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1. 23. 14:22
오랫만에 중앙국립박물관을 찾았다.
용산으로 이전한 후 첫 방문 (^^)
같이 있는 공연장 "용"은 참 여러번 왔었는데 박물관은
다음 기회에를 연발했었다.
그나마 특별전시관은 몇 번 찾았었는데
상설전시관은 언제라도 볼 수 있다며 구지 합리화 시키면서
피곤을 이유로 오랫동안 모른척했다.
오랫만에 찾은 상설전시관은
만원의 입장권을 받는 "잉카유물전"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잔잔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상"
(아마도 나는 이걸 보려고 그날 그곳을 찾았던 것 같다)
독립된 전시실에 홀로 있는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은
왠지 섬뜩한 느낌에 발걸음을 주춤하게 한다.
공포나 불심과는 다른 도저히 설명되어질 수 없는 외경심.
붉은 전시관 안에 그 모습은 사뭇 종교나 예술을 넘어 장엄하기까지 하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왠지 무안하게 느껴져 황망해진다.
정면의 얼굴을 마주하기조차 왠지 머뭇거려진다.



이렇게 오랫동안 대면했던 적이 있었던가!
눈에 담는 것도 모자라 가슴 한 복판에 그대로 각인이라고 시키고 싶다.
그 세밀한 부분 하나하나 전부 내 눈 속엔 그저 "신비"였다.
높이 93.5cm
우리나라에 남겨진 가장 큰 금동반가사유상.
머리에 3면의 둥근 관을 쓰고 있어 "삼산반가사유상(三山半跏思惟像)"으로도 불린단다. 
연대는 삼국시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옛사람들은 아무래도 도통한 사람이었거나
혹은 천재였거나
둘 중의 하나다.
바라보는 모든 면들이 다 신비고 경이다.



오래동안 바라보다
마음 한 켠을 남겨두고 나왔다.
남겨진 마음 때문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던 발걸음.
그 곳에서 천년 만년 함께 벗하며 정들라고
겨우겨우 다독이며 돌아섰다.



문득 예전 기억들이 생생하다.
어마한 규모의 석불 전시관을 보고 무서워했던 그 때의 기억들이...
고백컨데,
두려움과 무서움은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아직 나는 홀로 그 곳을 들어갈 배짱이 전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내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너무나 명확하고 확연히 다르다.
두려움의 이유는 어느새 확실히 변해있다.
예전의 두려움은 석불의 크기와 돌이라는 광물이 주는 차가움 때문이었지만.
지금의 두려움은 그걸 바라보는 내 자신의 근원 때문이다.
눈을 감고 깊게 깊게 생각하는 그들이 내게 묻는 것만 같다.
너는 왜 매번 두려워하느냐고...
대답을 찾지 못한 나는 서둘러 발길을 돌린다.

그들은 늘 묻고.
나는 늘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그리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윤회가 시작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