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6. 25. 08:35

1905년 짓기 시작해서 1907년 완성된 카사 바트오(Casa Batilo)

이 건물은 사업가 바트요의 의뢰로 가우디가 만들었다.

"뼈로 만든 집"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는 집.

새로 지은 건물은 아니고 기존의 건물을 재건축한거라

무엇보다 기능적으로 튼튼한 건물로 만드는걸 최우선으로 생각했단다.

가우디의 유명세때문에 바로 옆의 카사 이마트예르(Casa Amatller)는 예전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 건물을 만든 건축가가 가우디의 스승이라던데

그게 맞다면 청출어람 청어람의 전형적인 증거라고 하겠다.

이 건물도 투어가 가능한데 이곳을 몇 번씩 지나다녔봤지만

투어객을 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오로지 카사 바트요에만 인산인해.

 

 

카사 바트요는 지중해를 테마로 만들어서

내부에 들어가면 바닷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단다.

시간이 없어서 내부 투어는 결국 못했는데

그게 지금까지도 내내 후회가 된다.

지붕까지 올라가 카탈루나 수호신인 용의 비늘을 봤어야 했는데...

내부에서 뼈들 사이로 밖의 모습을 보는 것도 근사했을텐데...

바르셀로나에서 있는 동안 어디로 가든 항상 이 앞을 지나쳐 다녔다. 

하루는 조카녀석이 그러더라.

"이모, 우리 바르셀로나 와서 이 건물만 한 백 번은 본 것 같다. 그치?"

"왜" 싫어!"

"아니, 이쁜 집이라서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조카녀석이 카사 바트요 내부를 봤다면 그 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을지도 몰랐을텐데...

겉모습을 너무 많이 봤다는 이유로 내부를 홀랑 놓쳐버린 곳.

이곳을 창문을 받치고 있는 다리뼈와 해골모양의 테라스도 신기하지만

건물 외벽 모자이크 장식의 색감이 나는 참 로맨틱하고 예뻐서 자주 넋을 놓고 쳐다봤다.

색색의 고운 꽃가루를 뿌려 놓은 느낌.

또 다시 꿈결같이 달콤한 가우디의 색감에 빠져버렸다.

 

 

깊은 밤 카사 바트요의 모습은

또 다른 반전을 선사한다.

섬뜩하기도 하고 괴기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조명을 통해 보이는 해골의 눈은 의외의 귀염성으로 가득하더라.

비유를 하자면,

호기심 많은 거대 우주괴물이 

하필하면 한 밤 중에 지구에 떨어져서

큰 눈을 꿈뻑거리며 열심히 상황파악을 하고 있는 모습 같다.

포도넝클에 떨어져 온 몸에 포도송이를 주렁주렁 매달고서... ^^

 

모든 풍경은,

낯과 밤의 모습이, 새벽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그걸 알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

조금 부지런해지는거.

그것 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