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7. 22. 08:08

조토의 종탑(Companile di Giotto).

14세기말에 조토가 디자인하고

제자 안드레아 피사노와 프란체스코 칼렌티, 루카 델라 로비아에 의해 완성된 높이 84m의 거대한 탑.

이 곧게 뻗은 직선의 종탑은 단정한 아름다움과 함께

신을 향해 나아가려는 인간의 열망이 담겨 있다.

피렌체 대성당보다 한 세기 뒤에 만들어 졌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삼색 대리석을 사용해 마치 한 건물같은 조화를 만들어내는 종탑.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도시마다의 색감이 느껴지는데

로마는 붉은 흙빛이,

피렌체는 상아빛 흰색이 먼저 떠오른다.

그것도 시간의 흔적이 정갈하게 베어있는 흰색.

 

 

463개의 계단을 찬찬히 오르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착한다.

점점 좁아지는 계단은 정국엔 한 사람만 겨우 올라갈 정도만 협소해진다.

내려오는 사람과 만나기라도 하면 벽에 바짝 붙어서야 할 정도.

그러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놀이처럼 올라가길 권한다.

조그만 창을 통해 깊숙히 들어오는 햇빛도 보고

램프가 비추는 그림자도 내려다보고,

동굴 탐험을 하듯 그렇게 천천히...

나는 463계의 계단을 오르면서 자주 벽을 쓰다듬었다.

사람의 손을 타서 반질반질해진 벽.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이 벽이 거울처럼 변하지 않을까 싶다.

나란히 걷는 실제의 나와 거울 속의 나.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겠다.

다정해도 보이고.

 

조토의 종탑 문양의 주제는 "인간의 구원"이란다.

제일 아랫층 육각형 대리석에는 

인간의 창조와 농업, 예술, 법률 등에 관한 내용이 조각되어 있고,

세 번째 층에는 세례자 요한, 시빌리 무녀, 고대 예언자들의 조각상이 모셔져 있다.

하지만 역시나 모두 모사품들.

진품는 두오모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는데

하필이면 보수 중이라서 아예 봉쇄되어 있다. 

그렇다면 도나텔로의 "막달라 마리아" 역시도 못본다는 의미다.

피렌체에서 제일 보고 싶었던게 이 조각이었는데...

또 아쉬움이 한웅큼 남았다.

 

 

두오모 쿠폴라에 오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건

여기 저기 무자비하게 쓰여있던 낙서들.

곳곳에 붙어 있는 "Do not write on the wall" 안내문이 무색할 지경이다.

심지어 스프레이 페인트로 커다랗게 쓴 글씨와 문양들도 있다.

꼭 그래야 했을까?

자신이 왔다 갔다는 흔적을 이런 식으로 남겨야만 했을까?

많이 씁쓸했다.

한글로 쓰여진 낙서가 나올 때마다 내가 쓴 것도 아닌데 고개가 숙여졌다. 

(지정훈, 지상윤, 전영교는 정말이지 아주 많이 부끄러워 해야만 한다!!)

이쯤되면 철망에 걸린 자물쇠 정도는 애교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절대 금물!

무분별하게 채워진 자물쇠 때문에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넘어가는 문화재가 얼마나 많은데...

노파심에 애궃은 어린 조카에게 한 마디 했다.

펜으로 새겨 놓고, 열쇠로 채워야 믿어지고 기념되는 사랑이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사랑의 맹세는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는 거라고...

조카녀석이 자신은 절대로 이런 짓 안할거라고 믿으란다.

별 거 아닌데 왠지... 안심이 되더라.

 

두오모 쿠폴라 정상에 올라 바라본 피렌체 전경.

저 멀리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과 산타 크로체 성당이

바르젤로 미술관과 베키오 궁전이 손에 잡힐듯 가깝다.

마치 신이 된 것처럼  내려다 본 세상은

천지창조를 끝난 하나님의 심정과 비슷하더라.

"보시기에 참 좋았다..."

하지만 신으로의 빙의도 짧은 일정 앞에서는

바벨탑 허물어지듯 우르르 무너진다.

 

나는 그저 언제까지나

아쉬움 가득한 인간일 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