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5. 9. 05:51

주지훈의 하차로 위기에 빠진 <닥터 지바고>를 티켓 파워있는 소문난 잔치로 만든 건

누가 뭐래도 순전히 배우 조승우의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지훈의 하차는 OD 신춘수의 입장에서는 악재가 호재로 변한 셈이다.

그리고 확실히 배우 조승우의 유리 지바고는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가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의 한계는 과연 있을까?

나는 지금 인물에 대한 완벽 빙의에 감탄하는 게 아니다.

솔직히 조승우가 무대에 서면 작품 속 배역보다 그 배역을 연기하는 조승우가 훨씬 더 빛난다.

그렇다면 이 정체모를 괴물을 보는 듯한 기묘한 느낌은 도대체 뭘까?

조승우라는 배우는 기본적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배역에 대한 애정을 점점 심화시키고 진보시키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키워낼 줄 아는 배우란 의미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해도 <닥터 지바고>란 작품은 절대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다.

눈에 띄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샤롯데라는 대극장 대관이 민망할 만큼 무대는 황량하고 조악하다.

뭐 시대상황이 격변하는 세계대전이고보면 무대가 화려해도 그게 더 이상하겠지만

무대 제작비는 저렴쪽에 가까우리라 짐작된다.

(좀 큰 레고블록 기차와 뜬금없는 스크린 영상은 역시나 다시 봐도 재앙이다) 

솔직히 배우 조승우의 연기와 집중도는

이 모든 재앙을 재앙보다 무시무시한 감각으로 가차없이 날려버린다.

아마도 OD 신춘수 대표는 침몰해서 유령선이 될 뻔한 이 작품을 기사회생시킨 조승우에게

고액의 개런티외에 감사의 보상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지난번 관람한 홍광호, 전미도 페어의 공연과는 확연히 다른 감동이 있다.

특히 노래와 연기가 불안했던 전미도조차도 훨씬 깊어지고 편안해졌다.

조승우의 서포트였을까?

조승우는 예전만큼 노래에 임펙트가 살아있는 건 아니지만 역시 명불허전의 명성은 여전하다.

그래도 가끔은 추억처럼 떠오른다.

<지킬 앤 하이드> 초연 때 조승우의 그 당당하고 패기넘치던 노래를...

이제 그때같은 노래실력을 듣기는 좀처럼 어렵지만 그래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아름답고

그의 연기는 극도의 세심함과 섬세함으로 숨이 막힌다.

여전히 순간순간 그는 보는 사람을 미칠듯이 숨죽이게 했다.

괴물같은 그가 데뷔13년만에 드디어 드라마 진출은 한단다.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의 신작인 <마의(馬醫)>로.

(개인적으로 이병훈 PD의 사극을 무지 좋아한다)

꽤 오래된 이야기긴 하지만 조승우가 한 인터뷰에서 그랬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환경은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구조인 것 같다고...

그런 그가 드라마를 한단다.

그만큼 작품과 연출가에 대한 믿음이 컸겠지만 우려와 걱정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조승우와 드라마라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얼마전 <러브어페어>로 드라마에 입성(?)한 배우 류정한이 떠오른다.

미안한 말이지만 류정한은 드라마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류정한이 내가 제일 좋아하고 믿는 뮤지컬 배우라고 하더라도 아닌 건 역시 아니다.

애써 찾아보지는 않았지만우연히  케이블 재방송을 봤는데 그의 연기는 너무 심하게 어색했고 단조로웠다.

(잠깐동안, 그것도 혼자 보면서도 손발 제대로 오그라졌다)

차라리 그가 시트콤 연기를 통해 과감하게 망가지기라도 했다면 기꺼이 박수을 보냈으리라.

그런데 이건 정말 아니다.

누가 뭐래도 그의 첫 데뷔작은 초보연기자의 어설픈 불륜연기일 뿐이다.

그는 20여년간의 뮤지컬을 했다는 자존감과 고집을 품위있게 계속 유지했어야 했다.

한동안 이걸 만회하려면 20년 들인 공보다 더 노력해야 할텐데 걱정이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이 드라마가 공영방송에서 방영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새로운 분야의 도전이라고 자위하기엔 참 막막한 드라마고 어이없는 캐릭터고 답이 없는 연기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조승우에게도 드라마 출연 결정은 신중하고 위험한 도전이다.

그러나 배우 조승우는 드라마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테고

세간의 이목을 단 한 번만에 집중시킬게 분명하다.

역시 현명하고 영리하다.

배우 조승우의 작품 선택은!

(뮤지컬 <닥터 지바고> 이야기하다 삼천포로 제대로 빠졌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몰입되어있다.

특히 강필석, 서영주, 최현주는 역시나 깊고 확실하다.

예전에는 지루하고 겉도는 느낌도 받았는데 이번 관람은 재관람을 생각케할만큼 좋았다.

그래도 불필요한 스크린 영상 남발과

멀티맨 수준에 가깝게  한 배우를 1인 다역으로 겸치게 출연시킨 건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출현하는 배우가 적은 것도 아닌데

(일부러 세봤다. 25명이 넘더라)

배우 한 명에게 너무 많은 배역이 맡겨져 실제보다 출연배우가 훨씬 더 적게 느껴지는 기현상을 경험케하니

이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그래서 전체 스케일도 초라하게 느껴진다.

가득이나 무대로 빈약한데...

홍광호 지바고를 보고 난 후에

조승우라는 배우 하나로 작품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배우 한 명이 작품을 이렇게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았다.

그러나 이건 결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참 비참한 발언이긴 하지만 오직 조승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승우가 괴물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4주 연습 뒤 바로 투입!

어거 정말 극도의 공포와 맞먹는 무시무시한 이력이아닐 수 없다.

 

문득 궁금해졌다.

조승우!

도대체 정체가 뭐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