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3. 5. 08:02

마드리드에서 첫날 밤을 보내고

세고비아 당일여행을 위해 monclio행 지하철을 탔다.

12.20 유로에 구입한 T-10회권은 마드리드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사실 혼자 지하철은 탄다는게 많이 걱정되긴 했다.

소매치기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결론은 나만 정신 바짝 차리면 된다는거.

무사히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직행 왕복 차표(14.76 유로)를 구입했다. 

버스 안에서 바라본 하늘은 너무나 맑고 화창해서 그림같았았다.

그랬더랬는데...

세고비아로 가까워질수록 날씨가 흐려지더니

급기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비가 추적주적 내리기 시작하더라.

버스터미널에 있는 작은 가계에서 5 유로를 주고 우산을 산 뒤 아소게호 광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산 미얀 성당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는데

거짓말처럼 갑자기 눈앞에 수도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이층 아치 구조인 수도교는 최대 높이 30 m , 총길이 728 m나 된다.

그런데 실제로 눈으로 보니 수치상으로 알던 것과는 그 위용이 엄청나네 달랐다.

기원전 1세기에 만든 로마 건축물이 지금 내 눈 앞에 서있다는게... 실감나지 않더라.

더 놀라운건 이 거대한 건축물을 화강암으로 접착제 없이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기원전 1세기에... 저렇게 높고 긴 수로를... 165개의 완벽한 아치로... 그것도 이중의 구조로...

이런게 그 시대에 만드는게 가능한거구나...

아마도 고대인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훨씬 더 미학적이고, 

훨씬 더 인내심이 많고, 

훨씬 더 섬세했던 모양이다.



비로 촉촉하게 젖은 세고비아의 골목 골목을 걷는 기분은

혼자만 아는 비밀 통로로 여행을 떠나는 떨림이더라.

길도 모르고, 지도도 없으면서

작은 마을이라는 것 하나만 믿고 이곳 저곳 그야말로 정체없이 걸어다녔다.

나란 사람은 어쩔 수 없다.

골목길만 보면 길도 모르면서 앞뒤 생각 안하고 그냥 골목 속으로 빨려든다.

이날도 어찌나 헤매고 다녔는지...

결국엔 돌아가는 버스 타는 시간까지 위협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다행히 버스 출발 바로 직전에 도착해 무사히 돌아오긴 했지만...) 



골목길에 이어 세고비아에서 만난 두 번째 매직.

흐렸던 날씨가 점점 화창해지더니 거짓말같은 풍경을 보여줬다.

비에 젖은 수도교와

쨍한 햇빛 속의 수도교는

분명 같은 모습이지만 동시에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는 참 행운아라는 생각.

이렇게 하루에 극적으로 바뀌는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했고 감사했다.


혼자 머무는 삼일 간의 시간이 

내겐 자꾸 선물을 건네준다.

받고,받고, 또 받고...

어쩌면 이 삼일간의 시간 동안 

나는 엄청난 부자가 되버릴지도 모르겠다.

여행한다는거,

걷는다는거,

본다는거,

느낀다는거,

이렇게 몸서리치게 좋은거로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