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0. 11. 08:21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3.08.01. ~ 2013.09.27.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재범, 이경수, 박한근 (한스)

        김성일, 윤소호 (헤르만) / 문진아, 이하나 (안나)

        김도빈, 최성원 (요나스) / 홍륜희, 최정화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김재범 한스와 김성일 헤르만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리고 확실히 두 사람의 호흡은 정말이지 너무나 치열하고 거침없었다.

김성일 헤르만이 불처럼 타올랐다면

김재범 한스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불과 얼음의 만남!

결국 한스와 헤르만 두 사람은 물이 되어 섞인다.

그렇게 되기까지 두 사람이 상대를 향해 보이는 치열함이 나는 또 너무나 좋다.

그건 반목과 대항을 위한 치열함이 아닌

무의식 깊은 곳에 같은 상처와 고통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보여줄 수 있는 날선 대립이었다.

그래서 그 대립의 밑바당에는 서로에 대한 연민과 위로가 가득하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못하든!

이 작품...

너무 오래 하면 배우들에게 못할짓이란 생각을 했다.

안나의 실험장면은 나조차 말리고 싶을만큼 너무 많이 처절했기에...

요나스여야 했던 김도빈은 참 힘들었겠다.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얼핏 보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배역처럼 느껴지지만

시종일관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그의 모습을 보는 건 아프고 힘든 일이었다.

몸으로 그 모든 걸 표현해야했던 그는,

아마도 매번 공연이 끝나고나면 온 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을 것 같다.

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배역!

배우에게 참 못할 짓이다.

김성일 헤르만.

이 끔찍한 고통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거라며 오열하던 장면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것 같다.

(김성일은 시종일관 정말 헤르만이었다. 그 표정과 눈빛이라니...)

안나 이하나도 김성일 헤르만과의 합이 훨씬 더 좋다.

이 작품을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

아무래도 김성일 때문이었나보다.

배우로서 김성일은 김재범, 이하나, 김도빈을 완벽하게 서포트했고

헤르만으로서 김성일은 한스와 안나, 요나스 모두에게 집중했다.

네 사람이 함께 하는 몸동작도 발란스가 정말 좋았고!

신예 최정화가 메리가 좀 어색하긴 했지만

(최정화 메리의 머리 모양을 보면서 <헤드윅>을 떠올린 건 나 뿐이었을까?)

이젠 커튼콜의 표정과 비장함(?)도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커튼콜에서 연주자들을 실루엣으로라도 보여줬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이 작품은 확실히 내 코드에 잘 맞는 작품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기꺼이 불행과 동행하겠다는 이들의 선택.

문득 네 사람의 그 다음이 궁금해졌다.

한스와 헤르만, 안나와 요나스는,

바람처럼 정말 행복해졌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