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4. 8. 08:33

스페인의 알달루시아 작은 마을 론다(Ronda).

고작 반나절만 허락됐던 곳을 이렇게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한 낮의 론다와 

늦은 밤의 바르셀로나 고딕지구를 꼽겠다.

만약 론다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면

아마도... 그 뒤의 일정들이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세비아에서 출발한 버스가 멈춘 곳은 론다의 Estacion de Autobuese.

터미널 한켠에 오후 5시 까지 짐을 맡아 주는 할아버지가 계셔서

(한국어는 급조하긴 했지만 친절하게도 각 나라 언어로 표시를...)

5유로에 캐리어를 맡기고 간단한 몸으로 밖으로 나왔다.

그때 맞닥뜨린 폭격처럼 쏟아지던 론다의 햇빛.

무방비 상태에서의 당한 빛의 습격(襲擊)은 꽤나 치명적이더라.



론다의 알라메다 타호 공원은...

내 눈을, 내 맘을, 그리고 내 몸을 아주 오래 잡아둔 곳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떼는게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게 빛났다.

풍경에 넋을 놓고 있는 나를 보고 조카가 말한다.

"이모, 행복하겠다!"

"왜?'

"여기 이모가 좋아하는거 다 있쟎아. 파란 하늘이랑, 나무랑, 바람이랑, 길이랑."

조카녀석이 이제 터키 말고 론다에서 살고 싶어진거 아니냐고 다시 묻는다.

대답했다.

"터키에 살면서 일주일에 이틀은 론다에 놀려오면 좋겠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시인 릴케의 말에 나 역시 동의한다.

.....나는 꿈의 도시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마침내 찾은 곳이 론다다...



누에보 다리까지는 가지도 못했는데 풍경 속에 그대로 스며들고 싶었다.

까마득한 아래 고즈넉히 서있는 작은 집에서는 고슬고슬 연기가 피어오르고

거리의 악사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노곤한 여행객은 돌벤치에 누워 한낮의 평화를 즐기고

발 밑으로 포근포근한 흙길이 감기고

햇빛은 보석처럼 꽃과 나무들 사이에서 쉼없이 반짝이고...


그래, 이런게 삶이로구나. 

이런게 숨이로구나, 

이런게 쉼이로구나..


살아있어서,

볼 수 있어서,

들을 수 있어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