴과 표정, 액팅이 참 비장하고 거룩하고, 좋은 의미로 고집스러웠다.

워낙에 고음이 좋은 배우라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이상하게 고음으로 갈수록 목소리톤이 더 가늘어져서 오히려 여성스런 느낌이 강했다.

특히 예수의 대표곡" 겟세마네" 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해져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마지막 부분" 죽이소서! 지금 내 맘 변하지 전" 이 부분의 표현은 좋았다.

원망섞인 체념과 누구도 꺽을 수 없는 확고한 신념이 느껴져서...

그리고 이 부분부터 박은태의 지저스가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39번의 채찍질과 십자가 처형 장면은 본인도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겠지만

보는 나도 너무 많이 힘겨웠고 섬득했다.

(이 작품을 하루에 2회 공연한다는 건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뮤지컬배우 박은태.

정말 기이하다!

매번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때마다 정말 잘할 것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기대만큼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그가 못한다는 건 아닌데 여전히 인물보다는 박은태가 더 많이 보인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엘리자벳>의 "루케니"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이건 박은태가 뮤지컬배우로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하겠다.)

 

다시 한 번 유다로 돌아온 윤도현은 이날 공연의 진정한 갑이었다.

개인적으론 역대 최고의 유다라고 말하고 싶다.

딕션과 연기, 표정도 너무 좋았고 넘버 소화력도 정말 엄청났다.

아마도 정재일 음악감독의 편곡을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한 유다가 아닐까 싶다.

(편곡자 정재일에게 정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정선아 마리아와 조권 해롯도 좋았다.

특히 조권은 등장하는 시간으로 따지면 정말 짧은데

그 짧은 장면을 완벽하게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헤롯타임이 아니라 완벽한 조권타임!

게다가 자신에게 시선이 쉽게 가지 않는 39번의 채질질 장면에서도

무대 제일 위에서 열심이 연기하는 조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기특하단 생각이 절로 든다.

헤롯처럼 임팩트가 강한 역할을 자신의 첫 뮤지컬로 선택한 조권은,

확실히 영리한 아이돌이다.

 

개인적으로 2004년과 비교해보면,

무대와 조명, 편곡은 지금이 훨씬 좋았고

번역과 앙상블은 2004년도가 훨씬 좋았다.

가사의 일부를 영어 그대로 사용한 건 나쁘지 않았는데

번역 자체가 좀 투박하고 라임에도 잘 맞지 않는다.

쏭스루 뮤지컬인데 가사가 너무 성급하거나 느리다.

(이 표현이 이해가 될까?) 

빌라도 지현준은 딕션이 뭉개져서 잘 들리지 않았고

39번의 채찍장면에서는 예수보다 본인이 훨씬 더 괴로워하면서 바닥을 기어다녀서(?)

시선을 산만하게 분산시킨다.

가야바, 안나스는 사실 좀 참혹한 정도였다.

최병광의 비현실적인 저음과 주성중의 간교한 고음이 참 많이 그리웠다.

2막 첫 장면에서 최후의 만찬 장면이 좀 상징적으로 변한 것도 조금 아쉽다.

2004년도에 예수와 유다가 긴 테이블위에서 서로 대적하는 장면을 꽤 인상적으로 봤었는데...  

유다와 앙상블의 "Superstar"도 느낌이 확 달라졌다.

예전엔 쇼걸같은 천사들이 검은 옷과 흰옷을 나눠입고 무더기로 나와 쇼뮤지컬같은 느낌을 줬었는데

지금은 도입부분은 유다와 4명의 뽀글머리 코러스걸이 나와서 약간 코믹하게 변한 것 같다.

2004년도에 이 장면이 주는 파격적인 표현과 느낌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선지 유다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훨씬 늘어난 것 같다.  

 

이번 무대세트는 삭막하고 극도로 건조한 사막을 떠올리게 해서 좋았다.

(2004년도에 웅장한 성곽을 느낌의 무대 셋트도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이지나 연출.

그녀의 작품에서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첫장면부터 시작해서 <바람의 나라> 오마주를 여러번 목격했다.

솔직히 이게 이지나가 그렇게 연출을 시도한건지,

아니면 워낙에 수정을 꺼려하는 RUG라 오리지널에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쁘지 않았다는 거다!

 

올 해 <JCS>가 다시 공연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워낙에 애정하는 작품이라

혹시라도 실망을 하게 될까봐 조금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

아주 좋았다.

그리고 기대중인  마이클리 예수로 두 번의 관람이 아직 남아있다.

마이클리가 보여줄 예수!

이번 주말에 드디어 확인할 수 있다.

 

좀 설랜다.

사실은 아주 많이...

 

 

 

Act I.
1. Overture
2. Heaven On Their Minds (유다)
3. What`s The Buzz (지저스, 마리아, 제자들)
4. Strange Thing, Mystifying  (유다, 지저스, 제자들)
5. Everything`s Alright (지저스, 마리아, 유다, 제자들)
6. This Jesus Must Die (가야바, 안나스, 앙상블, 사제들)
7. Hosanna (가야바, 지저스, 제자들, 군중)
8. Simon Zealotes (시몬, 제자들)
9. Poor Jerusalem (지저스)
10. Pilate`s Dream (빌라도)
11. The Temple/Make Us Well (지저스, 상인들, 환자들)
12. Everything`s Alright - Rprise (마리아, 지저스)
13. I Don`t Know How To Love Him (마리아)
14. Damned For All Time / Blood Money (유다, 가야바, 안나스, 사제들, 사자들)

Act II.
15. The Last Supper  (유다, 지저스, 제자들)
16. Gethsemane- I Only Want To Say (지저스)
17. The Arrest (유다, 지저스, 베드로, 제자들, 가야바, 안나스, 군중)
18. Peter`s Denial (베드로, 마리아)
19. Pilate and Christ (빌라도, 지저스, 안나스, 군중)
20. King Herod`s Song (헤롯)
21. Could We Start Again, Please? (마리아, 베드로, 앙상블)
22. Judas` Death (유다, 가야바, 안나스, 사자들)
23. Trial Before Pilate / 39 Lashes (빌라도, 가야바, 안나스, 지저스, 군중)
24. Superstar (유다, 코러스걸)
25. Crucifixion (지저스, 앙상블)
26. John Nineteen; Forty - One 요한 19장 41절 (오케스트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3. 08:16

<모차르트> 

 

일시 : 2012.07.10. ~ 2012.08.04.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대본 : 미하엘 쿤체 

작사 : 미하엘 쿤체

편곡 : 실베스터 르베이

연출 : 유희성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 뮤지컬 컴퍼니

출연 : 임태경, 박은태, 장현승 (볼프강 모차르트) 

        이정렬, 윤승옥 (레오폴트 모차르트), 임강희 (난벨 모차르트)

        최성희오진영 (콘스탄체 베버)

        민영기, 윤형렬 (콜로레도 대주교) 

        김재만, 김순택 (임마누엘 쉬카네더)

        신영숙(발트슈테텐 남작 부인) / 이경미 (체칠리아 베버)

                                                          

솔직히 말하면 관람 자체를 무지 고민했던 작품이다.

사실 취소하려고 햇는데 시기를 놓쳤고 그러다보니 취소 수수료가 만만치 않아서 그냥 보기로 했다.

세종문화회관 초연때도 나쁘지 않았고

작년 성남아트센터에서 재공연 됐들 때는 아주 좋아서 은근히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예매를 하면서도 연습량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초반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열화와 같은 악평때문에 심난해져버리고 말았다.

후기에 의하면 앙상블과 음향은 거의 재앙 수준이었다.

주인공 모차르트가 아이돌스타 장현승만 빼고는 초연때부터 계속 해왔던 임태경, 박은태이라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EMK가 참 배불렀구나 싶어 좀 씁쓸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만큼은 EMK도 참 뜨끔했겠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은 공연장 자체 음향점검이 절실하다.

매번 공연때마다 음향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는 걸 뻔히 알고 있을텐데

이렇게 무대책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걸 보면 대단한 뚝심이다 싶다.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장인데...)

 

공연 자체는 작년 성남 공연이 훨씬 좋았다.

음향은 정검을 했는지 소문처럼 못들어줄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2부 첫 곡 "여기는 빈"은 가사가 전혀 안들렸다.

음향에 문제가 있으니까 이렇게 자체도 산만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주조연급 배우들이 계속 이 작품을 했던 배우들이라 그나마 침몰의 위기는 넘긴 셈이다.

콜로라도 대주교에서 아버지로 역할이 바뀐 이정렬과

새로운 콘스탄체 김성희와 오진영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개인적인 느낌은...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서범석과 정선아의 빈자리가 좀 크게 다가왔다.

이정열이 표현한 아버지는 서범석보다는 간절과 단단함이 좀 약해서 전체적으로 평이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정열의 연륜과 경험은 확실히 무시할 순 없다.

제작나가 연출가는 배우 정선아를 캐스팅할 때 꼭 그 다음을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정선아라는 배우는 배역에 자신의 이미지를 아주 강력하고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 같다.

<아이다>도 그렇고 <모차르트>도 그렇고

(물론 <아가씨와 건달들>이나 <광화문연가> 처럼 각인에 실패한 경우도 있긴 하다.)

내 눈과 귀가 정선아 콘스탄체에 너무 완벽하게 익숙해져버려선지 모르겠지만 

오진영 콘스탄체는 좀처럼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난 예술가의 아내라"에서 정선아는 상당히 도발적이라 매력적이엇는데

오진영은 일상에 지치고 치든 여자로만 느껴졌다.

발트슈테텐 남작 부인 신영숙의 <황금별>은 이 작품의 제목을 무색하게 만들만큼 여전히 대단했고

(도대체 이 배역을 누가 감히 하겠다고 나설까?)

체칠리아 베버 부인 이경미 역시도 늘 볼 때마다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부르는 "구세주를 기다려요"를 들으면 나는 기꺼이 그녀의 구세주가 되고 싶어 안달난다.

아마도 나는 베베 부인을 열렬히 짝사랑하는가보다. ㅋㅋ

김재만 쉬카네더.

(정말 오랫만에 김재만 무대를 봤다)

나쁘지 않았지만 에녹만큼 맛깔스럽진 못해 조금 아쉬웠다.  

 

모차르트 임태경!

사실 점점 연예인이 되어가는 그에게 실망과 걱정이 교차하는 중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뮤지컬 <톤즈>때문에 장현승과 박은태에 비해 합류도 뒤늦게 결정됐다.

(요근래 참 유난히도 다사다난한 임태경이다.)

게다가 나는 작년 연말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있었던 악몽같은 콘서트의 기억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 실망하면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내심 걱정했었다.

임태경의 세 번째 모차르트.

다행이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그가 표현한 모차르트 중에서 제일 아름다웠고 가장 훌륭했다.

뭐랄까, 무대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느낌이랄까?

감정표현도 풍부해졌고 (하긴 그동안 산전수전 참 많이 겪었다)

대사와 액팅도 놀라운 정도로 좋아졌다.

첫곡 "나는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바로 느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무대위로 개통없이 마구 난입하던 음표들은 확실히 재앙이다!)

배우 임태경은 무대에서 시종일관 아주 자유로웠고고 편안했으며

배역에 완벽하게 몰입해 있었다.

소름이 돋을만큼 정제된 열정이었고 예민한 집중력이었다.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간절하면서 당당했고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는 더없이 달달한 러브송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절절했던 넘버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후 부른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감정표현, 목소리 전부 애절하고 간절했다.

표현과 연기가 부족해서 늘  아쉬웠던 "혼란"도 이번 공연에서는 아주 좋았다.

공연을 보면서 생각했다.

조만간 배우 임태경의 <지킬 앤 하이드>를 볼 수 있겠구나 하고...

 

사실 별 기대없이 본 공연이었는데,

배우로서 임태경의 가능성를 목격하는 자리가 돼서 개인적으로 너무 다행이었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다만 짐작되는 건,

이 모든 게 스스로의 고민과 자각에 의한 자발적인 탈피(脫皮)였을거란 추측뿐.

어쨌든 그의 모차르트는,

뒤늦게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됐다.

정.말.다.행.이.다.

 

                                      <나는 나는 음악>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 있어(with 최성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7. 05:48

드디어 <Elisabath>이 우리나라에 공연됐다.
그동안 매니아들 사이에서 기대작으로 손꼽히며 라이센스 공연을 기댜려온 작품이다.
우리나라 공연이 결정되고 캐스팅이 발표나기 전까지 나 역시도 기대반 걱정반으로 기다렸었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후 정확히 20년만에 우리나라에 공연되는 뮤지컬 <Elisabath>
1994년 버전을 유투브를 통해서 봤는데 몇몇 장면의 순서만 바뀌었지 변한 게 전혀 없다.
그만큼 탄탄하다는 증거일까?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엄청나긴 한 것 같다.
<Wicked>의 오리지널 무대와 <레미제라블> 라이센스 공연도 지금 대기중이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고보니 미국과 프랑스의 왠만한 작품들은 거의 소개가 된 것 같다.
이제는 유럽 작품으로 서서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걸 보니.

<Elisabath>
뮤지컬 역사상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란다.
캐스팅 발표후 솔직히 많이 놀랐다.

다른 작품들은 도대체 어쩌나 싶을 만큼 뮤지컬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배우들 거의 전부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출연료만으로도 제작비의 상당부분이 할애되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과하다 싶을 만큼 화려한 무대 장치와 의상, 조명까지.
원작 공연에서도 무대 장치에만 무려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다는데 과연 헛말이 아니었구나 싶다.
주,조연을 망라하고 거의 고음으로 이루어진 넘버들은 듣고 있으면 감탄의 연속이다.
엄청난 화려함과 계속되는 고음의 페레이드가 이 작품의 장점이긴 하지만
반대로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가령,계속해서 움직이는 이중 회전무대는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흡과 체력을 극도로 소모시킬 수도 있다.
(특히나 엘리자벳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대효과중 하나가 어긋나기라도 하면 공연의 집중력이 전체적으로 흐트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연 초반에 조명, 음향 등 무대효과의 타이밍이 어긋나고
토드가 서있는 크레인도 완전히 내려오지 않아 원성을 사기도 했단다.
루케니가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할 때는 줄이 끊어지는 대참사(?)도 발생했다나?
화려한 무대와 조명, 의상 등이 눈의 피로를 가져올 수 있다면
주,조연을 망라하고 계속되는 고음의 향연은 감탄을 넘어 귀의 피로를 증가시킬 수도 있겠다.
솔직히 현재는 첫번째 관람이라 피로보다는 경의로움이 크다.
드디어 류정한과 민영기가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Elisabth>라는 작품이 충분히 의미있고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박은태 루케니 - 류정한 토드
류정한 토드 - 김선영 엘리자벳
류정한 토드 - 전동석 루돌프
류정한 토드 - 민영기 요제프
민영기 요제프 - 김선영 엘리자벳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매력적인 조합이다.
그렇다면 나의 첫 관람은?



엘리자벳 김선영.
40이 넘은 김선영이 16살부터 61살까지의 나이를 연기해야한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었으리라.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의외로 극 속에서는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다.
아쉬움이 있다면 배역 자체가 워낙 고음의 곡들이 많아서 노래 잘하는 김선영에게도 힘겨워 보였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가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나 곡 자채가 워낙 높아 소위 말하는 삑사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래도 김선영은 누가 뭐래도 김선영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배역보다 엘리자벳이 트리플 개스팅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직 공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좀 힘겨워 보인다.
회전하는 무대에서, 그것도 움직이면서 노래한다는 게 보기에도 안스럽다.
회전무대의 속도도 관객이 보는 것 보다 상당히 빠르다는데...
무대에 등장하지 않을 때는 머리와 의상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엘리자벳은 전혀 쉴 짬이 없단다.
체력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 배역이다.
그래서 신영숙을 사람들이 많이 원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이날 김선영의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아 넘버들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 게 개인적으로 아쉽다.
특히 "나는 나만의 것"이 내내 아쉽다.
그래도 확실히 류정한과 많은 공연을 해서 그런지 둘의 호흡과 하모니는 끔찍하다.
솔직히 저릿저릿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2% 부족한 듯한 이 느낌은 도대체 뭘까?

프란츠 요제프 민영기.
신념 강한 왕(정조)이나 영웅(이순신, 삼총사)을 주로 연기해서 그랬을까?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다.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민영기의 역량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속상하다.
배역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을테지만...
그래도 2부 후반부에 류정한 토드와 함께 '엘리자벳~~~"을 외치는 장면은 환상이었다.
두 배우 모두 균형을 맞추면서 각자 목소리로 강약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륜과 경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절감했다.
김선영과의 듀엣곡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는 생각보다 애절하지 않아 아쉽다.



무정부주의자 루케니 박은태.
이 작품을 통해 현재 엄청난 칭찬과 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잘한다는 말엔 나역시 이견이 없다.
루케니의 넘버 대부분이 박은태의 장점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곡인 것 같다.
다행스럽다.
지금껏 내가 본 박은태 모습 중에서 제일 괜찮았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해설자의 입장에만 머물러있다는 게 문제다.
좀처럼 극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에서 충실하게 해설자 역할만 담당한다.
그래서 극의 초반과 마지막에 루케니가 적극적으로 개입되는게 오히려 생경스럽게 느껴진다.
중간중간 본인이 너무 흥에 겨워하는 것도 약간은 이물스럽다.
흥없는 방관자보다는 흥있는 방관자가 100배쯤 낫지만 
이 작품 속에서 루케니는 방관자이기만 해서는 안 될텐데...
어찌보면 루케니가 토드의 대리인이기도 한데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정말 충실한 해설자, 그 자체였다.
그래선지 milk보다 Kitsch를 부를 때가 더 실감(?)나고 극적이다.
NDP에서 그랭그와르를 할 때는 그래도 꽤 극 속에 개입했었는데...
어쩐지 작정하고 개인기에 목숨을 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박은태 작품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입 속에서 오래 머물려 웅웅대던 대사도 많이 개선된 것 같고..



루돌프 전동석.
요즘 한찬 뜨는 뮤지컬 배우다.
(하반기에 공연될 뮤지컬 <루돌프>에 강력한 후보라는 설이...)
분량이 너무 적어 뭐라고 평가하기가 솔직히 어렵지만 노래는 꽤 괜찮다.
류정한 토드와 부른 "그림자는 길어지고(The Shadows Grow Longer)"는 용호상박이다.
좀 대견스럽다 ^^ 
개인적으로 어버지 요제프와 대면하는 장면은 좀 더 완강했으면,
어머니 엘리자벳에게 도와달라는 장면은 더 간절했으면 하는 바람이...

대공비 소피 이정화.
<해어화> 이후로 정말 오랫만에 그녀를 무대에서 봤다.
엄격하고 냉정한 대공비를 기대했었는데 내가 본 건 고집장이 심술꾼 시어머니 모습이었다.
(죄송한 말이지만 대공비 같지는 않더다)
나이 든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를 일부러 그렇게 낸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딕션이 조금 무너져버렸다.
(나만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초반에 루케니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불러낼 때 이정화의 소리는 들리지만 목소리는 거의 묻힌다.
좀비스런 느낌이지만 정말 멋진 장면인데...
(예전 DVD를 보니까 이 장면이 공동묘지처럼 연출됐던데 느낌이 훨씬 강해서 개인적으론 좋다.)



토드(tod) 류정한.
할 말 많은 이 사람을 어찌할까?
영화 <기적>이 촬영 자체가 무산된건지,
아니면 스스로 배역을 하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에 이 영화 때문에 류정한은 <몬테크리스토>를 제외하고는 어떤 작품도 하지 못했다.
1년여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배우 류정한!
사실 루케니에게 소개된 토드의 첫 노래를 듣고는 깜짝 놀랐었다.
무대에서 언제나 영리한 여우였던 류정한이 너무 오랫동안 무대를 비웠나 싶어서...
지금까지 그가 낸 소리와 확실히 다른 소리여서 당황스러웠다.
왠지 늬들끼리 어디 한 번 잘 해봐라 하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
실망감 비슷한 당혹감은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류정한은 역시 여우일수밖에 없구나 절감케 한다.
이야기 전체를 토드가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랄까!
늬들이 아무리 배후와 동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어도
어차피 이 모든 건 내 손바닥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는 거만하고 완벽한 handling.
류정한의 토드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control 이라기보다는
질투와 본능에 의해 감각적으로 표출되는 handling에 가깝다.
그리고 다분히 디오니소스적이다.
넘버 중간중간 웃는 웃음소리라든가
(그 웃음의 의미를 하나하나 쫒는 것도 특별한 재미였다)
성마르면서도 관능적인 그의 노래는 순간순간 전율을 일게 했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잠깐이라도 무대 위에 서면 여지없이 뮤지컬 <엘리자벳>은 뮤지컬 <토드>로 변한다.
아마도 오랫만에 무대에 서는 거라 본인의 흥분과 감격 지수도 상승됐겠지만
3월 중반 이후에는 좀 다른 표현의 토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예상해본다.
(반갑다! 류정한! 당신만큼 당신 무대를 기다린 사람들 정말 많다!)
솔직히 나는 배우 류정한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를 포기해버린지 이미 오래다.
그러기에 배우로서 그는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지금은 단지...
이 아름다운 배우를 드디어 다시 무대 위에서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마냥 황홀하다.
(그래서 더 객관적이지 못할수도 있겠다)
그가 특유의 발음으로 "엘리~~~자~~~벳"을 부를때마다
당치않게도 내가 엘리자벳인냥 대답하고 싶어진다.
더 나은 현실 속으로 인도해주겠다는데...
영원한 안식처를 주겠다는데...
도대체 이 유혹적인 부름에 누군들 감히 마다할까?
무한 애정의 정도가 깊다고 손가락질 한대도 어쩔 수 없다.
어쩌겠는가...
죽음이 죽음으로 죽음을 말하는데
어찌 죽음을 따르지 않으리요...



캐스팅 보드를 자세히 살피지 않아서 이날 루돌프 아역이 누구였는지 모르지만
아역까지도 잘하더라.
침대위에서 "엄마 어디 있어요"를 부르는데 깜찍하면서도 너무 안스러웠다.
아직 어린 꼬마인데 감정을 담아서 부르는 것 같아 놀랐다.
<해품달>에 이어 아역이 아역이 아닌 시대가 뮤지컬계도 오려나보다.
긴장해야겠다. 성인연기자들 ^^

공연장에서 프로그램북을 사본지 백만년이나 돼서 찾아보지 못했는데 
번역을 누가 했는지 궁금하다.
음악감독 김문정도 참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상당히 깔끔하다.
EMK 작품들을 볼 때마다 매번 느끼는건데 번역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억지로 가사를 구겨넣은 느낌도 없고
적절한 단어를 잘 찾아 귀신같이 잘 사용한다.
덕분에 넘버의 리듬도 살고 가사의 내용도 산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괜찮은 대극장 뮤지컬을 보게 된 게.
덕분에 갈증이 조금 해갈됐다.
가능하면 자제하려고 하겠지만 앞으로 서너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전 캐스팅 크린까지는 아니더라도 송창의, 김준수 토드는 보고 싶다.
이들이 표현하는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옥주현 엘리자벳도 궁금하고,
3명의 루케니도 궁금하다.
(자제하겠다더니 점점 점입가경이다)
이렇게 궁금해하면 안 되는 건데...
궁금해하면 지는거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1. 11. 15. 06:27
어제 14일 서울 울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17회 한국 뮤지컬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솔직히 말하면
올해는 양적으론 풍족했지만 질적으로 이거다 싶은 작품은 거의 없었다.
재공연되는 대작들이 많았고
(재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연보다 턱없이 부족했던 작품들도 꽤 있었다.)
주인공들도 중복되면서 어쩐지 재탕, 삼탕같은 껄끄러운 느낌도 많았다.
이젠 주요배역이 더블 캐스팅만 되도 감지덕지할 정도.
한 배역에 너무 많은 배우들의 이름이 올라가서
작품이 모자이크처럼 조각조각 나눠지는 것 같아 심지어 언찮기도 했다.
좀 부끄럽고 민망했겠다.
시상식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남우주연상 김우형                                    여우주연상 조정은

남녀 주연상은 <아이다>의 라다메스 장군 김우형과 <피맛골 연가>의 홍랑 조정은이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아이다>의 정선아가 받지 않을까 싶었는데 조정은에게 돌아갔다.
유학후 활발히 활동하는 조정은.
그동안 무대가 많이 그립긴 했을거다.
다행히 작품운도 따라주고 연기와 노래도 여배우 중에선 괜찮다.
탁월하게 뛰어난 건 아니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가!)
수상소감에서 조승우을 언급했다.
조승우, 최재웅, 조정은.
계원예고 3인방이 요즘 참 무대 위에서 열심인 것 같아 보기 좋다.
뮤지컬 데뷔 6년만에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김우형도 본인 스스로 많이 놀란 모양이다.
남자 후보자들 중에는 올 해엔 딱히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후보자 중에서 가장 유력하긴 햇다.
그래도 왠지 부족한 이 느낌은 도대체 뭐지?
(아마도 <아이다>에서 긁어대듯 노래를 부르는 그의 생목에 놀라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남우신인상 박은태                             여우신인상 송상은

                       남우조연상 이건명                             여우조연상 구원영

<피맛골 연가>의 김생 박은태의 남자 신인상은 너무 중고 느낌이라 여러모로 민망했고
그래서인지 여우 신인상을 수상한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송상은은 너무 이른 느낌이다.
신인 아닌 사람의 신인상과, 정말 생초보의 신인상 수상이라...
(어쩜 이렇게 기울기가 급경사를 이루는지...)
어쨌든 송영창은 딸래미가 큰 상을 받아서 무지 좋았겠다.
더구나 딸의 첫 데뷔작에 부녀가 나란히 출연해서 감회가 더 남다를지도 모르겠다.
남녀 인기스타상은 작년에 이어 김준수와 셋트 플레이어가 되는 것 같다.
하긴 누가 그의 인기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왠지 윤공주과 끼워팔기 식으로 보여 좀 안스럽긴했다.
(미리부터 노곤해진다. 이 아이돌님 덕분에 <엘리자베스> 예매가 참 힘겨워지겠구나 싶어서)
남녀 조연상은 이건명과 구원영의 품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구원영의 여우 조연상 수상은 탁월했고
이건명의 남우조연상 수상은 <렌트>와 <틱틱붐>, <갬블러> 같은 작품들이 생각나면서 시간의 흐름을 절감케 한다.


                                   최우수 작품상 <셜록홈즈>

특히나 올해 눈에 띄는 선전이라면 레히가 만든 창작 뮤지컬 <셜록홈즈>다.
역시나 3개 부분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안타까운건 이 작품을 라이센스로 아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아마도 너무 유명한 설록 홈즈 이야기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배우들 실력도 탄탄했고 음악과 구성도 좋았던 작품.
최우수작품상으로 호명되자 홈즈 역을 했던 송용진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혔다.
왠지 찡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래도 끊임없이 창작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제작사 "레히"도 대단하고...
더불어 지금 4년만에 다시 공연되는 레히의 창작뮤지컬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도 대박이 나길 바란다.
한때 정말 좋아했던 뮤지컬인데 오랫만에 다시 공연된다니 감회가 새롭다.
음악과 스토리가 제법 좋은 작품.
17회 뮤지컬 대상 시상식.
뒷말들이 꽤 있을법 하지만 어쨌든 끝나긴 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내년에는 양적인 폭격이 아니라 제발이지 질적으로도 엄청난 쓰나미가 왔으면 하는거다.
요즘 연극은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이 공연되는데
뮤지컬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최우수작품상: `셜록홈즈`
▲남우주연상: 김우형(아이다)
▲여우주연상: 조정은(피맛골 연가)
▲남우신인상: 박은태(피맛골 연가)
▲여우신인상: 송상은(스프링 어웨이크닝)
▲남우조연상: 이건명(잭더리퍼)
▲여우조연상: 구원영(광화문 연가)
▲연출상: 김효경(투란도)
▲작곡상: 최종윤(셜록홈즈)
▲음악상: 엄기영(투란도)
▲극본상: 노우성(셜록홈즈)
▲기술상: 권도경(잭더리퍼)
▲무대미술상: 여신동(모비딕)
▲안무상: 오재익(늑대의 유혹)
▲인기스타상: 김준수·윤공주(천국의 눈물)
▲앙상블상: `아가씨와 건달들`
▲베스트 외국뮤지컬상: `스팸어랏`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8. 26. 13:25


지난 해에 보고나서 무지 심난해서 안 보려고 했던 공연이다.
변심 아닌 변심을 하게 된 건,
인터파크에 50% 반짝 티켓이 떠서였다.
50%라도 1층에 볼 마음은 도저히 안 생겨서 3층에서 봤다.
다른 거 다 잊어버리고,
그냥 행매 양희경의 낭랑한 목소리나 듣자는 심정으로...

<피맛골 연가>
서울시가 오랫동안 야심(?)차게 준비해서 서울을 대표하는 월매이드 공연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공언한 작품이다.
아직도 의문이다.
이 좋은 캐스팅과 이 좋은 스탭과 이 좋은 넘버로 도대체 왜 이런 시놉의 공연밖에 만들 수 없었는지 말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꿈은...
그 꿈은...
제발이지 이 작품으로는 고이 접어줬으면 좋겠다.
제발 펼치지 말아줬으면...

공연장을 찾으면서
그래도  혹시 뭔가 좀 달라졌겠지 조금은 기대를 했었는데...
달라진 거라곤 배경에 스크린을 사용했다는 거랑(이건 뭐 요즘 대세니까 새로울 것도 없고),
홍랑 오라버니가 2막에서 망나니 버전으로 머리 풀어헤치고 나오지 않는다는 거 정도다.
작년에 그 모습 보면서 홍랑 오라버니 저러다 작두 타실까봐 무지 걱정스럽긴했다.
이 작품... 참 여러모로 보는 사람 만감을 교차시킨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내가 본 날이 서울시 무료급식 주민선거가 있었던 날이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억장 제대로 무너졌겠지만
(오늘 인터넷에 즉각 사퇴 선언 기사가 떴다)
어쨌든 나도 억장 제대로 무너졌다.
차라리 정말 고전적인 견우, 직녀 캐릭터를 그대로 가지고 만들던지...
무대 위에 난잡하게 모여 랩을 지껄이며 패싸움질하는 쥐떼들을 봐야한다는 건,
참...
아무리 생각해도 난감하고 불쾌한 일이다.
어쩐지 힘써서 꼭 박멸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 
"잘살아보자!" 새마을 운동도 아니고 도대체 이게 뭐냔 말이다!


 

무대는 초연때보다는 조금 더 신경을 쓴 것 같긴 한데 큰 차이는 없다.
(그래봐야 뭐 스크린을 이용한 정도지만...)
배우도 초연때 그대로여서 결코 새로울 게 전혀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참 새롭게 봤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작품은 볼 때마다 늘 새롭고 낯설것 같다.
이대로 계속 줏대(?)있게 일관적으로 발전(?)한다면 내게는 친근한 작품이 될 가능성이 전무하다.
저 좋은 넘버들이 아까워서 정말 땅을 쳐도 수십 번은 쳤다.
서출(庶出)과 서(鼠)생원의 만남은...
마치 불법 복제로 탄생된 인간쥐를 보는 것만큼 대책없이 민망하다.
2막의 총제적 난국을 대폭 갈아엎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건가?
급기야 서생원들의 도움으로 홍랑과 김생이 만나는 장면은
꿈과 희망을 주는 놀이동산 페레이드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초연때는 그래도 이런 생각은 안 했었는데...)
"아침은 오지 않으리"라는 절절한 노래를 당췌 집중할 수가 없다.
(이거 하나 듣자고 온 사람도 많을텐데...)
조금 있으면 야광 조명이 들어오면서 레이져쑈가 시작될 것만 같아서...
해학과 재치라고 하기엔 쥐떼들 씬에 나오는 대사들도 너무 천박하고 저급하다.
그래서 홍랑과 김생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할까?
(이제 그만....!)


<지킬 앤 하이드>와 <조로> 때문에 연습을 얼마 못했다는 조정은의 홍랑은 무난한 모습이었고
(노래는 정말 애절하고 절절하게 잘하더라)
오디션을 통해 뽑힌 새로운 김생 박성환에게 미안할만큼 연습을 했다는 박은태는 개인적으로 난감했다.
노래는 괜찮은데 대사와 연기가 아직까지도 너무 어색하다.
진정 그에겐 쏭쓰루 뮤지컬이 정답이란 말인가!!!
늘 느끼는데 발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해봤으면 좋겠다.
너무 입 안에 머금고 있는 소리가 많다.
본인은 고민끝에 설정햇겠지만 목소리 톤도 김생에 적합하지 않다.
너무 가벼워서 때론 경망스럽기까지 하다.
홍생 임현수는 컨디션 난조였는지 초연때보다는 실망스러웠다.
행매 양희경은 뭐 말이 필요 없었고...
이 작품에 양희경이 없었다면?
박은태나 조정은이 없는 것보다 더 치명적이지 않을까 싶다.


암튼 사람 참 막막하게 만드는
서울시 작품이다.

다른 건 말고 그 좋은 넘버나  듣자!

                                         
                    <푸른 학은 구름 속을 우는데>


                               <그 말 한마디>


                                          <아침은 오지 않으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4. 7. 06:29


지난 달에 정성화 몰리나와 최재웅 발렌틴 페어를 보고
박은태 몰리나와 김승대 발렌틴이 궁금했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박은태가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서 기대가 되기도 했고...
일단 외형적으로는 아주 적절한 비쥬얼과 싱크로율이 나오겠다 싶었다.
정성화 몰리나는 여성스럽지 못한 외모와 체격때문에
어쩐지 측은하고 안스럽긴 했지만
군데군데 코믹하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었다.
최재웅의 발렌틴은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이 사람 다시 <헤드윅>을 한단다. 또 다시 말근육을 드러내는 쫄바지를 입고서...^^)
늘 생각하고 느끼는 거지만 최재웅은 정말 좋은 톤을 가진 배우다.


박은태의 몰리나...
어쩜 그렇게 여자일 수 있을까?
여성적인 게 아니라 박은태는 그대로 여자의 모습이었다.
다소곳이 다리를 한쪽으로 꼬고 앉아 있던 모습이며
그 가려린 손끝의 움직임과
새초롬한 얼굴 표정과 말투에 담기는 여성 특유의 뉘앙스...
그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심각하게 그가 게이가 아닐까를 의심했다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난 뒤에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솔직히 왠만한 여자보다 그의 몸이 드러내는 선은 확실히 곱다.
무대를 채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 작품을 위해 박은태라는 배우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느껴져 찡했다.
노래 잘하는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였는데
이제 정말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몰리나가 더 아름답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김승대 발렌틴.
최재웅을 먼저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발렌틴을 완벽히 소화하기엔 그는 여러가지로 어려보인다.
외모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혼자 자꾸 비장해지려 하는게 관객들으리 충분히 끌고가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어찌됐든 무대 위에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배우 중에 한 명이다.
언젠가 배우 김승대에게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다면
그의 무대는 지금과는 확실히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무대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언젠가 그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김승대와 박은태의 조합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딱히 과장되거나 함부러 하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작품 속의 주인공을 한 무대 위에서 우연히 보는 것 같은 난감함!
이 정체불명의 난감함때문에 많이 고민되더라.
박은태의 아우라 때문이었나?
무대에 두 사람이 대사를 주고 받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시선은 계속 박은태 몰리나에게만 고정된다.
발렌틴이 교도소장처럼 목소리만 등장하는 인물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발렌틴의 독백으로만 채워지는 부분이
어쩐지 느슨하게 느껴졌다.
베일에 가려진 인물의 느닷없는 등장이 주는 당혹감이랄까?
암튼 난... 그랬다.



개인적으로 최재웅 발렌틴, 박은태 몰리나 페어가 꽤 궁금하다.
왠지 그림만으로도 싱크로율이 100% 일 것 같아서...
아! 한 가지만 더!
박은태가 몰리나를 조금 더 도도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
고민끝에 일부러 설정한 것 같긴 한데
대사 마지막을 묘하게 올렸다 내리는 톤은 좀 마음에 안든다.
진짜 여자는 그렇게 안한다.
정말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11. 06:02


<거미여인의 키스>

일시 : 2011.02.11. ~ 2011.04.24.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출연 : 정성화, 박은태 (몰리나) 
         최재웅, 김승대 (발렌틴)
연출 : 이지나
원작 : 마누엘 푸익


"무대가 좋다"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 <거미여인의 키스>가 드디어 무대위에 올랐다.
지난해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영웅>으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정성화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정성화가 게이 역을?
미안하지만 솔직히 비쥬얼상으로는 좀 많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반면 몰리나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박은태 역시도 연극 데뷔작이긴한데 그의 게이 역은 괜찮아 보인다.
가녀리고 야리야리한 이미지가 강한 편이라서...

정성화의 몰리나?
다른 역할도 아니고 민족의 영웅 "안중근"이었던 사람이 아닌가?
물론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런척을 하는거고 이 작품에서 몰리나는 스스로를 완전히 여자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다.
어쩌면 정성화를 캐스팅하면서 이런 반전효과를 일부러 노렸던 건 아닐까?,
거기다기 <헤드윅>과 <쓰릴미>로 동성애 연기 전문배우(?)라고 할 수 있는 최재웅과 페어를 이룬다?
일단 관객을 흡입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은 충분히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의 조합은 성공적인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무대가 좋다" 최고의 흥행작이자 최대의 수입작이 되지 않을까?
다른 시리즈에 비하면 공연기간도 짧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성화 몰리나와 최재웅 발렌틴.
개인적으로 최재웅의 발렌틴에 기대가 많이 됐다.
그의 대사톤과 표정을 나는 심하게 좋아하기에...
특히 작품 속에서 그가 "아니!"라는 대사를 하게되면 그 느낌이 참 묘하다.
단순한 이 단어가 이상하게도 그대로 가슴에 꽃힌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반정부혁명가 발렌틴의 대사에도 "아니!" 라는 단어가 적쟎게 등장한다.
솔직히 그걸 누가 알아채기나 하겠는가 말이다만,
아무튼 나는 그가 "아니!" 라는 대사를 할 때가 참 좋다.
(사람들이 그러겠다. 참 이상한 사람이야.... )



공연을 보기 전에 일부러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원작을 읽었다.
뒷부분의 보고서 부분 약간을 제외하고는 100% 대사로 구성된 작품이다.
원작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솔직히 이 연극이 원작을 따라오기에는 확실히 부족하다.
연극은 "사랑"에 촛점이 맞춰진 것 같은데
원작은 "이해"의 부분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빌라 데보토 감옥 D동 7호실.
동일한 두 곳을 나는 지금 약간은 다른 두 곳으로 이해하는 중이다.
원작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묘하게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공유했다.
따지고보면 그들은 언제나 위험한 상황에 소위 던져진 사람들인데...
"결코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이제야 알겠어"
연그에서는 없었지만 원작에서 내 눈을 사로잡았던 대사다.
두 주인공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대사라고 생각했었는데...
(연극 대사에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건가???)




몰리나가 끝없이 이야기하는 영화들!
원작에서는 4편의 영화가 등장하고 연극에서는 "표범여인" 영화만 나온다.
이 많은 영화를 어떻게 다 말할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기우였다.
만약에 원작대로 했다면 아마도 산만하지 않았을까 싶다.
최재웅의 연기는...
엔딩부분이 너무 감상적이었던 걸 제외하면 역시나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엔딩부분은 참 맘에 안 든다.
뭐랄까. 좀 천박하다는 느낌이랄까?
그림자로 보여지는 두 사람의 성행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발렌틴에 의해 너무 자세하게 설명되는 몰리나의 최후가...
원작에서는 발렌틴이 몰리나의 죽음을 알았을까?
나는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발렌틴에겐 몰리나가 살아있는 거미여인으로 남겨지지 않았을까?
그게 몰리나의 소원이기도 했으니까...
"난 너와 함께 남아 있고 싶어. 지금 내 단 한 가지 소원은 너와 함께 있는 거야"



정성화의 몰리나는 너무 과하게 코믹했던 것 같다.
그가 머리에 두건을 쓰고 나와 털퍼덕 바닥에 주저앉으면
찜질방에 퍼져있는 아줌마 같은 느낌이 들어 자꾸 웃음이 났다.
나름대로 역할에 몰입하고 있고 감정표현도 좋은데 어쩐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그래서 박은태의 몰리나가 지금 상당히 궁금해졌다.
(4월 3일에 박은태, 김승태 페어를 예매했다.)
개인적으로 박은태, 최재웅이 만나면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이 둘의 조합이 있긴 한데 보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자신을 완벽하게 여자라고 생각하는 몰리나를
볼록하고 후덕한 정성화의 모습으로 보는 건 일종의 비극이었다.
외형적인 걸 말하는 게 맞긴 한데 좀 다른 의미로...
아름답고 매력적은 여성의 모습이 아닌 소위 아줌마 몸매의 몰리나.
그래서 정성화 몰리나의 코믹한 모습이 더 비극적으로 보여졌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에 대해서 아직 생각이 다 정리된 건 아니라서
참 두서없는 글이 되고 말았다. (*^^*)

 

참!
무대의 느낌은 참 좋더라.
전형적인 감옥의 모습을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사실 상당히 괜찮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9. 24. 06:30
작년 9월부터 1년동안 달려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년의 대장정을 마치고 아쉬움과 자축의 의미로 기획된 4번의 갈라 콘서트.
<Music of the night>
윤영석, 양준모, 홍광호 3명의 팬텀과
김소현, 최현주 2명의 크리스틴
정상윤, 손준호 2명의 라울과
그리고 영원한 팬텀 브래드 리틀까지...
고백컨데 이 공연을 예매했던 건 순전히 브래드 리틀 때문이었다.
그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의 팬텀을 놓친 걸 나는 아직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33만명 역대 최다 관객 동원,
대형 뮤지컬 최다 공연 401회.
2001년 국내 초연시 만들어낸 자신들의 모든 기록을 다시 새롭게 갱신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초연의 멤버 윤영석, 김소현의 감회도 새로웠겠지만
세계 최연소 팬텀의 홍광호의 감회도 남다랐으리라.
(2막에서 윤영석에게 자리를 내주는 아픈 기억까지 있었으니...)
나의 4번의 관람에서 홍광호 팬텀은 없었지만
양준모 팬텀과 최현주 크리스틴의 조합은 좋은 기억으로 담겨있다.
후반부의 양준모 팬텀을 다시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의 조금 더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프로그램 선곡이 다양하고 알차서 관객 입장에서도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다.
초반부는 <오페라의 유령> 곡들로 꾸몄고
후반부엔 배우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선보였는데
최현주가 선택한 "The girl in 14G"가 기억에 남는다.
성악과 재즈를 넘나드는 귀엽고 발랄한 이 곡은 확실히 최현주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탁월한 선곡이었다.
그리고 양준모와 정상윤이 부른 "Man of La Mancha"도...
두 사람의 깜찍한 바이크 댄스와 패러디 대사들 때문에 관객들이 무지 즐거워했다.
세 명의 팬텀이 부른 Il Divo의 "Hero"는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더라,
정말 너무 열심히 부르는데 세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지면 좀 안습으로 변하는게...
뮤지컬 투란도트의 "Newwum Dorma"를 들으면서
윤영석이라는 배우를 정통 오페라 무대에서 만나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Guest Stage!
브래드 리틀이 전부 4곡을 불렀다. 
<미녀와 야수>의 "If I can love her"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 스타>의 "Gethsemane"
김소현과 함께 <지킬 앤 하이드>의 "Take me as I am"
<Love never dies>의 "Til I hear you sing" 까지.
브래드 리틀의  목소리, 성량, 그리고 믿기지 않는 호흡은 들을 때마다 역시 감동적이다.
이 사람의 뮤지컬 무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기대와 설렘을 하게 만드는 환상적인 목소리였다.

박은태, 조정석, 김선영의 무대.
김선영은 <캣츠>의 "memory"를 불렀는데 아마도 <미스 사이공> 서울 공연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목소리에 조금 피곤이 묻어난다.
박은태는 <모차르트>의 넘버를 불렀고 (노래는 잘한다)
양준모의 친구(^^) 조정석은 <헤드윅>의 넘버 "The origin of love"를 불렀다.
그가 <헤드윅>을 다시 하게 된다면 한 번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처음에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는
<미스 사이공>의 "Why god, Why?"가 있었는데 그 곡이 빠져서 살짝 서운하긴 했다.
이 노래를 누가 부르게 될까 기대했었는데...
어쨌든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콘서트였고
아쉬움이 있다면 주연배우 7명만으로 꾸며진 공연이었다는 게 좀...
"프라마돈나"나 극중극 한장면쯤 포함시켰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브래드 리틀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지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사람,
정말 서울에서 뮤지컬 한 편 공연했으면 좋겠다.
그럼 무지 행복하겠는데...
<Love never dies>로 come back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그렇다면 정말 브라보! 일텐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