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3. 18. 08:41

<공동경비구역 JSA>

일시 : 2014.02.27. ~ 2014.04.27.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원작 : 박상연 "DMZ"

극작, 작사 : 이희준

작곡 : 맹성연

연출 : 최성신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이정열, 임현수 (지그 베르사미) / 최명경, 이석준 (오경필)

        정상윤, 강정우,오종혁 (김수혁) / 임철우, 이기섭 외 

제작 : CenS

 

작년 12월 쇼케이스 공연때는잘 만든 창작뮤지컬 탄생에 깜짝 놀랐고

3월 본공연 프리뷰는 너무 많이 산만하고 지루해져서 깜짝 놀라고...

개인적으로 내게 두 얼굴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되버렸다.

그래서 미리 예매한 이날 공연도 취소할까를 솔직히 좀 고민했다.

그래도 프리뷰 이후 분명 수정을 했을테고

무엇보다 출연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어 재관람을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

재관람을 하길... 잘 했다.

확실히 프리뷰보다 정리가 됐다.

이야기의 긴장감도 살아났고, 묻혀버렸던 복선과 암시도 다시 살아났다.

쇼케이스부터 함께한 임현수와 정상윤, 임철우는 물론이고

새롭게 오경필에 캐스팅된 이석준까지 다 좋았다.

남북 병사들을 연기한 8명의 건장한 청년들과 세 명의 연주자들까지도...

이들 덕분에 지난번 받았던 상처들이 회복됐다.

다행이었고 그래서 참 고마웠다.

 

맨 앞줄에서 본 덕에 배우들의 표정들이 너무 생생했다.

지난번 이정열 베르사미가 너무 토속적(?)이라 개인적으론 감정이입이 참 안 됐는데

임현수 베르사미는 여러 가지로 느낌이 좋았다.

군인의 냉철함이 보였고 대사와 노래도 역할과 잘 맞았다.

(자세히 보니 입을 크게 벌리면서 노래하는 모습과 전체적인 표정들이 류정한과 아주 비슷하더라)

오경필의 이석준은 정말 무대 위에서 진심이구나... 가 느껴져서 감동적이

정상윤은 순간순간 감정을 빠르게 전환시켜야 하는데 그 흐름을 정말 귀신같이 잘 잡아서 끌고 가더라.

마지막 커튼콜에서 촉촉하게 젖은 정상윤의 눈동자를 보면서

이 작품이,정상윤이라는 배우가 갖는 진정성이 느껴져 참 뭉클했다.

내가 앉은 쪽이 운좋게도 김수혁 zone(?)이라 정상윤의 표정과 연기를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특히 "엄마 생각"을 부를때 감정운 정말 좋았다.

프리뷰때 2막 시작이 너무 산만해서 정신없었는데

그 장면도 정리가 깔끔하게 잘됐고

거제도 포로 수용소 장면에서 동생의 랩(?)이 없애버린 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노랑머리 소령님"이 다시 "외국인 소령님"으로 바뀐 것도 정말 좋았다.

(별거 아닌 사소한 단어이긴 한데 나는 왜 이게 그렇게 내내 거슬렸을까?)

음악도 볼륨 조정이 잘 된 것 같고

조명은 정말 좋았다.

 

세상의 끝에서 숨겨진 진실 앞에 비로소 대면하게 된 김수혁.

그때까지 그가 선택한건 기억의 왜곡이었다.

의식적이었든, 무의식적이었든.

"이성을 마비시키는 건 증오가 아니라 공포"라는 대사.

너무나 정확해서 섬득하다.

그들이 얼마나 간절히 살아있고 싶어했는지

이날 공연을 보면서 비로소 알았다.

 

그리고 유무처럼 홀로 남겨진 오경필!

그는 과연 김수혁의 죽음을 몰랐을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았을거라 확신한다.

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읖조리는 오경필의 마지막 곡을 듣고 있으면

그가 이 모든 진실을 다 알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 언젠가 좋은 날이 오면..."

그리고 행복했던 과거의 그들이 홀로 남은 오경필에게 손짓한다.

그 장면이.. 그 장면이...

나는 왜 그렇게 통곡처럼 아팠을까>

 

우리는,

정말 너무 아픈 역사를 안고 있었구나.

그리고 너무 자주, 너무 쉽게 그 상처를 잊고 있었구나.

조금만 기억해달라고,

상처가 상처에게 말을 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