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12. 4. 08:24

나보나 광장(Piazza dei Navona)은

도미티아누스 황제에 의해 서기 81~96년 사이에 만들어진 경기장 '치르코 아고날레(Circo Agonale)'다.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이 경기장에서

전차경기, 군인들의 형렬, 모의해전 등이 열렸었다.

그 후엔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로마시민의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는 곳.

나보나 광장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건 17~18세기 무렵이란다.

1644년 대주교였던 팜필이 인노첸시오 10세 교황이 되면서 이곳이 크게 변모하게 된다.

원래 이곳엔 팜필 소유의 대저택이 있었는데

더 큰 저택을 짓고 싶어서 주변 일대의 땅을 사들여 팜필 궁전을 짓는다.

1920년에 팜필 궁전은 브라질 대사관으로 임대됐다가

1964년 브라질 정부가 아예 건물을 매입해버려 지금은 브라질 국가 소유가 됐다.

 

 

 

나보나 광장은 차량 통행 금지 구역이라 

느리게 느리게 걸어다니기에 아주 그만인 곳.

4대 강 분수의 맞은편에 보이는 웅장한 하얀 건물은,

베르니니와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보로미니가 만든 산타그네셔 인 아고네 성당(Chiesa di Ant'Agneses in Agone)이다.

아고네(아그네스)는 기독교 박해 중 신앙을 지킴으로써 성녀의 칭호를 얻은 여인으로

바로 이곳에서 처형당했다.

아그네스는 순결, 양치기, 소녀, 약혼한 커플, 처녀의 수호성인이다.

사실 4대강 분수도 처음에는 보로미니가 만들기로 예정됐었단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베르니니의 만든 분수 모형을 본 교황이 폭풍 감동을 하는 바람에

제작자가 베르니니로 바뀌게 된다.

보로미니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 보로미니는 67세에 스스로 자살을 한다.

거부당한자, 2인자라는 오명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겨웠던 모양이다.

 

 

여기저기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여유가 한가득이다.

거리 화가들의 그림에 정신이 팔려 이쪽 저쪽  뛰어다니느라 바빴고

초상화 그리는 화가 옆에서 똑같아... 똑같아...를 연발하고

거리예술가의 퍼포먼스에 나도 저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사랑스런 연인들의 귀여운 애정행각(?)도 너무 예뼜고

자동차 동호회의 파이팅엔 청량감이 느껴졌다.

눈길만 살짝 마주쳐도 자동발사되는 미소들.

우리나라는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를 띄우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 보는데

이곳에선 눈만 살짝 마주쳐도 미소가 자동반사된다.

그게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그래서 나도 이곳에 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미소천사였는데...

 

지금은 웃음도, 미소도 많이 잃었다.

그런데 그게 다 내 탓이다.

웃는게 뭐가 그리 힘든 일이라고...

이젠 좀 웃고 살자!

길지도 않은 인생인데 지푸리고 살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러니 웃자, 웃자. 진심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