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3. 6. 08:1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 (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이번엔 무대와 조명 등 전체적인 느낌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3층을 예매했다.

그리고 LG아트 3층 맨 앞줄은 이 모든 걸 보기엔 정말 환상적이다.

안전바(bar)가 시야를 가리는 것도 아니고

높이도 충무아트홀이나 세종처럼 낭떨어지의 아찔함이 아니라 좋다.

그리고 공연장 3층에서 듣는 음악과 음향, 배우의 소리는 뭐랄까 기본을 생각케 만든다.

공연장의 기본과 배우의 기본 두 측면 전부를!

 

류정한 막심, 김보경 나, 신영숙 덴버스, 최민철 잭, 이경미 반 호퍼

개인적으로 이 작품 최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캐스팅이다.

그리고 이 캐스팅으로 <Rebecca> 관람을 마쳤다.

자체 막공이었던 셈 ^^

비록 3층 관람이었지만 네 번의 관람 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이 제일 좋았다.

(지휘자가 김문정이 아닌 건 아쉽지만...)

그리고 매번 불안한 목소리로 무대에 올랐던 김보경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된 건 정말 다행스럽다.

내내 이런 답답함으로 막이 내려지는 건 아닌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이번 관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덴버스 신영숙!

개막 초반에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과장된 액팅이 완전히 줄었다.

(아무래도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첫관람때 신영숙 덴베스가 발코니 장면에서 이정현의 "와!' 퍼포먼스를 선보여서 얼마나 놀랐던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거의 광속으로 움직이던 신영숙의 눈동자와 과도한 꺾기춤(?)을 추던 그녀의 팔을...

눈 앞에 펼쳐지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혼자 당황했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찬사를 듣고 있는 옥주현 덴버스보다도 그녀가 더 좋았던 건,

신영숙은 철저한 로얄심으로 가득찬 덴버스를 아주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로얄심으로 똘똘 뭉친 덴베스가 레베카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배신감에 무너지는 모습이라니...

덴버스는 모든 걸 파괴해버리고 싶었을거다.

그래서 멘덜리 저택을 불태워서라도 모든 흔적이 없어지길 바랬던 거고...

신영숙은 이런 전체적인 느낌을 아주 잘 표현했었다.

옥주현 덴버스는 "내가 레베카다!' 딱 그 느낌이라 보면서 많이 불편했다.

 

이날 신영숙은의 덴버스는,

레베카에 대한 범접할 수 없는 로열심이 똘똘 뭉치다못해

레베카와 자신으로만 구축된 완벽한 세계를 창조한 일종의 창조자 같았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완벽히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목소리 톤도 그런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잘 표현한다.

도도한 게 아니라 레베카 이외의 것에는 무감하다는 느낌!

노래 부를 때와 대사 할 때의 목소리도 옥주현처럼 1인 2역으로 느껴지지 않아 개인적으론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넘버 소화력과 표현력!

과도한 액션을 제거하니 목소리에 표현력이 훨씬 더 풍성해졌다.

방향 수정, 정말 탁월히 잘했다.

(이래야 신영숙지!)

 

류정한 막심은.

특별히 나빴던 것도, 그렇다고 썩 좋았던 것도 없었다.

단지 많이 힘겨워 한다는 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몬테크리스토>나 <두 도시 이야기>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가 막심이란 배역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다른 걸 모두 다 제거하고 류정한이 표현한 막심 하나만 보고 말하면

솔직히 말해서 갈라쇼 같다.

지금껏 해왔던 모든 배역들이 총망라되어 등퇴장을 반복한다.

뭔가 새로운 캐릭터로 짠하고 나타나기 힘든 나이가 되버리긴 했지만

배우 류정한에게 뭔가 배역의 탈출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보트보관소에서 레베카가 죽는 장면을 표현할 땐 좀 과장스러웠다.

고음도 많이 흔들리고 불안하다.

그래도 김보경과의 듀엣곡들은 지금껏 본 중에서 가장 좋았다.

딕션는 3층에서 끔찍할만큼 선명하고 정확했고...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아마도 이번 관람을 자체 막공으로 결정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더 보면 그만큼 혼란이 가중될까봐!

왜냐하면 류정한은 여전히 내겐 최고의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이다.

내게 <Rebecca>는 여러모로 쓰릴러긴 하다!

끙!

 

* 추신 : 배우 류정한의 일탈을 간절히 희망하며!

           (드라마로의 일탈 말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