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8. 9. 08:08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3.08.01. ~ 2013.09.27.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재범, 이경수, 박한근 (한스)

        김성일, 윤소호 (헤르만) / 문진아, 이하나 (안나)

        김도빈, 최성원 (요나스) / 홍륜희, 최정화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과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네 사람의 대답.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

난 이 말은 틀린 명제라고 생각했다.

불행과 동행하겠다면,

행복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그런데 2012년 5월 이 작품이 대학로에서 처음 봤을 때,

나는 이 장면에서 완벽하게 무장해제 되버렸다.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도 지금처럼 프리뷰 공연어었고

작품이 끝났는데도 나는 한동안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마도 그때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위로을 받았던 모양이다.

시티컬하고, 우울하면서 어딘지 유치하게 파괴적인 이 작품이 나를 다독였다.

"괜찮다, 괜찮다"고...

그리고 내내 이 작품을 그리워하다 재공연 소식을 듣고 너무나 반가웠다.

혹시 또 다시 내게 위로가 필요해졌다는 뜻일까?

대답은!

설마... 혹은 어쩌면... 이다.

 

그런데 재연으로 올라온 <블랙메리포핀스>는 어딘지 조금 낮설었다.

편곡이 달라서였을까?

아니면 배우들이 완전히 달라져서?

그것도 아니면 공연장의 차이 때문에?

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짙게 깔린 안개 속에 홀로 서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순간순간 깊은 무게감을 목격했었다.

그런데 다시 본 이 작품은 가볍고 소란스러워졌다.

어쩌면 배우들이 작품 속에, 인물 속에 충분히 동화되지 못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기대했던 이경수 한스는 <셜록홈즈>의 에릭 앤더슨을 다시 보는 것 같다.

목소리톤도 딱 에릭 앤더슨이다.

사투리처럼 느껴지는 발음도 여전히 신경 쓰이고...

때때로 <미스 사이공> 투이의 모습도 보인다.

알코홀릭에 빠진 제대로 시니컬한 변호사 모습이었다면 좋을텐데...

 

윤소호 헤르만은 배역에 깊게 들어가지 못하고 어딘지 주변을 맴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배우가 인물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배역에 배우가 끌려가는 느낌!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타인에게 이해시킨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게다가 윤소호의 큰 키는 적어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그 키가 문진아 안나와의 장면에서 균형감을 제대로 흔든다.

두 사람의 동작을 보고 있으면 내가 다 위태위태하다.

초연때 안나와 헤르만의 손동작에서 받았던 그 느낌들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살려내고 있지 못하다.

 

문진아 안나와 최성원 요나스, 홍륜희 메리는 나쁘지 않았다.

애늙은이 같을 줄 알았던 최성원 요나스는 의외로 귀염성 있었고

홍륜희 메리는 모성애를 부각시킨 게 오히려 새로운 표현이라 좋았다.

 

무대와 조명은 초연때보다 훨씬 더 좋아졌고

편곡은 살짝 가벼워진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자꾸 행진곡이 떠올라 몇 번 난감했다.

혹시 내가 초연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걸까?

자꾸만 정상윤과 전성우가 그리워진다.

(한스는 정말 정상윤이 딱인데!)

어딘지 뭔가 좀 부족하고 자꾸 덜커덕거리는 느낌!

그래도 아직 프리뷰니까...

기다려보면 훨씬 더 좋아지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래도 될만큼 충분히 좋은 작품이니까.

적어도 내겐!   

 

Posted by Book끄-Book끄