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8. 12. 08:25

전날 늦게 리바 거리를 찾았던 이유는

마르얀 언덕 올라가는 초입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여행지에서 내가 종탑 다음으로 좋아하는게

높은 곳에서 도시 전체를 한 눈에 바라보는 파로라마 뷰다.

사실 "높이"와 "전망"이라는 점에서는 별차이가 없지만  

전자는 협소한 공간때문에 올라갈 때 한 눈 팔 확률이 적은 반면

후자는 중간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확률이 무한하다는 과정의 차이가 있다.

나같은 골목길 성애자 경우에는 특히 더!

 

 

리바거리 끝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교회가 보이고

교회 맞은편 붉은 건물에 마르얀 언덕 올라가는 표시판이 있다.

두 건물 사이로 쭉 올라가는 길은 경사와 계단이 반복돼서 재미있고

양쪽으로 골목길을 기웃거리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했볕은 널어놓은 빨래를 바짝 마르게 할 정도로 쨍하고

길 위엔 올라가는 사람도 내려가는 사람도 한 명 없다.

 

 

마르얀 언덕 전망대와 그 주변 모습.

역시나 가장 멋진 뷰가 있는 곳엔 카페가 있다.

저녁무렵이면 이곳은 해지는 모습을 보려는 사람들도 빈자리가 없다는데

지금은 저렇게 텅 비어 고요하다.

내내 사람 한 명 없는 풍경이 계속되니 살짝 난감하다.

내가 사람들을 피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나를 피하고 있는건지...

(혹시 양쪽 모두!)

 

 

전망대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중세시대 만들었다는 성 니콜라스 성당이 나온다.

성당 내부가 궁금해서 작은 문틈으로 렌즈를 들이밀었다.

깜깜한 성당 안엔 벽과 연결된 돌선반이 있고

그 위에 작은 십자가상이,그리고 더 위에는 성화 한 점이 걸려있다.

너무 작고 고요한 성당이라 나도 모르게 바라보는 눈이 조심스러워진다.

이 성당을 관리하는 사람이 누굴까 궁금했다.

의무가 아닌 믿음과 애정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

성당주변까지도 따뜻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꽤 오래 성당 주변을 서성이고 또 서성였다.

 

 

성당에서 더 올라가면 동물원이 나온다는데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 되돌아섰다.

숙소로 가면서 다시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의 골목길을 기웃거리고

나로드니 광장을 들러 그레고리우스 동상을 만든 이반 메슈트로비치의 또 다른 작품 마르코 마풀리츠 동상도 봤다.

은의 문을 빠져나와 신선한 과일과 야채들에게 눈인사를 하고

달콤한 젤라토도 먹고.

(1일 1젤라토 계획은 야심차게 실현되는 중이고!)

오전 11시.

숙소 앞 해변가에 펼쳐진 저 흔한 풍경이라니!

 

스플리트는

하늘이고, 물이고. 구름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