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11. 7. 08:33

두브로브니크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자그레브에 도착하니

새벽 6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그야말로 조~~~용하더라.

두브라카에서 아침으로 먹을 차아바타 샌드위치를 사서 트랩에 올랐다.

샌드위치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두브라카에서 샀던 빵들이 다 맛있었고

이 샌드위치도 그래보여서 샀는데 안에 하몽이 들어있었던게 함정이었다.

예전에 스페인 여행때도 절감했는데 하몽은... 내 입맛에 많이...

결국 몇 입 못 먹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잘 보고 샀어야 했는데 크로아티아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그렇게 허망하게 끝이 났다.

 

 

버스터미널에 있는 유료짐보관소에서 4유로에 캐리어를 맡기고 6번 트램을 탔다.

짐없이 트램에 오르니 몸이 가뿐하다.

지난번엔 정신이 없어서 레누치의 푸른 말발굽이라는 도니 그라드도 제대로 못봤었는데

오늘은 국립극장도 토미슬라브 왕 동상도 슬몃 봤다.

중간에 내려서 반옐라치치 광장까지 걸어갈까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그러다 돌라체 시장 구경하는 시간이 빠듯해까봐 참았다.

 

 

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신선한 야채들과 과일들.

그야말로 혼자 침을 꿀꺽꿀꺽 삼기면서 돌아다녔다.

마음같아서는 바리바리 잔뜩 사고 싶지만

현실은 몇 시간 뒤에 비행기를 타야만 하니 이 모든 천국을 그저 눈으로 봐야만 한다.

특히 저 커다란 하우스치즈는 유류반입 불가만 아니면 무거워도 몇 덩어리 가방에 넣었을거다.

유럽치즈 특유의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

지금도 그 맛을 떠올리면 입 안에 가득 침이 고인다.

비행기가 아니라 야간버스를 탔건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활기찬 아침의 돌라체 시장을 스킵했다면 분명 두고두고 후회했을것 같다.

역시나 눈(目)은 힘이 쎄~~~~다.

 

 

지하로 내려갔더니

육류와 유류가공품들 상가가 모여있었다.

염장해서 말린 돼지뒷다리는 살짝 공포버전으로 걸려있었고

그 외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훈제육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유혹의 손길을 펼치는 치즈들의 향연.

사고 싶다, 사고 싶다...와 나름의 사투를 벌이며 지하 상점을 천천히 한바퀴 돌았다.

 

 

돌라체 시장의 화룡정점 꽃시장.

유럽을 여행하면서 내가 부러워했던것 중 하나가 꽃의 생활화였다.

우리나라는 꽃이라는게 축하를 위한 이벤트용품의 느낌이 강한데

유럽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계절이 바뀌면 집집마다 꽃을 사서 담장과 창문가를 단장하고 

아침이면 화려한 포장없이 무심하게 종이로 감싼 꽃을 산다.

많이도 아니고 한 주먹 크기의 아담한 꽃을 

그날의 식재료를 사듯 집으로, 직장으로 사서 들고 가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일 수가 없었다.

작고 소박한 꽃들을 보니

또 다시 사고 싶다... 사고 싶다...가 스멸스멸 올라온다.

 

멈춰서 꽃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봤다.

모두모두 들고 있는 꽃만큼 활짝 피었다.

꽃도, 사람도 다 아름답다.

꽃의 배웅, 자그레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