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9. 18. 07:56

<Old Wicked Songs>

 

일시 : 2015.09.08. ~ 2015.11.2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극작 : 존 마란스(Jon Marans)

연출 : 김지호

출연 : 송영창, 김세동 (마슈칸)

        김재범, 박정복, 이창용, 조강현 (스티븐)

제작 : (주)쇼앤뉴, (주)스페셜원 

 

<Old Wicked songs>

너무 좋은 2인극을 만나서 행복하다.

내가 요즘  현과 건반에 푹 빠져 있어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여운이 오래 가는 작품이다.

마슈칸과 스티븐의 대화가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아이같이 천진하면서 할아버지처럼 포근한 마슈칸도

타인과의 소통에 벽창호인 차도남 스티븐도 참 많이 부러웠다.

관계라는건 이해다.

그것 때문에 사람들은 상처받고 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유폐시킨다.

유폐의 방법은 고립일수도 있고, 고집일 수도 있고, 중독일 수도 있고, 무관심일 수도 있다.

차라리 마슈칸처럼 대놓고 드러내면 오히려 편안해질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슈칸이 아닌 스티븐처럼 선택한다.

철옹성처럼 꾹꾹 닫혀있는 스티븐을 보면서 이 사람 많이 외롭겠구나 생각했다.

"내 말이 날 찌르지만, 그 사람들이 찌르는 것보단 나으니까!"

마슈칸 교수의 말이 스티븐 뿐만 아니라 내 가슴까지도 울렸다.

 

작품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죽어가면서도 유쾌하게 농담을 던질 수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 곁에서 그 농담을 듣고 기꺼이 웃어준다면,

그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고 눈부신 인생이겠다.

보지 않고 보고, 듣지 않고 듣는다...

침묵은 고립의 방법이기도 하지만

모든걸 받아들이는 포용의 수단이기도 하다.

고요함으로 바라보고 침묵으로 들어준다는건

완벽한 소통이고 교감이다.

그 속에 트라우마가 들어설 틈은 전혀 없다.

마슈칸과 스티븐은 서로가 서로를 치유했다.

그리고 그 둘의 틈을 매워주는 매개체는 "피아노"로 표현되는 "음악"이었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마슈칸과 스티븐의 표정은 극과 극이었다.

그 표정의 변화가 나를 숨쉬게 했다.

 

아름다운 작품이고,

그보다 더 의미있는 작품이다.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 송영창과 이창용의 조합은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다.

  덕분에 조증과 울증의 불협화음이 완벽한 하모니가 되는 과정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 

  송영창의 무시할 수 없는 연륜은

  작품 전체를 아우르며 힘이었고, 매 순간마다 연기가 아닌 진심을 보여줬다.

  (할 수만 있다면 나 역시도 그에게서 보컬수업을 받고 싶은 심정이다)

  1년 반 만의 복귀를 2인극으로 선택한 이창용은 현명했다.

  짧지 않는 공백이었는데 선물같은 작품으로 돌아와줘서 다행이다.

  나중에 이 두 배우가 <레드>로 다시 만나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All Wicked songs이라...

  처음보다 점점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제목이다.

  모든 사악한 노래들이라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20. 08:08

<살짜기 옵서예>

일시 : 2013.02.16. ~ 2013.03.31.

장소 :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각색 : 이희준

연출 : 구스타보 자작, 김민정

음악감독 : 권혁준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 E&M

출연 : 김선영(애랑) / 최재웅, 홍광호 (배비장)

        송영창, 박철호 (신임목사) / 김성기, 임기홍 (방자)

        김재만, 원종환 (정비장), 박범정, 진상현 외

 

우리나라 최초의 뮤지컬이었단다.

1966년 초연 당시 패티김이 재주 기생 애량역을 했었고,

4일간 7회 공연을 하면서 1만 6천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단다.

그러니까 지금 애랑과 배비장으로 출연하는 세 명의 배우들들 포함해서 출연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패티김의 애랑을 못봤을거라는 뜻이다.

첫창작뮤지컬이라지만 고전도 이런 고전이 없다.

사실 프리뷰 첫째날 저녁공연을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을 향하면서도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엘리자벳> 이후 오랫만에 무대에 서는 김선영과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인 최재웅이 아니라면 아마도 눈도 주지 않았을 작품이었을거다.

1966년에 만들어진 공연이라니...

어쩐지 심하게 촌발이 날려줄 것 같고,

자꾸  MBC 마당놀이 <배비장전>이 떠오르면서 대략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면 어쩌나 싶었다.

(가령 앞에 나가서 덩실덩실 어깨춤을 춰야 한다는...)

일단 두 명의 배우와 협력 연출가 구스타보 자작을 믿어보자 했다.

김민정 연출이 드라마 구조와 대사, 의상에 주력하고

구스타보 자작이 주로 무대를 담당했다는데 인적으로 구스타보의 무대 색감을 참 좋아한다.

이쁘다 곱다는 표현보다 뭐랄까, 사람을 평온하고 아늑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회상과 추억으로 시간과 인물을 자연스럽게 이행시키는 매력이 있다.


김선영 애랑.

그동안 무대를 온 몸으로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했다는 그냥 팍팍 느껴진다.

본인 스스로도 "단연코 내 공연 인생 최고의 작품이자 캐릭터"라며 강한 애정을 보이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관능적이고 고혹적이라 놀랐다.

정말 기생처럼 배비장뿐만 아니라 관객 모두를 완벽하게 후려냈다.

"지킬 앤 하이드"때부터 그녀의 뻣뻣한 몸놀림은 늘 세인의 지적 대상이었는데

(춤이라고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이 막막한 심정....)

수포동 폭포 장면과 배비장과의 합방 직전(?)에서의 춤사위는 정말 일품이었다.

숨죽이게 은근하고 은밀하면서 기품있는 우아함까지 느껴진다.

색(色)에는 영웅도 없다고 방자가 그러던데

그녀, 정말 작정한듯 무대를, 관객을 아주 제대로 홀렸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여왕의 귀환이다!

 

최재웅 배비장.

이 남자, 여간해선 사람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생각해보니 딱 한 번 있기는 했다. <광화문연가>에서...

 그래도 그때 조성모에게 받았던 충격이 워낙 해비톤급이여서...)

진지와 우울, 시니컬 전문배우인 최재웅이 이런 해학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나혼자만의 기우였다.

목소리톤과 표정, 액팅 전부 좋았다.

자칫하면 과장스런 표현이 될수도 있었을텐데 선을 잘 지켰다.

그러면서 개구멍 장면을 포함한 여러 장면에서는 관객들에게 확실한 큰웃음도 준다.

감정과 딕션이 끔찍할 정도로 좋아서 보면서 내내 감탄했다.

최재웅 버전의 "살짜기 옵서예"는 또 얼마나 좋던지!

작품 속에서 "살짜기 옵서예"를 애랑과 배비장이 여러번 부르는데

편곡이 달라서 그런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솔직히 이 곡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었다.

요즘 계속 입에서 흥얼거리고 있다.

(사람들이 언젯적 노래를 지금 부르냐며 뭐라고 한다.

 심지어 그런 노래도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대략 난감해지면서 내가 너무 오래 살았구나 싶어진다.) 

 

방자 김성기!

워낙에 발음이 뭉개지는 분이라 일부러라도 요리조리 해 임기홍의 방자로 보려고 했는데

안 봤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임기홍이야 워낙에 이런 역할이 이골이 난 배우라 안 봐도 잘 할거라는 걸 아는데

김성기씨는 의외의 발견이었다.

사투리의 힘이 좀 컸겠지만 발음도 비교적 정확한 편이었고

무엇보다 너무나 맛깔스럽고 능청스런 방자 연기를 선보였다.

50을 바라보는 김성기의 방년 19세 방자 연기라!

부담스럽다고?

아니다, 이게 은근히 매력적이고 꽤 중독성있다!

 

원종환 배우는 애랑에게 앞니가 뽑히는 장비장으로 나와 깨알같은 재미를 주더니

기생점고 장면부터는 여장을 하고 기생으로 나와 더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기생군무를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한걸까?

남자 배우가 끼어있다는 사실조차도 처음엔 몰랐을 정도다.

게다가 의외로 기생한복과 가채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세상에나!

심지어 은근히 요염하고 섹시하기까지 하다.

 


보고 난 느낌!

이 작품 제발이지 롱런했으면 좋겠다!

배우, 무대, 노래, 연출, 영상, 조명, 의상 전반적으로 너무너무(X100) 좋다

(정말 오랫만이다. 이렇게 두루두루 만족스러워던 작품!)

특히 의상의 색감과 디자인은 정말 압권이다..

옆주름 가득하던 두루마기는 "must have" 아이템에 포함시켜야 할 것 같고.

주인공을 비롯한 기생들의 한복과 가채도 너무나 예쁘다.

무대 디자인도 유치하지 않으면서 은근했고

특히 유채꽃밭 가득하던 무대는 당장 제주도로 날아가고싶게 만들 정도다.

적절하게 선을 지켜서 사용한 제주 사투리도 거부감이 없었고

(배우들이 제주 사투리로 대사를 했다면 아마도 자막이 필요했겠지.

"어어도사나" 중간에 소리꾼이 잠깐 매기는 소리 한대목도 너무 좋았다.

(너무 짧아서 아쉽기까지...)

무대 중간에 투명한 막이 있어서 찾아봤더니 아크릴판 200여개를 격자 무늬틀에 끼워서 만들었단다.

이게 거울효과를 만들어서 무대를 실제보다 더 크고 깊어 보이기 한다.

연기자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춰보이는 것도 특이했는데

아마도 전체적으로 입체감을 풍부하게 살리기 위한 의도된 무대 연출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무대에 영상을 띄우서 배경으로 이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에서는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작품이 시작되길 기다리면서 앉아 있었는데 무대 영상에 보이는 배머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게

내가 꼭 배를 타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제주도 모습도 꼭 배 위에서 점점 커지는 걸 지켜보는 것 같은 실제감이 있다.

팔랑거리는 나비와 홀로그램을 이용해서 죽은 부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좀 아니었지만

(부인님께서 꼬리 9개 달린 구미호처럼 등장하셔서 관객들이 좀 웃었다.)

전체적으론 꽤 좋은 무대 영상이었다.

3D 맴핑을 이용해서 돌하르방의 눈과 입매를 변화시켜 다양한 얼굴 표정은 보여준 것도 신선하고 재미있엇다.

(관객들 반응도 괜찮았고...)

오랫만이다!

이렇게 유쾌하고 즐겁고, 풍성하게 작품을 본 게!

 

원래 계획은,

프리뷰로 한 번만 관람하는 거였는데.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홍광호 배비장과 임기홍 방자가 궁금한 것도 못참겠지만

무대와 노래가 너무 눈에 밟혀서...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정말 잘 만들었다.

여러가지로 정성과 노력이 등뿍 담긴게 정말 눈에 보인다.

그러니 어찌 아니 이쁠까!

정말이지 롱런해서 우리나라 대표 뮤지컬로 우뚝 섰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21. 05:41

 

“ 2007년 토니상 작품상 포함 8개부문 수상,11개부분 노미네이트”
" 2008년 그래미 최우수 뮤지컬쇼 앨범 상"
" 2009년 한국 뮤지컬 대상 남우 주연상, 남우 조연상, 앙상블상 수상, 9개부분 노미네이트"
" 2010년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 외국 뮤지컬상, 남우 조연상 수상, 4개부분 노미네이트"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세운 기록들이다.
우리나라에 초연됐을 당시에 과연 성공한 작품이 될 수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헤드윅>만큼이나 매니아층을 만들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2011년 이제 와서야 재공연 되는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김무열(멜키어), 조정석(모리츠)은 뮤지컬계에서 이 작품 덕분에 완저히 입지를 굳건히 굳혔고
김유영(벤들라) 역시도 연극과 뮤지컬을 종횡무진 누비는 중이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1891 독일이 배경이다.
섹스, 자위, 임신, 낙태, 동성애, 자살 등의 파격적인 내용때문에
1900년대 처음 공연됐을 당시에 공연을 금지시키기까지 했단다.
"에이, 뭐 얼마나 그렇다고..."
라고 생각하면서 공연장을 찾았다.




casting : 윤현민(멜키어), 정동화(모리츠), 벤들라(송상은),
             게오르규(최재림), 성인 남자(송영창), 성인여자(이미라)


2011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가장 큰 특징은 new face의 등장이라는 점이다.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워낙 초연의 임팩트가 강해서 관객들의 기대치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
그래서 아이돌이나 뮤지컬 바닥에서 인지도 있는 누군가가 캐스팅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 캐스팅 발표는 파격적일 정도여서 놀랐다.
멜키어 역을 맡은 야구선수 출신의 윤현민은 <김종욱찾기>에 이어 이번이 고작 두 번째 작품이고
심지어 벤들라 역의 송상은은 첫 뮤지컬 데뷔다.
모리츠 정동화는 꽤 여러 작품에 출연하긴 했지만
이 작품만큼 인지도를 가지는 작품은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어쨌든 아직까지는 무대 위에서 존재감이 확실한 배우는 아니다.
유명세로 따지자면 "남자의 자격"으로 이름이 알려진 최재림이 단연 으뜸이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가장 큰 매력이
 잘 짜여진 계획된(?) 즉흥성을 보여주는데 있다는데 그런 면에서 일단 캐스팅은 압권이다 싶다.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선 객석에 입장하기 전
촬영기기 및 녹음기 반입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검색대를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무대석 관객은 소지품을 전부 맡기고 한 장소에 모여 단체로 입장한다.
<쓰릴미>에 이어 두번째 무대석 관람이었는데
배우들의 표정을 온전히 볼 수 없지만
현장감과 생동감, 긴장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꽤 괜찮았다.
내 바로 옆에 앉은 배우가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을 쳐다보는 것도 독특한 관음이더라.
(순간 고민이 되긴 했다. 대놓고 볼 것인가 시크하게 볼 것인가...ㅋㅋ)
그래도 멜키어의  전위적인(?) "The Mirror-Blue Night"을 정면에서 볼 수 없다는 건
무대석의 가장 큰 단점이랄 수 있겠다.
아크로바틱을 연상케 하는 격동적인 안무와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되는 신나는 비트의 음악을 바로 옆에서 듣는 건 엄청난 짜릿함이고...
"블라블라블라"나 "totally fucked"에서는 저절로 몸이 움직여지더라.
(엄청난 몸치에 박치인데도 불구하고...)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음악 역시도 신선하고 역동적이고 파격적이고 다양하다.
첫 곡 " mama who born me"부터 확실히 사람을 홀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열심히 감정을 잡으면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순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그렇다.
관객 입장에서 보기엔 확실히 신나고 역동적이지만
배우 입장에선 엄청난 집중과 에너지가 필요한 작품인 것 같다.
특히나 1인 다역을 소화하는 성인 남자, 여자 역의 송영창, 이미라에게 박수를 보낸다.
젊은 배우도 하기 힘든 멀티맨을 어쩜 그렇게 다 다른 감정과 특징으로 연기 하던지...
젊은 배우들이 이들의 모습을 보면 도저히 열심히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송영창은 주인공 벤들라로 첫 뮤지컬 무대에 서는 딸 송상은과 함께라서 느낌이 참 남다르겠다.)


워낙 초연의 배우들이 훌륭하고 열정적으로 작품을 만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신인의존도가 너무 높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를 꽉 채우는 충족감이나 깊이, 배우들의 표현은 아무래도 조금 아쉽다. 
초연만큼의 성공은 좀 힘들 것 같다는 게 솔직한 느낌.
직설적인 대사와 적나라한 묘사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작품이지만
지금 시대는 이것보다 더 적나라한 상황을 수시로 접할 수 있으니
그다지 파격이라고 할 수 없겠다.
(그래서 공연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멜키어 윤현민의 노출 연기는 좀 놀랐다.
그것도 무대석 우측에의 목격은.... 쩝!

멜키어, 벤들라, 모리츠.
이 아이들
참 안스럽다.

 


 
<Spring Awakening OST>

01. Mama Who Bore Me
02. Mama Who Bore Me (Reprise)
03. All That's Known
04. The Bitch of Living
05. My Junk
06. Touch Me
07. The Word Of Your Body
08. The Dark I Know Well
09. And Then There Were None
10. The Mirror-Blue Night
11. I Believe
12. Don't Do Sadness/Blue Wind
13. The Guilty Ones
14. Left Behind
15. Totally Fucked
16. The Word Of Your Body (Reprise)
17. Whispering
18. Those You've Known
19. The Song Of Purple Summer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8. 3. 06:16


오랫만에 연극 한 편을 봤다.
<연극열전3> 여섯 번째 작품 <너와 함께라면>
연극 <웃음의 대학>을 쓴 일본 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작품으로 역시 코믹이다.
연출은 내가 좋아하는 이해제,
출연 배우들도 탐나는 배우들이라 미리부터 예매했던 작품이다.

기간 : 2010.07.23 ~ open run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
출연 : 서현철(아버지), 추귀정 (어미니), 
         큰 딸 (이세은). 작은 딸 (김유영)
         남자친구 (송영창), 남자친구 아들 (박준서)
         이발소 직원 (조지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무지, 엄청, 유쾌하고 황당하게 재미있는 연극이다.
보는 내내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마치 웃음소리를 계속 틀어놓은 시트콤처럼...)
2시간 동안 시종일관 사람을 쥐고 흔들면서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모든 상황이, 모든 대사가, 모든 행동이 전부 다.
그런데 그게 억지스럽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있다는 사실.
사실 코믹물은 억지스런 짜맞추기 같아 개인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이 연극은 전혀 그렇지 않다.
너무나 황당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 상상을 해보자.
내가 부모인데 28살 꽃다운 나이의 큰 딸내미가
어느날 결혼을 하겠다며 애인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인다.
가족들이 "청년 사업가"로 알고 있는 
그 사람이 사실은 "청년 사업가"가 아니라는 거다.
그 오해의 부분이 차라리 "사업가" 라는 부분이라면 천만 다행일텐데
문제는 "청년"이 아니라는 부분에 있다는 거다.
딸의 남자친구는 73세의 파파 할아버지.
딸의 할머니와 같은 해에 태어난 분으로 엄연한 경로 우대증 소지자시다.



어찌어찌해서 아빠와 여동생에게는 이 사실을 밝혔는데 문제는 엄마!
엄마에게 사실을 말하려고 하는 게 
오히려 거짓말에 거짓말 꼬리 잡기가 되고 만다.
노령의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와
한참 젊은 예비 장인(?)에게 "아버님!, 아버님!"을 연발하며 점수를 따기 위한 필살기 중이시다.
(섬뜩섬뜩한 귀엽성이 있더라. ^^)
설상가상으로 노인의 아들까지 찾아와 이야기는 더 꼬인다.
아들은 엄연히 남편이 있는 그 집 어머니를 자신의 아버지와 사귀는 분으로 착각하고
구렛나루를 휘날리며 "엄마! 엄마!"를 연발한다. 
급기야 건장한 아버지는 이웃집 게이 남자로 둔갑해 버리고
이발소 종업원의 멀쩡한 눈은 졸지에 사시가 되버린다.



마치 탁구 경기를 보는 것 같다.
서로 받아치는 대사들은 탄력성 있고 하나하나 똑똑 튄다.
(원래 거짓말이라는 속성이 그렇긴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감탄스러울정도로 능청맞다.
늙은 남자친구 역을 맡은 송영창이 예비 장인을 향해 날리는 필살기는 은근히 귀여운 게 중독성이 있다.
큰 딸 역의 이세은은 첫 연극 무대 데뷔인데 사실 좀 놀랐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틈에서 대략 묻어가겠거니 했는데
딕션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철없는 표정연기가 일품이더라.
작은 딸 김유영은 <스프링 에웨이크닝> 이 후 두 번째 작품인 것 같은데 신인같지 않은 안정감이 있다.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
거짓말의 퍼레이드는 오히려 그녀의 입에서 더 부풀려지고 한층 업그래이드 된다.
story-maker 역할이 바로 그녀인듯 싶다.
커튼콜때 그녀의 코에서 튕겨나온 땅콩은 내 손에 정확히 맞았다. (브라보~~)



연극에서 누구보다도 돋보였던 사람은 역시 아버지 역의 서현철.
예전에 <판타스틱스>라는 뮤지컬에서 유랑극단 대표로 나왔을 때도
얼마나 맛깔스럽고 재미있게 연기를 하던지 연신 감탄하면서 봤었는데
이번 연극은 서현철이라는 배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케 하는 작품인 것 같다.
소위 "물 만난 고기"라고나 할까?


말투와 표정, 행동들 하나하나가 전부 다 재미있고 유괘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것도 억지스러운 게 아니라 너무 자연스러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맨발에 파자마 바람, 헝클어진 머리로 편안한 일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는 아빠에게
쓰나미같이 벌어지는 가공할만한(?) 상황.
상당히 불편하고 거북스런 상황을 이렇게 유머와 위트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다.

출연하는 배우들 7명 모두가 아주 똑 떨어지게 연기를 잘 한다,
과장스럽긴 해도 그 과장이 어디까지나 이 연극속에서는 오버처럼 느껴지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그래서 2시간 동안 충분히 즐겁고 유쾌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다시 보라고 해도 처음 보는 것처럼 큰소리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너와 함께라면>
분명히 재미있고 유쾌한 시간을 다시 한 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만에... 오랫만에...
박장대소하면서 기분 좋아지는 연극 한 편을 봐서 아직까지도 흐뭇하다.
끈적끈적해서 불괘지수 높아지는 이 여름에
시원한 청량감마저 느껴지는 그런 연극 한 편을 만나다.
<너와 함께라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