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5. 27. 06:38


너무나 보고 싶었던 공연인데 3번의 내한 공연때마다 매번 놓쳤던 작품이다.
매튜 본(Matthew Borune)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4번째 내한공연에서 드디어... 드디어...
이 멋진 신세계를 만나다.

 
                                                                                                    - 메튜 본과 백조들

1960년 영국 런던 출생 메뉴본은 무용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영국 최고 권위의 예술상인 "올리비에상(Olivier Awards)"를 무려 4번이라 수상한 인물.
그의 이력을 찾아 보고 두 번 놀랐다.
생각보다 너무나 젊은 사람이여서 놀랐고, 또 하나는 엄청난 천재성에 놀랐다.
22세에 런던의 현대 무용 컨서버토리안 라반 센터(Laban centre)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무용 교습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남들보다 늦어도 한참 늦게 자기 길을 찾은 사람 늙각이 안무가가
지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새로운 예술 장르를 만들어냈다.
22살까지 쌓아온 연극과 무용, 그리고 올드 뮤지컬에 대한 깊고 방대한 지식이
그를 이 분야에서 특별한 사람으로 만드는 밑받침이 되었단다.



1987년 27세의 나이에 자신만의 댄스 컴퍼니인
"어드벤쳐스 인 모션 픽쳐스(Advantures in Motion Pictures)" 창단해서
<호두까기 인형> 같은 고전 발레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1995년 남성 무용수들을 백조로 기용한 파격적인 <백조의 호수>는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전 세계적인 집중을 받았다.
대사 없이 노래와 춤으로만 극이 진행되는 "댄스 뮤지컬"을 처음 만들어낸 안무가 메튜 본.
<백조의 호수>는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엔딩장면에 감동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엔딩 장면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클라이맥스이기도 하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백조의 호수>의 1대 백조인 아담 쿠퍼(Adam Cooper)가
성인이 된 빌리로 나와 비상하듯 하늘을 향해 높게 뛰어 오른다.
(8월 드디어 엘튼 존이 참여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우리나라에서라이센스 공연에 들어간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 엔딩 장면                               1대 백조 아담 쿠퍼

<라만차> 이후 오랫만에 찾은 LG 아트 센터.
다행히 내가 보고 싶었던 조나단 올리비에 백조와  샘 아처 왕자다.
낮공연은 다른 사람들.
캐스팅 공지가 미리 되지 않기 때문에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횡재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 횡재는 지금까지도 내내 계속된다.
(어쩌면 좋아... 이 사람들...) 




백조와 흑조(낯선 남자)를 연기한 조나단 올리비에.
이 사람의 손끝과 발끝에 완전히 넋을 잃었다.
솔로로 춤을 출 때는 역동적이고 힘이 넘치고
왕자와 페어를 이룰 때는 너무나 아름답고 애절하고 그리고 사랑스럽다.
또 군무에서 주변 백조들과 발란스를 맞추는 모습에서는 묘한 평화로움까지 느껴진다.
(키 작은 백조들과 키 큰 백조들 사이에서 올리비에의 보폭과 점프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백조의 군무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한다.
"정말 아름답다..."
2막에서 흑조(낯선 남자)로 나와 파티장의 모든 여자들을 후리는(암만 생각해도 이 표현이 딱이다) 모습은
옴므파탈이라는 단어조차도 무색하다.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점프력. 


                                                                          - 조나단 올리비에

감탄하지 말자... 감동하지 말자...
지금 나는 계속 내게 주문을 걸고 있다.
"감동하면 지는 거다!"
아니,
"감동하면 파산하는 거다!"
이렇게 5월 30일까지 버텨야 한다...



무대와 의상, 조명도 환상적이라 누가 참여했는지 찾아봤다.
무대 및 의상 디자인은 리즈 브라더스톤(Lex Brotherston),
조명 디자인인  릭 피셔(Rick Fisher)란다.
두 사람 다 세계적인 사람이란다.
백조 의상은 잘못 만들면 참 우수울 수도 있었을텐데
보면 볼수록 정말 백조 같다.
(저렇게 위는 맨살을 보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소란스럽고 번잡스럽지 않은 무대는 깔끔하고 고요하다.
그리고 조명은 춤의 포인트를 따라가면서 관객에게 하나하나 해설을 해주는 느낌이다.
오직, 경이로울 뿐...
메뉴 본은 어떻게 백조를 남자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그것 역시 경이로울 뿐...



내 작품들에 어떠한 이름을 붙일 것인가가 매우 큰 이슈로 여겨지고 있다.
이게 뭐야? 무용이야? 맞다. 연극이야? 이 말도 맞다. 우리는 이것을 "댄스 시어터(dance theater) 또는 "댄스 뮤지컬(dance musical)"이라고 부르고, 나 자신을 연출가이자 안무가라고 한다. 그러나 연출로 더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의 작품을 위해 플롯을 구상해 나가는 작업은 마치 영화 시나리오나 연극의 극본을 쓰는 것과 흡사했다. 음악을 계속 들으면서, 그리고 원작 시나리오 속에 숨어 있는 아이디어들을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쌓아 나갔다. 이것은 내가 영화나 연극을 구상하고 발전시키는 과정과 같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안무가라기 보다는 일종의 "창조자", "스토리텔러"로 본다. 스토리텔링은 내가 가진 최고의 재능이라고 여겨진다.                           --- Matthew Borune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