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4. 18. 09:16

 

<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시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 /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올리버)

        임강희, 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누군가 그랬다.

살기 위해선, 버티기 위해선 주문이 필요했다고...

이 작품이 딱 그렇다.

내겐 이 작품이 귓속말이고, 주문이고, 의지다.

지쳐 나가 떨어질것 같은 때,

이 작품의 대사를 떠올리면 그래도 버틸 힘이 생긴다.

올리버의 대사 그대로 오래전 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하는 느낌.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을거야.

내 목소리를 어떻게든 내게 닿게 하려고 노력하다보면

그게 삶이고, 그게 생이구나 싶어진다.

아프고, 슬프고, 기쁘고, 즐겁고, 처연하고, 괴로운 작품.

하지만 이 모든 감정들을 피하지 않고 다 받아들이게 만드는 작품.

위로는 그렇게 시작된다.

내 감정의 지도같은 작품.

그래서 늘 고맙고, 안스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아련한 작품.

적어도 이 작품과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나는 나를 아낌없이 들여다 볼 수 있다.

필립인 나를, 올리버인 나를, 실비아인 나를.

THE MAP


Who know, the pain.
I'm lost in the dark.
Your mem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Who know, the whisper.
I find in my mind.
Our hist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 성두섭은 감성적인 필립이었다.

  그래서 더 슬펐는지도 모르겟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본 배우 장율에게선 오종혁과 박은석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쳐 보인다.

  하지만 연기할 때는 다른 느낌이다.

  중요한건, 이 작품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거.

  그 마음이 내게 닿았다.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0. 2. 09:19

<Pride>

 

일시 : 2015.08.08. ~ 2015.11.01.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배수빈, 강필석 (필립) / 정동화, 박성훈 (올리버)

        임강희,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8월 9일 첫관람 이후 재관람이 망설였는데

배수빈의 필립과 임강희 실비아가 궁금해 결국 극장을 찾았다.

다행히 첫번째 관람보다는 좋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아는 <Pride>는 아니었다.

초연만큼 아프지도, 슬프지도, 가슴이 내려앉지도 않아서 그것 때문에 많이 아팠다.

 

박성훈이란 배우를 무대에서 처음 보긴 했는데

감기에 걸린건지 원래 목소리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변성기 소년 같던 발성이 보는 내내 신경에 쓰였다.

감정을 절제하는 조심성도 없었고 시종일관 코를 훌쩍이며 허우적거려 자주 당황했다.

목소리톤도, 표정도, 액션도 다 허공 중이다.

(특히 손동작은 재앙에 가까웠다...)

미안한 말이지만 박성훈이란 배우는...

1958년의 올리버를 전혀 감당해내지 못하더라.

단정하고 젠틀하고 귀염성 있던 박은석 올리버가 절박하게 그리웠다. 

만약 2015년의 올리버가 1958년의 올리버를 만회해줬다면 생각이 달라졌겠는데

코믹에 가까운 게이스러움과 젓가락 같은 몸으로 계속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꼭 슬램스틱 코메디를 보는것 같았다.

1막 마지막장에서는 소리를 컨트롤하지 못했고

2막 공원 장면은 시종일관 징징대는 사춘기 여자애를 보는 것 같아 통째로 들어내고 싶었다.

담담하지만 당당하고 현명한 올리버을 보고 싶었는데

많이... 당황스러웠다.

진심으로.

 

대신 배수빈 필립은 참 좋았다

딕션과 성량도 좋았고 연기와 액팅도 과하지 않으면서 잔잔하고 깊었다.

개인적으로 배우들이 연기할때 손동작을 유심히 보는데

1958년의 필립의 손동작은 아주 섬세하고 선명했다.

병원 상담 장면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울컥해졌고

고통을 참아내는 사람이 갖는 아픔과 슬픔이 고요히 전달됐다.

임강희 실비아는 

김지현만큼은 아니었지만 이진희보다는 좋았고

이원 역시 양승리보다는 더 좋았다.

개인적으로 2막 1장을 참 좋아하는데 이원 배우가 초연과 근접한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

 

결국 이 작품은...

초연의 필립과 올리버, 실비아가 내겐 독(毒)이 되버렸나보다.

지금 배우들도 다 좋은 배우들이지만

안타깝게도 초연의 그들만큼 내게 닿지 못했다.

자화상이었던 <Pride>가

지금은 단지 정물화처럼 느껴진다.

꼭 미로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