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4. 14. 08:30

 

론다에서 오후 5시 13분에 출발한 기차는 오후 8시경에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내 여행의 시작이자 이유인 곳

그라나다가 아니었다면, 알함브라 궁전이 아니었다면

나는 스페인 여행을 꿈꿨을까?

석류라는 뜻의 "그라나다"에서 이슬람 최후의 왕조 나스르 왕국은 만개하고 스려졌다.

와르르 검붉은 석류가 터져내리듯 그렇게 몰락한 이슬람 마지막 왕조.

그라나다에 가까울수록 떨림은 깊어진다.

맨 처음 알함브라 궁전을 알게 됐을때 그랬었다.

"내 생전에 이곳을 가는 날이 과연 올까?"

더 솔직히 말하면 나란 사람이 외국여행이라는걸 하는 날이 올까 생각했었다.

꿈같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알함브라 궁전을 향하고 있다니...

조금 많이 뭉클해왔다.

 

늦은 저녁 기차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10 uro) 그라나다 시청사 근처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동굴 플라멩고(Cueva Flamenco) 예약.

호텔 리셉션에 문의했더니 호텔에서도 예약(30 uro)할 수 있고

원하면 9시 50분에 차량이 픽업하러 올 수 있단다,..

Los Tarantos 라는 곳인데 그라나다에선 제법 알려진 곳이라 "OK!"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플라멩고 공연이 시작되는건 밤 11시지만

그전에 차량으로 알바이신 지구를 짧게 둘러보는 시간이 있었다.

군데군데 중요한 곳은 설명도 해줬고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서는 내려서 알함브라 야경을 감상하게도 해줬다.

여기서 보는 야경이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우범지역이라 포기한 곳이었는데 동굴 플라멩고 덕분에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이로써 세비아에서 플라멩고를 놓쳤던게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서의 알함브라 야경으로 완벽히 보상됐다.

(역시나 한 쪽 문이 닫히면, 한 쪽 문은 열리게 마련이다.)

아주 멀리서 빛을 받으서 서있는 성채의 모습은...

신비 그 이상이었다.

경외심이 생길 정도로!

 

 

바람의 영혼을 가진 집시들의 춤 플라멩고.

춤(Vaile)과 기타(toque), 노래(Cante), 손벽(Jaleo)이 적절히 어울러지면서

절정을 향해 나아가는 춤.

하지만 알바이신의 야경이 마음에 남아서였을까?

기대했던 동굴 플라멩고는 오히려 밋밋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춤을 추는 무희분들의 뱃살이 너무나 위협적이라서

가까이 다가오면 저절로 몸이 움츠려 들더라.

치마를 들어올리면 너무 건강한 다리때문에 또 깜짝깜짝 놀라고...

게다가 스페인에서 처음 마셔본 상그리아에도 특별한 맛을 못느꼈다.

(아무래도 나는 알콜류와는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인간인가보다.)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았던건 Cante.

나이가 지긋한 분이 부르는 노래는 묘한 여운과 멋이 있더라.

뭔지 모르지만 회한이 담긴 구슬픈 느낌.

 

때로는 귀가 눈보다 훨씬 더 많은걸 본다는데

그라나다 Cueva Falmenco가 내겐 딱 그랬나보다.

할레~~~!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