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1. 1. 24. 10:11

참 눈이 많은 계절이다.
나란 동물이 참 이기적인게,
창으로 바라보는 눈은 낭만적이고 이쁘고 동화적이지만
그 속에 발을 딛고 서면 그 순간 바로 현실의 불편이 절감된다.
신발 밑창으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눈,
그래서 걷는 걸음을 어이없이 삐걱거리고 만들고
때로는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우수운 꼴로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눈.
거기다가 바람이라도 작정한듯 합체를 하면...
그런 날은 정말이지 아무리 동화적인 눈이라도 더이상 동화로 보이긴 힘들다.
저절로 느껴지는 추위에 어깨도 우수수 떨린다.
눈이 푸지게 오는 날은 날씨가 포근한 거라는데
이상하지?
눈이 오면 내 체감 기온이 형편없이, 현실감없이 그대로 뚝 급강한다.
어딘지 냉랭하게 낯설고
도도할 정도로 차갑고
살갖에 날카로운게 닿는 듯한 금속성의 쨍한 느낌.
손발이 저릴 정도의 냉기는 그대로 날 선  칼끝처럼 예리하게 다가온다.

잠시 폭설...
어제 순간적으로 서울에 쏟아진 눈은
고립을 생각케 했다.
뭘 그렇게 잊고 싶었을까?
새하얗게 새하얗게 지워내려는 눈발의 의지가 너무 독해
순간 덜컥 겁이 난다.
혹시 나를 찾는 거였나?
거친 눈발이 고립시키겠다 작정한 건
혹 내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눈발은 답할 이유가 없다며
여지없이 성큼성큼 폭력처럼 쌓인다.

이대로 이 순백의 폭력을 그대로 견뎌야 하나?
어쩌면 나는 
너무 깊고 큰 원죄를
품었었나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